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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동네 입구에 서 있는 조형물
ⓒ 심규상
"길가는 사람보고 도둑놈 같다며 주머니 털어 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은 민주사회, 시민사회가 취할 절차가 아니다. 치욕적 행위를 요구하는 거다."

23일 꽃동네 자원봉사 변호인단 주최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결백하다면 왜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냐"는 질문에 임광규 변호사가 답한 내용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음성군 맹동면 주민 십여명이 나와 "상상도 못할 일이고 오 신부님은 그럴 분이 아니다"며 꽃동네와 관련한 언론보도 내용에 "서운하다"고 되뇌었다. 과연 그럴까.

▲ 꽃동네에 들어서면 우선 방대한 면적에 놀라게 된다. 꽃동네 입구에 서 있는 안내도
ⓒ 심규상
꽃동네 정문 밖을 나서자마자 만난 주변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회견장 안 사람들의 얘기와는 사뭇 달랐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주민들은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면서도 꽃동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기자와의 대화 도중 격앙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주민들도 더러 있었다.

꽃동네를 중심으로 충북 진천방향으로 들어서 있는 음성군 맹동면 버스정류장 앞에서 만난 김 아무개씨(54)는 "이 근방에서 꽃동네 얘기 좋게 하는 사람 많지 않을 걸"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부모형제도 꺼리는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을 돌보는 좋은 일"을 하는 꽃동네에 대한 주변 인심이 왜 이렇게 냉랭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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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꽃동네면(面). 농지는 물론 주유소, 터미널까지 사들여"

"왜냐구? 여긴 맹동면이 아니라 꽃동네면(面)이라니까. 여기 저기 죄 꽃동네 땅이여. 하여튼 농토만 나오면 꽃동네에서 마구잡이로 사들였응께. 농지뿐인 줄 알어. 여기 버스터미널 건물도, 저기 보이는 빌라도, 저 아래 길가에 주유소도 꽃동네 것이여. 주유소 옆에 있는 식당도 꽃동네에서 사들였다고 하대."

▲ 꽃동네측은 인근 맹동면사무소 입찰에 참여해 부지를 매입한 후 이곳에 자원봉사자 기숙자 아파트를 세웠다.
ⓒ 심규상
주민들은 열이면 아홉은 우선 꽃동네측의 땅 매입을 문제 삼았다.

꽃동네를 기준 삼아 왼쪽 음성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왕읍 용계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꽃동네와 관련한 얘기를 묻자 대답대신 길 건너 야트막한 야산을 가르켰다. 손가락 끝으로 사과밭이 보였다. 하얗게 쌓인 눈 때문인지 밭이 꽤 커 보였다.

"저 것이 다 꽃동네 것이여. 지난 가을에 가보니 얼마나 농사가 잘 됐던지 사과가 얼굴에 스치더라구. 땅만 나오면 다 사들여서 어마어마하다던데 도대체 농사를 얼마나 질라고 그라는지…."

금왕읍 시가지로 들어섰다. 눈이 녹아내리면서 걸쭉해진 도로를 피해 인도를 따라 자전거를 끌고 지나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이 모씨. 금왕읍 무극리)를 붙잡았다.

"솔직히 안 좋아. 나도 꽃동네에 몇 만원이지만 돈도 낸 사람이여. 사정하는 사람도 없지만 지금은 내라고 사정해도 안내. 성금 내는 사람들이 땅 사들이라고 돈 내지는 않을 거 아냐. 그 많은 땅을 오 신부가 개인돈 내서 사들였을 리는 만무하고…."

▲ 꽃동네측이 매입해 운영중인 '꽃동네 주유소'(맹동면 내)
ⓒ 심규상
주민들은 가뜩이나 큰 꽃동네가 더 커져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땅 덩어리가 커지는 만큼 꽃동네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도 커지고 있었다.

"좋은 일 하는 거 누가 모르나. 그치만 건물 지을 땅이 없나. 농사 질 땅이 없나. 꽃동네 들어서 있는 땅만 해도 이것저것 필요한 시설 다 질 텐테…." (금왕면 개인택시 기사)

"가진 땅만 팔아도 전체 수용자 수십년 먹고 살 것"

"꽃동네에서는 수용자들 자립에 필요한 농사용 땅이라고 합디다. 그런데 내 알기로 꽃동네에 수용자가 2-3천명 있어요. 그중에 농사지을 능력 되는 사람 몇 안돼요. 누가 그러는데 성금이다 국고보조금이다 다 끊어도 지금까지 사놓은 땅만 팔아도 수용자 전체가 10년, 20년 걱정 없이 먹고 살거라고 합디다."(금왕읍 금성운수 택시기사)

이곳 주민들이 오웅진 신부가 복지사업을 핑계로 인근 주민을 농지에서 몰아내고 '꽃동네 왕국'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꽃동네 앞 1km 방음벽, 꽃동네 측은 소음이 심해 관련기관에 건의해 세웠다고 말하고 있으나 도로와 건물간 거리가 수백여미터나 떨어져 있다.
ⓒ 심규상
주민들은 또 오웅진 신부가 음성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권력화됐고 그 힘을 남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민들은 꽃동네 앞 도로변에 설치된 1km에 이르는 방음벽을 그 예로 들었다.

"도로변에서 꽃동네 수용자 건물까지 족히 수백미터는 될 겁니다. 그런데 시끄럽다고 관련 기관을 들볶아서 방음벽을 만들었어요. 이거 생긴 뒤로 지나는 사람 답답하죠. 겨울에 햇볕 안들어 눈도 안 녹아요."

"지날 때마다 속이 터집니다. 정부에서 예산 타령 하지말고 그런 쓸데 없는 짓 할 돈 있으면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나 내던지."


소음이 심해 환자들이 잠을 못 이뤄 방음벽을 세웠다는 꽃동네측 주장에 대해 주민들은 "꽃동네 노출을 막기 위해 소음을 핑계로 로비를 벌여 억지공사를 벌이게 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도로는 꽃동네와의 거리가 육안으로도 족히 몇 백미터는 돼 보였다. 주민들 말처럼 방음벽을 따라 도로변에는 눈덩이가 엉겨붙어 있었고 때문인지 '사고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오 신부는 음성 대통령, 1km 방음벽은 권력 남용 징표"

선거 때마다 영향력을 과시해온 오 신부의 행보도 힘의 남용 사례로 거론됐다.

▲ 대다수 인근 주민들은 맹동면 전체를 꽃동네화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했다. 맹동면 시가지.
ⓒ 심규상
"도의원은 물론 군의원까지 오 신부 눈밖에 나면 당선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죄 꽃동네로 몰려가 눈 도장을 찍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러나 주민들 중 꽃동네 후원회원이 몇 명인지, 후원회비가 얼마인지, 꽃동네 소유재산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꽃동네는 인근 주민들에게조차 베일에 싸여 있는 '의문의 성'이었다.

기자가 만난 수 십여명의 인근 주민들은 이런 저런 꽃동네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의혹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동안 정부와 언론이 꽃동네의 지나친 몸집 불리기를 부추기고 조장해 왔다며 일시적인 반짝 여론으로 끝나지 않도록 철저한 검찰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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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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