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강의석 군에 대한 제적 조치에 반대, 대광고로부터 직위해제 당한 류상태 전 교목실장
ⓒ 뉴스앤조이 제공
미션스쿨 내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다 제적당한 대광고 강의석(18)군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강군에 대한 학교의 처벌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던 류상태 교목실장이 학교로부터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것이다.

대광고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류상태 목사의 교목실장직과 교목직을 직위해제한다고 결정하고, 이와 같은 내용을 16일 류 목사에게 통보했다. 종교교사로서는 계속 근무할 수 있다는 내용도 전달했다.

류상태 교목실장 "직위해제 결정 수용, 강군 복학 학교에 요청"

류 목사에 대한 직위해제 결정은 무엇보다 강군에 대한 학교의 제적 처분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류 목사에 대한 '징계'의 성격이 강하다. 류 목사는 그동안 "강군을 제적처리한 것은 헌법 정신을 위배한 것일 뿐만 아니라 대광고의 설립이념과 목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라며 "학교 당국은 다시 한 번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잘못된 처사를 즉각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류 목사는 1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나를 징계할 수밖에 없는 학교의 입장도 이해한다"며 "다소 섭섭한 부분도 있지만 학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류 목사는 직위해제를 통보받는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징계처분은 받아들이겠지만 강의석 군에 대한 제적 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는 뜻을 교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류 목사는 강군이 내세웠던 교내 '종교의 자유' 문제에 대해 "학생에게 예배 참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19일 류 목사와 가진 인터뷰 전문.

"예배참석 강요 안 돼"..."교목직까지 직위해제 당황스럽다"

▲ '종교자유'를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강의석 군
ⓒ 박성필
- 학교의 직위해제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인데.
"일단 내가 한 일 자체가 학교에 많은 부담을 준 게 사실이기 때문에 징계를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학교의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서로 견해차이고 있고 깊게 들어가면 기독교 사상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학교 운영자 입장에서는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 교목직까지 상실했다.
"교목실장뿐만 아니라 교목직까지 직위해제 시킨 것은 섭섭하고 당황스러운 부분이다. 강군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교목실장 지위가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각오했다. 하지만 교목직을 잃는다는 것은 설교를 못한다는 것인데…. 내가 생각하고 있던 징계의 마지노선까지 온 것 같다."

- 그럼에도 징계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인가.
"만약 종교교사직까지 그만두게 했으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학교 입장에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교목직 직위해제까지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건학이념에 충실하고자 강군을 징계한 학교의 입장은 나와는 분명 다르지만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 어떤 어려움인가.
"학교입장에서는 종교예배의 선택권을 준다는 것 자체가 선교의 적극성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교단과 교회전체의 이해와 양해 없이는 학교장이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원치 않는 학생에게 예배 참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의석이의 주장이고 나 역시 그렇게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징계되더라도 의석군은 복학 시켜야"

- 학교로부터 징계를 통보받을 때 강군 복학 문제가 거론됐나.
"교장선생님과 면담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징계를 받지만 학교 입장을 이해하고 싶고, 무엇보다 의석이가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는 교직원으로서 책임을 물을 부분이 있겠지만 의석이는 반드시 학교에서 품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번 사건 과정에서 느낀 점은.
"기독교 의식 개혁운동이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 개신교가 보수화되다 보니 강군 문제에 있어 이렇듯 닫힌 자세로 대응하는 것이다. 개신교 신학이 열린 방향으로 나아가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 기독교 사상 근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문제의 중심에는 기독교 사상 문제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개신교의 배타성이 극복되지 않으면 문제해결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강의석 군, "나로 인한 처벌 원치 않았는데 난감할 뿐"
'좋은 교사 모임', "강군 복학 길 열어주어야"

류 목사의 직위해제 소식을 전해들은 강의석군은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징계받는 것을 정말 원치 않았는데 선생님께서 그런 처벌을 받게 돼 매우 난감하다"며 "선생님과 통화를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이 일이 나 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 된 부분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시겠다고만 말씀하셨다"고 짧게 심경을 밝혔다.

강군은 "현재 청소년단체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관계자로부터 자문 등 도움을 받고 있고, 민주노동당의 지원과 격려도 큰 힘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제적 이후에는 "학교로부터 특별한 연락을 받은 적이 없고, 마땅히 연락할 만한 대상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신교 현직교사들은 지난 17일 미션스쿨 내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다 제적당한 대광고 강의석(18)군의 복학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국 13개 단체, 3천여명의 개신교 교사 모임인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강군이 '종교의 자유'라는 소신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교칙 위반이 발생한 만큼 대광고는 이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강군에게 복학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교사운동은 "이번 사건은 단지 종교선택의 자유뿐만 아니라 학교의 학생선발권과 학생의 학교선택권, 평준화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며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학교·교사·강군 대리인 등이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개신교 배타적 태도, 사회에서 '왕따' 당한다
류상태 목사, 개신교 배타성 극복이 강군 문제 해결 방안

류상태 목사는 강군에 대한 학교의 제적 조치가 '개신교의 배타성'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류 목사는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 불거토피아(cafe.daum.net/bgtopia)에 남긴 글을 통해 "배타적인 신앙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독교 의식 개혁 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6일(수), 강의석 군 사건을 갑자기 만나고 열이틀 동안 정신없이 여기까지 끌려온 느낌입니다. 그 동안 가까운 친구들, 목사님들, 선생님들로부터 격려와 충언, 때로는 경고에 이르기까지 많은 조언을 들었습니다.

강의석 군이 주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그에 따른 종교학교의 특정 예식 참여 문제는 이제 학교의 담을 넘어 우리 사회로 던져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역할이 사라졌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공익을 이룰 수 있는 접점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기독교 의식 개혁 운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몇 차례에 걸쳐 밝혔듯이 이 문제의 원죄는 한국 주류 개신교가 안고 있는 배타성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제도적인 개선책이 나오더라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는 천사같은 마음을 가진 젊은 목회자도, 매사에 진실되고 성실한 장로나 집사들도, 이 문제만 나오면 예외없이 배타적인 태도로 돌변하게 만드는 이 교리적 문제에 대해 함께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계속해서 지성인들의 조롱을 받으며,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게 되고 교회는 그 빛을 잃을 뿐 아니라,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하나님으로부터 부름받은 목사로서 더 이상 이 문제를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부끄럽게도 지금까지는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내세워 적당히 타협하고 합리화하며 지내왔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할 자신이 없습니다. 종교 수업 시간에 만나는 학생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더 이상 견딜 자신이 없습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질문에도, "책임회피 아니냐?"는 질책과 조소에도, 더 이상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마음이 사악해서가 아니라, 나쁜 의도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진실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신앙과 행위의 결과로, 오늘날 강의석 군 사건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자신의 신앙과 양심에 부끄러움없이 행동했다고 믿는 사람들을 비난만 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저와 같은 목사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못한 목사들 때문에, 한국 교회가 이런 무지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배타적인 신앙이 옳다고 믿고 가르치는 목회자는 하나님 앞에 떳떳할 수 있지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못한 저로서는 하나님 앞에 아무 변명도 할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이제는, 정말 성경이 우리에게 배타적인 신앙을 요구하는지, 아니면 성경에 대한 이해가 잘못된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으니 좀 더 기다리자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그 놈의 때가 언제 오겠습니까? 적극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고 단지 기다리기만 하는 자에게 과연 기회가 오겠습니까?

이 일을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법으로 구체화시킬 것인지는 좀 더 연구해 보아야 하겠지만, 섣불리 행동부터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차분히 이론으로 접근해 가면서 의식을 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논의를 하는 가운데 제가 틀렸다고 생각되면 정정당당하게 저의 과오를 인정하고 옳은 방향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제도적인 압력이나 무력에 의한 방해는 결단코 거부하고자 합니다. 또한 계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로지 우리 주님께서 주신 "너희는 옳은 것은 옳다, 아닌 것은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 남이니라." 라는 말씀을 따라, 매 순간 순간 하나님 앞에 부끄러움 없이 말하고 행동하고자 합니다. 물론 제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제 자신이 지겠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