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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0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30여명의 모국방문단.
ⓒ 동방사회복지회

어떤 과정을 거쳐 한국 아이들이 미국 가정에 입양되는 것일까? 한국과 미국의 입양기관 사이에는 상호협약이 맺어져 있어, 엄격한 절차 아래 체계적으로 입양이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입양기관은 입양대상 아동을, 미국의 입양기관은 입양을 희망하는 부모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다.

해외입양은 한국의 입양기관이 각 산부인과 혹은 미혼모 시설에서 친권포기서를 받은 아동을 인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국내입양이 성사되지 못한 아동이 해외입양 대상으로 선정되며, 실제 해외입양이 이루어 질 때까지는 위탁가정에서 지내게 된다.

그 이후 입양기관에서는 아동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즉 건강과 발육상태 등을 확인하고 서류를 작성해 협약관계에 있는 미국의 입양기관에 발송한다. 미국의 입양기관에서 대기 중인 양부모와 결연이 되면 보건복지부에 이주허가를 신청해 여권과 비자발급을 받는 것으로 출국준비가 완료된다.

입양할 양부모의 결정에 따라 직접 한국을 방문하고 아이를 데려갈 수도 있고 혹은 한국의 입양기관이 미국 공항까지 아이를 바래다주기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이는 해외입양이 이루어지는 여러나라 가운데 한국에만 있는 서비스다.

미국의 입양기관은 해외입양을 희망하는 미국인 부모를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해외입양 신청서가 접수되면 여러 가지 서류를 갖추는 행정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그 이후 입양희망 부모들은 입양기관에서 내주는 가정학습을 해야하며 사회복지사를 만나 인터뷰를 받는다.

▲ 모국방문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입양인 박현우 군의 가족이 위탁모를 만나 기념촬영을 했다.
ⓒ 동방사회복지회
입양부모로서 준비가 되면 입양을 기다리는 대기자 명단에 오르고, 그 이후 희망하는 아이와 결연이 된다. 처음 입양을 신청하는 것에서부터 실제 입양이 되기까지는 대략 1∼2년이 소요된다. 남자아이의 경우 시간이 단축되지만, 여자아이를 원할 경우에는 최고 2배의 시간이 더 소요되기도 한다.

입양을 희망한다고 해서 모두가 입양부모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양부모가 되기 위한 조건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는데, 한국의 경우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한국아이를 입양하기를 원하는 부부는 결혼한지 3년이 넘는 25∼45세 사이여야 하며 부부의 나이 차이가 10년 이상이면 안 된다.

이혼한 경력이 있는 부부의 경우는 좀 더 엄격한데, 한 번 이상 이혼한 경험이 있으면 안 되고 현재의 결혼생활이 5년은 넘었어야 입양이 가능하다. 또한 입양가정의 1년 수입이 3만달러 이상이어야 하는 등 입양부모가 되는 조건이 더 매우 까다롭다.

입양아를 집에 데려왔다고 해서 입양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입양 후 첫해에 입양기관의 사회복지사가 입양가정을 세 차례 방문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한국의 입양기관에도 보고서를 보내야 한다. 세 번의 방문이 끝나면 최종적으로 가정법원에서 입양을 결정하며, 이로써 입양아는 미국시민권 취득함과 동시에 한국에서의 호적 기록은 없어진다.

'한국문화 캠프'와 '모국 방문단'

▲ 해외로 입양 가는 모든 아기들은 입양 전에 아기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그 의자에 다시 앉아보는 모국방문단 입양인들.
ⓒ 동방사회복지회
입양기관에서는 입양 이후의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비록 해외입양이 되었지만, 입양아들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뿌리나 친가족 그리고 한국에 대해 관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입양기관에서는 이들을 돕기 위해, 자신이 입양되기까지 길러 준 위탁모와의 편지왕래, 친가족을 찾는 일 등을 하고 있다.

또한 매년 여름이면 미국측 입양기관에서는 '한국문화캠프'를 열어 한국에서 입양된 아이들이 모국의 문화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한국방문을 희망하는 입양아들은 모국방문단을 조직하고 2주 정도 한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을 방문한 입양아들은 위탁모 혹은 친가족들을 만나고 한국의 문화유적지와 관광지를 방문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볼 기회를 갖는다. 자신의 뿌리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올바른 자아정체감을 확립하고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의 입양기관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입양아들이 친부모를 많이 찾는 데 반해 이것이 성사되는 일은 쉽지 않다. 입양아들 가운데는 미혼모의 자녀가 많은데 자신의 과거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생모가 연락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입양된 아이들의 경우, 입양 이전의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친부모를 만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국내 입양 늘이기 위한 노력, 성과는 미미

▲ 입양 전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사진 찍었던 때를 기억할 수 있을까
ⓒ 동방사회복지회
입양기관에서 해외입양 업무를 맡은 담당자들은 한국아이들의 해외입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해외입양에 대한 선입견이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조심스러워하지만, 해외입양에 대한 시각이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즉 입양아들이 어느 나라로 입양되느냐 보다는 가족이 없는 아이들에게 삶의 터전으로써의 가정을 찾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 한국이나 미국의 입양 담당자들의 견해는 대체로 일치한다.

입양기관에서도 국내입양을 늘리기 위해 자선콘서트나 가두 캠페인, 매체 광고 등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고 한다. 특히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30%는 장애아이거나 미숙아여서 의료적인 문제가 수반되는데 이런 아동들의 국내입양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972년 설립된 종합 사회복지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의 홍보담당 김태옥 부장은 "국내입양이 되지 못하는 아동들에게는 해외입양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해외입양을 정부가 주도해서 인위적으로 저지한다면 입양이 안 된 아이들은 영아원 등의 시설에서 양육해야 하는데 시설양육은 복지적인 측면에서 더욱 수치스러운 일이고 현재 한국의 보육시설은 이미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많다"고 밝혔다.

입양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단체 가운데 해외입양을 늘려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단체는 없다. 실제 한국 정부는 해마다 5% 이상 해외입양 축소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친권을 포기한 아동은 줄지 않고, 국내입양이 미미한 상황에서 해외 입양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부모가 정해진 입양아들이 출국하지 못하고 위탁모 손에서 보호되고 있는 현실이다.

▲ 동방사회복지회와 딜런 인터내셔날을 통해 입양된 아이들이 성장해서 다시 동방사회복지회를 찾았다.
ⓒ 동방사회복지회
한국 아이들을 입양하기 위해 1972년에 설립된 '딜런 인터내셔날(Dillon International)'은 동방사회복지회와 협약관계에 있는 미국측 입양기관이다.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기관에서 한국쪽 입양업무를 담당하는 베벌리(Beverlee Einsig) 역시 해외입양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가족이 없는 한국아이들에게 우선 선택지역은 한국"이라고 말하면서도 "한국 내에서 가족을 찾지 못했을 경우, 시설에서 자라나는 것보다 비록 외국이라 할지라도 가정을 찾아 입양됨으로써 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입양은 어떤 방식으로 논의되든 간에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논의의 중심, 해외입양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에 '입양아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가' 하는 점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더 나은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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