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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진달래 산천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진달래꽃. 보기도 좋지만 먹기도 좋았다. 어릴 적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면 친구들 따라 뒷산에 올랐다. 진달래꽃 꽃방망이를 만들기 위해 정신 팔려 있으면 먼저 만든 친구들이 산을 내려가면서 “저기 용천배기 나온다”고 소리치고 그 소리에 놀라 자빠지고 엎어지면서 나 살려라 달음박질치던 기억이 떠오른다.

분홍색 야생진달래는 색깔의 짙고 옅음에 따라 연달래, 진달래, 난달래로 나눠 부르기도 하는데 분홍색과는 전혀 다른 하얀 진달래도 있다. 하얀 진달래는 우리나라 진달래 5~6종 중 하나로 변이종이다.

‘양화소록'이라는 책을 남길 정도로 꽃을 평생 좋아했던 조선 세조 때 재상 강희안 선생은 사람에게 인품이 있듯이 꽃에게도 '화품(花品)'이 있어 일품에서 9품까지 품계를 매겼는데 진달래에는 붉고 흰 두 가지가 있다고 하고 백두견(하얀 진달래. 선녀화라고도 부름)은 운치가 있어 5품, 홍두견(분홍 진달래)은 한 등급 낮은 6품을 매겼다.

우리가 지금은 산에서 구경하지 못하는 하얀 진달래가 70년대 초까지 칠갑산에 군락지를 이루며 자생했다고 전설처럼 전하는데 이 전설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30년의 세월을 바친 사람이 있다.

충남 청양군 청양읍 송방리에 사는 안종관(64)씨가 그 주인공으로 농촌지도사 시절인 30년 전 청양군 대치면 이화리에 살던 친구집에 갔다가 화단에 있던 하얀 진달래를 보고 시작한 것이 사라져버린 칠갑산 하얀 진달래를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멸종위기의 칠갑산 흰진달래를 30년간 연구해온 안종관씨.
ⓒ 김명숙

“지도소(지금은 농업기술센터로 명칭이 바뀜)에 다닐 때인데 친구집에 갔더니 산에서 채취했다는 하얀 진달래가 두 그루 있어 그 중에 한 그루를 얻어왔습니다. 2년인가 3년인가를 키웠는데 환경을 못 맞춰서 죽어버렸어요. 칠갑산에 자생하는 것이라고 해 산을 뒤졌으나 사람들이 다 채취해 간 뒤라 산삼 찾기보다 어려웠습니다. 그때야 지금처럼 자연보호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희귀하니까 사람들이 보는대로 캐 갔겠죠."

산에서 하얀 진달래를 구하지 못한 안종관씨는 그대로 포기할 수가 없어 한 그루 남은 친구집 하얀 진달래 나무를 바탕으로 분주도 해 보고 꺾꽂이도 해 보는 등 궁리를 하다가 그 하얀 진달래가 꽃 피고 진 다음 맺은 씨방에서 씨를 받아다가 종자를 파종하는 방법을 썼다.

묘를 기르는 동안 겨울에는 방안에 모시고 날이 풀리면 밖에다 두고 부인 서영자(64)씨로부터 “진달래가 애들보다 더 소중하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발아가 돼서 온갖 정성을 들여 어린 묘 기르기를 3년. 드디어 4년차 봄이 되니 몇몇 묘목에서 꽃망울을 맺었다.

그러나 기쁜 마음도 잠시 꽃망울은 흰색이 아닌 분홍색이었다. 너무 실망한 나머지 묘상을 화단에 엎어버렸는데 며칠 후 다른 묘목에서 흰색의 꽃망울이 비쳤다.

“키운 모 중에서 절반이 핑크 빛이 나왔습니다. 야생 진달래는 흰색뿐만 아니라 분홍색도 삼목이나 분주가 안되고 오직 종자로만 번식해야 하는데 아무리 자연환경이 좋아도 씨앗에서 발아해 첫 꽃이 필 때까지의 기간인 4~5년 동안 성묘율은 20% 정도 밖에 안됩니다."

수령이 5~10년 된 하얀 진달래 나무에서 가을에 종자를 꼬투리째 따서 이듬해 봄에 야생생육상태의 환경을 만들어 씨를 뿌려야 발아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렇게 해서 4~5년 부지런히 키워야 겨우 꽃 한두 송이를 보게 되는데 그때까지 입고병(돌림병)이 어린 묘에게는 가장 무서운 질병이다.

그렇게 칠갑산 하얀 진달래를 살려보겠다고 바친 세월이 30여 년.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고 오로지 멸종위기의 칠갑산 하얀 진달래를 복원해 보겠다는 그 마음 하나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왔다.

안종관씨는 현재 3천여 평의 야산에 하얀 진달래 500여 그루를 키우고 있다. 키가 2m가 넘는 25년생에서부터 한두 송이 꽃망울을 틔우는 것들까지 소중하기 이를 데 없다. 진달래는 무엇보다도 야생성이 강해 자연조건이 최고로 중요하기 때문에 산에다 키우고 있다.

▲ 흰진달래는 분홍색 진달래와 어우러질때 우아한 자태가 돋보인다.
ⓒ 김명숙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해 가을 따 두었던 씨앗으로 하얀 진달래 묘를 부었다. 종자로 증식시키는 방법에 대해 특허를 신청한 상태라 6월쯤이면 특허를 받을 듯 하다.

“진달래는 우리나라 사람 누구에게나 정서가 맞는 꽃인데 분홍색도 좋지만 핑크빛 사이에 핀 크림색 꽃을 보면 그 희열이라는 것은 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얀 진달래는 그 색이 정결스러운 멋이 있어 해마다 봄이면 남다른 기분을 혼자 느낍니다.”

그동안 멸종위기의 하얀 진달래를 키워온 안씨에게 주위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그를 가장 곤란하게 하는 말이 있다.

“사라진 것을 되찾느라고 얼마나 고생하느냐”가 아닌 “나 하얀 진달래 좀 달라”는 것이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씨를 오매불망 싹을 틔워 몇 년만에 겨우 꽃 한 송이를 보는데 불쑥 하얀 진달래 한 그루 달라고 하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우리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더러 안종관씨를 찾아오는데 취재를 하던 날도 전통문화학교에서 관심을 보여왔다.

안종관씨에게는 꿈이 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자신의 증식기술을 이용해 칠갑산에 하얀 진달래 자생지를 복원하는 것이다. 진달래꽃길 조성 등을 통해 외지 관광객들이 칠갑산을 대표하는 식물로 기억해준다면 이 지역 사람들의 농가소득도 될 수 있다.

정원이나 공원, 등산로 등의 소재뿐만 아니라 분재도 가능하기 때문에 칠갑산 특산품으로 개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일은 개인의 힘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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