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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이한기 구영식 손병관 최경준 김영균 이성규 김태형 기자
- 사진: 이종호 남소연 기자
- 동영상: 김도균 김윤상 기자


[35신 : 기사대체 12일 오전 10시35분]

노무현 대통령 전격 대국민 사과... 야당 "받아들일 수 없다... 시위 떠난 화살"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탄핵정국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은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12일 오전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참석을 위해 경남 진해로 출발하기에 앞서 김우식 비서실장을 공관으로 불러 "먼저 잘잘못을 떠나 국민 여러분께 오늘과 같은 대결국면의 탄핵정국에 이르게 된 것을 참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국가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고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투신자살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을 불안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어제 일어난 전 대우건설 남사장의 투신사건에 대해서 가슴아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어제 일어난 노사모 회원의 분신 등은 재발해선 안된다. 자제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고 선거관계법을 준수할 것이라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 선거에서의 중립의지는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수석이 발표한 대통령 발언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잘잘못을 떠나 국민 여러분께 오늘과 같은 대결국면의 탄핵정국에 이르게 된 것을 참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국가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 여러분을 불안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어제 일어난 전대우건설 남사장의 투신사건에 대해서 가슴아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또한 어제 일어난 노사모 회원의 분신 등은 재발해선 안된다. 자제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어제 이어 다시 한번 확인컨대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고 선거관계법을 준수할 것이라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밝힌다. 선거에서의 중립의지는 확고하다. 국회에도 당부한다. 어젯밤 대통령 자신도 밤잠을 설쳤다.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대화로 풀어나갈 것을 원한다. 극한으로 치닫지 않도록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서로 협조해 주기 바란다. 어떤 경우라도 국정혼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 수석은 "발표 내용이 어제와 다른 것 같은데 여론을 보고 방향을 선회한 것이냐?"는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뭐가 달라졌나. 국민에게는 분명히 말했었다.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말은 기왕에도 했고 어제도 했다. 또 선거중립 의지는 누누이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오늘(12일) 오전 청와대에 남상국 투신과 노사모 회원 분신 등의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수석은 "인과관계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수석은 "내가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듣지 않았기 때문에 발언에 대한 해석은 삼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정국에 대한 대국민사과문를 전격 발표하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10시 국회 본회의 개회도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론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의 사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악화된 국민여론을 잠재우고 탄핵안 표결을 앞둔 야당의 힘빼기를 노리는 정략적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은 부대변인은 오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잘잘못을 떠나'라고 전제하는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과가 아니다"며 "경박한 언행으로 한 전문경영인을 죽음으로 몰고간 것에 대해 비서실장을 내세워 사과할 것이 아니라 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한 당직자도 "최병렬 대표는 이병완 수석의 발표를 보고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이규택·하순봉 의원이 오면 국회 본의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의원은 본회장에 들어가면서 "대리인을 시켜서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한마디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것은 국회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으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든지 재신임을 총선과 연계시킨다고 말한 건 잘못됐다는 등의 얘기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장전형 수석부대변인도 "어제 기자회견에서 전국민을 상대로 변명과 도발적인 언행을 해놓고 여론에 밀리자 급히 발을 빼는 것 같은데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고 논평했다.

한편 오전 10시께 국회의장실을 방문한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는 노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관련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장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원래 10시 국회 본회의를 시작해 12시 이전에 탄핵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한 핵심당직자는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본회의가 열리고 박관용 국회의장이 어제 공언한 대로 경호권을 발동할 경우 16대 국회는 또한번 본회의장에서 '아수라장'의 풍경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 12일 오전 6시35분께 김남식(43)씨가 '무쏘' 승용차를 타고 국회 본청 앞 계단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4신 : 12일 오전 8시30분]

한나라당 '집결용' 의원총회 소집... 의장석 역(逆)점거 시도 가능성


한나라당은 12일 오전 8시 의원총회를 열고, 어제(11일) 무산된 탄핵 표결 방안에 대해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속속 의원총회장으로 모이고 있다.

최병렬 대표는 "(탄핵 표결을 준비하고자) 의원들 모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집결용' 의총임을 밝혔다. 의총이 끝난 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다시금 의장석 역(逆)점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열린우리당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박헌기 의원 등 외유에 나섰던 일부 의원들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탄핵 가결선이 확보됐느냐'는 물음에 "그렇게 봐도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민주당, 의총 없이 곧바로 본회의... 조 대표 탄핵안 제안설명 예정

한나라당이 오전 8시30분부터 긴급의총을 열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새벽 3시50분부터 점거한 단상을 지키기 위해 오전 의총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전 10시 본회의에 곧바로 참석, 탄핵안 표결을 위한 실력 행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순형 대표는 이날 본회의가 열리면 탄핵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직접 하기로 했다. 김재두 부대변인은 "오늘은 본회의에서 조 대표가 직접 제안설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와 강운태 총장은 오전 9시5분께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오전 9시 10분 현재 민주당 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으로 들어옴에 따라 본회의장은 점점 갈등 분위기가 높아져 가고 있다.


[33신 대체 : 12일 새벽 5시30분]

한나라-민주당 의원들 새벽 3시50분 기습
"와∼"... "어? 왔다!"... "야∼이 XX야!"... "이러면 다 죽는다"



▲ 의장석을 놓고 여야의원들이 한데 뒤엉켜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김성조,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에 앉아 있던 정세균 우리당 의원을 끌어내려 하자, 우리당 의원들이 달려들어 이를 제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의장석 방어에 성공한 우리당 의원들이 새벽 댓바람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의원들 뛰어들어오며)"와∼"
(우리당 의원들 사이 고성) "어?... 왔다!"
(우리당 고성) "뭐야? 뭐야?"
"쿵쿵쿵쿵쿵... 우당탕..."
(한나라당 고성) "야∼이 XX야!"
(우리당 울부짖음) "이건 안된다... 이러면 다 죽는다... 이건 안된다..."


새벽 3시50분,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전격 기습했다. 한나라-민주당 의원 20여 명은 12일 새벽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기자들이 모두 잠든 틈을 타 전격적으로 본회의장으로 밀어닥쳤다.

마치 전쟁터에서 적진에 쳐들어가듯 "와∼"하는 함성과 함께 일제히 난입한 이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채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기도 전에 본회의장 복도 두 갈래서 마치 100미터 달리기하듯 전속력으로 뛰어와 단상 점거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과 욕설, 격렬한 몸싸움이 오갔다.

한나라-민주당 의원들의 기습은 야당의원들의 함성소리와 "어?... 왔다!"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시작됐다. "왔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국회의장 단상 위아래에서 잠을 자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지만, 한나라-민주당 의원들이 워낙 빠른 속도로 뛰어와 이를 막지 못했다.

단상을 점거한 한나라-민주당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서로 뒤엉켜 "야∼이 XX야!", "이러면 다 죽는다"는 등의 고성과 욕설을 내뱉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민주당 의원들은 김부겸, 정세균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허리를 붙잡고 끌어내리려 했으며,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끌어안고 버텼다.

김부겸 의원은 한나라-민주당 의원들이 끌어내리려 하자 "이건 안된다"며 울부짖었고, 김희선 의원은 "이러지 말라,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비명을 질렀다.

여야 간의 몸싸움은 야당 의원들의 기습만큼 짧게 끝났다. 약 3분 여 간 몸싸움을 벌이던 여야 의원 30여 명은 아침 7시30분 현재까지 좁은 단상 위에 서로 뒤섞여 선 채로 뒤엉켜 있다.

▲ 정동영 당의장이 의장석을 넘어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격렬한 몸싸움 끝 야당 기습작전 '절반의 성공'
우리당 '386 사수대'가 의장석 사수에 수훈


"당신 뭐야!" "야∼이 XX야" "어! 어! 이러면 다 죽는다, 다 죽는다... 누굴 죽이려 이러느냐..."

기습이 시작되자, 윤한도 한나라당 의원은 의장석 왼편으로 돌진하면서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과 한차례 몸싸움을 벌인 뒤 다시 이종걸 열린우리당 의원과 맞붙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서로 상대방의 허리춤을 붙잡고 씨름을 하듯 격렬한 난투극을 벌였고, 이로 인해 의장석 단상 옆에 서 있던 태극기 봉이 흔들렸다. 이들은 마치 레슬링을 하듯 서로의 목을 팔뚝으로 감싸고 앞뒤로 뒹굴었다.

의장석 오른편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민주당 의원들이 치고 들어왔다. 열린우리당이 밀리는 기세가 보이자 단상 왼편에 있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의장석 책상을 밟고 오른편으로 건너가 지원에 나섰다. 정 의장은 또 기습 본회의 개회를 대비해 단상 위의 의사봉을 치우는 민첩함도 보였다.

의장석을 둘러싼 쟁탈전도 치열했다.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헤치고 비어 있던 의장석을 차지하고 앉았나 싶더니, 어느새 나타난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원이 김 의원의 뒷덜미를 잡아채서 끌어내리고 의장석을 재탈환했다.

의장석을 뺏길 위기에 처하자 김부겸 의원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이건 안된다... 이건 안된다... 이러면 다 죽는다"고 처절하게 외쳤다. 김희선 의원도 울먹이며 "그러지 마세요, 그러지 마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약 3분 여 간 계속된 의원들의 쟁탈전 끝에 열린우리당은 가까스로 의장석 중앙을 사수할 수 있었다. 완력으로 몰아붙이려던 야당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강경하게 나오자 의장석의 절반 정도만 차지한 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야당 의원들은 물러나기 직전까지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향해 "비켜, 비켜" "야∼이 XX야" 등 욕설을 퍼부었다. 여야가 몸싸움을 멈춘 의장석 주변에는 방금 전까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덮고 자던 이부자리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긴박했던 상황을 그대로 드러냈다.

'새벽 기습'을 막아내는데는 임종석·송영길·김영춘·김부겸 의원 등 '386 사수대'가 최고의 수훈을 세웠다. 유시민 의원은 단상 좌측 통로 제일 앞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허리가 꺽이면서도 물러서지 않았고, 김부겸 의원은 의장석을 점거한 김성조 의원을 끌어내렸다. 송영길 의원과 김영춘 의원도 의장석 좌우에서 최후 저지선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싸움이 끝난 뒤 유 의원은 계단에 부딪힌 듯 다리를 절뚝거리기도 했다.

한 차례 아수라장이 끝난 뒤 의장석의 50%는 이미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차지한 상태였다. 본회의장에 남아있던 20여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50여명의 야당 의원들을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야당의 기습작전은 절반의 승리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의장석 단상에는 한나라당의 김무성·윤한도·김성조·이주영·김병호·박창달·김영국 의원 등과 민주당의 조재환·최명헌·김경재·김옥두·배기운·전갑길·한충수 의원 등이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뒤섞여 있다. 또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와 유용태 민주당 총무 등 야당 의원 30여명이 의원석에 앉아 단상의 의원들을 지원하고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야당 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에 들어오고 있다.

야당은 일단 박관용 의장의 퇴청을 저지해 놓은 상황에서 의장석까지 점거해 12일 오전 10시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안 표결 처리를 시도할 계획이었다. 따라서 본회의가 소집된다 해도 이와 같은 몸싸움은 2∼3차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야당 의원들의 기습작전이 벌어질 당시 국회에 남아있던 기자들은 30여명이었으나 대부분 잠이 든 상황이었다. 한나라당의 기습이 벌어지던 시간 본회의장에서 이를 지켜본 기자는 <오마이뉴스> 기자 3명을 포함해 5∼6명에 불과했다.

'새벽 기습작전' 한나라-민주당 지도부 야전사령관 역할
홍사덕·유용태 '기습' 진두지휘... 사전 준비한 듯

▲ 유용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진두지휘를 하는 가운데 조재환 의원이 책상을 넘어 의장석으로 가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12일 새벽 3시50분 야당의 '본회의장 기습작전'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의 치밀한 각본과 승인, 공조와 지휘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장을 기습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양당 지도부의 지휘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기습작전 초반,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정면을 통해 들이닥쳤고 뒤이어 민주당 의원들이 오른편 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사실상 야당 지도부에 의한 '성동격서' 작전이었다.

홍사덕 총무와 유용태 총무는 기습 현장에 직접 나와 단상 점거를 지휘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한나라당에서는 최병렬 대표가 곧 나타나 자리를 함께 했고 민주당에서는 박상천 고문과 정균환 전 총무, 이만섭 고문, 강운태 총장, 장성원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총동원 됐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몸이 불편해 몸싸움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김홍일 의원까지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드러내 한-민 지도부가 사전 약속을 통해 소속 의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음을 증명해줬다.

기습작전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로 사실상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속속 본회의장으로 모여들어 새벽 6시10분 현재 50여명의 야당 의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 김영균 기자

▲ 11일 밤 국회의장석 점거농성을 벌이던 의원들이 하나둘 잠을 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32신 : 12일 새벽 2시20분]

여야 의원들 수면 중... 새벽 기습처리 없을 듯


▲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1일 밤 국회의장석 뒷편 비상출입문을 끈으로 묶어 입구를 봉쇄한채 의장석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12일 새벽 2시10분 현재 국회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 10여명은 여전히 본회의장 단상을 지키며 잠이 들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국회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의원들이 이처럼 국회를 떠나지 못하고 있지만, 야당 의원들이 새벽 기습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무엇보다 박관용 의장이 기습처리를 거부하고 있고, 국회 내에 남아있는 의원들도 본회의를 열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새벽 12시40분께 잠시 본회의장 밖으로 나온 김부겸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는 '한나라당에서 밤사이에 처리할 것 같지 않다'는 기자의 질문에 "모르는 일"이라며 "(야당이) 탄핵안을 처리하면 얻는 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밤사이에) 처리할 수도 있다"고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반면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야 심야처리를 하고 싶다"면서도 "국회의장이 안 한다고 해서 어렵지 않겠느냐, 철야농성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관용 의장이 여전히 2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에 둘러싸인 채 의장실에 남아있어 향후 상황 전개를 예단 하기는 이르다. 이 때문에 현재 국회에는 각 언론사별로 기자들이 남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중이다.

새벽이 되면서 열린우리당이 점거하고 있는 본회의장으로는 이불을 잔뜩 실은 수레가 추가로 들어갔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있는 국회 예결위장에는 10여명의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초 밤샘 농성을 하기로 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상당수가 국회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31신 : 12일 새벽 0시40분]

이불·빵·컵라면 철야준비 완료... 다시 의장실로 향한 한나라당


결국 여야 3당은 국회에서 12일을 맞았다. 자정이 넘은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모두 국회 본청을 떠나지 않고 있다. 아니, 떠나기는 커녕 각종 먹을거리와 옷가지 등 밤샘농성 준비를 더욱 단단히 하고 있다.

11일 밤 10시55분, 이불을 잔뜩 실은 손수레가 한나라당 의원총회장으로 들어갔다. 10여분 뒤 이번에는 음료수와 빵이 실린 작은 손수레가 의총장 안으로 사라졌다. 한 여직원은 컵라면 10여개에 물을 담아들고 의총장으로 향했다. 일부 의원은 양복을 벗어던지고 두툼한 점퍼차림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국회 철야 대기는 이렇게 준비됐다. 특히 맹형규·권영세 의원 등 10여명의 젊은 의원들은 다시 국회의장실로 몰려가 박 의장의 본회의 진행 설득에 나섰다.

박 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저지로 아직까지 퇴청을 하지 못한 채 의장실에 '감금'되어 있는 상황. 한나라당은 김무성 의원 등을 필두로 '의장석 탈환조'까지 구성한 상태다.

밤 11시25분경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습에 대비하고 있던 열린우리당의 김부겸 원내부대표가 와이셔츠 차림으로 팔을 걷어부치고 한나라당 의총장으로 향했다. 김 부대표는 기자들을 향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집에도 안가시나?"라고 웃어보였다.

그러나 김 부대표는 5분도 되지 않아 한나라당 의총장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에게 등을 떠밀려 나온 것. 김무성 의원은 김 부대표를 향해 웃으면서 "나가, 오지마"라며 "바람나서 집 나간 사람이 말이야"라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이 밤 사이에 (표결을) 강행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팔 걷어붙이고 '친정' 한나라당 의총장 향한 김부겸 의원

박관용 국회의장실에서 나온 정의화 한나라당 수석부총무도 "(한나라당이) 밤에 뭐를(탄핵안 처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한나라당은 정정당당하게 (탄핵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남아일언중천금'인데 국회 스피커가 한 번 한 말을 바꾸시겠느냐"고 답해, 박 의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요구를 끝내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정 즈음 본회의장 주변에서 김부겸 부대표를 만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웃으며 "이제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들어내도 할 말이 없겠네"라고 '선전포고'를 했고, 김 부대표는 "야, 이거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겠는데"라고 받아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9시30분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 처리를 놓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홍사덕 총무는 모두발언을 통해 "헌정 50년 사상 한번도 없었던 큰 일을 앞두고 이런 희생을 치르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자"며 "낮에 보여준 것처럼 하나된 모습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의총에는 8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12일 오전 9시30분 의원총회를 열고 열린우리당의 실력 저지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의 최대 관건은 12일 오전 10시에 예정된 본회의에서 박관용 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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