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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오늘(23일) 오전 CBS(기독교방송) 뉴스레이다(민경중 전국팀장 진행)에 출연, "인권침해 소지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가 NEIS 항목 가운데 3개 영역의 삭제권고를 한 것에 대해 현재 논의 중이며, 아직 권고불이행에 따른 이유서를 서면으로 제출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NEIS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학자들의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법에 나이스와 같은 정보화작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은 다 돼 있지만 이것을 정리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그런 법 체제는 아직 없다"고 말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정보화위원회에 변호사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그들이 법적인 검토까지 다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총리는, 또 개인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정보는 이미 삭제했다고 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사생활 침해 우려와 관련해서는, 교육적인 견지를 넘어서 대 사회적인 문제가 있을만한 것은 삭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가장 기초적인 개인의 정보라든가 교육현장에서 꼭 알아야 학생지도가 가능한 그런 부분만 남기고 대부분은 삭제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며 그것까지도 정보화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유보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 공보실 육성철 사무관은 "일부 조항을 삭제해서 인권침해 소지가 없어졌다고 하는 것은 교육부의 생각"이라고 강조하고, 국가인권위의 권고는 몇 개 조항을 교무, 학사 등 3개 영역에서 빼라는 게 아니고 초중등 교육법 제25조에서 학교장이 책임, 관리해야 할 개인 정보가 교육부장관과 시도 교육감 산하로 넘어가는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삭제 권고를 한 교무학사 등 3개 영역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침해 소지가 많아 삭제하라고 한 것인데 교육부가 그 가운데 몇 개 항목을 삭제하고서 인권침해 소지 부분을 삭제했다고 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의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인권위원회의 권고 내용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 제25조에 관한 논란

학교장에게는 ‘초중등 교육법 제25조’에 학생 지도를 위해서, 입학 진학을 위해서 필요한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하도록 그 권한이 법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교육부장관이나 교육감에게는 그런 권한이 부여돼 있지 않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NEIS에서 그 정보를 집적·관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시행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삭제권고를 한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NEIS를 통한 개인정보의 수집·관리가 아니라 학교장이 모아 놓은 정보를 중앙 컴퓨터에 갖다 놓은 것 뿐이며 실제로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일선 학교이기 때문에 정보의 수집·관리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앙컴퓨터에 개인정보가 가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단언한다. 중앙컴퓨터에 개인정보가 옮겨 가는 것 자체가 수집·관리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그렇게 집적된 개인신상정보를 가지고 다양한 통계를 내서 보다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장애학생이나 상을 받은 학생, 학사징계를 받은 학생, 이런 정보들을 뽑아 그들에게 맞는 또다른 형태의 교육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 자기 결정권, 자기 삭제권 무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에 대해서도, 그들의 정보가 그렇게 통계적으로 추출되는 것조차도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이 되며, 정보의 주인인 당사자의 자기삭제권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한다. 말하자면, 헌법학자들이 지적하는 ‘정보의 자기결정권’이 무시되는 것이다.

교육부가 질 높은 교육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학교단위에서 수집된 개인신상정보를 가지고 다양한 정보를 추출하겠다는 것 자체가 아무리 목적이 좋다 해도 그 자체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교육부 주장대로라면 정보의 주체인 개인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개인의 정보가 갖가지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개인은 한번 제공된 자기정보가 어떤 형태로 가공돼서 어느 부처에서 어떻게 이용될지도 모르며, 이런 상태에서 한 번 제공된 정보에 대한 삭제권한조차 가질 수 없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권위원회는 정보인권이라는 차원에서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해, 개인 정보가 법적 근거를 넘어서 다른 형태로 수집관리될 때는 그에 맞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한 것이며, 수집된 개인정보가 어느 부처로 어느 기관으로 넘어 갈때는 분명히 개인의 ‘자기동의권’과 같은 형태의 절차가, 또는 정보주체인 개인이 원할 경우에는 삭제권한까지 필요하다고 봤다.

이 때문에, 이러한 법적 근거가 없는 NEIS, 27개 영역 가운데 특히 기본권의 침해 소지가 높다고 본 교무학사, 보건 등 3개 영역에 대해서는 삭제 권고를 한 것이라고 밝힌다.

"강제 이행 규정 없는 권고는 여전히 검토 대상일 뿐"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인권위가 권고한 3개 영역의 삭제권고에 대해서 현재 논의 중이며, 아직 권고불이행에 따른 이유서를 서면으로 제출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법은 ‘권고사항에 대해서 해당 기관장이 권고를 불이행할때, 그 이유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는 권고를 존중한다고는 하면서 여전히 검토중이라고 한다. 무엇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일까?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천만명에 이르는 학생 개인의 신상 정보가 NEIS상에 입력을 마친 상태며, 그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은 국가인권위 뿐 아니라 헌법학자들도 지적한 바다.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생길 때 인권위원회로 인해 여러 가지 귀찮은(?)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힘(?)있는 국가기관들이 이미 인권위의 기능에 여러 가지 제어장치를 해뒀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권고사항 역시 권고 불이행에 따른 ‘불이행 서면 이유서 제출 기간’이 없고 권고이행에 따른 강제 이행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2,3년후에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해도 인권위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한 번 침해된 정보인권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 전북대 법대 김승환 교수
ⓒ 최인
“인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김승환 교수는 "국가권력이 법적 근거가 없는 ‘NEIS’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인권을 대량으로 파괴하는 불법적인 권력을 행사하고는 오히려 이에 저항하는 사람을 법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개탄한다.

김 교수는 "정보인권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인권과는 달리, 한번 침해된 이후에는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곳곳에 날라가기 때문에 원상회복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침해되는 순간에 전혀 다른 형태의 정보로 확대 재생산돼서 누가 어떻게 어떤 정보로 활용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금, 법적 근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NEIS를 이미 시행했으며, 시행해놓고 문제가 제기되니, 뒤늦게 일목요연한 법적 근거를 갖추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앞뒤가 바뀌었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NEIS의 정보인권 침해를 지적하면서 부당한 명령에 따를 수 없다며 저항하는 세력은 국가권력을 이용해 손발을 묶어 놓는다.

관료들의 정보인권에 대한 무지가, 돌이킬 수 없는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가져 오고 교육현장에 숱한 갈등과 대립을 가져 오고, 행정의 편의와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목으로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은 무시해도 된다는 전례까지 남기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열 손가락 지문 찍는 법은 없어도 국민들은 아무런 이의 제기없이 순응해왔으며, 이번 NEIS 사태도 관행(?)대로 대다수 국민들은 별 문제 의식없이 지나치고 있고, 국가권력은 그 틈을 이용해 국민 통제를 위해 편리한 제도를 소리없이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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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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