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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종교자유를 위한 시민연합'이 20일 발족됐다. 이들은 발족식에서 학교측에 강군의 제적취소와 예배선택권 보장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며 41일째 단식투쟁을 해온 강의석(19·대광고3년)군이 가출 4일만에 소재가 파악됨에 따라 가족과 주위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가운데 종교·교육·법조계 인사들이 대광고에 강군의 제적취소와 예배선택권 수용을 촉구하고 나서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강군은 20일 오후 4시50분께 경남 고성에서 발견돼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강군을 방치한 학교측의 처사에 대해 강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청량리경찰서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강군은 진주에서 통영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운전사에 발견돼 경찰에 인계됐다"며 "강군 부모들이 고성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학교 종교자유를 위한 시민연합(이하 학자연)'은 20일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들의 종교자유와 권익보호 활동과 함께 종교계 사립학교의 종교교육 강요에 대해 감시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학자연은 발족선언문에서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는 학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며 "일부 종교계 사립학교는 학생들에게 종교교육과 종교의식 참여를 강요하여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위배하며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계 학교는 특정종교 강요말라... 강군은 단식 풀고 학교생활하라"

학자연은 또 "'종교의식 참여에 대한 학생의 선택권'을 주장하다 제적되었던 강의석군은 9월 17일 현재 38일째 목숨을 담보로 단식을 계속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며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학교 당국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학교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학자연은 특히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학교 내의 강제적인 종교 활동에 대해 반대하며 학생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필요한 운동을 전개한다"면서 ▲모든 종교계 학교는 특정 종교 교육을 강요하지 말라 ▲대광고는 강의석 군의 제적을 취소하고 강군이 요구하는 '예배 선택권'을 수용하라 ▲강의석 군은 즉시 단식을 풀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학자연에는 강지원(변호사) 최현섭(강원대학교 총장) 한완상(한성대학교 총장) 홍근수 목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 공동대표) 등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동대표는 길희성(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 권진관(성공회대 신학과 교수) 최윤진(중앙대 청소년학과 교수) 등이 맡았다.

▲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종교자유 보장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강의석군. 강군은 종교의 자유를 선택했고 학교는 강군의 제적을 선택했다.
ⓒ 박성필
길희성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했고 학자연이 발족되면 강의석군이 단식을 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커서인지 단식중단 설득에 실패했다"며 "대광고 교장과 3∼4시간 동안 면담하며 설득했지만 학교 입장만 강조해 역시 설득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권진관 교수는 "종교자유 문제는 중·고교뿐만 아니라 대학들도 해당된 문제로 학생의 자유선택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종교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학생은 학교선택권을, 학교는 학생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도록 된 제도적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도적 장치를 촉구했다.

최윤진 교수는 "일부 기독교 학교에서는 종교교육 강요뿐 아니라 교실 태극기 옆에 십자가를 걸어놓고 숭배를 요구하고 학생회장들은 교회출석을 강요하며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다"며 "강의석군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예배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대광고가 키를 쥐고 있다"고 밝혔다.

강의석군과 '청소년특별회의추진단' 활동을 같이 하고 있는 김갈뫼(19·전 인천외고 학생회장)군은 "의석이는 의지가 확고한 성격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하면 뜻을 꺾지 않는 강한 신념의 소유자"라며 "학교가 계속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무시할 경우 의석이의 생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거듭 학교와 재단의 열린 자세를 호소했다.

강군 아버지 "아들 찾았지만 학교측 태도불변에 어떻게 될지"

▲ 대광고 정문 좌측에는 학생들을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강군의 부친 강재정(46·회사원)씨는 아들을 찾은 것에 대해 안도하면서도 "예배선택권을 보장해달라는 의석의 요구는 정당하다"면서 "기독교인에게 염불을 외우라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의 잘못을 지적했고 학교도 잘못을 인정해 놓고 문제를 이사회로 넘기고 이사회는 교육청으로 넘기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했다.

강씨는 특히 "대광고에서 예배선택권을 보장하면 의석이가 단식을 풀 텐데 학교측은 '전국의 미션스쿨이 다같이 하지 않으면 우리도 예배선택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대광고 교장은 오로지 맹물만 마시며 단식하고 있는 아이에게 무엇을 먹으며 할 것이라는 비상식적 발언을 해 실망했다"며 학교측 태도에 대해 원망했다.

이와관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일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대광고에 대한 점검 및 조치를 했다"며 "종교과목은 복수로 개설하고, 종교활동은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토록 하고, 학생 임원의 자격을 종교 생활자로 제한한 것을 해제하라"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종교활동의 자율적 선택권 보장은 대광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재단과 교단 및 기독교연합회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교육청 관계자가 재단 등 기독교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군 사태해결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대광고와 학교재단인 영락교회에 전화를 했으나 "교장 선생님이 퇴근해 통화가 불가능하다" "월요일은 휴무라 목사님이 출근하지 않았으며 휴대폰 연락처는 알려줄 수 없다"고 각각 밝혀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대광고의 태도는 의석이 죽음 부르는 일"
미션스쿨종교자유 카페에 강군 지지호소글 올라와

'미션스쿨종교자유(cafe.daum.net/whdrytkfkd) 카페에는 강의석군을 지지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있다. 이중 ID '겨울에 피는 꽃'은 카페에 올린 '대광고의 태도는 의석이의 죽음을 부르는 일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종교자유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학교에 항의방문을 가자"며 "어른들이, 우리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의석이를 살려야한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이다.

대광고의 태도는 의석이의 죽음을 부르는 일입니다

의석이의 강인하고, 떳떳한 단식의 투쟁을 봤을 때 학교의 이런 미온적 태도는 의석이의 단식을 꺾기 보단 의석이를 죽음으로 모는 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어쩔 수 없는 문제다. 학교의 자유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 또한 의석이와 타협할 수 없으니 니가 알아서 해라는 말밖에 안됩니다.

이제는 어른들이 대답해야할 때입니다. 의석이는 예배자유가 없는 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단식 또한 풀지 않겠지요. 그것은 곧 극단의 길입니다. 그럼 무엇이 남았습니까? 국회의원을 모읍시다. 최순영의원님부터, 열우당,민주당, 한나라당 등 종교자유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학교에 항의방문을 갑시다!

그래서 학교를 협박하든 설득을 하던 합시다. 또한 청소년들이 힘을 모읍시다. 더 이상 의석이의 단식도, 학교의 합의도 더 이상 남을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친구인 의석이를 살리는 길은 대광고의 권위를 해치는 일이든 종교의 자유든을 다 떠나서 청소년들이 의석이의 학우들이 나서서 '의석이를 살려달라'고 학교에 압박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저는 얼마 전, 차를 몰다가 중앙차선에 강아지가 치어서 어쩔 줄 몰라 낑낑대는 강아지를 봤습니다. 그 강아지는 다리를 다쳐 차를 피하고 싶어도 못 피하고 중앙차선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갈 길이 없는 기로에 서있는 의석이가 생각났습니다. 그날 저는 의석이의 집에 구급차가 왔다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또한 그 다음날 집을 나갔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의석이가 언제 어느 거리에서 죽어서 우리 곁에 올 지 모르겠습니다. 하루빨리 어른들이, 우리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의석이 대신하여 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며, 의석이를 빨리 살려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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