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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서울시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 봉헌' 발언과 관련해 사회각계의 비판이 잇따르는 등 일파만파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 <오마이뉴스>의 보도로 이 시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불교계, 정계, 사회단체 등은 물론 기독계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또 일반 시민들의 항의도 빗발치고 있으며, 불교계에서는 침묵시위 등 시민저항운동을 전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직자로서 이 시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하는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조속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계의 양대조직 중 하나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일부 교회의 성장제일주의를 비판함과 동시에 기독교의 성숙한 태도를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일반 시민들의 항의도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시장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서울을 특정 종교단체에 봉헌하겠다고 나선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 시장의 비양식적인 태도를 질타하고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 게시판과 이명박 시장의 미니 홈피는 2일 하룻동안 몸살을 겪고 있다.

"대권에 눈이 멀어 신성한 종교까지 이용하느냐"

또한 한편에서는 이 시장이 참석한 이번 행사가 2007년에는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포부까지 밝힌 점을 지목하고 대선을 염두에 둔 이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따른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시민단체 등은 "개인의 종교활동 차원이 아닌 대권을 의식한 특정 종교세력에 대한 편승"이라고 이 시장 행보를 비판했다.

이번 파문은 이 시장이 최근 한 기독교 행사에서 서울시장 명의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내용의 봉헌서를 직접 낭독한 사실이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이 시장은 '서울의 부흥을 꿈꾸는 청년연합'이 지난 5월 30일 밤 9시부터 31일 새벽 4시까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주최한 '청년·학생 연합기도회'에 참석,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를 발표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대권에 눈이 멀어 신성한 종교까지 이용하느냐"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하며 이 시장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김갑수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은 "이명박 시장 개인의 종교활동을 문제삼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번 활동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누구 마음대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김 부대변인은 "우리는 하나님께서 수도서울의 과밀과 서민대중의 고통만을 염려하실 뿐, 이 시장의 대권욕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이명박 시장은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회개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교계의 비판이 제기됐다. 50여개 불교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손안식)는 같은 날 "서울 시장이 특정 종교 집회에 가서 자신의 소유가 아닌 서울을 그가 믿는 절대자에게 바치겠다는 것은 범죄행위"라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냈다.

이어 종교평화위원회는 이 시장의 행보와 관련 "특정세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게 아닌가"라는 의혹과 함께 "서울시를 대표하는 시장 신분으로 집회 참가자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최선봉에 서서 다짐한 것은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5월 31일 새벽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청년학생연합기도회' 참가자들이 이명박 시장의 봉헌서 낭독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 기독교TV 화면
"공직자가 특정종교의 확장에 편승하는 듯한 일은 사려깊지 못한 처사"

같은 기독교 계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백도웅 목사)도 이날 오후 이 시장의 적절치 못한 언행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KNCC는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가 특정 종교의 확장에 편승하는 듯한 일은 사려깊지 못한 처사"라며 1천만 서울시민 대표로서 이 시장의 공정한 처신을 요청했다.

KNCC는 "교세 확장만을 최고 덕목으로 생각해 이웃과 함께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의 기초적인 덕목을 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기독교계의 다른 신앙에 대한 배려를 당부했다. 이어 KNCC는 협력과 화해를 위한 교계 노력을 강조한 뒤 "성장제일주의 구태를 벗어나 시대에 걸맞는 성숙한 교회로 거듭날 것"을 한국 교회에 당부했다.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도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이명박 시장은 전근대적 사고와 무모한 개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문화연대는 "이 시장은 서울시장이라는 자신의 직위를 담보로 '서울'을 예물로 바쳤다"면서 "이번 행사 주최측은 2007년에는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1천만 시민의 터전인 서울을 자신 소유로 이해하는 이 시장의 전근대적 사고와 시장보호에 여념 없는 서울시 행정문화의 후진성, 자신의 권력욕 충족을 위한 도구로 시장직을 활용하고 있는 이 시장의 부적절한 처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한 문화연대는 이 시장의 독선적 행정과 무모한 개발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에 대하여

(다음은 2일 KNCC가 발표한 '입장' 전문이다....편집자 주)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 발언에 대해 우리는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임을 지적합니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공직자가 특정 종교의 확장에 편승하는 듯한 일은 사려 깊지 못한 처사임을 지적하며, 1천만 서울시민의 대표로서 공정한 처신을 요청합니다.

또한 기독교계 역시 교세의 확장만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여 이웃과 함께 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의 가장 기초적인 덕목을 가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사회는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으며, 내 신앙이 소중하듯이 다른 사람의 신앙과 종교 역시 소중함을 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희생시켜 하나님과 인간을 화해시킨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통하여 우리사회 곳곳에서 화해와 협력으로 나타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한국교회 역시 성장제일주의의 구태를 벗어나 시대에 걸 맞는 성숙한 교회로 거듭나기를 당부 드립니다.

2004년 7월 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백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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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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