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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5일 오후 4시17분]

▲ 5일 오전 박상헌 부산시장 정책특보가 고 안상영 시장의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지난 4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안상영 부산시장의 유서가 공개됐다. 유가족은 4일 저녁 6시30분 검찰측으로부터 전해받은 유서와 일기장 일부를 5일 오전 11시30분 공개했다.

총 9페이지 분량의 유서는 부인 김채정씨와 아들 정훈씨, 딸 혜원씨와 사위 등 가족과 부산시민, 부산시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돼 있다. 안 시장의 유서가 공개됨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안 시장의 자살 배경과 심경 등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시장이 자살을 결심한 시기는 최초 유서가 작성된 지난해 12월 17일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안 시장측의 보석신청에 대해 법원이 답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광태 동성여객 대표가 체포된 날이기도 하다.

이날 부인 김채정씨 앞으로 작성된 유서에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몇 자 정리해 두고저 한다"고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전날인 16일만 하더라도 일기를 통해 "그래도 살아야 한다, Don't Stop"이라며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안 시장은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보석신청에 대한 법원의 답변이 없고, 게다가 3억원을 자신에게 건낸 이광태 대표마저 검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여론이 악화된 데 따른 부담감 때문에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안씨는 이즈음 건강이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16일자 일기에서는 "약 없이 잘 수 없다. 어저께는 한 알 먹어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큰일이다. 뇌에 이상 비대 정밀진단 필요. 머리 아프고 가슴 울렁거림. 답답함…" 이라고 적혀있다.

안 시장은 특히 부인 김채정씨에게 지난해 12월 17일, 31일, 올해 1월 2일, 16일 등 총 4번에 걸쳐 유서를 남기는 등 깊은 부부애를 나타났다.

또 부인에게 남긴 유서에는 "번민의 시간이 길다는 것은 우리 둘 다 파멸"이라며 "하나가 먼저 해결하는 것이 반쪽이라도 건지게 되며 결국 전체를 건지게 되는 것"이라고 적혀있다. 유서는 또 "나의 부분이 먼저 해결 되어야 더한 불명예로부터 살 수 있다"며 "우리 다시 만납시다, 그리고 못다한 것을 다 합시다"라고 끝맺었다.

유서를 공개한 박상헌 시장 정책특보는 "가족들이 유언장 공개를 원하지 않았으나 언론들이 원한다고 설득해서 공개하게 됐다"며 "유서 일부는 유산과 사적인 기부 문제로 인해 삭제했다"고 밝혔다.

한편 5일 일부 언론에서 안 시장의 유서에 대해 "흘려쓰고, 수 차례 지웠다 다시 쓰는 등 심적인 갈등이 상당했다"고 보도한 것은 오보로 보인다. 실제 편지 형식의 유서는 흘려쓰거나 지웠다 다시 쓴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언론의 보도는 한나라당 진상조사팀이 조사 당시 베껴 쓴 종이의 사본을 취재진에게 배포하면서 마치 안 시장이 직접 쓴 글을 복사한 것으로 오해를 낳았기 때문이다.

또 안 시장의 유서가 뒤늦게 공개된 배경을 두고도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구치소측은 안 시장 사망 직후부터 검찰 진상조사팀이 구치소 병동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작 할 때까지 줄곧 "유서뿐 아니라 관련 메모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4일 낮 12시 부산지검 검사가 자살 현장을 다시 수색한 끝에 이불 밑에 있는 편지지와 노트 4권 등에 유서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한 것.

이와 관련 구치소측이 굳이 "유서나 메모가 없었다"고 강조했던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유서나 일기에서 구치소측의 가혹행위 등에 대한 언급은 발견할 수 없었다.

다음은 안상영 시장이 남긴 유서 전문이다.

정훈 아들아

너가 훌륭히 성장하여 자리 잡는 것을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미안하다. 아버지처럼 당당하게 살아라. 자기 관리 열심히 하면서 살아라. 너가 집에서 기둥이다. 어머님 잘 모셔라. 혜원 누나 가족과 잘 지내라. 할머니 마지막 길 잘 보살펴라.

남자는 이루는 것이다. 인생 길게 40년 아니 80년의 긴 여행이다. 서둘지도 말고 중간에 나태하지도 마라.

사랑하는 아들아. 너가 두고두고 안씨로서 아버지 아들로써 세상 사람들의 입에 훌륭한 사람으로 불리기를 빈다. 지위가 높은 것만이 아니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자연히 따라 오는 것이다. 내것이란 것만 열심히 챙겨라. 사랑하는 아들아 사랑한다. 어머님 잘 모셔라.

2003. 12. 17 아버지


혜원아, 그리고 김정 희원 아범.

어머니 잘 모시고 정훈이 잘 돌보아주라. 아버지는 당당하게 살았는데, 많은 일도 했는데, 이세상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하고 아들 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아버지다. 김정이는 사위라 생각치 않고 큰 자식이라 생각했었고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사랑한다. 김정, 혜원아, 희원아, 주형, 수정이 그리고 김정은 자기 역할을 잘 할 것이다. 어머니 잘 모시고 동생 잘 지도하고 할머니에 관심가지고 고모들 그리고 그 자식들도 가끔 생각해라. 사랑한다.

사랑하는 혜원 2003. 12. 17 아버지가


혜원 엄마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몇자 정리해 두고자 합니다.

1. 당신이 가장으로서 집안을 잘 이끌어 주시오.
2. 어머님 마지막까지 잘 보살펴 주시오.
3. 당신과 혜원, 정훈이가 우리 집안에 전부요.
4. 여형제들과도 잘 지내시요.
5. (가려짐)
6. 세상에 한번 왔다가 흔적, 보람 남기고자 했는데 안타깝소. 왔다간다고 생각하오.
7. (가려짐)

* 어머님 마지막 당신 책임이요.

2003. 12. 17. 당신의 사람 상영


당신께

사랑하는 당신 진정 미안합니다. 최근 나보다 더한 번민속에서 날로 수척해가는 당신을 대할때마다 마음 아프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나보다 강한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믿습니다. 우리 만나서 많은 것을 해냈습니다. 많은 역경도 겪었으나 잘 해쳐 나갔습니다. 인생에 많은 ?도 경험했습니다.

가정을 잘 부탁합니다. 애들과 어머님 잘 부탁합니다. 이제부터는 당신 혼자입니다. 추스리는 데는 좀 시간이 갈 것입니다. 혼자 꿋꿋하게 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번민의 시간이 길다는 것은 우리둘다 파멸입니다. 하나가 먼저 해결하는 것이 반쪽이라도 건지게 되며 결국 전체를 건지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부분이 먼저 해결 되어야 더 한 불명예로부터 살 수 있습니다. 우리 다시 만납시다. 그리고 못다한 것을 다 합시다.

(지워짐)

당신 사랑합니다.

당신의 사람 2003. 12. 31 상영


사랑하는 당신께

실감나지 않는 현실입니다. 당신을 보면 내가 얼마나 미운지 모르겠소. 앞만 보고 살아온 인생의 결과입니다. 우리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늘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신 것이라 생각합시다. 남에게 크게 원성 산 일도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미안하오. 더 좋은 가장, 더 훌륭한 시정을 펼친 시장이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었소.

미안하오. 우리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습니다. 보람있는 인생을 위하여 최선을 다했었습니다. 지나보니 잘 한 것도 많지만 잘못한 것도 많습ㅌ니다. 많은 짐을 당신께 남기고 가는 사람 미워하시오. 당신은 잘 할 것으로 믿습니다.

한번 왔다 가는 인생이랍니다. 저가 할 일은 다 했습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일들이 남았습니다. 열심히 강하게 자식들과 함께 사시오. 다시 보람을 만드싶시오. 사랑합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2004. 1. 2 당신의 사람 상영


여보 당신

미안하오. 평생을 당신과 함께 회로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어려울 것 같아 안타깝고 또 미안하오. 열심히 살았습니다. 홍제동, 대현동, 사직동, 인현상가 대림APT, 동부이촌동, 현대.

그러나 잘못 살았다는 것이 많았습니다. 잘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자꾸 나를 짓누릅니다. 이렇게 가면 언제쯤 스스로 판단이 흐려질른지 모르겠오. 약해지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꾸 약해집니다.

앞으로는 이 세상에 "당신과 나" 단 두 사람뿐인 것입니다. 내가 내 구실과 역할을 못한 것이 또 미안하고 후회되오. 인생을 더욱도 진지하게 살았어야 하는데 너무 쉽게 가볍게 이기적으로 산 죄값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오. 미안하오.

2003. 1. 16 당신의 사람 상영


부산 시민께

부산의 발전을 위해 하나의 사심없이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러나 중도 하차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도와주시고 믿어주시고 밀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2003. 12. 31 안상영


부산시 직원 여러분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당당하게 시정을 펼 수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산이 세계도시 부산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터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괘도에 정착시키지 못하고 중간에 하차하게 된 것을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 그간 감사했습니다. 부산 발전과 함께 여러분과 여러분 장래에 행운과 영광 있길 빕니다.

2003. 12. 31 안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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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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