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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디종에서 열린 사회당 전당대회 본회의에 참석학고 있는 권영길 대표.
ⓒ 민주노동당

지난 16∼18일 디종에서 열린 프랑스 사회당 전당대회는 대회 개최 5달 전부터 시작한 긴 과정의 귀착점이었다. 사회당은 전당대회 일정이 결정된 뒤 규약에 따라 올해 1월경 모든 당원들에게, 개인으로든 일정한 수로 구성된 집단으로든, 향후 3년 동안 당 활동의 기반이 되는 총노선 또는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청하면서 전당대회 논의 과정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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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당원의 지지 획득한 총노선을 바탕으로 연합을 이루는 장

이번 전당대회에 맞춰 제출된 총노선 관련 16건의 종합의견과 개별 사안에 대한 의견은 7백여 쪽에 달하는데 이는 전 당원에게 우편으로 배달됐다.

당원들은 이렇게 당에 제출된 당원들의 의견을 각 지구당 차원에서 논의했다.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당 중앙위원회는 당원들이 제출한 의견과 논의를 기초로 전당대회에 상정할 총노선을 입안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총노선에 관한 의견을 제출한 당원(또는 일정한 수의 당원으로 구성된 '총노선 집필 집단')은 제시된 의견들을 수렴, 종합해 따라서 집필집단의 연합에 의해 구성되는 '총노선 안'(Motion)을 당 중앙위에 제출했고 이는 3월 자료집으로 제작되어 다시 당원들에게 배포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에 제출된 총노선 안은 5개에 달했다.

이렇게 제출된 총노선 안에 대한 전 당원의 투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3주 동안 진행됐다. 각 안이 획득한 득표율에 따라 각 총노선 집필 집단을 대표하는 대의원수가 확정되는데, 이는 당원 수에 따라 각 광역시도 당지부 별로 배정된 대의원수 내에서 정해진다. 그리고 득표율에 따라 각 총노선 집필 집단을 대표하는 중앙위원 수가 확정된다(단 5% 이상의 지지를 획득한 총노선 집필 집단에만 배정된다).

이번 전당대회에 앞서 당원 투표에 붙여진 5개의 총노선 안 가운데 3개가 기준선인 5% 지지율을 넘었다. 현 당 대표인 프랑수와 오랑드가 대표 집필자이며, 로랑 파비우스, 스트로스-칸, 마르틴 오브리 등 당 중도좌파에서 우파 진영까지 당내 4개 주요 진영의 대표자들을 포괄하는 총노선 집필 집단이 제출한 총노선 안이 62% 지지를 획득해 독자적으로 과반수를 획득했다.

전당대회에서는 당원의 지지를 받은 여러 총노선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전당대회는 각각 일정한 당원의 지지를 획득한 총노선을 모아내 연합을 이루는 장이 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하나의 총노선 안이 독자적으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획득했으며, 이 안을 만든 집단 쪽이 연합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정했고, 소수 총노선안 집필 집단 쪽에서도 다수 안과의 연합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사전에 선언했기 때문에 타협을 통한 다수안 확정을 위한 논의 등 큰 긴장 없이 토론이 진행됐다.

총노선 논쟁, "대선에서 나타난 민중의 사회당 거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전당대회 토론에 나선 당 활동가들과 주요 지도자들은 2002년 4월 대통령선거 패배의 의미,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방향과 내용 등을 중심으로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을 향해 연설을 했다.

2천여 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전당대회는 총노선을 둘러싼 토론으로 진행됐는데, 토론자들은 한명 한명씩 사전에 발언권을 얻어 연단에 올라 각 5분씩 연설했다. 각 총노선 안 집필 집단에서 지명한 3∼4명의 대표 토론자에게는 약 20분의 연설 시간이 주어졌다.

총노선을 둘러싼 논의는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난 민중의 사회당 거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있었으며, 주요 정책 차원의 쟁점은 유럽연합 발전의 상, 국가 체제에 대한 입장, 공공서비스에 대한 상 등을 둘러싸고 이루어졌다.

유럽연합의 발전 전망에 대해서 다수 진영은 유럽연합의 확대와 심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소수파는 유럽연합 차원의 민주주의 체제 확립 등 심화 과정이 이루어진 뒤에야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체제에 대해서는 '제6공화국' 개념이 대두되면서, 한 소수 안은 직선제를 통한 대통령제의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공공서비스에 대해서는 국영기업의 주식회사화를 통한 일부 주식의 민간소유 허용 문제 등이 논란이 됐다.

이러한 5분 연설을 통한 전당대회 전체회의 '토론'이 이루어지는 동안 각 총노선 집필 집단은 독자적으로, 또는 함께 모여 단일 총노선 성사 여부와 중앙위원 선출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중앙위원회도 총노선 안이 획득한 득표율에 비례해서 구성된다. 중앙위원회는 2달에 한 번씩 개최되는, 전당대회 다음의 의사결정 기구이다. 중앙위원들 중에서 총노선의 지지율에 비례한 집행위원회가 구성되는데, 이는 매주 개최된다.

비공직 당 지도자의 당직 활동 기회 높여...제1서기장 당원 직선으로 선출

▲ 프랑스 사회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마르틴 오브리 전 고용부장관. 마르틴 오브리는 전 조스팽 내각 서열 2위였으며 자크 드로르 EU집행위원장의 딸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조스팽 내각에서 고용부장관으로 주 35시간 노동제를 추진한 인물이다.
ⓒ 민주노동당
전당대회를 마친 뒤 1주일 내(5월 22일) 진행되는 당 제1서기 선출을 위한 당원 직접 선거에서 당선된 당 제1서기가 지명하는 20∼30명에 이르는 직책을 부여받은 서기들이 서기국을 형성한다.

서기국 구성에서는 비례대표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당원 전체의 직접 투표로 당선된 제1서기가 지명한다(당 제1서기 선거와 함께 지부 제1서기와 지구당 제1서기 선거가 동시에 진행된다).

당 서기는 상근하지 않는 정무직 간부이며 채용직 부서 책임자와 실무 담당자로 구성되는 사무국을 총괄한다. 중앙위원회와 집행위원회는 관례적으로 공직에 선출된 당 간부의 비율을 30%로 제한하고 있다.

국회의원 등 공직을 맡고 있는 당원은 해당 단위에서 간부로 선출되지 않았을 경우 당연직으로 대의원대회에 참석하지만, 발언권만 있고 투표권은 없다.

사회당 내에서는 공직에 선출된 당원이 당내 중앙위원, 집행위원, 서기 등 직책을 맡는 것을 제한하고 비공직 당 지도자의 당 간부 활동 기회를 높여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고 자리 잡고 있다.

3년 후 다음 전당대회까지 당 활동의 기초가 되는 기본 노선과 방향 그리고 이를 이끌어갈 지도부를 선출, 구성한 사회당의 전당대회는 말 그대로 '전당대회'였다.

전당대회는 디종의 '팔레이 데 콩그레스'에서 열린 3일 간의 회의가 아니라 5개월 전부터 시작된 전 당원들의 직접 참여를 통한 당 방향과 정책에 대한 의견 제출로 시작됐다.

그 마지막 단추는 당 활동 노선과 방향이 정해지고 당 활동의 중추인 중앙위원회와 집행위원회가 구성된 뒤 진행되는 제1서기장 선출을 위한 전 당원의 투표로 채워진다.

당원 9만명에서 12만명으로 증가...'민주집중제'라는 관념이 현실화되고 있어

첫 걸음과 마지막 단추를 채울 때까지의 기간과 과정은 당 내 다양한 의견을 가진 당원들이 특정 사안 또는 종합 방향에 대한 단편적인 의견이나 종합적인 노선 안을 작성하고 논의하고, 필요하면 연합하면서, 이를 토대로 당내 일정한 의견 집단을 구성하여 당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당 전체의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으로 꽉 차 있었다.

2002년 대선 패배 시점에 9만명이었던 당원 수가 현재 12만명으로 늘어났다고 하는데, 바로 이러한 적극적인 논의 과정이 책임있는, 힘있는 당 활동 방향을 정하고 패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당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당원과 의견 집단이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내용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고, 그것을 당원 전체에 내놓고 토론을 할 수 있게 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나아가 이 과정 속에서 지도자들을 발굴, 키워나가는 것이 부러웠다. '민주집중제'라는 관념이 실현되는 하나의 방식을 볼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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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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