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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국회 통일 외교 통상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송두율씨가 간첩이라는 새로운 증거"라며 문서를 제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사대체: 저녁 6시30분]

20일 국회의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벌어졌다. 한 쪽에서는 '색깔론'이 제기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러한 색깔론을 비판하는 '색안경'이 등장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이전에 제기한 '색깔론'에 대한 사과문이 발표됐다.

이날 오전 질의자로 나선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북핵 문제와 관련 중국 공산당의 목소리와 북한의 목소리와 일부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의 목소리가 똑같다는 것에 놀랐다"며 "국회의원들이 행여 개인적으로 북한에 초청 받아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에 대한 색깔론을 제기했다.

또한 정 의원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지난 88년 부산지법 판사 시절, 출판사 사장인 전 남편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니까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판사' 직함을 달아 제출해 검찰 공안부가 발칵 뒤집혔다"며 "그런 사상을 가진 분이 한총련 수배 해제하고, (송두율 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이면 어떠냐고 해 검찰이 처리를 못하고 있으므로 강 장관을 해임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질의자로 나선 안영근 통합신당 의원은 '색깔론'을 들고 나온 정 의원과는 달리 '빨간 색안경'을 쓰고 나와 이목이 집중됐다.

안 의원은 대정부질문에 앞서 "최근 들어 근거 없는 폭로와 '색깔론'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문을 연 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한 '통합신당 창당 모금설'과 김무성 의원이 제기한 유시민 개혁당 의원의 '베이징 북한 대사관 방문설'을 비판했다.

또한 그는 "(근거 없는 색깔론을 들고 나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사실 무근으로 밝혀지면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국회의원을 그만둬야 한다"며 "면책특권의 그늘 아래서 곤충처럼 서식하는 것이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성토했다.

그런 뒤 안 의원은 호주머니에서 빨간색 색안경을 꺼내들었다. 그는 색안경을 쓰고서 "빨간 색안경을 쓰면 모두 간첩으로 보인다"며 색깔론을 제기한 일부 의원들의 행동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날 저녁 6시께 대정부질문이 모두 끝나자, 이미 예정된 대로 김무성 의원이 신상발언을 신청하고 연단에 올라왔다. 곧 이어 김 의원은 지난 17일 대정부질문에서 제기한 '유시민 의원의 주중 북한대사관 방문설'에 대해 사과했다.

"평소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강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던 제가 이번에 그 우를 범했습니다. 저는 사회가 점점 좌경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당에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 제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큰 우를 범했습니다. 그 발언에 대해 유시민 의원에게 사과 드립니다. 또 제 발언이 속기록에서 삭제될 수 있도록 의장님 이하 여러 의원들께서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발언 때문에 피해를 끼친 국회와 동료 의원들에게도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이처럼 20일 대정부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색깔론과 색안경, 그리고 근거 없는 색깔론에 대한 사과로 이어졌다.

[정형근 의원] "운동권 출신 의원 혼자 북에 보내지 마라"

20일 오전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송두율 교수 사건과 관련 "송두율씨는 간첩이고 금년 3월에도 평양에 갔다왔고, 지난 9월 9일에도 김정일에게 충성맹세문을 보냈다"며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주독일 북한이익대표부 총책임자로 미국에 망명한 김경필의 '대북 보고문'이라는 문건과 "국정원이 갖고 있다"는 디스켓 사진을 공개했다.

정 의원은 "김경필은 지난 97년 2월 22일 북한에 보낸 보고문에서 송씨가 찾아와 '황장엽이 내가 (송두율) 우리 당 지도기관 성원임을 알고 있는가'라고 물어왔으니 지침을 달라고 했고, 이어 3월 12일 '황 선생이 당 중앙 지도위원 성원임을 모를 것으로 판단하니 모략선전이라고 강하게 반박하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김경필은 지난 97년 4월 3일 문건에서는 송씨가 남북해외학자 통일학술학회 참석 여부를 물은 데 대해 '남조선 괴뢰들이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으니 더 두고보자'는 김정일 위원장의 친필 지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면서 "그런데도 송두율이 간첩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고 강금실 장관을 추궁했다.

이어 그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지난 88년 부산지법 판사 시절, 출판사 사장인 전 남편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니까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판사' 직함을 달아 제출해 검찰 공안부가 발칵 뒤집혔다"며 "그런 사상을 가진 분이 한총련 수배해제하고, 정치국 후보위원이면 어떠냐고 해 검찰이 처리를 못하고 있으므로 강 장관을 해임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건 총리는 "그런 사항 때문에 송두율씨는 국보법에 의한 간첩 혐의자로 엄중한 수사를 받고 있고, 처벌받을 것"이라며 "강 장관의 발언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본인도 사과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북핵 문제 등과 관련 386 출신 국회의원들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이라크에 파병을 할 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라크 내 정치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며 "386 출신 국회의원이나, 이상한 시민단체들이 이라크에 가서 특정세력과 손을 잡거나 하는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 중국공산당의 목소리와 북한의 목소리와 일부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의 목소리가 똑같다는 것에 놀랐다"며 "국회의원들이 행여 개인적으로 북한에 초청 받아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7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유시민 개혁당 의원을 두고 근거 없이 '국회 내 친북·좌익 세력'으로 몰았다가 망신당한 뒤에 나온 것이어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진보성향 의원들에 대한 흠집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영근 의원] 색안경 쓰고 나와 '색깔론' 질타

"제가 빨갱이로 보입니까" 20일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 이틀째 안영근 통합신당 의원이 빨간 안경을 써보이며 일부층의 사회적 편향 시각을 비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병만
이날 오후 질의자로 나선 안영근 통합신당 의원은 빨간 색안경을 쓰고 나와,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등 색깔론을 제기한 일부 의원들을 질타해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비장한 표정으로 "최근 들어 근거 없는 폭로와 색깔론에 대해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문을 열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한 '통합신당 창당 모금설'과 유시민 개혁당 의원의 '베이징 북한 대사관 방문설'을 비판했다.

또한 안 의원은 "(근거 없는 색깔론을 제기하며)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사실 무근으로 밝혀지면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국회의원을 그만둬야 한다"며 "면책특권 그늘에서 곤충처럼 서식하는 것이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성토했다.

"지난 금요일(17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모 의원이 신당 창당 금액으로 부산지역에서 400억원을 모금했다고 근거 없는 폭로를 했다. 나는 내 월급 탄 것 꼬박꼬박 모아서 1600만원을 냈고, 은행에서 2000만원을 대출 받아서 창당 기금으로 냈다. 우리 돈으로 한 것이지, 과거에 하듯이 기업에서 돈 받아 한 것 아니다.

더 나아가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유시민 개혁당 의원을 가리켜 국회 내에 친북 세력이 잠입했다고 황당무계한 폭로를 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그늘아래서 숨어서 하는 책임 없는 아니면 말고 식의 발언 자체는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또 있다. '북한의 핵심 세력이 변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내 핵심세력에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 북한에 밀입국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3급으로 채용됐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

또 한화갑 대표가 김정일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도라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했다. 당시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지만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국회의원을 그만둬야 한다.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면책특권 그늘아래서 곤충처럼 서식하는 것이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김대중 정권이 노동당 1중대라면 노무현 정권은 1중대 1소대라고 포괄적인 근거 없는 폭로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이런 것은 사라져야 한다."


안 의원은 이어 "안경을 하나 가지고 나왔다"며 호주머니에서 빨간색 색안경을 꺼내들었다. 안 의원은 색안경을 쓰고, "빨간 색안경을 쓰면 모두 간첩으로 보인다"며 색깔론을 제기한 의원들을 빗대 신랄하게 꼬집었다.

"(빨간색 색안경을 꺼내 보이며) 색안경이다. 이효리가 즐겨 쓰는 빨간색 색안경이다. (안경을 쓰면서) 이 색안경을 쓰면 모든 사물이 빨갛게 보인다. '수지 김' 사건을 알 것이다. 이 안경을 쓰면 다 간첩이다. 여기 있는 총리 및 이하 국무위원들이 다 간첩으로 보인다. 이 안경을 쓰고 있는 이상, 수지 김 가족을 고문하면 다 간첩으로 만들 수 있다. 이제 국회에서 이런 잘못된 관행을 없애야 한다."

안 의원은 색안경을 벗고서도 "시민단체에서 각 의원들의 색깔론 발언을 모아 내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고 했다"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고, 당초 준비했던 대정부질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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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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