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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일보> 3월 24일자 기사. '사주' 이사장인 박근혜 대표에 대한 우호적인 '띄우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 부산일보 PDF
한나라당 지지율 상승이 뚜렷한 가운데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으로 재직중인 (재)정수장학회 소유의 <부산일보> 기자들이 자사의 '공정보도'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표와 <부산일보>의 관계는
지분100% 소유재단 이사장..MBC 지분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일부 언론사가 특수관계에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박 대표는 현재 최대 지방일간지인 <부산일보> 지분 100%와 MBC 지분 30%를 소유한 (재)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다.

정수장학회는 19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과 연구를 수행하기 힘든 인재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5.16 장학회라는 명칭으로 시작했다가 1982년 지금의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바꿨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와 < MBC > 외에 서울 능동의 '어린이회관' 등 1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1995년부터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편, <부산일보>는 46년 타블로이드판으로 창간됐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집권한 직후인 62년 박 전 대통령이 세운 5.16 장학회로 운영권이 이관됐다.
유수 중앙일간지를 능가할 정도로 규모나 영향력이 탄탄한 <부산일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62년 설립한 장학재단 정수장학회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부산일보> 기자들은 지난 12일 사내에서 기자총회를 열고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에 대한 편향보도로 부산일보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기자들은 이 자리에서 "수많은 독자와 취재원들도 부산일보의 불공정보도를 비판하고 있어 낯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울 정도"라며 제작간부 및 경영진의 뼈를 깎는 자성을 촉구했다.

또 이후에도 불공정 보도가 계속될 경우 "편집국 기자 모두는 노조와 함께 제작거부를 비롯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엄중한 경고를 했다.

기자들은 특히 박근혜 재단 이사장의 한나라당 대표 취임 이후 두드러진 특정정당 편향보도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역차별 불가와 지역정서를 내세운 박 대표와 한나라당에 대한 '역대우'가 지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게 기자들의 판단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위원장 이재희)와 부산일보 기자협회 지회(회장 강병균)가 <부산일보> 보도성향을 주제로 개최한 이날 총회에는 차장급 이하 기자 100여명이 참석,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내 공론장 형식으로 치러진 이날 총회는 '부산일보 국회'라는 이름 아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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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경영진 알아서 협조, 자괴감 크다"

<부산일보>의 한나라당과 박 대표에 대한 우호적인 편향보도에 대한 우려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은 특히 탄핵정국 때부터 두드러진 친한나라당 성향의 편집 방향이 박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한나라당 편향보도가 심하다는 내부비판은 이미 두 차례의 편집국 대자보 성명을 통해서도 지적됐다.

또 <부산일보>의 논조 변화에는 간부 등 경영진의 이른바 '알아서 긴다'는 분위기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면제작에 직접적인 간섭이나 관여는 하고 있지 않지만 인사권을 가진 재단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여기에 한나라당 지지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지역정서까지 가세됐다는 게 기자들의 시각이다.

기자들은 박근혜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된 직후부터 이같은 우려를 줄곧 표명해왔다.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 지부 공정보도위원회(이하 '공보위')는 3월 24일 '박근혜 이사장 한나라 대표 선출 경계한다'는 제목의 입장을 발표했다. 공보위는 "박 이사장이 지면에서 역차별 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지난 2월 '2억 수수설' 보도처럼 의혹제기인지 해명기사인지 불분명한 이례적인 배려를 하면서 대우받는 것도 용인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또 "소유와 경영·편집이 모두 분리돼 있다고 강조해왔지만 정작 민감한 시기에 편집권 독립 원칙이 훼손되는 일이 없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박 이사장의 당 대표 선출을 계기로 편집권 독립의 의지를 다시 한번 다져야 할 것"이라고 제작간부와 경영진에게 촉구한 바 있다.

'박근혜 효과' 띄우기...일부 칼럼 '노골적인 선거운동' 방불

기자들은 '친한나라당적'인 불공정보도 사례로 ▲민심과 따로 가는 탄핵정국 보도 ▲ '박근혜 효과' 띄우기 ▲2일자 '금요칼럼'의 노골적인 한나라당 편들기 등을 들었다. 이밖에 탄핵안 가결을 이끈 박관용 국회의장의 동아대 교수 초빙 기사에서 총학생회 반발을 뺀 채 실린 점도 거론했고 박 의장을 필자로 섭외하는 것에도 반대했다.

공보위는 3월 16일 보고서에서 "명분이 부족한 탄핵안을 '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가결시킨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기사가 있었지만 발언을 받아쓰는 데 불과했고 되레 야당측 논리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촛불시위 기사의 밸류(가치)가 다른 신문에 비해 줄어들었고 기계적 중립성에 입각해 탄핵찬성 집회까지 비중있는 여론으로 격상시켰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3월 24일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이후 연일 3면 머리기사로 박 대표 등장이 갖는 의의와 영향력을 우호적으로 보도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공보위는 3월 26일과 3월 31일 잇따라 보고서를 내고 "관련 기사들이 박 대표 이미지를 긍정적인 일변도로 몰아가는가 하면 지역주의 부활이 드러나는 등 공정성을 현저히 잃었다"고 적시했다.

▲ <부산일보> 4월 2일자 칼럼. 노골적인 한나라당 편들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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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자 금요칼럼 '거리의 정치평론가'의 경우 특정 정당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표적인 불공정보도 사례로 꼽혔다.

이문섭 수석논설위원은 이 칼럼에서 "박근혜 대표가 고해와 참회의 의식으로 취임 첫날 사찰에서 108배, 성당에서의 고해성사, 교회에서의 참회예배를 갖기까지 한나라당은 참으로 먼 길을 돌아서 왔다"고 서두를 연 뒤 "그만한 '작은' 변화도 그만큼 많은 시간과 먼 길을 필요로 했다"고 한나라당의 변화를 단정했다.

또 "충분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래도 다행스러울 정도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선거판에서의 매일 매일은 위기이면서도 기회이기도 한 법"이라며 "우리나라만큼 '변수'가 돌출할 가능성이 많은 곳도 없다.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이같은 비장한 각오라면 못할 것도 없다. 설사 이번에 그 무엇을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 다음을 기약할 수가 있다... 무엇보다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무더기 재보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희망적인 전망까지 내놓았다.

이 위원은 노골적인 '한나라당 편들기' 논조를 보인 것에 대한 해명 요구에 "한나라당 대표교체라는 시의성 있는 팩트를 갖고 한나라당 자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게 논지였으나 일부 표현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그런 독자의 견해도 존중한다"고 답변했다고 공보위는 4월 3일 보고서에서 전했다.

▲ <부산일보> 3월 25일과 26일. 연속해서 박근혜 대표를 부각시키는 기사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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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시민단체 "'박풍' 조성인가"...열린우리당 관계자들 "항의방문할 생각도 했다"

지역 시민단체도 <부산일보>의 편파보도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부산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부산일보>가 한나라당 대표 당선을 계기로 '사주'인 박근혜 대표에 대한 지나친 편파보도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민언련은 3월 30일 모니터보고서를 통해 "이는 '박근혜 효과" 띄우기의 정도를 넘어 '박근혜 띄우기'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며 "영남 민심을 자극해 호남에 대한 '견제심리'를 부채질하는 지역주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에는 이문섭 논설위원의 2일자 칼럼에 대해 "부산일보 한나라당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냐"고 질타하는 논평을 냈다. 부산민언련은 "신문의 논설위원 칼럼이기보다 한나라당 '선거참모'쯤 되는 사람이 한나라당에 보내는 충정 어린 '충고와 격려'로 여겨져 신문의 공정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04총선부산유권자운동연대는 13일 <부산일보> 기자들의 용단을 적극 환영하는 논평을 통해 공정성 회복투쟁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유권자운동연대는 "박 대표 취임에 즈음하여 부산일보가 보여준 보도내용이 불공정하며 편파적인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며 "이같은 보도경향이 부산지역의 대표적 언론사인 부산일보가 시민들과 멀어질 수 있음을 경계했다"고 강조했다.

<부산일보>의 편향보도에 대한 불만은 열린우리당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의 한 부산지역구 관계자는 "대놓고 편파보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나라당을 은근히 편들고 지지하는 듯한 부산일보의 보도태도가 '박풍'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부산지역에서 부산일보의 영향력은 서울의 '조중동'보다도 훨씬 세다"며 "항의방문이라도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으나 누구도 부산일보에 정면으로 맞설 생각을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편집국장 "재단이나 이사장 입김, 지면 반영 전혀 없다"

그러나 <부산일보> 편집국 간부들은 이같은 안팎의 비판에 대해 '기우'라는 입장이다. 몇몇 간부들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선 기자들의 활발한 의견개진과 비판을 존중한다"면서도 "노사 모두 신문을 잘 만들어보자는 좋은 취지인데 부산일보 지면에 무척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병곤 편집국장은 "재단 이사장이 한나라당 대표가 됨으로써 총선 국면에서 '친한나라당' 보도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재단이나 이사장의 입김이 지면에 반영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박 국장은 "일부 예민한 부분도 있고, 논란이 된 칼럼은 논설위원실 소관이라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부산일보 지면은 재단 이사장과 관계없이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기자들의 공정보도 결의문에 대해 "지면의 '쏠림'을 미리 방지하고 내부비판이 활성화되는 측면으로 이해하지만 일부 격한 표현은 다소 섭섭했다"고 밝혔다.

일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생긴 오해나 제작시스템상 불가피한 문제 등까지 편향성으로 평가된 데도 유감을 나타냈다. 박 국장은 "열린우리당 기사도 많이 나갔고, 특히 민주노동당 관련기사도 많이 늘었다"며 "젊은 기자들이 내부를 감시하자는 취지도 이해하지만 한나라당 기사에 대해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 시민단체 등 외부 비판에는 현실성이 낮은 지적도 있다고 해명했다. 부산 민언련이 제기한 사진편파의 경우 인터뷰 날짜와 제작시스템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박 국장은 소유구조가 편집권 독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는 충분히 있을 수 있으나 그건 (노사) 다 같이 해결할 문제"라며 "어느 신문사보다 노조 등 내부감시기구의 활동이 활발한 부산일보에서는 더욱이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또 편집국장 재직 동안 재단측 입김이 지면에 반영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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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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