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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스무 살의 한 청년이 자살했다.

동성애자였던 그는 자신이 함께 해온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가톨릭 신자이기도 했던 그는 유서에서 “수많은 성적 소수자들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반성경적이고 반인류적인지...”라며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이어 “죽은 뒤엔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죠. 윤○○는 동성애자다 라구요”라며 스스로 아까운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놨다.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고달픔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동성애는 성적 취향의 차이일 뿐

많은 동성애자들이 한번쯤은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다고 한다.

동성애자인권연대(대표 정욜・동인련)에서 활동하는 고승우씨는 “동성애자로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점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게 숨통이 막히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것이 왜 어려울까.

한국 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에서 활동하는 박수진씨는 “상담사례들을 보면 동성애자들은 성 정체성이 드러났을 때 실제로 갖은 고초를 당한다”고 밝힌다.

학내 왕따, 직장 해고, 구타, 아웃팅(outing, 타의에 의해 동성애자임이 폭로되는 것)하겠다는 협박으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가족과 친구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편을 택한다.

동성애자 가족 등 대안가족 인정돼야

이러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박씨는 이를 “이성애만이 정상이고 동성애는 비정상이라고 암암리에 교육받고 길러져온 사회환경 탓”이라고 지적한다.

나는 빵을 좋아하는가 하면 너는 밥을 좋아하는 것이 가능하듯 이성을 좋아하느냐 동성을 좋아하느냐는 성적 취향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차이가 우리 사회에서는 차별로 이어진다.

<성적 소수자의 인권>(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펴냄)에서 양현아 교수는 이 차별의 근간에는 ‘남녀가 결혼해 자식을 낳는 것아 기르는 것이 가족이다’라고 하는 이성애를 기본으로 한 가족제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려면 근본적으로 기존의 가족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동성애자들은 성 정체성을 드러내도 결혼과 입양을 통해 가족을 구성할 법적 권리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또다시 소외되고 만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박수진씨는 “우리나라에선 아직은 꿈같은 얘기지만 동성애 가족 뿐 아니라 다양한 대안 가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부모(single parent) 가족'들이 결합한 대안가족이나 미혼모 가족, 또는 미혼여성의 가족 등 기존에 '가족'이라고 인정받지 못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제도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해 전에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법(팍스・PACKS)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씻기 위한 활발한 논쟁이라고 동인련의 고승우씨는 강조한다.

‘차이’를 보장하자

'변태', '에이즈 유포' 등 동성애 혐오증을 유포하는 동성애에 덧씌워진 수많은 얘기들이 '거짓말'이고 '편견'이라는 것을 밝히고, 동성애란 다만 나와 다른 ‘차이'로서 존중되도록 하는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내 가족 혹은 친구의 하나가 동성애에 덧씌워진 편견과 차별로 고통의 늪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말로써만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됐을 때 인권은 실질적으로 '보편적'인 것이 될 것이다.

동성애자 윤씨의 죽음을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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