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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에게 '인혁당재건위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승우씨.
ⓒ 정선미
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희생된 8명의 추모 29주기를 앞두고 '4·9통일열사 29주기 추모제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의 ‘4·9통일열사 29주기 시민홍보행사’가 지난 3일 대구시 중앙파출소 앞에서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행사는 ‘박동학·김수경·손석용 열사추모사업회’가 공동주관했다. 김다정(손석용열사추모사업회 회원)씨는 "시간이 오래되긴 했지만 당시 대구에서는 큰 사안이었다"면서 "몇몇 어른들은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이날 거리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는 동안 "다 죽었다 아이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또 일부는 "됐다"고 잘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4·9희생자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이란
대법 상고 기각 20시간만에 사형집행...인권침해 비난

74년 ‘인민혁명당(이하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 8명이 유례없이 대법원 상고가 기각된 지 20여시간만에 형이 집행되면서 국내외적으로 대표적 인권침해 사건으로 비난받았던 사건이다.

당시 중정은 “도예종씨 등 23명이 인혁당 재건위를 결성, 북한의 지령을 받아당시 민청학련을 배후 조종하여 정부를 전복하고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하려 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23명 중 8명이 군사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고 나머지15명도 무기징역에서 징역 15년까지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선고를 받은 8명은 대법원 상고가 기각된 지 하루도 채 안돼 75년 4월 9일 형이 집행됐다.

이후 98년 ‘인혁당 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다시 세인의 관심을 끌게 됐으며 의문사진상규명위가 지난해 3월 인혁당 사건과 관련, 감옥에서 사망한 장석구씨 사건을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진실 규명의 길이 열리게 됐다.

현재 '인혁당사건진상규명및명예회복을위한대책위'에서 사형수 8인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여 제2차 심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 연합뉴스/정선미
이날 자신이 대학생이라고 밝힌 20대 남자는 "오늘 '4·9'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며 "주변 사람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거리 선전물을 읽어보던 40대 여자 역시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준비위는 오는 7일 4·9통일열사 명예회복운동의 경과·의의와 그들의 약력 및 재심관련 내용을 담은 '4·9통일열사 홍보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9일 오전 11시 '4·9통일열사 29주기 추모제'가 칠곡 '현대공원묘지'에서 열린다. 오전 9시 30분에 대구시청 앞으로 가면 단체로 이동할 수 있다.

관련 사항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4·9통일열사29주기추모제준비위’(전화 053-424-0411)로 하면 된다.

다음은 김수경열사추모사업회 이승우 회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2002년에 재심을 청구했다고 들었다. 현재 경과에 대해 말해달라.
"2002년 9월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고문으로 허위 자백한 것이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을 맞아 '인혁당사건진상규명및명예회복을위한대책위'에서는 사형수 8인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2003년 11월 재심을 실시할지 여부에 대해 1차 심리가 벌어졌다. 1차 심리의 쟁점이 된 사안은 ▲재판관할 문제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조사에 대한 신빙성 문제였다.

검찰 측은 '당시 비상군사법정의 관할을 승계할 법정 단위가 없다'고 했으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에 관해서는 '국가기관이긴 하지만 그 조사에 법적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4·9통일열사'들이 역사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이 있는가.
"2001년에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 심의위에 진정을 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제도적인 틀 안에서 결과가 나온 것은 없다."

-'준비위'의 향후 계획은?
"지금 진행중인 추모행사들이 끝나고 나면 4·9통일열사 8명의, 학생운동 시절부터 1974년까지의 삶의 자취들을 같이 활동한 동료들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할 예정이다.

그리고 2차 심리가 결과가 나오는 것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이번 준비위에 함께 했던 시민사회단체들과 긴밀히 연대할 준비를 할 예정이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무관심’ 안타까워”
경북대 총학생회 '4ㆍ9열사 추모행사' 동참 안해

그동안 매년 4월 9일을 전후하여 경북대학교 학내에서는 4·9통일열사 추모행사가 치러졌다. 이는 당시 희생자의 대부분이 대구·경북 지역 출신이었으며 몇몇은 경북대학교 동문 선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경북대 학내에서 이뤄질 ‘4·9열사 추모제’는 경북대 총학생회가 아닌 민주노동당 대구시·경북대 대학생위원회에서 주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른바 '비권'(비운동권) 총학생회가 올해 경북대학교에서 당선됐기 때문이다.

경북대 총학생회장 김원경씨는 “올해는 총학생회 차원의 추모 행사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 분들이 얼마나 민주화에 기여했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경북대 총학생회측은 "4월 9일이 제17대 총선의 부재자 투표일과 일정이 겹치고 자칫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총학에서는 행사 계획이 없다"고 이유를 말했다.

다음은 민주노동당 대구시 대학생위원회 이규철 위원장씨와의 문답

- 이번에 추모제는 어떻게 치러지게 되는가.
"4월 8일 오전 10시 경북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역대 대구경북지역 총학생회장단 415명이 민주노동당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그 행사에 이어서 ‘4·9통일열사정신계승결의대회’를 가질 것이다. 이날 대회에서는 분화헌향 후 열사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는 4·9정신을 계승하는 방법은 매년 사회에 닥친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으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수구부패정치청산·진보정당 원내진출 등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 총학생회 측에서 4·9 추모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올해 경북대는 소위 ‘비권’ 총학생회다. 비권 총학생회가 기존 운동권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 정치적이고 역사적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총학생회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무엇인지도 모를뿐더러 관심도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동안 민중을 위해 투쟁할 수 있고 희생할 수 있는 총학생회의 정신이 40년동안 이어져 내려왔으나 지금의 총학생회는 너무나도 쉽게 그것을 포기하고 만 것이라고 본다." / 정선미


▲ 이날 행사장에 설치된 게시물을 읽고 있는 시민들.
ⓒ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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