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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문화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여러 정치·경제 현안에 대해 입장을 말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피력했다.
ⓒ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에 대한 폐지론을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폐지론을 주창하기는 1949년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에 '대체 입법'을 통한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주장했으나 취임 후에는 개정 쪽으로 돌아선 바 있다.

노 대통령은 5일 "국가보안법은 한국의 부끄러운 역사의 일부분이고 지금은 쓸 수도 없는 독재시대에 있던 낡은 유물"이라면서 "낡은 유물은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라고 폐지론을 분명히 밝혔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폐지론' 처음

노 대통령은 또 "국가보안법을 너무 법리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역사의 결단으로 봐야죠"라고 폐지를 주장하는 배경을 밝히고 "다른 일반 형법이 있다"면서 "꼭 필요하다면 형법 몇 조항 고쳐서라도,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항이 있으면 형법 몇 조항 고쳐서라도 형법으로 (대체)하고 국가보안법 그건 없애야 '대한민국이 이제 드디어, 대한민국이 문명의 국가로 간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폐지 원칙을 거듭 밝혔다.

노 대통령은 4일 녹화해 5일 밤에 방영되는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대통령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가보안법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다, 아니다, 해석이 갈릴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국가보안법을 가지고 법리적으로 자꾸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지난날 국가보안법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어떤 기능을 했는가 보시면 결국 대체로 국가를 위태롭게 한 사람들을 처벌한 것이 아니라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주로 압도적으로 많이 쓰여왔다"면서 "말하자면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을 탄압하는 법으로 많이 쓰여왔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인권탄압이 있었고 비인도적인 행위들이 저질러졌다"고 이 법이 갖고있는 '악법성'을 언급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래서 이것은 한국의 부끄러운 역사의 일부분이고, 지금은 쓸 수도 없는 독재시대에 있던 낡은 유물"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 다시 국가보안법을 꺼내가지고 그런(탄압하는) 일은 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주권시대, 인권존중의 시대로 간다고 하면 그 낡은 유물은 폐기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국보법 없애야 '대한민국이 이제 드디어 문명국가로 간다' 말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개폐 논쟁과 관련, "과거에 어떻든 국가의 안정이란 이름으로 했던 일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너무 법리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역사의 결단으로 봐야죠"라고 말해 국보법 폐지가 달라진 시대의 변화에 맞는 역사적 결단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보법을 폐지해도) 다른 일반 형법이 있다"면서 "꼭 필요하다면 형법 몇 조항 고쳐서라도,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항이 있으면, 형법 몇 조항 고쳐서라도 형법으로 하고 국가보안법 그건 없애야 '대한민국이 이제 드디어 대한민국이 문명의 국가로 간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고 폐지론을 거듭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 정도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고 말해 국보법 폐기가 '야만의 국가'에서 '문명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상징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는 국가보안법을 국가의 존립을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간주해왔다. 따라서 최근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국보법 조항의 합헌결정을 내리고 대법원에서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폐지론을 주창함으로써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보법 폐지를 둘러싸고 극심한 보혁(保革)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국가보안법 관련 노 대통령 발언의 전문이다.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다, 아니다, 해석이 갈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헌이든 아니든 또 악법은 악법일 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을 가지고 법리적으로 자꾸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지난날 국가보안법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어떤 기능을 했는가 보시면, 결국 대체로 국가를 위태롭게 한 사람들을 처벌한 것이 아니라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주로 압도적으로 많이 쓰여 왔습니다. 말하자면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을 탄압하는 법으로 많이 쓰여왔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인권탄압이 있었고 비인도적인 행위들이 저질러졌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한국의 부끄러운 역사의 일부분이고 지금은 쓸 수도 없는 독재시대에 있던 낡은 유물입니다.

지금 다시 국가보안법을 꺼내가지고 그런 일은 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주권시대, 인권존중의 시대로 간다고 하면 그 낡은 유물은 폐기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과거에 어떻든 국가의 안정이란 이름으로 했던 일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평가가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너무 법리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역사의 결단으로 봐야죠.

다른 일반 형법이 있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형법 몇 조항 고쳐서라도,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항이 있으면 형법 몇 조항 고쳐서라도 형법으로 하고, 국가보안법 그건 없애야 '대한민국이 이제 드디어 문명의 국가로 간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정도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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