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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의 평검사들과의 대화 직후에 김각영 검찰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검찰측을 비난하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정부와 검찰측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과거 검찰은 정권의 시녀로서 주로 대통령이 정치적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수난을 겪곤 했다. 이승만 정권 시절 중 6·25 동란이 나기 3일전인 50년 6월22일 검찰사상 전무후무라 할 수 있는 기상천외의 인사이동이 있었다. 서울고검장인 서상권을 검찰총장에 임명하고 2대 검찰총장 김익진을 서울고검장으로 강등시킨 것이 그것이다.

이는 경찰과 군에 의존해 정치를 하던 이승만 대통령이 경찰의 입장을 받아들여 취한 조치였다. 당시 경찰은 공산당이라고 붙잡아 송치하면 증거부족이란 이유로 무혐의 석방시키곤 하는 검찰에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김익진 총장은 “경찰관의 증거수집 능력이 부족하다. 경찰조사에는 의견만 있고 증거가 없다. 경찰관의 의견만 믿고 재판에 붙일 수 없다”고 하여 경찰측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8대 검찰총장 이태희 총장은 서울지검장 시절 김익진 총장에 대한 ‘강등인사’가 있자 이승만 대통령을 상대로 '인사처분무효확인소송'을 낸 전력이 있을 정도로 강직했다. 그는 검찰총장이 돼서는 3·15 부정선거에 관련된 검사장들의 사표를 받아 대대적인 검찰숙청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소수의 검찰총장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검찰총장들은 정부 및 대통령의 눈치보기에 바빴고 이러한 현상은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을 이어져 내려오면서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지난 10년 간 과거 군사정권에 비해서 나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검찰총장직은 불안한 상태다. 지난 2년 간 3명의 검찰총장이 바뀌었으며 건국이래 32명이 교체되었다.

그런 현실에서 김각영 검찰총장의 사퇴는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과거 굵직굵직하면서 미묘한 정치적 문제에 부딫치거나 정권교체시마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검찰총장의 모습을 보면서 그 휘하의 검사들은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제청권을 포함한 인사권이 법무부장관에게 있는가 아니면 검찰총장에게 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조직의 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중도하차한다면 그 조직 자체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지난 9일 있었던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대화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검사들은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추상적으로 현재 검찰의 상황을 설명하여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이야기들은 굳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금같은 시간에 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현 위치와 불안한 신분보장에 대해서 강력하게 주장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왜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밖에 되지 않는가? 왜 미묘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정치적 압력이 들어오는 것인가? 차라리 이러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합리적으로 설명했다면 대다수의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행정기관과 입법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사법기관은 필수적으로 신분보장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개혁도 좋지만 개혁의 칼로 썩은 부분만 도려내어야 하는 것이 현 정권이 안고 가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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