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 <안티 아라키전>을 준비하는 젊은 페미니스트 예술인들이 "아라키전에 반대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지난 5일 일민 미술관 앞 피켓 항의시위 모습.
ⓒ 오마이뉴스 김지은
"예술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일본의 저명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62)의 작품에 대한 젊은 페미니스트 작가들의 비판이 터져 나왔다. 아라키의 작품 1600여 점은 지난 해 11월15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민 미술관에서 <소설 서울, 이야기 도쿄>라는 제목으로 전시된다.

미리보는 1분 클립! (00'50") / 강수연 김정훈 PD
동영상 취재의 하이라이트만 모은 짧은 영상, 클릭하세요.

아라키 VS 안티 아라키 (04'21") / 강수연 김정훈 PD
”미술관이 아니라 인터넷에 오르면 이건 그냥 포르노다”


소윤(서울대 조소과 2년), 태영(홍익대 영상 영화과 2년), 수영(홍익대 예술학과 2년), 탄빵(홍익대 판화과 4년) 등 젊은 페미니스트 미술인들은 아라키의 이번 전시를 두고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근거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이들은 "이런 아라키의 작품에 대해 한국의 기성 문화·예술계와 언론계가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찬양 일색으로 한 목소리를 낸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지난 5일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국회의원 5명의 단체 관람에 앞서 일민 미술관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또한 이들은 <안티 아라키전>을 기획, 오는 20일 전시 개장을 앞두고 있다.

@ADTOP7@
아라키 사진의 주요 소재는 '여성의 몸과 성기'
"아라키의 특유한 작품 세계" vs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


▲ 지난 해 11월 23일부터 서울 광화문 일민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아라키의 첫 국내 사진전 <소설 서울, 이야기 도쿄>.
ⓒ 오마이뉴스 김지은
이들이 문제 삼은 사진전 <소설 서울, 이야기 도쿄>는 아라키의 첫 국내 전시로 개장 이후 지금까지 1만여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언론의 관심도 대단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의 일간지는 그간 3∼4회에 걸쳐 이번 전시와 관련한 기사를 내보냈다. '아라키의 팬'이라고 알려진 가수 싸이는 그의 내한에 맞춰 지난 해 11월 30일 '헌정 축하 공연'을 하기도 했다.

아라키 사진의 주요 소재는 '여성의 몸'. 그의 사진 중 상당수에는 온통 줄로 꽁꽁 묶인 여성의 나신이나 교복을 반쯤 벗은 채 줄에 매달린 여성, 성기를 드러낸 채 알몸으로 누워 있는 여성이 등장한다.

아라키 사진의 이런 경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위민 인 컬러(Women in Color)><긴바쿠(緊縛·긴박, bandage;끈으로 묶음)>라는 테마로 전시된 연작들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위민 인 컬러> 시리즈 중에는 한국의 여성들이 그 대상인 작품도 있다. 윤락가로 짐작되는 방 안 혹은 침대 위에 나신의 여성이 성기를 노출시킨 채 드러누워 있거나 성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진 속 여성의 성기에는 강한 빛깔의 물감이 거칠게 칠해져 있다.

'결박·묶음'을 뜻하는 <긴바쿠> 시리즈는 아라키가 그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가장 빈번하게 해온 작업 중 하나다. 이들 시리즈 사진에 등장하는 무의미한 표정의 알몸의 여성들은 줄이나 쇠사슬에 의해 지붕이나 기둥에 묶여 있다.

일민 미술관 측은 이 두 개의 시리즈 사진들을 모아 붉은 색으로 칠한 전시장 내 일부 공간에 '미성년자 출입 제한' 조치를 취해 따로 전시했다.

@ADTOP8@
▲ 지난 5일엔 문화관광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아라키 사진전이 열리는 일민 미술관을 찾기도 했다. 사진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는 의원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위민 인 컬러><긴바쿠> 등의 작품을 두고 <안티 아라키전> 기획단 측은 "포르노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맞섰다. 이들은 "여성주의자 혹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수치심을 느낄 만한 이런 사진들에 어떻게 비판의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느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또한 아라키 작품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지 않은 기성 문화·예술계와 아라키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만을 해온 언론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안티 아라키전> 기획단의 수영씨는 "비판의 시각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며 "어떻게 모든 권위 있는 미술잡지나 언론이 이런 작품에 대해 한 시각으로만 보도를 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그간 아라키전에 대해 언론은 "그의 작품들은 전시가 될 때마다 외설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실제 사진을 보면 에로틱하기보다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실오라기 한올 걸치지 않고 누워서, 목욕하면서, 혹은 로프에 칭칭 감겨 렌즈를 바라보는 여자들의 근육, 얼굴, 눈동자는 편하다. 어떤 것은 몽환적이어서 신비감마저 인다"(<동아일보>2002년 11월13일자), "전시장에는 다양한 사진들이 말 그대로 비빔밥처럼 섞여 카오스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조선일보>2002년 11월11일자)등 관대한 평을 해왔다.

이들은 "만약 이 전시를 일민 미술관이 아닌 거리에서 했거나 웹사이트에서 했다면 당연히 '포르노'로 비춰졌을 것"이라며 "'일민 미술관'이라는 권위적인 전시공간 때문에 작품에 대한 판단의 기회조차 잃어버리게 됐다"고 잘라 말했다.

일민 미술관 "건강한 문제제기… 그러나 큰 의미는 없다"
기획단 "'진정한 여성의 몸은 이것… 대안 제시하겠다"


<안티 아라키전> 기획단의 비판 의견에 대해 일민 미술관 측은 "건강한 문제제기"라면서도 "아라키 사진에 대한 외설 논쟁은 현재로선 별 의미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아라키전의 큐레이터를 맡은 민병직 일민 미술관 학예연구원은 "우리나라 미술계는 현재 전시만 만들어졌지 제대로 된 피드백이 없는 상태"라며 "건강한 반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아라키의 사진은 여성의 나신을 줄에 묶거나 성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그러나 아라키 작품의 외설성이나 여성 폭력성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 민 연구원은 "긴바쿠 시리즈 등은 이미 아라키 특유의 사진으로 평가된다"며 "사진 자체가 표면적으로 지시하는 바만 본다면 SM(Sado-masochism; 가학 피학성 변태성욕)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이 부분을 완충시키는 장치를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대한 예로 사진 속 여성의 표정을 들었다. 그는 "보통의 SM 사진을 보면 고통스러워하거나 좋아하는 여성의 표정을 바탕으로 SM의 성적 매커니즘이 형성되는데 아라키 작품 속 여성을 보면 극도로 연출됐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줄로 여성의 나신을) 묶었기 때문에 여성 학대로 보는 것은 너무 간단한 논리라고 생각된다"며 "긴바쿠는 일본의 특이한 성문화의 한 단편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이런 작품 경향에 대해 아라키는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에 몸을 묶는다"고 말해왔다. 또한 이번 전시에 맞춰 지난 해 11월 29일 내한해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왜 여자의 몸을 줄로 묶어 사진을 찍느냐는 질문에 "그게 더 아름답다. 여체는 자극하면 더 아름다워진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라키 작품은 그간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크고 작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타이완에선 대학생들이 그의 전시장에 돌을 던졌다. 지난 해 영국 전시에서는 버밍햄 지회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1990년 일본에서조차 여성의 성기가 보이는 그의 작품이 '외설도화 진열 혐의'로 경시청에 압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아라키 작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티 아라키전> 기획단 측은 "여성의 눈으로 진정한 '여성의 몸'을 보이겠다"며 "이번 <안티 아라키전>을 남성 중심적인 기성 문화·예술계를 비판하는 페미니스트 예술가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

"진정한 '여성의 몸' 느끼러 오세요"
[인터뷰] <안티 아라키전> 준비하는 여성주의 예술인들

▲ <안티 아라키전> 기획단.
ⓒ오마이뉴스 김지은
<안티 아라키전> 기획단은 현재 서울대·홍익대 등에 재학중인 젊은 페미니스트 예술인들이 주축이다. 소윤(서울대 조소과 2년)·태영(홍익대 영상 영화과 2년)·탄빵(홍익대 판화과 4년)·수영(홍익대 예술학과 2년)씨 등이 그 주인공.

이들은 현재 여성주의 웹진 <언니네(www.unninet.co.kr)> 및 여성해방연대(www.feminist.or.kr) 사이트를 통해 전시 홍보 및 후원기금 마련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난 5일에는 일민 미술관 앞에서 '아라키전 반대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배기선(문광위원장, 민주당)·김성호·정범구 민주당 의원, 정병국·강신성일 한나라당 의원 등 문화관광위 소속 국회의원 5명이 일민 미술관의 초청으로 사진전을 찾았던 날이다.

이날 기획단은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과 즉석 면담을 갖고 아라키 작품에 대한 논박을 펼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기획단 측은 정 의원에게 "이런 여성학대적인 전시에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이 찾는다면 이 전시의 권위를 높이는 효과만을 가져올 뿐"이라며 관람 반대 의사를 표했고 정 의원은 "전시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 말을 못하겠으나 너무 일방적인 의견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는 등 약20여분간 열띤 즉석 논쟁을 벌였다.

<안티 아라키전>은 아라키 작품에 대한 국내 여성주의 예술인들의 첫 비판전시라는 점 외에도 대안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안티 아라키전(www.feministart.co.kr)>은 오는 20일부터 3월 2일까지 서울 홍대 앞 카페 <시월>에서 전시된다. 전시 오픈은 20일 오후 5시이며 문의는 이메일(murphy12@empal.com)을 통해 하면 된다. 후원금 계좌는 032901-04-006732(국민은행, 예금주 김소윤).

다음은 <안티 아라키전> 기획단과 가진 일문일답.

- <안티 아라키전>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해 11월 말, 학교 미대 건물에 아라키 전 홍보 포스터가 굉장히 많이 붙어 있었다. 어떤 전시인지 보고 싶어 공강을 이용해 관람했다. 그런데 무척 분노스러웠다. 그의 사진을 본 느낌은 여성들의 성폭력 사건이나 강간 사건에 대해 들었을 때와 비슷했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이런 전시가 일민 미술관이라는 거대 자본 갤러리를 통해 홍보,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가 막혔다."

- 아라키 작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의 없었는데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예술은 가치 판단 불가능의 영역으로 보는데 그렇지 않다. 예술은 항상 그 역사 속에서 (남성)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런 구조로 인해 다양한 미술 담론이 많이 흡수된다. 위험한 일이다.

언론의 보도행태에도 분노를 느꼈다. 어떻게 모두 한쪽 시각만 담을 수 있나? 외국에선 아라키가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러 단체에서 반대 시위를 한다.

만약 이 전시를 일민 미술관이 아닌 거리에서 했거나 웹사이트에서 했다면 '포르노'로 비춰졌을 것이다. '일민 미술관'이라는 권위적인 거대 자본 전시공간에 들어오게 되면서 작품에 대한 판단의 기회를 잃게 된 듯 하다."

- <안티 아라키전>엔 어떤 전시작품이 전시되나?
"기본적인 틀은 '여성의 몸'이다. 아라키가 남성으로서 '여성의 몸'을 그렸다면 우린 여성의 눈으로 진정한 여성의 몸을 보일 것이다. 아라키가 본 여성의 몸은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근거한 여성의 몸이지 진정한 여성의 몸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한 여성의 몸이 뭔지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이번 전시의 의미는?
"첫 번째로 그간 아라키에 관대했던 일민 미술관과 한국 미술계에 책임을 묻는 액션으로서 의미가 있다. 두 번째로는 젊은 여성 예술가들이 모이고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김지은 기자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