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국정브리핑>과 대담중인 이해찬 국무총리
ⓒ 국정홍보처
이해찬 국무총리는 정부 혁신 및 새로운 공무원 시스템 혁신의 일환으로 '고위 공무원단'이라는 처방을 제시했다.

이해찬 총리는 "3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고위 공무원단'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소속 또한 각 부처가 아니라 중앙인사위원회로 하고, 그래서 각 부처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스카우트하는 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준비중이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1일 정부 기관지인 <국정브리핑> 창간 1주년 및 정책전문지 <코리아플러스> 창간 기념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공무원들도 특정한 부처 소속이 아니라 국가 소속이라는 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부처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2006년 신설되는 '고위공무원단' 추진에 속도 붙을 듯

고위공무원단 구상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월 정부 부처 국실장급 인사교류 대상자 32명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여러분은 고위공무원단 제1기생으로서 좋은 기회를 선택한 것일 수도 있고, 재수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며 "따라서 여러분들 하기 나름이며 위기는 곧 기회"라고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조창현 중앙인사위원장은 이번 인사교류제 도입의 의미로 ▲공무원의 시각 전환 ▲넓은 인재 풀을 통한 훌륭한 인재 활용과 육성 ▲고위공무원단 출범 등을 꼽고, 노 대통령과 각부 장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건의했다.

중앙인사위는 2006년에 고위 공무원의 인재 풀인 고위공무원단을 출범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따라서 이 총리의 이런 언급은 고위공무원단 추진에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 총리는 또 정부혁신 방향과 관련해 "지금 공무원들은 신분이 안정돼 있고 정년이 보장되다보니 자기혁신을 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면서 "시대 상황, 국민의 요구는 자꾸 바뀌어 가는데 공무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아 그런 요구에 못 따라가는 거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어 "공무원들이 자기혁신,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상황과 요구, 수요에 맞춰 발전해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대통령께서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정부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적자원 개발, 기술력 제고, 개방경쟁 체제 토대 구축하겠다"

경제 문제와 관련, 이 총리는 "이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선진 민주사회로 가야 하고, 그것을 국정의 큰 방향으로 삼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를 위해 첫째 인적자원 개발, 둘째 기술력 제고, 셋째 개방경쟁 체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저는 그 토대를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특히 당면 경제회복을 위해 ▲건설시장 활성화 ▲신용불량자 대책 ▲상류계층 소비진작 대책 ▲고유가 대책 등 4대 정책을 집중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수출 쪽은 아주 좋다, 다만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국민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크게 보면 그 이유를 4가지 정도로 꼽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우선 "건설시장이 규모가 아주 큰데 가장 침체돼있는 부문"이라며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강도 높은 정책을 펴와 투기는 잡았는데 건설 경기는 전반적으로 침체돼 이를 연착륙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부동산이 아닌 건설 부문, 예를 들면 사회간접자본시설(SOC) 등 국가가 필요로 하는 필수 시설들, 이런 쪽에서 건설 경기를 진작시키는 노력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이어 "카드 남발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갑자기 많이 늘어났다"고 전제하고 "그 사람들이 낭비하듯 하다 신용 불량으로 더이상 소비를 하지 못하자 내수가 얼어붙은 거죠"라며 "신용불량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또 상류계층의 소비행태와 관련 "상류 계층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골프, 관광 등으로 소비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총리는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는 고유가 요인과 관련 "우리의 예상보다 유가 상승률이 높다"면서 "그런데 유가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냐"고 반문하고 "정부 차원에서 여러가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가 꼽은 '국내경기 침체 4가지 이유'

ⓒ 국정홍보처
이 총리는 또 고구려사 왜곡문제에 대해 "최근의 국정현안조정회의 때도 언급한 것처럼, 고구려는 당연히 우리의 역사이며 중국이 이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장기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만 우리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라는 것을 아는 것"이라며 "우리가 연구를 많이 해서 고구려사가 우리 역사임을 확실히 입증하는 자료를 많이 발굴하고, 이를 번역해 세계 사람들이 다 알도록 알리는 것, 국민들 스스로 우리 역사임을 알 수 있게 의식을 갖도록 교육 하는 것 등 세 가지 방향에서 대처하도록 각 부처에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이 총리는 "시작할 때부터 일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대통령께서 기대한 것 또한 바로 그런 것이고요"라고 총리직 취임 두달 여만의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 총리는 "그동안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대독하거나 의전을 맡는 것으로 좀 제한된 역할을 해왔다"면서 "저는 그런 역할보다 국정을 관리하고 실행하는 일을 중심으로 하려고 한다"고 총리직 수행에 대한 강한 의욕을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5선의 관록과 할 말은 하는 '정치인 이해찬'의 스타일에 비추어보면 '굴신'(屈身)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몸을 낮추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역할분담은 분권형 국정운영 아니다" 몸 낮춰

이 총리는 "일상적인 국정운영은 국무총리가 총괄하도록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언론에서 '분권형 국정운영'이나 '책임총리제'의 시작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분권형 국정운영이나 책임총리제 개념은 아닙니다. 대통령께서는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기획하는 큰 국정 과제 중심으로 일을 하시고, 거기서 정해진 방향을 가지고 실행·관리·집행하는 일은 국무총리 중심으로 하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우리 헌법에도 그렇게 되어 있죠. 그렇게 '역할분담'하는 것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정해진 국정과제를 집행하는 쪽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대통령께서 거들어 주셔야 할 일이 많이 있죠. 그런 때는 대통령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조정하려고 합니다."

언론뿐만 아니라 청와대 참모들조차도 노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분담을 '분권형 국정운영'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도, 굳이 '분권형 국정운영'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의전보다 일하는 총리가 되겠다'는 이 총리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미 '분권'을 누리고 있고 외로 가든 모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되는데 굳이 개념(용어)에 종속될 필요가 없다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비친다.

이날 대담에는 도명정 한양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인터뷰어로 나섰다. 도 교수는 이해찬 총리가 서울 정무부시장 시절에 서울시청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도 교수는 대담에서 "이 총리는 국무총리직을 '만인지상'(萬人之上)이 아니라 '만사지관'(萬事之官)자리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달리 해석하면 '일하는 시어머니 총리'라는 뜻이다.

다음은 <국정브리핑> 1일자에 실린 대담 전문이다.

도명정 교수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부임했을 때 저를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의정 활동을 하시는 동안 날카롭고 매섭게 국정을 추궁하는 이 총리의 모습 때문이었죠.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니 매우 합리적이었고,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 총리의 자세는 공무원들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 뒤 교육부 장관 등을 역임했는데, 그런 경륜이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십니까."

이해찬 국무총리 "국무총리는 말 그대로 국정을 모두 보살펴야 하는 자리입니다. 국민의 안전한 생활에서 국가의 장기적 비전까지 일의 범위가 아주 넓습니다. 제가 당에서는 주로 정책위 의장을 하지 않았습니까. 서울시 행정에는 외교·국방을 빼놓고는 한국에 있는 문제는 다 들어 있습니다. 국정은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죠. 제가 1988년 13대 국회의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17년째입니다. 지금까지 큰 경험들이 다 도움이 돼요."

도 교수 "마침 노무현 대통령께서 일상적인 국정운영은 국무총리가 총괄하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최근에 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을 두고 언론에서는 '분권형 국정운영'이나 '책임총리제'의 시작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습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말씀을 이 총리께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이 총리 "분권형 국정운영이나 책임총리제 개념은 아닙니다. 대통령께서는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기획하는 큰 국정 과제 중심으로 일을 하시고 거기서 정해진 방향을 가지고 실행, 관리, 집행하는 일은 국무총리 중심으로 하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우리 헌법에도 그렇게 되어 있죠. 그렇게 역할분담하는 것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정해진 국정과제를 집행하는 쪽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대통령께서 거들어 주셔야 할 일이 많이 있죠. 그런 때는 대통령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조정하려고 합니다."

도 교수 "취임사에서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씀했습니다. 국무총리께서는 현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총리 "우리는 6·25전쟁을 겪은 나라이고, 현재 남북이 대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에는 국제사회 테러가 극심해졌고요. 현안으로는 이라크에 파병돼 있는 우리 군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근본적으로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이 정부로서는 큰 일이죠. 그리고 우리 사회 여러 시설에 대한 안전 관리 또한 중요합니다. 제 경험에 비춰 안전 시설에 대한 예방, 점검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도 교수 "취임하시면서 한편으로 '정부혁신'과 '부정부패 청산'을 강조했습니다. 해묵은 이런 과제에 대해 지난 모든 정부가 출범 초기 같은 말을 했지만 국민은 큰 성과가 있었느냐 하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 총리의 가장 큰 장점은 추진력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입니다. 그래서 국민은 이 총리에게 큰 기대를 거는 것 같은데 희망을 가져도 좋겠습니까."

이 물음에 이해찬 총리는 "두 가지 문제는 공직사회에서 중요한 일"이라면서 '부정부패 청산'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

이 총리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2002년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는 많이 끊어졌어요. 이를 계기로 공무원 사회에서 부패 고리들을 끊어 나가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방정부에서는 아직도 자잘한 비리들이 많이 있거든요. 거기까지 부패 고리들을 걷어내야 비로소 국민이 체감할 것입니다. 그런 방향으로 차차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이 총리는 '공무원연금제도'를 언급하면서 '굉장한 혜택'이라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이 그런 혜택을 받는 만큼 부패에 물들지 않는 풍토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 총리는 '정부 혁신'에 대한 방향을 이렇게 정리해 말했다.

"지금 공무원들은 신분이 안정돼 있고 정년이 보장되지 않습니까. 그렇다 보니 공무원들이 자기혁신을 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시대 상황, 국민의 요구는 자꾸 바뀌어 갑니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아 그런 요구에 못 따라가는 겁니다. 공무원들이 자기혁신,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상황과 요구, 수요에 맞춰 발전해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역점을 두고 있고요."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앞서 말한 새로운 공무원 시스템 혁신의 일환으로 '고위 공무원단'이라는 처방을 1차로 내놓았다.

"3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고위 공무원단'을 만들려고 합니다. 소속 또한 각 부처가 아니라 중앙인사위원회로 하고요. 그래서 각 부처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스카우트하는 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공무원들도 특정한 부처 소속이 아니라 국가 소속이라는 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부처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도 교수 "저도 공직생활을 오래 했습니다만, '정부 혁신' '부정부패 청산' 작업은 과거 정부 때부터 꾸준히 해왔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해주었으면 합니다. 요즘 국민은 경제가 매우 어렵다고들 말하고, 저 또한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또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이 총리 "수출 쪽은 아주 좋습니다. 다만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국민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그 이유를 4가지 정도로 꼽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이유로 이 총리는 '건설시장이 극도로 침체되어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규모가 아주 큰데 가장 침체돼 있는 부문입니다. 물론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강도 높은 정책을 펴왔죠. 투기는 잡았는데 건설 경기는 전반적으로 침체돼 이를 연착륙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부동산이 아닌 건설 부문, 예를 들면 사회간접자본시설(SOC) 등 국가가 필요로 하는 필수 시설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쪽에서 건설 경기를 진작시키는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이 총리는 두번째 이유로 '신용불량자' 문제를 들었다.

"두번째는 신용불량자가 갑자기 많이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카드 남발로 인해서요. 그 사람들이 낭비하듯 하다 신용 불량으로 더 이상 소비를 하지 못하자 내수가 얼어붙은 거죠. 신용불량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이 총리는 또 '상류 계층의 소비 행태' '고유가' 등도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상류 계층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소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골프·관광 등으로 말입니다. 그들이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 다음 하나가 고유가 문제입니다. 우리의 예상보다 유가 상승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유가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정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 현주소에 대한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이 총리는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런 어려움을 가져온 요인들을 일시에 해소하기는 어렵죠. 지금부터 차근차근, 일관성 있게 대처해 나갈 생각입니다. 우리 경제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듯 그렇게 위기는 아니거든요. 국민도 그런 점을 이해해서 저축도 해야 하지만 소비도 좀 하시도록 부탁드립니다."

도 교수 "신행정수도 건설은 후보지까지 선정하는 등 정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국민 사이에 여러 논란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본격적 추진 이전에 국민적 합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또 경제가 어려운 이 시기에 꼭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식의 여론에 대해 이 총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총리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관련법이 아무런 이의 없이 통과됐습니다. 국민적 합의의 법적 요건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습니다. 다만 국민에게 설명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전국을 돌면서 신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의견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공청회를 했죠. 그리고 행정수도를 지금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실제로 공사가 시작되는 것은 2007년부터입니다. 30년 동안 도시를 만들어 가는 장기 사업이죠. 2007년까지 정부가 투자하는 예산은 사실상 없습니다."

도 교수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언론 보도를 보면 행정수도 이전을 '천도'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총리 "서울이 600년 동안 수도 역할을 해 왔잖습니까.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수도는 으레 서울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죠. 다른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행정과 경제 중심이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서울 전체가 옮겨가면 천도라고 볼 수 있겠죠. 그게 아닙니다. 서울은 경제 중심지로서 더 발전해 가고, 행정 기능만 신행정수도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대법원과 국회는 별도로 판단할 것입니다. 대법원은 제가 보기에는 서울에 있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는 행정부와 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에 신행정수도로의 이전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국회는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있어 자체적으로 판단할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천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쪽에서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도 교수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 사이에는 행정수도를 이전하면 서울과 수도권은 황폐화될 것이라는 걱정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이 총리는 출신 지역구도 서울이시고, 서울 시정책임도 맡은 바 있어 누구보다 서울 시민의 생각을 잘 읽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의 걱정에 대해 국무총리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또 행정수도가 이전하면 서울과 수도권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 총리 "서울은 만원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 벌써 40년이 넘었잖아요? 지금은 만원이 아니고 초만원이거든요. 그만큼 서울 시민들의 생활의 질이 열악해진 것 아닙니까. 그리고 서울에 행정기관이 있음으로 해서 규제가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행정수도를 이전하면 규제 또한 선택적으로 완화할 수 있어 서울은 오히려 경제활동을 하기에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이죠."

도 교수 "주한미군 일부 감축과 함께 미군 기지의 한강 이남 이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안보와 관련, 국민들이 다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이런 안보 불안감을 이 총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이에 대한 정부대책은 무엇입니까."

이 총리 "미국이 9.11 테러 사건 이후 군사전략을 바꿨습니다. 그 이전에는 주둔군 중심으로 방위 전략을 짰죠. 그런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동성이 있는, 필요에 따라 기동 타격력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이나 다른 전쟁에서 보듯이 현대전은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기기전으로 전쟁 개념이 엄청나게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런 군사 전략의 일환으로 주한미군도 재배치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위치는 바꾸지만 방위력을 증강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국민들이 걱정을 안 하셔도 됩니다. 자꾸 재래식 전쟁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거든요. 다만 그래도 남북이 대치해 있는 상황 아닙니까. 또 전쟁을 무기만 갖고 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국민 심리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안보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국민들과 함께 계속해서 안보 태세를 강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도 교수 "최근 중국의 우리 역사 왜곡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분개하고 자존심 상해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우리 정부에서 나름대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입니까."

이 총리 "그것은 국정 현안 조정 회의를 할 때도 이런 방침을 지시를 했는데요. 우선은 고구려는 당연히 우리의 역사입니다. 중국이 이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외교부를 통해 중국 정부를 대상으로 강력히 항의하고 시정을 끊임없이 요구하도록 지시해 놓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만 우리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라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연구를 많이 해서 고구려사가 우리 역사임을 확실히 입증하는 자료를 많이 발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번역해 세계 사람들이 다 알도록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민들 스스로 우리 역사임을 알 수 있도록 의식을 갖도록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방향에서 대처하도록 각 부처에 지침을 주었습니다. 그런 방향에서 계속해서 일을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도 교수 "국무총리로 지명됐을 때 과거에 모셨던 경험을 기억하면서 국정이 안정을 찾으리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국민의 기억 속에 어떤 국무총리로 남고 싶습니까."

이 총리 "시작할 때부터 일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께서 기대한 것 또한 바로 그런 것이고요. 그동안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대독하거나 의전을 맡는 것으로 좀 제한된 역할을 해왔습니다. 저는 그런 역할보다 국정을 관리하고 실행하는 일을 중심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선진 민주사회로 가야 하거든요. 그것을 국정의 큰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첫째 인적자원 개발, 둘째 기술력 제고, 셋째 개방경쟁 체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토대를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총리는 오전 5시30분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이 대담이 있던 날도 이 총리의 하루는 '아침 직원조회'부터 '공관 국회의원 만찬'까지 모두 12개의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이 총리는 국무총리직을 '만인지상'(萬人之上)이 아니라 '만사지관'(萬事之官)자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