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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기가 바쁘게 언론들은 마치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이 공교육 죽이기에 나섰다.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나온 그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이성을 잃은 악의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이 뽑은 사설이나 칼럼 제목을 보면 "'고교 4학년' 특단 대책 세워야"(경향신문), "'학원보다 못한 학교' 방치할 건가"(전교학신문), "'高4 필수'국가적 손실 언제까지"(동아일보), "재수생이 완승하는 수능"(조선일보), "'高4년'시대 오나"(중앙일보), "'다시 증명된 '재수생 불패론"(문화일보), "학교는 학원을 배우라"(조선일보) 따위로 공교육에 대한 성토로 일관하고 있다.

도대체 보수언론은 이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 대해서는 전투병 파병을 독려하고 아파트 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재산세 인상을 반대하고 재벌들에게 부과하는 법인세 인하를 반대하는 신문. 학생들의 인권이란 안중에도 없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시행을 찬성하고 학력과 성적을 구별도 못하는가하면 학교의 기능과 학원의 기능도 구별 못 하는 보수언론사에는 국어 사전도 없는지 궁금하다.

수능시험 복수정답과 출제자 선정과정의 부실관리에 대해서 목에 핏대를 올리던 언론이다. 점수 1, 2점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언론이 잘못된 수능 제도로 연간 아이들 수백 명이 목숨을 끊는 사실에 대해서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이번 수능 성적 발표가 끝난 뒤 성적이 모의고사 때보다 50점 이상 떨어진 것을 비관한 여고생이 15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중태에 빠졌는가 하면 천안의 한 재수생은 '아버지에게 수능시험을 잘 봤다고 거짓말한 것을 후회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조선일보>는 12월 1일자 '학교는 학원을 배우라'는 사설에서 무지한 교육관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공교육의 목표를 '인간성 함양을 통한 전인(全人)교육과 민주 질서교육'이라고 하면서도 수능 점수를 잘 받은 학생이 공교육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착각하고 있다.

학교교육은 수능 성적을 잘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는데 목적이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이 말하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란 퀴즈풀이식 문제를 잘 맞추는 학생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낮 시간 때우게 하는 목적밖에 남지 않은 학교'니 '교육답지 못한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라는 표현은 열악한 여건에서 인간교육을 위해 애쓰는 35만 교사를 우롱하는 폭거다.

앞을 못 보는 장애인에게 길을 잘못 안내해주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과오다. 이러한 과오로 사고라도 생겼다면 당연히 반성을 하거나 잘못을 뉘우쳐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수능 제도를 심층취재하고 대안제시나 계도해야 할 언론이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 이 땅의 보수 언론에게 묻고 싶다. '도덕시험 점수를 잘 받은 학생이 생활이나 행동에 있어서도 도덕적인 학생이'라고 우길 수 있는가? 시험문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있는 지식을 암기해 점수를 높게 받는 것을 교육을 잘했다고 우기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다.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교육의 효율성은 교육의 기회균등을 묵살하는 초헌법적인 발상이다. 가난한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교육받을 기회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교육을 개방해 돈벌이가 된다면 어떤 짓이라도 괜찮다는 논리다. 이렇게 보수언론이 보는 세계와 건강한 국민들이 보는 세계는 다르다.

올해도 국어·영어·수학 점수로 전국 64만2583명을 한 줄로 세우는 부끄러운 서열매기기 행사가 끝났다. '학교는 학원을 배우라'는 <조선일보> 사설을 읽은 한 주부의 말처럼 '학교는 장사를 하는 학원이 될 것이 아니라 지(智)·덕(德)·체(體)를 겸비한 인성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충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교사가 교육을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듯 언론이 언론의 기능을 못하는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언론이 있는 한 교육다운 교육도 사회정의도 그림의 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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