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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딸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인터넷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고, 딸녀 팬클럽 회원은 1만 명에 가깝다. 팬클럽 외에도 딸녀와 관련된 주제의 동호회가 400개가 넘는다. 이 정도면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광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딸녀 광풍의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고 그 의미를 읽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딸녀 사진은 디카동호회 사이트에 등장한 이후 여러 사진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이른바 ‘딸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 우먼타임스
딸기밭을 배경으로 양손에 딸기를 들고 다소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인 딸녀가 인터넷포탈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딸녀광풍'에 대해 찬반양론이 잇따르고 있다.

여성단체와 문화 관련 시민단체는 "패러디 문화를 통해 여성을 왜곡하는 폭력성을 경고"하면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남성 네티즌들이 요염한 표정을 짓는 여성을 성적노리개로 삼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

반면에 딸녀광풍을 경직된 여성주의 시각에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팬클럽 회원 및 사회학자들은 딸녀를 활용한 패러디 합성사진이 "성을 상품화하는 일부 연예인과 거짓말을 반복하는 정치권을 조롱하면서 중앙집권적이며 권력지향적인 문화를 해체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여성 왜곡 인권 침해 논란

딸녀는 지난 여름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디시인사이드'(http://www.dcinside.com)에 등장한 사진 속의 인물로 딸기밭을 배경으로 양손에 딸기를 들고 다소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이다.

하지원, 손예진, 김현수, 한가인, 대만 여배우 비비안수 등이 딸녀라는 의견이 지금까지 분분하지만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

딸녀의 인기가 급속도로 퍼지자 딸녀 광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단체와 문화 관련 시민단체는 패러디 문화 속에 담긴 '폭력성'을 경고한다. 성적으로 흥분한 듯한 표정을 짓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웃고 즐기는 행위는 여성을 왜곡하는 극단적인 폭력이라는 것.

최초 사진 이후로 딸녀는 갈수록 음란한 모습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복제, 합성 컴퓨터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끊임없이 변형과 조작을 시도하고 있는 것. 네티즌들은 에로영화나 섹시한 춤을 추는 사진, 심지어 포르노영화의 장면까지 활용한 딸녀 합성사진을 공유하며 즐기고 있다.

더군다나 딸녀의 주인공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개인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것.

실제로 딸녀 이전에 인기를 누렸던 광녀도 평범한 여성으로 뒤늦게 자신의 얼굴이 패러디 소재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삭제와 사과를 요청했고 해당 사이트가 수락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과 함께 인권도 흘러가 버렸다.

탈권위 인터넷문화 반영

딸녀 광풍에서 부정적인 의미만을 캐내는 것은 보수적인 태도라는 의견도 있다. 디시인사이드 측은 "광녀, 문희준 등이 초상권과 명예훼손을 제기했기 때문에 합성의 소재가 줄어든 네티즌들이 무명의 인물을 합성한 것"이라면서 "딸녀의 섹시한 모습 자체가 아니라 그 모습이 풍자하는 의미를 네티즌들이 공유하며 호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기실 딸녀의 표정은 네티즌들을 열광시킬 만큼 야릇하지는 않다. 각종 음란사진과 연예인의 누드사진 등을 익히 접해 왔던 네티즌들에게 딸녀의 몸짓은 지나치게 밋밋하거나 혹은 심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딸녀 동호회 회원들은 "딸녀의 모습을 통해서 극도로 전형적인 모습으로 섹스에 호소해 인기를 얻으려는 일부 연예인들을 풍자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밖에도 딸녀의 원본 사진을 패러디한 사진은 다양하다. 이종격투기를 하는 모습의 딸녀, 수재를 당한 딸녀의 모습은 유행과 사건에 민감한 네티즌들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일부 정당과 정치인을 합성한 딸녀 사진에서는 기존 보수 정치에 대한 조롱과 야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성향에서 인터넷의 긍정적인 문화를 찾을 수 있다는 사회학자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나마 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임의적이고 돌출적인 재미를 통해서 의미를 찾아내는 인터넷 문화는 중앙집권적이고 권력지향적인 문화를 깨는 힘이 있다는 것.

여성성의 왜곡인가, 권력에 대한 조롱인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딸녀 광풍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지금 이 시간에도 인터넷공간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하나의 세태와 현상을 치우친 관점과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 의미의 폭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을 터다.

딸녀 광풍, 그 바람이 왜 불고, 그 바람이 어떤 모습으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지금부터라도 좀더 열린 관점과 시선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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