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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변호사와 법학자들이 <오마이뉴스>에 릴레이 기고를 시작합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편견과 잘못된 상식을 깨는 내용의 [100문 100답 - 국가보안법, 이것이 궁금하다]가 그것입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질문1. 인공기 달고 다녀도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나요?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대구시의 한 나이트클럽의 웨이터가 자신의 승용차에 인공기 등을 걸어놓고 '3번 웨이터 김정일'이라고 새긴 명함을 돌리다 경찰에 붙잡혔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인공기를 달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가 되나요?


이 사안과 관련된 법규정은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 고무 등의 죄입니다. 제7조 제1항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보법상 '찬양·동조' 행위,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 소지 많아

먼저 단순한 인공기 착용행위가 “찬양, 고무, 선전, 동조” 등에 해당될 것인가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는 찬양, 고무, 선전, 동조라는 말의 의미가 모두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수사당국이나 사법기관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고 그간 많은 경우 본 규정이 너무 넓게 적용되어 온 것이 현실입니다.

즉 약간의 뉘앙스의 차이는 있으나 찬양, 고무, 선전, 동조 행위들의 전체적인 의미는 대체로 어느 대상을 드러내어 좋다고 하거나 이에 동의하는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반국가단체(북한은 우리 사법기관에 의하여 현재 반국가단체로 인정되고 있습니다)에 찬동하는 의사를 표시하면 우리 수사당국이나 사법기관은 이러한 찬양, 고무, 선전, 동조 행위에 해당된다고 해석하여 온 것입니다.

북한 우표를 사거나 소지해도 '북한괴뢰집단' 보급활동 동조?

과거 우리 법원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가보안법 어기기 투쟁'의 일환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인공기를 게양하는 행위”를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 등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가 있고 (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도1730 판결), 심지어는 “북한의 우표를 매수, 취득한 행위가 북한괴뢰집단의 우표판매와 보급활동에 동조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예도 있습니다 (대법원 1978. 12. 13. 78도2243 판결).

그렇다면 곧이어 제기되는 의문은, 어느 행위가 찬양, 고무, 선전, 동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만 있으면 언제나 국가보안법에 의하여 처벌될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 1991년에 개정된 현행 국가보안법 제7조는 새로운 주관적 요건 하나를 추가하였는데, 개정된 규정에 의하면 찬양, 고무, 선전, 동조행위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한 경우에 한하여 처벌받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법개정은 헌법재판소가 1990. 6. 25. 결정을 통하여 “국가보안법상의 찬양, 고무 등의 죄(헌법재판소의 구체적 심사대상은 표현물 제작 등에 관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이었습니다)는 그 행위에 의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되는 것으로 축소 해석 하여야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한정합헌 결정을 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국보법, 기본적인 인간의 의사표현까지 규제

그러나,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 역시 추상적이므로 수시기관등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의적 해석 소지가 남아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나아가 이와 같은 국가보안법 규정은 기본적인 인간의 의사표현 행위들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제한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추상적인 “국익” 개념을 가지고 인간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심지어 처벌규정을 두어도 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어 왔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단순히 인공기를 가슴에 부착하는 행위는 그것이 어떠한 북한에 대한 찬양이나 동조 등의 목적(정확히 말하면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할 목적)이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면 현행 국가보안법 하에서도 처벌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인공기를 부착하였다면 수사기관으로부터 이러한 행위가 북한에 동조할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히려 해당 당사자가 그러한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여야 하는 부담을 질 것입니다.

국보법 7조 지나치게 인권 제한... 대표적 '독소 조항'

이와 같은 행위에까지도 국가보안법이 적용되어 기본적인 의사표현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국가보안법 규정은 지나치게 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국가보안법 제7조는 국가보안법 중에서도 가장 독소 조항으로 꼽히고 있어,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규정인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이와 같은 국가보안법 규정을 폐지한다고 해도 우리 국민 의식이 성숙, 개방됨에 따라 이제 누군가가 인공기를 달고 다닌다고 하여 국가의 존립, 안전이 위태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실제적 처벌의 필요성도 없을 것입니다. 북한이 반국가단체이냐는 문제도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만 이 문제는 나중에 따로 답변 드리지요.

(답변: 홍용호 변호사 / 감수: 백승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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