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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전쟁터로 보내는 어머니의 심정을 표현한 군국가요에는 <어머니의 기원> 말고도 여러 작품이 있다. <지원병의 어머니>는 그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표된 것으로 애국가라는 명칭을 달고 오케레코드가 1941년 7월 신보로 발매했다(음반번호 31052).

많은 군국가요들이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 1941년 12월 이후에 나온 것을 감안해 볼 때, <지원병의 어머니> 같이 노골적인 군국가요가 그 이전에 나왔다는 것은 다소 의외이기도 한데, 그 까닭에 대한 단서는 바로 노래를 작곡한 사람에게서 찾아 볼 수 있다. 즉 <지원병의 어머니>는 우리나라 사람이 작곡한 것이 아니라 일본 사람이 작곡한 곡에 가사만 우리말로 붙인, 일종의 번안가요이기 때문이다.

<지원병의 어머니>를 작곡한 사람은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인 가요 작곡가로 활동했던 고가 마사오[古賀政男](1904-1978)다. 어린 시절을 우리나라에서 보내며 우리 전통음악의 영향을 나름대로 받았던 탓에 한 때 엔카가 한국에서 비롯했다는 주장의 빌미가 되기도 했던 그는 일본으로 돌아가 작곡가로 활약하면서 대단히 많은 인기곡들을 만들어 냈다. 고가 마사오의 대표적인 작품들 중에는 광복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번안곡으로 소개된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현재 확인되는 것만도 50곡 가까이에 이른다.

<지원병의 어머니>가 고가 마사오의 어떤 노래를 번안한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일본 군국가요에서 <九段の母>, <皇國の母>와 함께 어머니를 주제로 한 삼부작으로 꼽히는 <軍國の母>(1937년 발매)가 원곡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가 마사오가 작곡한 원곡은 오케레코드에서 작곡, 편곡가로 활동하던 서영덕(徐永德)의 편곡을 거치고 작사가 조명암(趙鳴岩)(1913-1993)이 쓴 가사가 붙여져 <지원병의 어머니>로 새롭게 다듬어졌고, 당시 오케레코드에서 간판급 여 가수로 활동하던 장세정(張世貞)(1921-2003)이 노래를 불러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나라에 바치자고 키운 아들을/ 빛나는 싸움터로 배웅을 할 제/ 눈물을 흘릴쏘냐 웃는 얼굴로/ 깃발을 흔들었다 새벽 정거장
사나이 그 목숨이 꽃이라면은/ 저 산천 초목 아래 피를 흘리고/ 기운차게 떨어지는 붉은 사쿠라/ 이것이 반도남아(半島男兒) 본분일 게다
살아서 돌아오는 네 얼굴보다/ 죽어서 돌아오는 너를 반기며/ 용감한 내 아들의 충의충성(忠義忠誠)을/ 지원병의 어머니는 자랑해 주마
(광고지와 <한국가요사>(박찬호 지음·현암사·1992)에 실린 내용을 현재 맞춤법에 따라 바꾸어 표기한 것이다)


군국가요답게 아들이 살아서 돌아오기보다는 죽어서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구절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는 데에는 그저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처럼 허구적인 어머니의 모습은 <지원병의 어머니>가 발표될 당시 오케레코드에서 간행한 홍보용 소책자에서도 ‘혈연만장(血煙萬丈) 속에 지원병(志願兵)을 보낸 반도(半島)의 어머니, 아들의 충렬(忠烈)! 전사(戰死)!는 우리 어머니들의 자랑이다’라는 문구로 표현되고 있다.

이후 오케레코드에서는 1943년에 <오케가요극장>이라는 일종의 편집음반(음반번호 31175)을 냈는데, 여기에는 오케레코드에서 나온 대표적인 군국가요 여섯 곡이 영화배우 유계선(劉桂仙)이 녹음한 대사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지원병의 어머니>는 여기서 첫 번째 곡으로 실려 있으며 다음과 같은 대사가 붙어 있다.

소화(昭和) 13년 우리 반도에는 처음으로 지원병 제도가 실시되었다. 그 해의 지원자의 수는 3천 명에 달하지 못했으나, 소화 14년, 15년, 16년 그래서 저 동남아세아의 일각에서 **의 폭음이 새벽 하늘을 뜷고 **의 **을 무너뜨린 소화 17년도에는 25만의 지원자가 13도 방방곡곡에서 붉은 주먹을 휘둘렀다. 그래서 반도의 어머니들은 **** 그 아들을 거룩한 싸움터로 보내는 것이었다. (노래 삽입) 이것이 지원병의 어머니요 군국의 모성이다.
(유성기음반에 실린 내용을 직접 채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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