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5일 게재되었던 배성록 기자의 '2004년에 만난 90년대 넥스트?' 기사에 대한 반론을 신해철씨가 보내와 전문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일부 무리가 있는 표현을 적절히 거르지 못한 점 신해철씨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오마이뉴스 편집시스템을 한층 더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 오마이뉴스 주

PC통신 시대의 개막은 '경음악 평론가'라는 알송달쏭한 신분에 의해 이야기 되는 물에 물탄 듯한 뻔한 보도자료성 이야기에 일침을 가하는 음악매니아들의 설전으로 음반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듣는 이에게 모욕감을 안길 정도로 후안무치한 표절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가할 수 없는 가요계의 시스템 속에서 일부 표절작곡가와 가수들을 단죄 함으로서 우리 대중의 역량과 자부심을 확인하는 소기의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사용자의 급격한 양적 증가와는 정 반대로 담론의 수준은 참혹하리 만큼 하락을 거듭해, 심지어 초등학생이 '필자는..' 으로 시작하는 어중이 평론가 흉내를 내도 자극적인 인신공격성 글만으로 조회수가 확보되는 상황이 되었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 한다고, 하이텔 '언더동'이나 '메틀동'의 맹활약은 (나를 가장 씹었던 단체들이다 TT) 이런 허접글 속에서 잊혀져 갔다.

관련
기사
2004년에 만난 90년대 넥스트?

가장 악랄한 이빨을 자랑하던 이석원 군은 인디의 대들보 중 하나인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가 되어 진짜 평론가에 의해 평를 들어야 하는 입장이 되었고(한편의 코메디라 할 수 있다) 꽤나 혈압을 올리던 김모씨의 아들 진표군은 패닉으로 데뷔 하더니 몇몇 아마추어 평론가들은 실제 역량을 키워가면서 정말로 평단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들은 나이가 아니라 문화적인 세례의 구분에 의하면 엄연히 나와 같은 386의 막내들에 해당하는 세대들로, 팝의 세계를 가요보다 우월한 것으로 파악했던, 또 가요의 진부성에 몸서리를 쳤던 특질을 공유한다. 그러면서도 전 세대 음악의 장점을 재발견하고(산울림, 송골매 등) 가요에 대한 경멸감을 녹여 나갔다. 그리고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80년대 말에 들어 공중파 라디오가 팝음악의 보급을 포기하면서 대중의 음악 듣기와 이해력은 급격히 하향 평준화되었고, 이에 따라 우리 음악은 기본적으로 서양음악의 복제라는 한계를 극복하기는커녕, 복제에 대한 복제를 행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단순히 소리만을 즐겨도 무방한 헤비메틀에서 음악의 사회적 시대적 배경을 무시 할 수 없는 얼터너티브의 시대로 중심이 이동하자 우리 대중의 록에 대한 오류의 편차는 더더욱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산지에 있어서 팝, 특히 록은 1.노동자 중심 계급이 2.주로 낮에 3. 열린 공간에서 4. 여럿이 함께 5. 몸을 움직이며 듣는 패턴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학생이(가사가 영어라..) 2.수업 마친 밤에 3.워크맨과 헤드폰으로 자신을 가두고 4 당연히 혼자 5. 마비된 듯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듣는 '메탈 명상 음악' 패턴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남대문 안 가본 사람이 남대문도 문이라 문턱이 있다고 우겨도 목소리만 크면 이기는 병폐를 낳았다.

'장르'의 개념이 창작주체인 아티스트의 머리 위에 있어서 그 가지 밑에 각 아티스트들이 예속되는 비뚤어진 그림과 음악의 진정성, 선명성 논쟁은 록이 랩과 합병되고 댄스뮤직의 녹음 기술이 거꾸로 록으로 흘러 들어오는 카오스의 시대에 이르자 현격히 약화되었다.

아이돌 가수의 인기도에 자신을 일체화시키는 권력지향적 속성을 보이는 일부 십대 팬들 못지 않게 소위 매니아들 역시 자신이 설정한 한국 음악계의 발전 10개년 계획에서 아티스트가 옆길로 샜다라고 느끼면 불호령을 치는 특성이 있었는데, 말로 이것저것 따지기 보단 머리부터 흔드는 요즘 신세대 록 팬들이 무리를 이루자 이 역시 약화되는 추세로 돌아섰다.

아이돌 음악을 듣는 사람에 비해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으면서도 클래식 음악은 팝이나 록보다 우월하지 않다라고 보는 모순, 처음 록이나 불루스, 아트록을 듣는 초심자를 격려하기 보단 아티스트 이름대기 테스트나 하고 구박하는 풍토, 연예인성 뮤지션을 비난하면서도 인디 음악엔 관심의 관자도 없는 태도, 이러한 대중의 토양이야말로 매스미디어의 독점을 지적하기 이전에 개선되어야 할 걸림돌이다. 이는 아주 고통스럽게 느리지만 천천히 개선되어지고 세련되어져 가고 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문제의 기사가 등장했다.

왜 나는 오마이뉴스에 책임을 묻는가

사실, 글의 내용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기초조사도 안한 상태에서 모든 팩트와 연대가 왜곡되고 심지어 며칠 전 같은 매체인 오마이에 나온 인터뷰만 보았어도 알 수 있을 사실들도 파악하지 않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가능한 문장들이 곳곳에 있어도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쓰면 난 음악 못한다.

'수컷의 몰락'이라는 곡으로 많은 마초들에게 사이버테러 당한 발마를 제공한 앨범을 '마초적' 가사라 하면 그냥 웃고, 총 제작비 1000만원의 저예산 앨범이 3억원이 투입된 4집과 달라진 게 없다니 5년 동안 타국에서 박박기며 엔지니어 공부한 보람을 느끼며, 전지적 시점과 1인칭 시점을 헷갈려 하는 것은 글쓴이가 술 한잔 한 것으로 보면 되고, 2004년 빼기 1997년이 9년이 되었다가 10년이 되는 것은 얘기하자면 나만 쫀쫀한 놈이고, 80년대 음악이 2004년에 유행이 돌아오는 것을 모르는 것은 글쓴이의 나이가 25세라니 당연히 모를 수도 있겠고, 근 10년 사이에 우리나라에 나온 러닝타임 100분 대작이 난 몇 개인지 모르나 그의 말에 의하면 최근엔 홍수를 이루나보다 하고, 내가 음악을 언제 할지 말지를 판단해 주니 매니저로 영입이라도 하고 싶다.

안 그래도 음악의 주도권을 젊은 멤버들에게 뺏긴 듯한 위협에 시달려서 이중인격자니, 파워니,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리프와 아르페지오를 전부 혼자 만들어야 했던 옛 시절이 그리운데 이 앨범에서 1인 독재를 확립했다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없다. 옛 멤버들의 마약사건도 거론해주니 다음에 그 친구 딸네미 결혼식날 꼭 가서 너네 아버지 30년 전에 마약 했다고 꼭 얘기 해주면 좋겠다.

청동기의 역사가 철기와 일부 겹치듯, 헤비메틀이 90년대 이후에도 살아 있었으며 90년대의 메틀리프는 리프가 아니라 드럼과의 컴비네이션이 다르다는 걸 모르는 것은 기타를 못쳐서 그런가보다 하겠고, 팔아먹을려고 일부러 금지곡을 만들었다는 데에서는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는데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해하는 중이다. 참, 그리고 1000만원 드릴테니 돈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는 100분 짜리 더블앨범 만들어보시기 바란다.

그러면 선물로 내 영국 엔지니어 협회 등록증 드리겠다. 국내녹음기술이 너무 좋아져서 외국 나갈 필요 없다하니 나도 버릴려던 참이다. 마지막으로...."CD 두 장에 무려 101분에 가까운 러닝 타임을 자랑하는 거대 스케일의 컨셉 음반. 저질 기독교에 대한 질책부터 카사노바의 천태만상까지 미시와 거시, 지상과 천상을 오가는 광범위한 대상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판. 강렬한 하드록과 댄서블한 로큰롤과 서정적인 발라드가 한 음반에 묶이는 놀라운 슈퍼마켓식 구성 등…" 이거 멋진 문장이다. 보도자료로 써도 될지??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바로 이거였기 때문이다.

비판이든 비난이든 인신공격이든 네트 안에선 배씨의 글보다 더 저질이고 황당한 글도 많다. 문제는 평론은커녕, 기사로도 성립 될 수 없는 글쓰기가 공신력을 확보한 매체인 오마이에 버젓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오마이가 기사를 자체 삭제(반론 게재하면서 원상복구함-편집자 주)하고 사과를 해왔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글쓴이가 잘못을 인정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나는 이 작은 사건이야말로 오마이의 아킬레스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오마이의 기자 시스템은 혁명적으로 열린 시스템을 지향했으나 상대적으로 방만하여 검증되지 않은 글이 세상에 나갈 확률이 상존 한다는 뜻이고, 이미 일이 벌어진 다음엔 당신들은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오마이 편집부가 정치에 관련된 사안이 아닌 문화면의 관리에 대해 이다지도 소홀하여 같은 필자에 의한 아티스트 인신공격 사례가 나 이외에도 여러 번 반복 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 나는 한대수 선생처럼 해탈의 경지도 아니고, 피터팬 컴플렉스처럼 착하지도 않으며, 동방신기 만큼 바쁘지도 않다.(. . . ) 그러므로 나는 개한민국의 천덕꾸러기 동네북인 대중예술계의 충실한 개로서 오마이에 짖고 있다.(내 원한이 먼저이긴 하다) 짖궂음의 극한인 딴지일보 조차 아티스트들을 씹든 죽이든 인신공격만은 하지 말아 달라는 내 짖음에 흔쾌히 응해 준바 있고(마침 그럴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조선일보 문화부의 아티스트 예우는 정평이 있다. 그러므로, 오마이의 기사시스템이 특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화분야에 대한 납득 할 만한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는, 이 글 이후 어떠한 인터뷰와 기고도 거부한다.

PS 배성록 씨.

나를 공격하는 건 좋은데, 또 내 옛 동료들을 인신공격하거나, 내 현 멤버들을 우습게 보는 것도 참겠는데, '동방신기'를 거명하는 건 참지 않겠소. 소녀들을 위로하는 것 역시 음악인의 사명 중하나요. 노동자의 분노를 표출하는 작업보다 소녀들의 청춘을 장식하는 작업이 가치가 굳이 떨어진다고 보진 않소. 그들의 팬에게 동방신기는 핑크플로이드와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오. (허그는 열라 구리지만 마이 리틀 프린세스는 참으로 아름다우니 한번 들어보기 바라오. 혹시 아오? 나중에 당신 부인이 동방신기 팬클럽 출신일지? 그러면 당신은 매 결혼기념일 마다 그녀 앞에서 마이 리틀프린세스를 불러야 할거요) 또, 피터팬콤플렉스가 라디오헤드의 영향권에 있다고 해서 연습실에서 그들이 라디오헤드 노래를 듣고 그대로 베끼는 듯이 상상하는 당신의 마음상태는 그닥 좋지안소. 국내뮤지션들이 다 꼴보기 싫은 모양이니 이민 가실 때 연락 주시면 변호사 소개해 드리리다. (친구 놈이 개업을 했는데 손님이 없다는구료)
척박한 환경에서 대중에게 좋은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 당신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쓰길 바라며 언젠간 꼭 평론가가 되시길 바라겠소. 그땐 꼭 내 앨범 듣고 씹어주시오. 이만.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