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김경미
첫 주 2400만불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9/11>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 지난 6일(현지 시간) 뉴욕 센트럴 파크 주변의 에섹스 하우스(Essex House)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화씨9/11>이 미 박스오피스 개봉 첫 주에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개봉 2주차에도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스파이더맨2>와 당당히 겨뤄 2위로 선전하는 등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열린 첫 공식 기자회견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미국 내외신 기자 150여 명이 참석한 기자회견장에는 미국 언론보다 터키, 일본, 스페인, 한국 등 이라크 파병문제로 내부 갈등을 빚었던 나라의 외신 기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외신기자들의 질문 공세 속에 기자회견은 당초 계획했던 오후 6시보다 50여 분 정도 늦게 시작돼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마이클 무어는 기자회견 서문에서 '<화씨 9/11>은 부시 정부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질문'에 불과하며, 미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 질문에 대답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난 단지 증명된 진실을 알고 싶을 뿐(Tell me the proved truth)" 이라고 거듭 강조한 마이클 무어 감독은 "미국 언론은 백악관 홍보실에서 만들어낸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며 미국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 부시 낙선 운동은 선거일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
ⓒ 김경미
지난 칸느국제영화제에서 반 부시 데모를 이끄는 등 부시 낙선운동을 벌여 화제가 된 마이클 무어 감독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까지 미국 내에서의 부시 낙선운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화씨 9/11>을 본 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내 일각에서 마이클 무어의 부시 낙선운동이 <화씨 9/11>의 마케팅 일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미국의 미디어 산업전문지 <버라이어티> 기자의 질문에 마이클 무어 감독은 "좋은 질문 "이라며 "한 번도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행동한 적 없다. <화씨 9/11>을 다른 나라에 가져가 순회 상영을 한 적도 없다. 단지 난 부시가 낙선되기를 바랄 뿐이다. <화씨 9/11>은 50% 선거율로 당선된 부시 정부가 재선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선거에 참여해 줄 것을 권고하기 위해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추가 파병을 결정한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한국 관객에게 <화씨 9/11>을 통해 전달할 메시지가 있느냐"라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마이클 무어 감독은 "한국 관객들이 추가파병 반대운동을 사회적으로 벌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정부의 추가파병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또 다른 한국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는 간단하게 "잘 모르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번 기자회견에 큰 관심을 보였던 일본 기자들 역시 "고이즈미 총리가 부시 정부 파병 정책을 지지하는 것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일본인들은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다큐멘터리 <화씨 9/11>에서 마이클 무어가, 자신의 고향 미시간 주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라크 파병 군인으로 지원할 것을 권유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내 고향 주민들은 흑인과 남미인들이 대부분이며 나와 같은 백인은 거의 없다. 그들이 부시 정부의 희생양이 되는 것에 반대하며 그들은 아주 단순하고 착한 사람들이다"라고 말하며 <화씨 9/11>을 만든 이유가 자신의 정체성에 근거하고 있음을 확실히 했다.

▲ 기자들의 질문에 고심하고 있는 마이클 무어 감독
ⓒ 김경미
영화 시사회 이후 영화 속에 나오는 이라크 현지의 참혹한 영상(footage) 출처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는데, 이와 관련된 질문에 마이클 무어 감독은 "출처를 밝힐 수 없다"고 일언지하에 답변을 거절했다.

그러나 9·11테러사건이 발생한 시간에 부시가 플로리다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있었던 동영상 출처와 관련해서는 "초등학생 부모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영상(footage)과 관련된 의문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마이클 무어 감독은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이 끝나고 돌아가서 당신의 나라와 독자를 생각해달라. 미디어로서의 역할에 충실해달라"고 당부하며 "부시 정부가 만들어낸 거짓말이 아니라 증명된 진실만을 보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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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을 통해 전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마이클 무어 감독.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계속 될 그의 부시 낙선운동 결과에 전세계인들이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2004-07-07 14:3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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