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들입니다." 12월의 어느 주말. 성남 제2종합운동장 내에 위치한 아이스하키전용 링크장. 국내 유일의 아이스슬레지하키팀인 연세 아이스슬레지하키팀의 플레잉 코치 김승구(38)씨의 당당하고 자부심에 찬 대답을 들었다. 아이스슬레지하키? 스포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도 아이스슬레지하키라는 종목에 대해서는 생소할 것이다. 나 역시 "우리나라에 이런 종목이 있었나? 대표팀까지 있는 종목을 내가 몰랐을 리가 없었을텐데..."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링크장에서 그들의 땀흘리는 모습을 지켜본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모르고 있던 것이 어쩌면 당연했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들의 신체를 보고 다시 한번 탄성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하반신이 불편한 장애인들이었다.
 솔트레이크 동계 패럴림픽 경기 장면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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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아이스하키를 한다고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스하키는 상당히 거칠고 몸싸움이 많은 스포츠로 인식되어 있다. 김승구 플레잉 코치는 아이스슬레지 하키에 대해 "우리는 걷는 데 불편하기 때문에 썰매를 타고 할 뿐이지 나머지 규칙은 일반 아이스하키와 똑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스포츠지만 아이스하키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나 미국, 노르웨이같은 나라에서는 겨울철 장애인 최고의 스포츠로 아이스하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이스슬레지하키(Ice Sledge Hockey)는 아이스하키를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변형한 경기이다. 대부분의 장비 또한 일반 아이스하키의 보호장비를 사용하며, 스케이트를 대신하여 양날이 달린 썰매를 사용한다. 썰매의 높이는 양날 사이로 퍽(puck)이 통과할 수 있는 높이로 제작되어야 하며, 스틱의 한쪽 끝에는 썰매의 추진을 위한 픽(pick)과, 다른 한쪽에는 퍽을 칠 수 있는 블레이드(blade)가 달린 폴(poles)을 사용한다. 장애인올림픽에서의 경우, 아이스슬레지하키는 1994년 대회에 처음 선을 보였으며,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최고의 장애인동계스포츠로서 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일반 관중들에게도 인기와 재미를 더해주는 경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7월 연세재활병원 척수장애인후원회와 (주)리컴메디칼(대표 이성근)의 주최로 일본팀 초청 시범경기와 워크샵으로 처음 소개되었으나, 2001년 3월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 창시자인 이성근 감독이 혈액암 투병중 사망하면서 팀이 와해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2001년 5월 고(故) 이성근 감독의 휘문고 후배이며, 팀의 자원봉사코치였던 이영국 감독을 중심으로 팀을 재정비하고 선수를 보강하여 팀의 와해를 막았다. 현재 우리나라 유일의 국가대표팀인 연세아이스슬레지하키팀은 선수 15명과 이영국 감독, 하진헌 코치, 그리고 주무 5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장애인 스포츠계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일무이의 장애인 올림픽 4연패를 기록한 '한국의 헤라클레스' 정금종(38) 선수가 대표적이다. 정금종 선수는 아이스슬레지하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역도와 달리 매우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입니다. 하면 할수록 슬레지하키에 대해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김승구 플레잉코치의 훈련모습 ⓒ 국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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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지하키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체력과 운동신경이 뒷받침되어야하기 때문에 선수들중 몇몇 선수는 장애인 농구나 역도와 같은 운동을 하는 선수가 많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재활병원에서 받는 약간의 후원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비를 들여서 운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주중에는 자신의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에 시간을 내서 훈련에 참가하는 선수들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유일의 아이스슬레지하키팀이지만 국제대회참가 경험이 전무하다. 국제대회 포인트 획득이 없으면 동계 장애인 올림픽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들의 희망은 2010년 강원도 평창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이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개최국 자격으로 동계 장애인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이자 최고의 인기종목인 아이스슬레지하키의 대회 참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에 대한 대우도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선수들은 그때까지 선수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은 안 하지만 지금 그들이 개척해 놓은 이 길을 그들의 후배선수들이 꽃피워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들은 현재 다른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아이스슬레지하키의 홍보와 강습에 열중하면서 언젠가 올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2010년을 위하여...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스포츠피플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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