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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방송이 편파적이었다고 분석한 한국언론학회 보고서 자체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는 가운데, 언론학회에서 이번 연구의 진행과정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언론학회(회장 박명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총무이사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3일 오후 '언론학회 탄핵방송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제목의 글을 <오마이뉴스>로 보내왔다.

그는 먼저 보고서에 대한 언론·시민단체와 방송현업인, 언론학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연구결론만 떼놓고 보면 집행부에서도 여러가지 당혹스러움이 있었다"고 고백하면서도 "타당한 연구방법과 데이터 수집·분석에 기초하고 있는한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보기 드문 양질의 내용을 담은 방송저널리즘 연구의 기념비적 성과"라는 게 언론학회 집행부의 판단임을 거듭 확인한 그는 시민·언론단체나 일부 학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공정성 평가기준 및 결론에 대한 이견을 일축했다.

하지만 윤 교수도 이번 보고서가 적지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라는 것은 "예견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라져있는 상황에서 '공정성' 판단에 대한 연구의뢰가 왔을 때 학회 집행부가 많이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연구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건 학회 입장이 편하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가 말한 이유이다.

또 그는 연구진 선임을 둘러싼 의혹제기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최적의 연구진 구성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적인 방법론뿐 아니라 질적 방법론에 대한 이해와 응용능력을 갖추어야 했고, 단기간에 방대한 양의 분석을 수행하려면 과제수행 능력 및 팀워크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였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진은 원고를 직접 작성했고, 그 내용도 모두 원고를 돌려읽는 전원합의제 방식으로 점검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방송계가 자체로 확립한 공정성이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면서 "이번에 나온 '방송의 공정성 기준'을 둘러싼 문제 제기와 재검증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진이나 학회 집행부에 대한 인신공격, 연구를 정치적 사안으로 몰고가는 일은 중단하고 연구성과를 그 자체로 평가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같은 맥락에서 일부 비판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중립적으로 관장해야 할 방송위원회의 현직 부위원장이 중립성을 지키기는커녕 논쟁의 한 축에 서서 개인의견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일 ▲심의위원회 일원이 자신이 당사자로 참여했던 회의의 의결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결정에 대해 외부로 의혹을 유포시키는 일 ▲학회 일원이었다는 분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의 신분으로 '질펀한 술판' 운운하며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언론학회를 폄하하는 것 등을 부적절한 처신의 예로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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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언론학회 입장 전문이다.

언론학회에서 방송위원회에 제출한 탄핵방송 보고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학회가 이 연구사업을 애초에 받아들인 것에 대해, 연구진의 구성에 대해, 학회의 이름으로 이 보고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보고서가 채택한 공정성 평가기준 및 결론에 대해 언론유관 시민단체나 일부 학계 인사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보고서가 적지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것은 예견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공인의 입장에서 금번 사태를 엄정하면서도 중립적으로 관장해야 할 방송위원회의 현직 부위원장이 중립성을 지키기는커녕 논쟁의 한 축에 서서 개인의견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일이라든가, 심의위원회 일원이 자신이 당사자로 참여했던 회의의 의결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결정에 대해 외부로 의혹을 유포시키는 일, 그리고 이전에 학회의 일원이었다는 분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의 신분으로 "질펀한 술판" 운운하며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언론학회를 폄하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이 보고서를 둘러싼 논쟁이 파문을 넘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집안망신 꼴의 추문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부적절한 처신이나 막나가기식 언사에 대해 일일이 문제삼아 대꾸할 의도도 전혀 없고 그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연구의 내용자체라기보다는 수행 절차의 측면에서 트집을 잡아 논의를 비본질적인 방향으로 끌고가려는 시도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의혹이 의혹을 낳고 부정확한 사실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어 금번 보고서를 둘러싼 진지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큼은 막아야겠다는 판단에서, 금번 연구가 처음 학회에 의뢰되어 보고서가 제출되기까지의 진행과정에 대해 금번 사업의 집행실무를 담당했던 학회 총무이사의 입장에서 분명하게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들을 밝히고자 한다. 이를 통해 향후 논의가 최소한 욕설과 비방이 아닌,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방향으로 옮겨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4월 탄핵방송 보도의 공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방송위원회로부터 언론학회에 연구 의뢰가 왔을 때 학회 집행부는 사실 많이 망설였다.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찬반으로 분명하게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건 학회의 입장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시체말로 아무리 잘해야 본전 찾기도 어려운 과제였다. 더 큰 고민은 연구진의 구성이었다. 도대체 어떤 연구자가 이런 부담스러운 연구과제에 참여하려 할 것인가?

그러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정점에 위치한 방송 저널리즘의 원칙을 두고 심각한 갈등과 분열이 빚어지는 상황이었다. 지나친 일반화일지는 모르지만 학회총무에 앞서 언론학 연구자의 한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의견을 제시하자면, 우리 사회의 언론현상을 주된 연구와 교육의 대상으로 삼는 언론학계는 소위 뜨거운 감자로 통칭되는 주요 언론관련 쟁점들이 대두되었을 때 이를 학술적으로 심도있게 성찰하고 그에 대한 평가와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적 지식인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왔는지 부끄러운 마음으로 자성을 해보게 된다.

학계의 모습은, 언론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뜨거운 쟁점이 발생했을 때 학술적 분석의 엄밀성 및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한 주장을 남발하거나 이를 회피하는 것이 마치 학자적 자세인양 냉소적 방관으로 일관하는 쪽에 가까웠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금번의 탄핵방송 보도의 공정성 여부와 관련해 학술단체의 전문적 분석과 의견을 묻는 사회적 요청이 제기되었을 때 이전의 행태대로라면 우리는 성급한 주장을 급조하거나, 또는 적당한 구실로 이를 회피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학회 집행부는 방송위원회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단, 학술적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연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전제하에서였다.

그래서 원래 1∼2인 정도의 연구자를 선정해 1개월내에 분석을 마쳐달라는 방송위원회의 의뢰는 결국 6인의 연구팀이 두 달 동안 밤낮으로 매달려 탄핵 이후 9일간의 모든 관련 방송내용을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작업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연구의 학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학술단체다운 연구진 구성의 기준은 결국 학술적 전문성이다. 학회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연구사업의 집행관례에 따라 4월 31일(수)부터 5월 3일(토)일까지 4일간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자 공모를 냈다. 그 결과 60대의 현업출신 2인,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신진연구자 2인 등 총 4인이 자천의 형식으로 공모에 응했고, 이외에 전화나 메일을 통해 10여명에 이르는 연구자들이 타천되었다.

이중 금번 연구와 관련된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 전공 분야를 이리저리 바꾸지 않고 저널리즘 연구에 매진해온 연구자, 특히 금번 사업과 관련된 방송내용의 분석영역에서 학문적 업적이 검증된 연구자가 최적이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탄핵 이후 방송 공정성 시비가 처음 일면서 수없이 제기된 문제가 수치에 기반한 기계적인 중립성의 문제였기에 연구자들은 양적인 방법론뿐만 아니라 질적 방법론에 대한 이해와 응용능력을 갖추어야 했다.

단기간에 방대한 양의 분석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과제수행능력 및 팀워크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였다. 우리 학회의 회원이 다수라고 해도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연구자들은 실제로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집행부는 우리 언론학계의 여건내에서 이런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적격자가 누구일지 폭넓은 의견수렴과 논의의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 최적의 연구진이 구성되었다고 믿는다.

연구진은 시한에 쫓기며 재정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연구를 해보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거의 불가능한 연구를 헌신적으로 해냈다. 이 연구에서 분석한 방송프로그램의 분량만도 96시간에 이른다. 특히 프레임 및 담화분석을 위해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몇 차례씩 모니터링하며 내용을 기술하고 특징을 귀납해내는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연구진은 모든 원고를 직접 작성했고, 그 내용은 어느 한 개인의 의견이 아닌 전원이 모든 원고를 돌려읽는 전원합의제 방식으로 점검되었다.

연구진으로부터 보고서를 받은 후 학회 집행부는 학술적 전문성이나 분석의 엄밀성 기준에 미흡함이 없는지에 초점을 두고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기준하에서 금번 보고서는 참으로 보기 드문 양질의 내용을 담고있는, 방송 저널리즘 내용분석 연구의 기념비적 성과라는 판단이었다. 연구 결론만 떼어놓고 본다면 우리 집행부 입장에서도 여러가지로 당혹스러움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이 타당한 연구방법,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기초하고 있는한 문제가 될 수 없다.

이후 우리는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의 명단을 포함하여 공모과정으로부터 최종 검수 작업까지 이 과제를 집행한 주체인 한국언론학회의 이름으로 방송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언론학회는 학회정관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학회 회원들의 총의에 의해 선출되고 구성된 제30대 한국언론학회 집행부이다. 그 이후 이루어진 보고서 배포과정 등 일련의 과정들은 기실 학회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일들이다. 여기까지가 그간의 경위이다.

학술적인 견지에서 금번 보고서에 대한 반박으로 제기된 "방송 공정성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히려 반길 만한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분이 너무 서둘러 검토하느라 BBC 공정성 기준에 대한 이해에 약간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지만, 여기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강조하고 싶은 바는 이처럼 케케묵은 BBC의 기준을 다시 끄집어낼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 방송계가 가지고 있는 공정성 기준이 BBC의 기준을 포함해 여러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여, 오랜 세월의 연구와 투쟁을 거쳐 확립해 놓은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방송계의 자체 기준이야말로 금번 연구에서 채택된 공정성 판정의 기준이기도 했다. 금번의 연구가 다른 학회, 다른 연구진에 의해 재검증(replicate)되는 것에 대해서도 환영이다. 이때 금번의 연구를 보완하는 보다 정교화되고 다양한 연구방식이 도입될 수 있겠으나, 공정성을 판정하는 기본 기준만큼은 BBC의 것도 미국이나 일본의 것도 아닌, 우리 방송계가 자체적으로 확립한 공정성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있다.

금번 보고서를 둘러싸고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반론을 제기하시는 분들, 특히 학회의 구성원들께 부탁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것은 연구진이나 학회 집행부에 대한 인신공격, 그리고 금번의 연구를 정치적 사안으로 몰고가는 일은 일체 중단하고 금번의 연구 성과를 내용 자체로 평가하고 비판해주기 바란다는 것이다.

연구과제 집행절차의 측면에서 트집을 잡으려 하는 것은 학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권위를 실추시켜 금번 보고서의 의미를 비본질적인 방식으로 훼손시키려는 시도로밖엔 읽을 수 없다. 금번 보고서에 대한 논의와 평가가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다시 한번 간절히 소망한다.

윤석민 / 한국언론학회 총무이사·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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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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