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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국제반전공동행동' 참가자들이 종로 탑골공원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반전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서울 시내가 다시 반전물결로 뒤덮혔다. 9월 27일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국제반전공동행동에는2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한상렬 '6.15 남북공동선언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 상임대표, 정광훈 민중연대 대표, 강정구 교수 등 사회인사와 함께 대학생, 일반 시민들이 참여했다. 아기를 업은 주부나 교복 차림의 청소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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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학로 반전집회 2천여명 성황


지난 반전집회와 마찬가지로 마로니에 공원 입구에서는 집회에 참여한 단체 회원들이 반전 티셔츠나 버튼, 손수건 등을 팔고 있었다. 참가자들이 든 피켓에는 '한국 젊은이들을 학살자로 만들지 말라' '유엔의 군복을 입어도 점령군이다' 등 반파병 구호가 적혀져 있었다. 집회에 앞서 가진 기도회에서 사용된 대형 십자가는 참가자들이 직접 꽂은 국화로 덮여 있었다.

▲ 27일 오후 '국제반전공동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반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색복장의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라크이나 팔레스타인의 전통 문양이 그려진 스카프를 두른 것은 기본. 반전평화팀으로 직접 이라크를 다녀왔던 유은하씨는 검은색 차도르로 온 몸을 가렸고, 같은 차림의 친구는 '내 친구들에게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총부리를 겨누지 말아주세요'라는 피켓을 들었다.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는 누운 사람을 들것에 실어 공원을 돌며 팔레스타인식 장례식을 재연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장례식이 반 이스라엘 집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9.27 국제공동반전행동을 위한 경희대 준비위원회' 소속 학생 2명은 군복을 입고 반전피켓을 들었다. 예비역이라는 이들의 피켓에는 '이라크에 파병하면 안되지 말입니다' '후임들을 파병하지 말지 말입니다'라는 군대식 말투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6일전에 제대했다는 김오태훈(25)씨는 "부대 안에서는 이라크 파병을 큰 의미보다 개인적인 기회 측면에서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하며 "같이 있던 친구들이 파병되면 원치 않아도 이라크 사람들과 서로 죽고 죽이면서 미군의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군 파병시 중동과의 관계 악화 우려"
"많은 미국인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


외국인들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단체에 소속된 회원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한국 친구와 함께 대학로를 찾은 외국인도 있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이라크에서 온 야신(22)씨. 과천한마당축제에 이라크 무용을 선보이기 위해 12명의 동료들과 함께 2주 전 한국에 왔다는 야신씨는 이란-이라크 전쟁 중 태어났고 곧이어 걸프전과 UN의 경제봉쇄를 경험했다. 그동안 목숨을 잃은 친구들도 많다.

이번 미국의 침략전쟁은 다시 피해를 불러왔다. 다행히 야신씨가 살고 있는 이라크남부는 전쟁 기간동안 배급받은 식량이 남아있지만 전기가 끊어지고 전화도 불통이다. 수도시설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흙탕물을 걸러 먹어야 한다. 약탈과 살인이 일어나 거리를 걷기도 무서울 정도지만 미군은 치안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미군이 들어왔을 때 평화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정권만 바뀌었을 뿐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전했다.

야신씨는 "아직까지 이라크 사람들은 한국을 좋게 생각하고 있다. 전투병이 파병되면 폭탄테러로 한국 사람이 죽을 것이고, 서로 사이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팔레스타인 참가자인 얏세르(32)씨는 호주 국적을 갖고 있어 2년 전 영어를 가르치러 한국을 찾았다. 그는 "오늘 모인 사람들은 모두 팔레스타인의 저항운동을 지지한다고 본다. 모두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기 때문이다"라면서 "한국 사람들의 지지에 정말 감사한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얏세르씨는 "한국군의 파병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중동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깨끗했는데 미국에 지원한다는 것을 알면 경제나 외교관계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시는 테러리스트'라는 피켓을 든 벽안의 피터 영(35)씨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미국인이었다. 영씨는 "부시가 불법적이고 부도덕하게 이라크를 공격한 것에 화가 나서 집회에 왔다. 많은 미국인들이 전쟁에 반대하고 있고, 점점 그 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고 전쟁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영씨는 "부시는 석유를 줄 것처럼 말하면서 이라크와의 전쟁을 전세계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부시와 미국의 평범한 국민들을 같이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샘터'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나온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하왈(24)씨는 "미국은 자신을 위해서 한국을 도와준 것뿐이다. 이번에 한국이 파병하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왈씨는 "방글라데시에서는 71년까지 파키스탄과 전쟁이 있었는데 300만 명이 죽었다. 우리는 어느 나라에서의 전쟁도 반대한다"며 "방글라데시 반전집회에는 10만 명이 모인다"고 덧붙였다.

▲ '국제반전공동행동'에 참가한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회원들이 이라크 전쟁에서 무고하게 죽어간 이들을 기리며 전쟁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라크 침략전쟁이야말로 변태행위"
파병 본격 논의시, 집회 커질 듯


이날 집회에는 다양한 사회단체 대표들과 학생들이 반전연설을 이어나갔다.

정욜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는 "국가에서 동성애를 '변태행위'라고 하는데, 부시의 이라크전쟁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이야말로 변태"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흥현 전국빈민연합 의장은 "신용불량자가 400만에 육박하는데, 노무현 정부는 민생 해결을 제쳐두고 국방비를 높이고 파병을 고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전노동자연대 소속 김우용씨는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지도부에게 부탁하고 싶다. 전쟁을 반대하는 투쟁을 조직해달라"고 호소했다.

'전쟁없는 세상' 회원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나동혁씨는 "전쟁시스템은 우리 일상에 뿌리깊게 녹아 있다. 쿠르드족 인권탄압을 비난하지만 그 과정에 한국산 박격포가 쓰인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이병헌씨도 반전연설을 했다. 이씨는 전쟁 이후 악화된 이라크의 현실을 강조하며 "사실 한총련, 민주노총같은 이름이 낯익지 않고 정치·경제에 무지할 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죽고 죽이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4시경 집회를 마친후 한 시간동안 시가행진을 벌인 뒤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정리집회를 갖고 오후 6시경 해산했다.

이날 집회는 예상보다 작은 규모로 열렸지만 아직 정부에서 파병여부가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후 파병이 결정시 시민들의 반대시위는 더 대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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