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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단체가 '서울 봉헌' 낭독과 관련, 이명박 서울시장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50여개 불교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손안식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부회장)는 2일 성명을 내고 "서울 시장이 특정 종교 집회에 가서 자신의 소유가 아닌 서울을 그가 믿는 절대자에게 바치겠다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이 시장의 처사를 비판했다.

종교평화위원회는 "다종교사회에서 종교간 화합·평화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시민의 안위와 민복은 뒷전이고 정치적 목적에 눈이 어두워 사회 구성원간 갈등과 혼란을 조장하는 행위는 정치지도자로서 파산선고에 다름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평화위원회는 이 시장의 행보와 관련 "특정세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게 아닌가"라는 의혹과 함께 "서울시를 대표하는 시장 신분으로 집회 참가자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최선봉에 서서 다짐한 것은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연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사무총장은 "신도를 중심으로 서울시 항의방문과 항의서한 보내기, 1인 시위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 시장이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시민저항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조계종 종교편행대책위원회를 계승 발전시킨 조직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등 신도·신행단체와 포교사단 등 포교단체, 교수불자연합회, 보리방송모니터회 등 불교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돼 있으며 대표단체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이다.

다음은 성명 전문.

이명박 서울시장을 규탄한다

- 서울시는 누구의 것인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이 무슨 소리인가. 서울시장이 특정 종교의 집회에 가서 수도 서울을 통째로 그가 믿는 절대자에 바치겠다니. 그는 무슨 자격과 권리로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지 정말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이명박 시장과 특정 종교인의 소유인가. 그럼 이제부터 서울시의 시교(市敎)는 기독교가 되는 것인가. 더욱이 집회 참가자들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2007년에는 대한민국을 그들의 절대자에 바치겠다고 하였다니, 그럼 만일 이명박 시장이 대통령이라도 된다면 대한민국의 국교(國敎)는 기독교가 되는 것인가.

우리가 이런 의문을 다는 이유는 그가 서울시를 대표하는 시장의 신분으로 집회 참가자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최선봉에 서서 다짐하였다는 점에 있다. 그의 양식과 철학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을 바친다니 그것은 범죄 행위와 다름없다

성경에도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려라"라고[마르코의 복음서 12 : 15∼17] 하였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는 그가 신봉하고 추종하는 종교인만 살고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웃 종교인,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까지 그들도 똑같은 서울시민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서울시장으로서 자신의 종교의 자유와 권리 못지않게 다른 사람들의 종교 역시 존중하길 기대하였다면 우리가 너무 순진한 생각을 한 것인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서울의 교회와 기독인들은 수도 서울을 지키는 영적 파수꾼임을 선포한다"니,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니, 이 무슨 망발인가.

- 그의 이런 행보가 혹여 대선을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면?

서울시장 취임 이후 그의 행보는 항상 대권 도전에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고 여론기관은 보도하여 왔다. 무리한 개발위주의 행정, 서울시청 앞 광장조성 및 사용에 있어서 불공정성, 각종 대형 이벤트의 남발등 수도 서울을 책임지는 행정지도자로서 그는 많은 우려와 불신을 조장하여 왔다. 이번 종교행사에서 그의 행위 역시 특정세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러하다면 이번 사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시민과 국민의 안위와 민복은 뒷전이고 오직 정치적 목적 달성에만 눈이 어두워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과 혼란을 조장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로서 파산선고에 다름 아니다.

- 이명박 시장은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다종교 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종교간의 화합과 평화는 사회구성 원리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남과 북, 동과 서, 부자와 빈자 등 우리 사회 전체가 양극화되고 극단적 대립이 횡행하는 세태를 발전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종교인의 자성과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하여 우리는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웃 종교간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다방면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한 때 서울시장으로 그의 이런 충격적인 발언과 행위는 그동안의 모든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불행한 일이다. 이명박 시장은 개인적 종교활동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시각을 다퉈 서울시민 및 국민들에게 부적절한 행위에 대하여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스스로 참회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그것만이 진정으로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불기 2548년 7월 2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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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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