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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양문석 위원이 먼저 지적했다시피 필자도 모 텔레비전 방송을 보다가 노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인터뷰 도중 "청탁이 들어오느냐?"라는 질문에 "청탁이 있다. 내 방에 부탁하는 사람들이 놓고 간 이력서 두 장을 보관하고 있다. 장관 청탁이다. 아직 동생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 이게 아닌데 뭐가 잘못돼 가고 있는 것 아냐?'라는 불안감과 낭패감이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다.

그러면서 주변사람들에 대한 유혹이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빨리 시작되는 거 아닌가, 또한 그 청탁을 별 문제의식없이 받아들이는 듯한, 더구나 그의 태도에서 '대통령의 형이 될 사람이니 이 정도의 청탁은 들어올 수 있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땐, 가슴속에서 분노마저 일었다.

당신은 김대중 대통령의 두 아들 비리문제로 당신의 동생인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당해야 했던, 까딱 잘못하다간 대통령은커녕 후보자리마저 위태로웠던 그 순간을 너무도 잘 기억하고 있었을 텐데, 그걸 벌써 잊었나, 이 사람이 왜 이 정도의 모습밖에 보이질 못하나 하는 안타까움도 밀려들었었다.

길을 가는 누구를 잡고 '대통령의 형이나 동생이 장사를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누구냐?'라고 물어보라 '장사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지 '장관이나 국세청장 인사에 입김을 행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대통령의 형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라고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WTO로 농산물이 개방되어 이제 무얼 해먹고 살지 막막한 농삿꾼이지 뭐긴 뭐냐'라고 대답하지 대통령의 형이니까 장관이나 국무총리보다 더 높은 귀족이라고 생각해줄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인사청탁을 하려는 자들이나 줄대기를 해서 이권을 챙기고 승진을 하려는 자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김영삼씨가 그리고 김대중 전대통령이 그토록 처참하고 고통스런 말기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줬고, 70평생 내내 쌓아왔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정도로 무섭고 무서운 민심을 그 천심을 대통령 가족들은 주변 사람들은 뼈 속 깊이 각인하고 또 각인해도 부족할 판 아닌가?

정치권의 변방인 노무현을 대통령으로까지 만든 사람들은 노무현 개인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어야 발뻗고 자고 편안히 일하며 생활할 수 있겠다는 많은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 때문이었다는 것을 노건평씨가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가족들은 가장 낮은 곳에 있어야 한다. 그 누구보다도 평범한 일반 시민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야 한다. 동생이 형이 혹은 아버지가, 장인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현실에서 가족들에게 고통스럽고 힘겨운 일이 될지언정 2인자나 3인자로서 우대받으며 권력을 주물럭거릴 처지가 아니다.

만약 권력자로서 행세하기 시작한다면 그들은 노 대통령이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는 경고가 청탁자에게 발휘되기도 전에 '대통령 집안이 먼저 패가망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들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민들로부터 요구받은 과제가 많은 대통령이다. 또 그 과제들은 사상 유례없이 복잡하고 어렵기만 한 일들이다. 그런 그에게 자신이 아닌 주변 가족들이 발목을 잡아버린다면 그의 집안뿐 아니라 나라까지 거덜날 수도 있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이 땅에 더 이상 살 의미도 희망도 찾지 못할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우리 한국에 재앙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은 가족과 친인척이 지켜야지 가족의 비리를 파헤치는 사정기관이 결코 지켜낼 수 없다. 제 아무리 강력하고 제 아무리 막강한 사정기관이라도 가족들의 비리와 부패를 막아낼 수는 없다. 오직 가족들의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만이 대통령을 대통령답게 지켜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역사의 한획을 그을 정도로 대단한 일들을 해내고서도 사소한 가족의 부패와 비리로 저토록 어둡고 침통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것은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아들들의 부정부패로 인한 상처 때문이라는 것을 대통령 가족들은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노건평씨는 농사를 짓는 농삿꾼이다. 모든 국민들은 노건평씨가 대통령의 형으로서 권력을 탐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고 그저 당신 옆집에 사는 농사꾼과 똑 같은 평범한 농군으로 남음으로써 대통령의 멋진 형으로 역사에 길이 남아주기를 애절하게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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