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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포럼>은 2004년 신년을 맞아 한국사회 현안의 최전선에 서있는 TV토론 사회자들을 만나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 한국사회에 대한 진단, 2004년 한국사회 전망 등에 대해 직접 들어본다. 두번째 주자로 김주환 연세대 신방과 교수(KBS 100인 토론)를 만났다. 그 뒤로 정관용(KBS 심야토론)씨 인터뷰가 이어진다.... 편집자 주

▲ 김주환 교수는 "토론과 TV토론 프로그램은 엄격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 장윤선

"대화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엥? 'TV토론 사회자 눈에 비친 한국사회' 2번 타자 김주환 KBS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자(연세대 신방과 교수)는 역으로 기자에게 질문했다. 지난 7일 오후 3시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109호에서 만난 김 교수는 한참동안 기자를 상대로 <오마이뉴스>를 취재했다.

최근 대학원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논문주제가 <오마이뉴스>와 '디지털미디어의 미래'라는 것. 어느 한 신문사의 임원대상 강의에서도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이 "종이신문은 망하나요?"라는 것이었단다.

그래서일까? 그는 계속 <오마이뉴스>에 대한 궁금증을 토해냈다. 그러나 기자도 본분을 잊어선 안 된다. "아, 형님! 이제 인터뷰 좀 합시다!" 하려던 찰나, 그의 질문은 화살같이 기자의 뇌리에 꽂혔다.

기자가 채 답을 구하기 전에, 김 교수가 먼저 말문을 연다. 준비된 인터뷰의 시작일까?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100인토론> 사회자 김주환은 누구?

▲ 김 교수는 "간혹 <100인 토론>이 <100인 연설>이 될 때가 있다"며 "그때가 가장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오마이뉴스 장윤선

김주환 KBS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자는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는 지난 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당선돼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기도 하며, 91년부터 1년간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볼로냐 대학에서 수학하기도 했다. 한국영상문화학회 학술이사도 맡고 있는 그는 기자가 "페미니스트냐?"고 묻자 "여자 좋아하면 페미니스트인가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TV토론 사회자를 맡기 전 간혹 칼럼을 통해 사회문화현상에 대해 좀더 '자유로운 시각'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제가 학교에서 '사랑, 대화,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해요. 개인간, 또는 개인과 사회 사이에 필요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죠. <100인 토론>은 대화의 중요성 맥락에서 평소 관심 있던 주제, '정치적 대화성'과 '방송'도 알 겸 시작한 거예요."

그러나 김 교수는 <100인 토론>을 시작한 뒤 정확히 한 달만에 그만두겠다고 제작진에 통보했다. "해서는 안될 일을 했구나, 내 일생 최대의 실수다 등등" 자학의 극치에 이를 무렵 그가 한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토론과 TV토론은 완전히 다른 거예요. 처음엔 토론사회자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전 TV토론 MC였어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고, 10년∼20년 뒤에 대단히 후회할 짓을 지금 하고 있구나 생각했죠. 교수들의 직업병이 있어요. 내가 열심히 한 일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받은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TV토론 사회자는 그렇지 않아요. 열심히 하고도 욕먹는 게 바로 이거더라고요."

김 교수는 솔직하고 담대하게 본인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특히 '교수들의 직업병'을 털어놓는 순간, 최소한 이 사람 거짓말을 하거나 없는 내공을 있는양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솔직대담 토크'는 계속 이어졌다.

"공정? 공평? 세상에 그런 게 있을까요? 전 동의하지 않아요. 실제로 토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계적 중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시청자 반응이에요. 똑같은 프로에 대해 여당은 야당 편을 들었다고 공격하고, 야당은 여당 편을 들었다고 공격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런 겁니다. 편향적인 사람에게는 내가 편향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김 교수는 '토론'과 '토론프로'의 차이점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하버마스의 이론을 빌리면, 순수한 의미의 토론은 순수한 공론의 장에서 시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미리 아젠다를 세워놓고 찬반양론을 벌이는 것은 회의나 논의 정도로 설명될 수 있어요. 그 사이에 자유롭게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고, 누가 1시간씩 얘기한다고 해서 제지하지 않는 아주 물렁물렁한 규칙을 가진 게 토론이라고 할 수 있죠.

진정한 토론의 규칙은 모든 이슈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을 미리 갖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밑도 끝도 없이 가지만 서로 가진 생각을 꺼내놓고 얘기하는 순간 양질의 의견을 갖게 되는, 이른바 '술자리 토론'이 훨씬 진정한 의미의 토론에 가까워요.

반면 토론프로는 주제가 한정적이죠, 패널 섭외해야죠, 반드시 그 토론을 기획하는 기획자가 있죠. 또 재미있는 토론프로가 되려면 찬성과 반대 입장이 뚜렷해야 합니다. 진짜 토론은,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난 자유로운 시민들이 모여 얘기하면서 공론을 형성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토론프로는 토론이라고 할 수 없어요.

TV토론 사회자에겐 TV탤런트 같은 '연기'의 측면도 상당히 많이 요구돼요. 보여주는 것이고, 참는 것이고, 진짜 얘기를 다 하는 건? 결코 아니죠. 솔직히 전 TV토론을 'acting for camera'라고 생각해요. TV토론은 무대고 전 그 무대 위에 선 연기자다! 내가 만일 연극반 출신이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도 하지요.

TV토론 사회자를 하다보면 사소한 것에 바보 되는 일이 있어요. 카메라에 비춰진 절, 제가 봐도 '어리버리'한데, 시청자들의 눈엔 오죽하겠습니까?"

100인 토론? 100인 연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단다. TV토론 전후 배치되는 방송프로가 대부분 드라마나 뉴스, 혹은 다큐멘터리 등 '보는 것'에 익숙해 있던 시청자들은 그 연장선에서 TV토론을 보기 때문에 결국 '또 하나의 TV프로그램'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TV연기자들처럼 잘 못하면 바로 시청자들의 공격대상이 된다는 것. 그가 생각하는 TV토론 사회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토론이 멋있게 잘 될 때는 가만있는 게 좋구요, 개판 칠 때는 개입해서 잘 되도록 하는 거죠. 여기에 기계적 중립이나 객관성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일 힘든 건 토론이 산으로 갈 때입니다. 주요논점은 말하지 않고 딴 얘기할 때…. 이럴 때 있어요. '100인 토론'이 아니라 '100인 연설'. 토론 잘하는 사람 구하기 정말 어려는 것도 고충의 하나예요."

김 교수가 꼽은 베스트 토론자는 유시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과 남경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다. 워스트(worst) 토론자는? 굳지 꼽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잘 알 것이라며 김 교수는 눙쳤다.

<100인 토론>은 민언련이 선정한 '올해의 나쁜 프로'로 꼽혔다. 이에 대한 김 교수의 입장은 무엇일까.

"찬반을 뚜렷이 갈라 사회적으로 더 갈등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차원인 것이겠죠. 다른 토론프로와 형식이 매우 다르니까…. 그러나 전 시청자들에게 'TV토론 시청법'을 권하고 싶은데요. 내가 어느 이슈에 찬성한다면, 그 반대의 입장에서 토론을 보라는 겁니다. 토론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안을 찾는 데 있는 것이지,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하는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역지사지야말로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주환의 즐거운 상상 "북핵문제 남북당사자 나와 동시 생중계"

김 교수는 TV토론 사회자로서 한국사회 최대 현안을 놓고 전문가 토론을 매주 주선한다. 그러나 간혹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나와 토론한 뒤 프로그램 막이 내리면,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논쟁을 벌였을 당시에는 찬반 양측 패널이 서로 '육탄전'을 벌일 태세여서 스태프들이 그들을 '뜯어말리느라' 애를 먹기도 했단다. 이처럼 김 교수가 보는 'TV토론의 안과 밖'을 시청자들은 잘 모른다.

그는 진짜 토론은 어쩌면 '제2라운드'가 벌어지는 'TV토론 그후'일 지 모른다고 언질을 줬다. 매주 한국사회의 뜨거운 쟁점을 찾아 논쟁을 주도하는 김 교수. 그가 생각하는 2004년 아젠다는 무엇일까.

"지난 대선 이후 우리 사회는 각계에서 커다란 '변화의 계기'를 겪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제가 요즘 관심있는 건 '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갖게 되는 걸까'인데요. 대체로 세계관이 20대 초반에 형성된다고 하면, 20대에 한국전쟁을 겪은 사람과 87년 6월항쟁을 겪은 사람이 서로 소통할 수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특이한 건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은 다른 나라 보수주의자들과 상당히 달라요. 이념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강하죠. 그건 아마도 분단상황 때문일 거예요.

2004년엔 한반도 위기설이 난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토론 어떨까요? 북한 핵 위기가 터졌다, 그럼 남북한 실무 담당자가 나오고 그걸 남북이 생중계하는 것. 참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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