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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미국의 '국경통제 강화조치(US-VISIT)'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답답한 마음을 누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정부의 새로운 방침이 국내 규정인 만큼, '인권보호'와 '테러방지'의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있다 하더라도 자국민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우리 정부가 나서서 적절한 대책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폭력적인 자국중심주의에 맞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는 정부를 보고싶은 것은 지나친 희망일까? 거창하게 한 주권국가의 정부가 해야할 일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더라도 소리 없이 땀흘려 일하는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을 희망한다.

주장을 길게 늘어놓는 대신, 지난 신문기사 몇 가지를 추려보는 것으로 문제 안에 드러나 있는 해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ADTOP@
1 - 2004년 1월 5일

▲ 미국 새로운 국경보안 강화조치 일환으로 시작한 외국인 지문채취와 사진촬영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한국승객.
ⓒ AP/연합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5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내 115개 전체 공항과 14개 주요 항구 등을 통해 입국하는 대부분의 외국인은 미 당국의 얼굴 사진촬영과 지문채취에 응해야 한다.

아사 허친슨 미 국토안보부 차관의 공식 발표를 통해 예고된 이 조치는, '미국 방문자 및 이민자 신분인식기술(US-VISIT)'로 불리는 새로운 입국심사 규정에 따라 외국인 입국자들의 '생체인식 정보'가 각 정보기관에 제공되게 되었다.

새로운 이 규정은 미 시민권 혹은 영주권자가 아닌 모든 비이민 비자 소지자에 해당하지만, 미국과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27개국과, 특별 협정을 맺고 있는 캐나다 출신 방문객은 이 조치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따라서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 역시 앞서 언급한 28개국을 제외한 세계 대다수 나라 국민들과 함께 국제공항 혹은 항구에서 사진 촬영과 지문 채취에 응해야 한다.

2 - 2004년 1월 1일

브라질은 지난 1일부터 자국에 입국하는 미국 관광객에 대해 사진촬영과 지문채취를 실시함으로써 미국의 새 출입국관리 정책에 대한 보복조처에 앞장서고 있다.

브라질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테러방지를 명분으로 입국자에 대한 사진촬영과 지문채취를 실시한 데 대해 연방검사가 보복조처를 요구하자 연방법원이 이를 승인해서 이루어 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파울로의 쿰비카 국제공항을 비롯한 브라질의 여타 공항들이 미국에 대한 대응조치로 자국에 입국하는 미국인에 대해 지문채취와 사진촬영을 의무화하면서, 미국 입국자의 사진과 지문을 찍고 있다. 이는 미국의 외국인 감시강화에 대한 첫 보복 사례라고 한다.

이에 앞서 브라질 외무부는 지난달 30일 미국 정부에 사진촬영과 지문채취 실시 대상국 명단에서 브라질을 빼줄 것을 공식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브라질 외무부 대변인은 "브라질은 상호적인 조처를 취할 모든 권리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 - 2003년 7월

경찰청은 한국의 운전면허증을 인정하지 않는 외국에 대해서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그 나라의 면허증도 국내에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청은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 우리 운전면허를 인정하는 국가의 국민에 대해서는 현재대로 적성검사만 통과하면 국내 면허증을 발급하되 우리 면허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의 국민은 적성·신체검사와 학과시험을 통과해야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일본·중국·러시아·호주·뉴질랜드 등 우리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의 국민은 별도의 학과시험을 통과해야만 국내 면허증을 발급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전 도로교통법시행령은 국가에 상관없이 외국 운전면허증 소지자에 대해 적성검사만 통과하면 별도의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자동적으로 한국 운전면허증으로 교환, 발급했다.

@ADTOP_1@
4 - 2003년 12월 30일

지난 30일,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올 한해 정부의 대미외교 성과를 자평하면서 "지난 1년 동안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주외교를 했다"고 역설했다.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윤 장관은 "한 국가가 중장기적인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외교와 동맹을 활용한다면 자주외교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외교 패턴에서 상호주의가 지켜지면 자주외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시작하며

새해, 새 희망과 더불어 새로운 한국을 보고싶다.

새해에는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업코리아'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남쪽에 줄 게 없는" 북한에만 대고 상호주의를 외치지 말고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당당히 상호주의를 요구하는 한나라당을 보고 싶다.

새해에는 우리도 누군가처럼, 미국의 출입국관리 정책에 대한 보복조처를 요구하는 검사와 이를 승인하는 법원을 보고싶고, 미국 정부에 사진촬영과 지문채취 실시 대상국 명단에서 한국을 빼줄 것을 요청하는 외교통상부와 "(우리도) 상호적인 조처를 취할 모든 권리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외교통상부 대변인도 보고싶다.

새해에는 국무회의를 열어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뿐 아니라, 미국의 새 출입국관리 정책에 대한 대응조치도 발빠르게 의결하는 '쿨'한 정부를 보고싶다.

새해에는 희망찬 대한민국이 보고싶다, 우리도 그들처럼.

덧붙이는 글 | 동아 새국어사전은 '상호주의(相互主義)'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자국인이 상대국(相對國)에서 누리고 있는 범위 안에서 외국인에게도 같은 정도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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