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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양과 미선양의 1주기 추모대회를 앞두고 다양한 추모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는 평등한 한미 관계 재정립을 위한 학술 토론회가 열렸다.

여중생 범대위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작년 여름과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시위의 의미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주한 미군이 대북억지력으로 기능한다는 신화 깨어져야 소파 개정 가능"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정희 변호사는 "두 여중생의 죽음으로 극명하게 드러났고, 촛불을 밝히며 시정을 요구했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문제점은 이번에 발표된 몇 가지 운영개선방안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개선이 아닌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주한미군지위협정이 한미양국간의 호혜성, 평등성을 증진시키고 한국민의 인권과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파의 독소조항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를 위해 비공무 범죄에 대한 1차적 재판권 포기조항을 삭제하고 공무 중 범죄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중대한 피해를 입은 경우 대한민국이 1차적 재판권을 행사하도록 할 것, 미군의 훈련에 대해서 우리측이 통제권을 가질 것,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미군 시설물을 치외법권 지역으로 방치하지 말고 감독을 철저히 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질 것 등을 주문했다.

그녀는 "한국이 미국과 주권국가로서 독립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맺고, 이에 걸맞게 소파가 개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한 미군이 대북억지력으로 기능하는 공익적 존재라는 신화가 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남북 화협력이 더욱 증진되어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높아지고 정부의 대미의존성이 약화되어야만 평등성과 호혜성이 담보된 소파개정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촛불시위 역사적 창조력을 가진 변혁적 성격의 축제로 승화되어야"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성공회대 김귀옥 교수는 1주년을 맞는 촛불시위가 갖는 함의로 광장 민주주의 등장, 새로운 시위 문화의 창조, 새로운 사회운동 주체의 등장, 이 세 가지를 꼽았다.

대한민국 행정부, 정부종합청사와 청와대, 미대사관이 있는 정치 1번지이자,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시위가 존재할 수 있는 광장인 광화문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정치적 투쟁과 축제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위 문화가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참여를 통해 즐거움을 경험한 젊은 세대가 사회운동의 주체로 등장한 것은 미래를 내다볼 때 큰 수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현존하고 있는 촛불시위의 뚜렷한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새로 등장한 촛불시위의 주체들이 변혁의 주체로서 정체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촛불시위가 축제로서의 대중성을 뛰어 넘어 문제해결을 위한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광장 민주주의'가 실질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힘을 발휘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등의 문제를 남기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이를 극복하고 촛불시위의 자발성과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1주년을 맞는 촛불 시위가 평화와 통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창조력을 가진 변혁적 성격의 축제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근본적인 궤도 수정을 위해 촛불 들어야"

"신 동맹체제의 본질은 자주국방이라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군 전력의 증강을 꾀하면서 미국의 동북아지역군의 하위체계로 편입되는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8번의 전쟁위기 중 무려 6번을 미국이 주도했다. 전쟁 획책하는 세력인 주한 미군과 한미협정에 우리의 안보를 맡기는 한미군사동맹은 자살체제와 다름없다. 미군이 전쟁을 억지시킨다는 한미동맹 신화는 반드시 깨어져야 한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서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新한미군사동맹은 제 2의 냉전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인한 분단체제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냉전의 도래로 우리의 생명권과 통일권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이 시대 민족의 핵심 과제는 노무현 정부의 반통일, 반 평화적인 정책의 궤도 수정이고 이를 위해 우리는 촛불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강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자주국방은 듣기좋은 수사에 불과하고 실은 미군의 동북아 전략체제에 편입되는 꼴이라는 것"이다.

한·미·일이 모두 군비증강에 나서고 미국의 MD 체제에 완전히 편입된다면 러시아,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불을 보듯 뻔하고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 또한 군사적 대결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통일의 꿈은 물건너 갈 것이 분명하다는 말이다.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엇나가고 있는 통일정책,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립각을 세워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 민족의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촛불시위와 관련한 반미에 대해서는 그것은 미시적 차원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그것이 올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자주·평화·통일의 거시적 차원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현재의 반미는 미군이 독극물 방류와 기름유출 등으로 우리의 먹고 마시는 권리를 침해하고 미선이와 효순이의 생명을 빼앗아 가는 등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문제 때문에 부각된 것인데 이것이 문제에 대한 보다 큰 차원의 해결책인 자주·평화·통일의 영역으로 인식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은 3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토론에 참석한 이들은 함께 치켜든 촛불이 새로운 역사 창조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하고 촛불시위가 감당해야할 몫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는 가능성이 무한한 촛불시위가 이 땅에 새로운 정치 참여의 장을 열고 민족의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밝히는 빛이 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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