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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의 선생은 꼭두극이라는 말이 인형극이라는 말보다 훨씬 정겹다고 한다. 바로 우리 것이기 때문이다. 98년부터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세계꼭두극축제>를 기획한 안정의 선생은 꼭두극이야말로 사람들을 가장 순수하게 만드는 예술이라고 주장한다. 평생을 인형과 꼭두극에 파묻혀 산 그를 만나본다...<필자 주>


▲ 평생을 놀면서 살았다는 안정의 선생의 모습에서 인형처럼 천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황정현
"여자아이라면 어릴 적 인형놀이를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거야. 생명이 없는 인형은 놀이를 하는 사람을 만남으로써 제한적이나마 생명을 얻게 되지. 그게 인형극의 매력이 아닐까."

40년 동안 인형극만을 고집스럽게 해온 우리나라 꼭두극의 대부이자 산 증인 안정의(64) 선생은 인형극은 생명이 없는 인형에 팔딱거리는 심장을 심어주는 즐거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평생 직업이 아닌 놀이로 인형극을 해왔다는 그는 예순 중반에도 청바지를 즐겨 입고 얼굴에는 늘 소년과 같은 미소를 띄우고 있다.

1962년 서울인형극회에서 인형을 만드는 제작팀으로 처음 인형극과 인연을 맺은 그는 주로 탈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우리나라에서 현대 인형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1960년이었으니 그는 정말 우리나라 현대 인형극의 역사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본 사람이다. (원래 현대 인형극은 한반도에 신문화가 들어오면서부터 종교계와 교육계에서 해오다가 해방과 함께 미국 공보원에서 다시 시작했으나 6.25전쟁으로 중단됐다가 1961년 KBS 개국으로 본격적인 시대를 맞았다.)

65년 드라마센터에서 '박첨지놀이'로 알려진 '꼭두각시놀음'을 초연하면서부터 인형극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는 78년에 서울인형극회의 대표직을 맡았고 유니마(UNIMA, 1929년 체코 프라하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4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세계 인형극인들의 총회이자 축제)에 가입한 79년에는 양주별산대를 인형극으로 연출하고 직접 인형을 제작해 공간사랑 무대에 올렸다.

이후 '흥부놀부'를 실험극장 등에서 정기공연으로 올림으로써 본격적인 무대인형극 시대를 열었다.

그는 외국 동화를 기초로 한 인형극보다는 우리의 전래동화로 만들어낸 인형극을 좋아한다. 바로 우리 것이기 때문이다.

"인형극은 일본인들의 표현이지. 그래서 우리의 전통인형극인 '꼭두각시놀음'에서 따와 '꼭두극'이라고 부르게 됐는데 목덜미를 쥐고 하는 극이라고 해서 덜미라고 부르기도 해."

그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린 98년부터 3회 동안 세계꼭두극축제를 기획했다. 경주엑스포에서만 12개국, 32개 작품의 인형극이 무대에 올렸다.

이외에도 대전엑스포 꼭두극축제와 춘천인형극제, 서울인형극제 등 국내 인형극제와 헝가리 페치인형극제, 일본의 이다, 오우지인형극제, 동아시아·태평양인형극제 등 세계 인형극제에는 거의 다 참가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가 사명감으로, 그러다 인형을 제작한다는 재미에 빠지고…, 당시에는 인형극이 개척분야여서 흥미로웠지. 그래서 하다보니 평생 하게 됐어."

그러다 보니 남들 다 하는 등산도 수영도 당구도 못해본 그는 못한 것에 대한 회한보다는 한 거에 대한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에 삶에 후회가 없다고 한다.

장식 공예가로 유명한 박성삼 선생에게서 나무 깎는 법을 익히고, 불교 미술 조각가 신상균 선생에게서 불상 만드는 일을 배웠으며, 하회 탈춤의 일인자이며 무용가인 윤석원 선생으로부터 하회탈을 깎아 줄 것을 권유받고 인형극 제작에 뛰어들었던 안정의 선생.

남운용 선생에게서 배운 '꼭두각시놀음'으로 전통 인형극의 맥을 지켜가면서도 현대 인형극과의 접목을 성공적으로 해낸 그는 이제 40년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후세들에게 물려주고자 노후의 둥지를 튼 강원도 정선에 오는 4월 30일 인형극 전문인 양성소를 겸한 인형박물관의 문을 연다.

세계의 인형들이 전시될 이곳에서 안정의 선생은 그의 철학대로 '스스로 즐기는' 행복한 장인이자 예술인으로서의 길을 걸을 것이다.

※정선 아라리오 인형의 집 (033) 563-9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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