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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지역 32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조두남 기념관 개관식 사태 대책위원회'가 2일 오전 마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친일의혹을 받고 있는 조두남 작곡가의 기념관이 잠정폐쇄되고,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단체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발언을 했던 황철곤 마산시장이 공개사과했다.

황 시장은 경남지역 32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가칭)조두남 기념관 개관식 사태 대책위'(이하 '조두남대책위') 대표의 항의방문을 받고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조두남대책위' 관계자들은 6월 2일 오전 마산시를 방문하고, "친일의혹이 있어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개관 반대를 외쳤음에도 개관했고, 친일의혹을 명확히 규명한 뒤에 개관하기로 시민단체와 약속해 놓고 마산시가 어겼다"며, 29일 개관식 때 발생한 밀가루 세례는 마산시와 시의회의 책임이라 주장했다.

이에 황철곤 시장은 "건물을 지어놓고 개관을 늦출 수가 없었다"면서, "개관식 때 발생한 일로 시민단체 관계자가 구속된 데 대해 유감"이라 말했다.

황시장은 이어 시민단체와 마산시, 유족, 역사학계가 참여하는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중국 연변에 조사단을 파견해 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에 따라 시민공청회를 거쳐 명칭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한 달 가량 기념관을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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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의혹 조두남 기념관 ' 봉변 '

한편,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영만 의장과 이환태 사무국장, 이성립 위원에 대한 구속적부심이 6월 4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두남대책위'는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2일 마산중부경찰서에 수감 중인 김영만 의장 등 구속자 3명은 사태 해결을 바라는 의미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책위, 사과요구= '조두남대책위'는 '열린사회 희망연대'를 비롯, 전교조 경남도지부, 전농경남도연맹, 민주노총 경남도본부, 마창민주노동자협의회, 민주노동당 도지부, 개혁국민정당 회원지구당, 전국여성노조 마창지부,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등 3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하해룡 서경연합 의장, 손석형 민주노총 도본부장, 김정규 전교조 경남지부장, 이재구 민주노동당 창원을지구당 위원장, 이기동 경상대 민주동문회장, 최인태 사천민주단체협의회 회장, 남두현 열린사회희망연대 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조두남 친일의혹 규명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시민과의 약속을 무시한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기념관을 개관한 것에 대해 시민들에게 공개사과할 것, △조두남의 친일의혹과 관련해 조속히 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의혹을 규명할 것, △희망연대 김영만 대표를 비롯한 구속된 회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할 것 등을 요구했다.

'조두남대책위'는 "조두남의 친일과 민족 반역행위가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를 조사한 뒤에 기념관 개관문제를 논의하자는 희망연대의 주장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친일에 대한 충분한 검증은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잡고 민족정기를 지키는 일임과 동시에 고인과 유족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과정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 김정규 전교조 경남지부장이 황철곤 마산시장의 '시민단체 비아냥 발언'과 관련해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떼만 쓰는, 이기적 집단으로 몰아붙여"...마산시장 "농담 삼아 한 말로 사과한다"

전교조 항의= 전교조 경남지부는 30일 마산가톨릭여성회관 행사 때 황철곤 시장이 한 발언과 관련해 항의문을 전달하고, 공개사과를 요구, 이를 받아냈다.

경남지부는 항의문에서 △발언 경위의 진위를 밝힐 것 △전교조를 비하·폄하한 내용에 대해 시민 앞에 공개사과할 것 △전교조 지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부분에 대해 전 조합원 앞에 문서를 통해 공개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김정규 지부장은 "황 시장은 교육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강행하고 있는 네이스를 반대하는 전교조에 대해 자기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떼만 쓰는' 이기적이고 몰지각한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등 시장으로서의 품위를 잃은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교조를 '떼거리'로 규정짓는 등 노조에 대해 굴절된 시각과 '정보·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난 황철곤 시장은 "행사 분위기가 딱딱해 우스개소리를 한 것"이라며, "전교조 비하 발언으로 비쳐져 죄송하다"고 말했다. 황 시장은 30일 마산가톨릭여성회관 행사에 참석해 '떼거리' 등의 발언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집단행동을 비아냥거렸는데, 이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려졌다.

▲ 조두남 작곡가의 둘째사위인 김상오씨.
ⓒ 오마이뉴스 윤성효
조두남 유족 입장=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조두남 작곡가의 둘째사위인 김상오씨와 제자가 나타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입장을 밝히다가 제지 당해, 이후 마산시청 브리핑룸으로 옮겨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조두남 선생은 친일의혹을 받고 있을 뿐이지 단정적으로 친일 증거가 드러난 것이 아니다"면서, "친일을 한 것처럼 언론에서 보도하고, 단정적으로 말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씨는 "마산시에서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혐의없음'이나 '자료없음' 등의 답변을 받았는데, 친일 의혹을 부풀리는 것은 잘못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30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기념관 개관을 반대하는 성명을 낸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성명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 황철곤 마산시장이 시민단체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조두남대책위'-시장 대화, "학계 등 4자 참여 공동조사 벌이기로"

시장-시민단체 대화= '조두남대책위' 대표와 황철곤 마산시장은 2일 오전 마산시청 시장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조두남대책위' 관계자들이 질문하고, 황 시장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기념관을 개관하고 이 일로 인해 구속자가 생겼는데, 이 모두는 시장이 책임져야 하지 않나?
"경위를 떠나 시장으로서 시민이 구속된 데 대해 가슴 아프다. 기념관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등에도 자료를 요청했으나 '자료없음' '혐의없음'이란 답변을 받았다. 건물을 완공해 놓고 문을 닫아두는 것도 맞지 않았다. 의혹이 있으면 명칭도 검토하겠다."

- 조두남의 친일 행각을 미리 알았더라면 기념관을 지으려고 했겠느냐?
"시장이 되기 전, 98년 마산항 개항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시작되었다."

- 친일행각이 제기되었다면 개관을 보류할 수도 있지 않나?
"사업 진행 후 의혹이 제기되었다. 중국을 다녀오려고 했으나 '사스' 때문에 갈 사정도 아니었다."

- 기념관이면 시민의 축복 속에서 개관을 해야 하는데, 당일은 경찰이 300명이나 배치되었다. 무리한 개관이 아니었나?
"개관 날짜는 정해져 있었다. 작년 말에 문제가 제기되어 여러 차례 지연되었다. 공동조사 후 개관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 조사할 때까지 기념관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이냐?
"공동조사할 때까지 문을 닫아놓겠다. 한 달 정도면 될 것으로 본다."

- 공동조사에서 친일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명칭을 바꾸겠나?
"명칭변경 문제는 공청회 등 시민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

- 경찰 연행자가 생기자 개관식 다음 날인 30일 몇몇 시민단체 대표들이 시장을 만나 탄원서를 내줄 것을 요구했지만 시장이 거부했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탄원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유감이다. 당시 시민단체 대표들이 찾아와서 구체적으로 요구한 사실이 없다. 일단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전국적인 일이 되어 송구스럽다."

- 공동조사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마산시와 시민단체, 유족, 역사학계가 참여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기구를 꾸려 시행하겠다."

이날 대화 때 한 시민단체 대표는 "마산시는 악보 등의 자료를 찾고자 하지만, 친일의혹을 밝히는데 있어서는 증언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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