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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자격증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교원승진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는 인수위원회의 교육개혁방안에 가슴 두근거리지 않는 교사들은 없을 것이다.

해방 후 수많은 교육개혁이 진행됐지만 개혁이 뿌리내릴 수 없었던 근본원인이 교장자격제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학교장에게 주어진 교사의 승진과 이동의 결정권이나 다름없는 '교원근무평가권'은 학교를 봉건사회를 벗어나지 못하게 묶어둔 족쇄나 다름없었다.

교육개혁안을 마련 중인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는 "교장 선출에 있어 부분적인 제도 개선만으로는 개혁이 어려운 만큼 학교장 자격증제도 폐지와 선출 보직제 도입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인수위는 현행 승진제도는 교장승진을 위해 인맥과 학맥이 동원되는 등 역기능이 많아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장 자격제의 폐지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학교사회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봉건성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황국신민화'의 준말인 '국민학교'라는 이름이 초등학교로 바뀌는데 만 무려 반세기가 걸렸다. 내선일체와 황국신민을 만들기 위한 학교장 훈화시간도 바뀌지 않고 있고 동급생 친구가 '요주의 인물을 감시'하던 주번제도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통제와 순치가 목적이었던 식민지시대 교육방법인 교문지도는 준법의 생활화를 통한 내면화방법으로 바뀌지 못하고 군대의 위병소 역할을 하는 학교도 많다.

직원회의라고 이름 붙여진 '교직원회의'는 민주적 방식인 '토론하고 결정하는'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름이 직원회의지 사실은 교장과 교감 그리고 몇몇 부장들이 결정한 내용을 전달하는 지시전달장이다. 학생지도는 물론 학생자치, 학생의 인권과 관련된 징계문제도 민주적인 절차와는 거리가 멀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교사위원이 학교장의 집행에 의의를 제기한다는 것은 교포교사(교장을 포기한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학생대표가 참가하는 문제는 말조차 꺼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전체교원과 학생들이 써야 할 예산에 대해서는 공개원칙이 지켜져야 하지만 별난 운영위원(?)이 있는 학교에서만 마지못해 생색내기로 알려줄 정도다(그것도 공개를 요구하는 교사가 없으면 행정실 캐비닛에 잠겨 있다). 교원 연수도 양질의 교육을 위한 준비과정이 되지 못하고 승진을 위한 개인의 점수 따기로 전락한지 오래다.

말은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지만 솔직히 말하면 현재 학교의 주인은 학교장이다. 학생이 학교운영에 의의를 제기하면 졸업할 때까지 문제학생의 딱지를 달고 살아야 한다. 이렇게 학교가 바뀌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학교장 자격제에 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어떤 사회가 변화발전하기 위해서는 비판과 상호비판이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장이 행사할 수 있는 '교사근무평가권'은 교사들을 침묵케 하는 요술방망이다. 해방 후 반세기가 지난 학교가 민주주의가 실종된 폐쇄적인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투명한 경영을 할 수 없었던 이유도 그렇다. 그 동안 수없이 내놓은 교육개혁이 실천으로 옮길 수 없었던 이유도 사실은 학교장 자격제에 있었던 것이다.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 점수를 계산하는 교사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지만 이들 다수의 교포교사(교장승진을 포기한 교사)들은 교장 자격제 폐지소식에 가슴 설레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가 정말 교육개혁을 할 수 있을 지 모른다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교장자격제 폐지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안포교사들은 결사적인 저항을 할 것이다. 약간의 진보적인 주장만 해도 붉은 색을 칠하던 사람들이 기득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장의 자격제를 폐지하고 '교직원회의의 투표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교장으로 선출'한다는 것은 무너지는 교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그것은 폐쇄적인 학교가 사회변화에 맞춰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길이다.

또다시 학교장들의 저항에 밀려 개량적인 개혁으로 그친다면 학교는 희망이 없다. 35만 교사와 1천만 학생, 학부모를 살리는 길은 교장 자격제 폐지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홈페이지
http://report.jinju.or.kr/educate/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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