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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철곤 마산시장(맨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마산가톨릭여성회관 27년사 출판기념회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옥상 구호 외친 고호진씨 풀려나
김영만 의장 등 영장실질심사 1일

29일 친일혐의 조두남 기념관 개관 반대를 주장하며, 개관식 때 '약속 위반' 등을 들어 환철곤 마산시장에게 밀가루를 던졌던 '열린사회 희망연대' 김영만 의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6월 1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건물 옥상에 올라가 "황철곤 시장은 사퇴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친 '열린사회 희망연대' 회원 고호진씨가 경찰 연행 48시간만인 31일 오후 1시30분경 풀려났다.

마산 중부경찰서는 당초 7명을 연행했다가 3명은 훈방조치하고, 김영만 의장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품의서를 검찰에 올렸다. 그런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고씨는 제외시켜 이날 풀려 난 것이다.
/ 윤성효 기자
29일 시민단체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았던 황철곤 마산 시장이 30일 저녁 한 시민단체에서 마련한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황 시장의 축사 내용이 품위를 잃었을뿐아니라 각종 집단행동을 폄하한 것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어 지역사회의 또 다른 시비거리가 되고 있다.

황 시장은 30일 저녁 “마산가톨릭여성회관 27년사 출판기념회”에 참석, 행사 마지막 부분에 축사를 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가톨릭 마산교구 안명옥 주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황 시장은 축사 첫머리에 전날 있었던 밀가루 세례를 의식해 “오늘 5분전에 도착했다. 혹시나 밀가루가 날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책 출판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 뒤, 작심한 듯 29일 조두남기념관 개관식장에서 벌어진 밀가루 세례와 관련한 발언을 했다. 그는 “요즘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는 말을 한다”면서, “교육 현장에 교육이 없다고 한다”는 말로 시작했는데, 그가 한 발언은 다음과 같다.

“NEIS도 찬성 쪽은 ‘나이스’라 하는데, 반대 쪽은 ‘네이즈’라 한다. ‘에이즈’에 빗대어 ‘네이즈’라 한 것이라 한다. 요즘 자기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떼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떼만 쓴다고 해서 자기 뜻이 관철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월드컵이 한창일 때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런데 요즘은 ‘떼~한민국’이라 한다. 마산이 어떤 곳인가? 민주화의 본산이다. 제대로 중심을 잡고 나가도록 구심점 역할을 해 달라.”

황 시장이 이같은 발언을 하는 동안 여러 명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축하공연이 끝난 뒤, 황 시장은 시민단체 대표들과 ‘축하 떡’을 자르기도 했다. 이러는 동안 황 시장의 발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황 시장은 ‘축하 떡’을 자른 뒤, 곧바로 자리에서 떴다. 행사장에 남아 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황 시장의 축사 내용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한 신부는 “황 시장의 말을 들으니 한 마디로 말해 불쾌하다. 분통이 터진다.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 자리에 전교조 관계자가 없기를 다행이지, ‘네이즈’를 ‘에이즈’에 비유한 발언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인권 등의 문제 때문에 ‘네이즈’에 대해 반대하는 전교조의 활동을 폄하하는 발언이다”라고 말했다.

한 노동단체 관계자는 “안명옥 주교도 계시고 해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친일의혹 조두남기념관 개관 규탄 목소리

친일의혹에도 불구하고 개관식을 강행한 작곡가 조두남의 기념관 개관을 반대하며 황철곤 마산시장을 향해 밀가루 세례를 퍼부었던 ‘열린사회 희망연대’ 회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성명 발표를 계획하는 등 공동대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산과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오는 2일 마산시청 앞 광장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마산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열린사회 희망연대’ 한 관계자는 30일 저녁 “단체들과 공동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6월 2일 공동성명을 발표하든지 아니면 마산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열린사회 희망연대’는 29일 즉각 논평을 내고 “조두남 기념관은 마산시의 잘못된 사고 때문에 휴지조각이 될 것임이 틀림없을 것”이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싸움은 특정한 단체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문제가 생길 때 그때마다 싸울 일도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생각한다면 숨을 쉬고 밥을 먹듯 당연히 해야할 일인 것”이라 고 말했다.

30일 오전 “조두남 기념관 개관은 잘못되었다”는 성명을 냈던 민족문제연구소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30일 저녁 “연구소의 조문기 이사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께서 29일의 사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조문기 이사장께서 직접 마산시를 방문해 항의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30일 성명을 통해 “마산시장은 고인이 된 조두남과 유족의 명예를 위해서도 두고두고 친일 의혹을 상기시킬 조두남 기념관 운영을 중단해야 하고, 경찰은 마산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반대운동에 나서다 부당하게 연행된 시민단체 회원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 4명 영장 품의서 올려, 송순호씨 등 3명은 30일 저녁 풀려나

마산중부경찰서는 29일 개관식장에서 연행한 ‘열린사회 희망연대’ 관계자 7명 중 4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3명은 30일 저녁 7시경 훈방귀가 조치했다.

김영만 의장과 이환태 사무국장, 회원인 이성립, 고호진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에 연행당한 시민단체 간부들을 말리다가 현장에서 붙들려 경찰서에 연행되었던 송순호씨 등 3명은 30일 저녁 7시경 풀려났다.

송씨는 “밀가루도 뿌리지 않았고, 경찰에 붙들려 가는 의장 등 간부들을 말리다가 응급결에 경찰서에 연행되었다”면서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촬영한 비디오 테잎과 사진을 보면서 밀가루를 던졌는지를 확인했지만 3명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영만 의장 부친 30일 병원 입원, 권영길 대표 등 경찰서 방문

친일의혹이 있는 조두남의 기념관 개관을 줄기차게 반대해오다 29일 경찰서에 연행되어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영만 의장의 부친이 30일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김 의장의 부친은 올해 80세로 노환을 앓고 있는데, 마산중부경찰서에서 가까운 병원의 노인병동에 입원했다.

그동안 김영만 의장이 부친을 돌봐 왔으나 경찰서에 연행되는 바람에 간호를 할 수 없어, ‘열린사회 희망연대’ 공동대표인 백남해 신부가 병원 안내를 하는 등 간호를 하기도 했다.

김영만 의장 등이 친일의혹을 받는 ‘조두남 기념관’의 개관을 반대하다 경찰서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30일 하루 동안 많은 인사들이 마산중부경찰서를 항의 방문했다. 30일 오후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가 유치장을 찾았으며,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안홍준씨와 3.15기념사업회 강기성 회장 등도 경찰서를 방문했다.

한편 때를 맞추어 마산지역 친일 혐의자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인터넷 사이트가 개설되었다. ‘열린사회 희망연대’ 남두현 이사는 최근 홈페이지(www.antinosan.pe.kr)를 개설, 운영에 들어갔다. 친일의혹을 받는 조두남과 관련한 자료뿐만 아니라 지역의 또 다른 친일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은상과 관련한 자료와 정보를 담고 있다.

남두현씨는 “특정단체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조두남의 친일혐의를 조사한 뒤 기념관이 개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다”면서, “게시판과 토론방 운영원칙은 운영자의 상식 선에서 정할 것”이라 말했다.

시청 홈페이지 “시장 비난 글”, 공무원노조 “찬반 논쟁 뜨거워”

마산시청 홈페이지에는 마산시장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선구자> 노래 작곡가의 친일행적 의혹은 상당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며, “수업시간에 배웠다. 학계의 검증을 확실하게 거치지 않은 섣부른 기념관 설립은 세금 낭비이고, 몇 년 못 가 모두 알게 되면 부끄러운 사업이 될 것”이라 말했다.

최진욱이라 이름을 밝힌 네티즌은 “뭐가 그리 급한가! 친일이면 어떻고 애국이면 어떤가!”라며 “시에서는 조두남의 친일 행적도 전시 한다고 했다. 당당하게 전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시에서 해 왔던 것을 보면 완전히 밀어붙이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네티즌은 “이제 조두남의 비행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시에서는 이야기만 전해 질 뿐이라고 하지만, 나중에 확실한 증거자료가 나타나면 어떻게 할 건가!”라며 “뭐가 그리 급해서 성급하게 개관 했을꼬”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 마산시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찬반양론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희망연대 사과하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기 주장과 다르다고 해서 시장에게 밀가루 세례를 퍼붓다니”라며 “공식석상에서 시장에게 모욕을 준 것은 전체 시민을 모욕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하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작곡 몇 곡 했다고 친일의 죄상을 덮으려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친일행위요 매국역도의 짓”이라며 “마산시는 경거망동을 즉각 중지하고, 친일행적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없이 졸속적으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 마산시는 시민 앞에 사죄하고 원점에서 이를 다시 추진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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