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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최대 국영자동차 기업 상하이자동차(SAIC) 후마오위안 총재(왼쪽)와 쌍용차 채권단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오른쪽)이 27일 오전 서울힐튼호텔에서 매각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뒤 악수하고 있다.
ⓒ 조흥은행 제공

“지난 1999년 부행장시절에는 쌍용자동차 처리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쌍용자동차가 이렇게 성장할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부모가 딸 자식 시집을 보내는 마음으로...”

지난 27일 오전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 쌍용자동차 채권단 대표인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정면을 응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에게 쌍용차를 팔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자리였다.

최 행장의 ‘딸 자식’ 표현에는 쌍용차 채권은행단의 8000억원에 달하는 빚 탕감과 노동자, 경영진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는 알짜기업으로 성장한 ‘쌍용차’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그대로 베어있다.

최 행장의 뒤를 이은 후 마이오준 중국 상하이자동차 총재의 메시지는 좀 더 분명했다. 중국최대 자동차회사로서, 쌍용차의 인수를 통해 국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과 이를 위해 하루빨리 본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리 길지 않은 연설이었지만, 국내 대형 자동차회사를 인수하는 첫 번째 중국기업으로서의 자부심이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중국 자본도 본격적으로 한국 본토의 알짜 기업을 인수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갈수 있다는 자신감을 서울 한복판에서 선언한 셈이다.

상하이차, 대형 한국자동차 기업을 인수한 최초의 중국기업

이날 행사장에는 상하이자동차의 최고 경영진을 비롯해 도이치방크, UBS 등 외국계 투자자문회사 관계자와 리빈 주한 중국대사 등까지 참석하면서, 중국의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상하이자동차와 쌍용차 채권단사이의 양해각서가 정식 체결됨에 따라, 올해 초 같은 중국 화학그룹이던 란싱그룹의 매각불발로 표류하던 쌍용차 매각작업은 또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 지난 2월 6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관 건물 앞 국기 게양대에 걸린 중국 의 `오성홍기`
ⓒ 오마이뉴스 김종철
따라서 상하이차의 쌍용차 매각이 이뤄질 경우, 쌍용차의 기술과 상하이차의 자본이 결합, 급성장하는 중국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해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낼수 있는지가 관심거리다.

하지만, 쌍용차의 기술 유출과 생산시설 이전에 따른 국부유출 논란도 여전하다. 또 채권단의 빚 탕감과 함께 매년 3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리는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도 세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알토란 같은 알짜기업을 제값 받고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상하이자동차의 본격적인 실사가 진행되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빚이 나오거나, 완전고용과 경영권 참여를 강도 높게 요구하는 노조와의 협상도 극복해야할 과제로 여전히 남아있다.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원하는 이유, ‘기술 빼가기?’

중국내 최대 자동차그룹으로 성장한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 인수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자동차 개발을 위한 독자적인 기술 확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상하이차는 그동안 제너럴모터스(GM)와 폴크스바겐 등 외국 유명 자동차회사들과 적극적인 합작을 맺어 왔지만 생산 차량 대부분이 이들 기업의 차량을 조립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상하이차 입장에선 세계 자동차시장에 매물로 나온 한국의 쌍용차가 탐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상하이차쪽에선, 쌍용차처럼 ‘구미’가 당기는 자동차회사는 전세계적으로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에 대한 선두적인 기술 수준과 채권단의 빚 탕감으로 인한 인수자금의 여유 등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정부도 자국내 자동차 기업들의 독자 모델 개발 능력에 적극적이어서, 오는 2007년까지 자체 기술을 가지지 못할 경우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나서서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후 마이오준 상하이자동차 총재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중국정부와 긴밀한 연락을 취해 지지와 허락을 받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차는 외국에 투자를 하기 위해선 중국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날 양해각서 체결 현장에 리빈 주한 중국대사가 직접 참석한 것도 중국 정부가 이번 협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상하이차가 중국내 자동차 생산면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레저차량(RV)은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급성장하는 레저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에 대한 보강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상하이차가 이날 양해각서 체결에 앞서 내놓은 자료에서도, 상하이와 쌍용차의 사업과 제품들이 상호보완적이라며, SUV 시장의 강점을 보여온 쌍용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계 자동차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채권단, 주당 1만원에 못미치는 수준에서 사인한 듯...6000억원대

▲ 지난 2월 경기도 평택의 쌍용자동차 본사 공장
ⓒ 오마이뉴스 김종철
쌍용차의 이번 매각 작업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인수가격이다.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이나 상하이자동차 어느쪽도 인수가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국제적인 계약서 상 ‘비밀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용차 채권은행단 가운데 한 고위임원은 27일 “ (쌍용차)주당 1만원이 채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번 란싱그룹 때 보다는 좋게 받은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은행단 고위관계자도 “최근(26일) 쌍용차 주식가격보다는 높다”며 “주당 매각 가격이 그리 실망스러운 수준은 아니다”고 전했다.

따라서 채권단 주변에선 주당 1만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 시장가격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에서 사인을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 인수가격대는 5억달러(6000억원대)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쌍용차 매각 작업 과정에서 채권단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너무 서둘러 진행해 제값을 못 받고 파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여전하다. 특히 중국 정부의 허가를 둘러싸고 란싱그룹과 상하이 자동차 사이의 파워게임에 채권단이 휘둘렸다는 지적이다.

쌍용차 한 고위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란싱그룹을 먼저 택했겠지만, 중국정부의 허가라는 특수성을 너무 간과한 것이 실책”이라며 “이후 매각작업이 늦춰지고, 기업입장에서 중국정부를 핑계로 가격을 핸들링하는 입장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재무상태로 보면 쌍용차는 매우 양호하며 튼튼한 기업”이라며 “미래에 대한 투자 등이 문제였지만, 쌍용차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감안할 때 현재 나오는 가격대는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에서는 란싱과의 협상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의무적 조항의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인수가격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결국 ‘쌍용차’는 다시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됐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에 대해 중국정부의 승인과 지지를 강조하면서, 새 주인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채권단도 상하이차와의 본계약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1만여명에 달하는 쌍용차 정규·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과 수십년동안 쌓아온 자동차 기술과 생산시설의 이전, 이에 따른 국부유출과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의 고사 가능성 등 우리에겐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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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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