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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도 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리저리 옮겨다닌 철새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냉엄한 심판을 내렸다. 특히 충청지역에서는 이인제 자민련 총재권한 대행에 대해 표로써 사형선고를 내렸다. 아울러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긴 지역구 의원들에 대해서도 철퇴를 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선거기간 동안 지역 언론들은 마치 이들의 행보가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추리소설을 쓰는 행태를 보였다. 선거 막판까지 외줄타기를 했던 김종필 총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충청권 표심을 쥐고 있는 것처럼 했다.

언론의 추리소설은 이인제 의원의 민주당 탈당과 자민련 입당을 계기로 시작됐으며 충청지역이 이들 손에 달려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이들이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로 충청의 표가 쏠릴 것이라고 보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며 유권자들을 무시한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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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인제 의원이 그동안 두차례에 걸친 경선불복의 인사라는 점과 '당 잔류'를 선언한 지 이틀만에 당적을 옮긴 점, 고비마다 당적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언론들은 어떠한 평가없이 충청표심을 강조하며 행보에 따라 충청지역이 변할 것이라고 보고 비중있게 지면을 할애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언론은 공식적인 정치행위의 숨은 뜻을 캐내는데 너무 집착했다. 그런 노력은 당연히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정치보도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가 되고 있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의 공식적인 의미는 반감되고 정책대결이니 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지역 언론들의 대체적인 추측기사는 자민련 관련 기사들로 "이인제 의원이 이회창 후보를 공개 지지할 것이다" 혹은 "이인제 의원이나 김종필 총재가 충청 표심에 크게 영향을 줄 것이다" 등이다. 정치보도는 추리소설 쓰기가 절대 아니다.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추측보도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막는 요소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보면 대전일보 12월 2일자 4면 '이인제 탈당 보수 표심 자극 노 후보 타격예상'의 경우 "노 후보측에 큰 타격이 예상" "이 후보측에 유리해질 가능성 높아"라고 자의적으로 해석을 내렸다.

12월 5일자 4면 '이인제, 昌 적극 지원할 듯' '盧·鄭 공조 급진전 공동정부 논의 주목' 등을 통해 추측기사를 썼고 6일자 1면 '昌-JP 내주 회동 가능성 대선공조 성사여부 주목' 같은 날짜 4면 '한-자 손잡기 본격화되나' '민-통합21 공조 막판 절충' 등 결정된 바 없는 사안들을 가지고 추측과 예단으로 일관하고 있다. 12월 7일자 2면에서는 '昌-IJ 금명회동 가능성'이라고 했고 3면에서는 'MJ 충청 盧지원 나설까' 12월 9일자 4면에서는 'IJP 대선중립설 대두' 등으로 보도했다.

특히 12월 9일자 1면 '이-노 충청 수도권 혼선' 기사에서 "민주당이 박빙 우세∼한나라 추격하는 양상이다" "부동층 노 후보 쪽으로 급격히 가세" "부산 경남권 지역민 40%대의 지지 장담" "노 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자민련 김종필, 심대평 지사 측면지원 기대" "민주당에 격차 벌어질 것 예상" 등은 판세 분석기사이지만 대체로 모두 양당의 주장을 근거로 추측해 쓴 내용들이다. 역시 춘추사 공동 전국 권역별 판세분석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짜 5면 '鄭, 전면진출 머뭇 속내는…'도 민주당과 국민통합 21간의 공조에 대한 각종 추측을 기사화 한 것이다.

중도일보 12월 4일자 1면 '충청권 대선판도 변화 가속'에서는 충청권 정치세력이 중도보수로 집결되고 있다고 보고 근거도 없이 충청권 표심이 박빙의 승부 양상을 보인다고 추측하고 있다. 또 이인제 의원의 탈당과 자민련 합류를 두고 충청권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이 대거 한나라당에 합류하고 있다고 침소봉대하는 보도태도마저 보였다.

12월 5일자 1면 '선거중반 충청접전 가열' 기사를 보면 어떤 여론조사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지, 이인제 의원과 심대평 지사가 언제 한나라당을 지지했는지 확증도 없이 추측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짜 3면 '충청공략 인제풀 가동'은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이인제 의원의 결속에 대한 기사로 "대세에 상당한 영향" "파급효과" "강한 파괴력" 등 예측으로 일관하고 있다. 12월 9일자 1면 '충청권 여전히 캐스팅 보터'에서 "이인제 총재 권한대행과 김종필 총재가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사실 관계에도 어긋난다.

대전매일은 11월 29일 'JP, 누구 손 들어주나'에서 자민련 김총재가 손을 들어주는 쪽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을 하는 무모한 보도를 했다. 12월 5일자 5면 '한, IJ효과 기대 의도'라는 기사를 통해 이회창 후보가 논산에서 1박하는 까닭에 대해 추측성 기사로 일관하고 있고 7일자 4면 '한-자 共助 초읽기'에서는 이인제 의원이 자민련 총재대행으로 취임하고 이후보에 경선불복을 공개 사과함으로써 양당간 공조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계속된 추측기사를 내보냈다.

12월 10일자 1면 '李·盧 부동표를 잡아라'에서 어떤 여론조사 결과인지 밝히지도 않고 충청권 20%대의 부동층이 여론조사 결과 나왔다고 했다. 단순한 추측이 아닌 근거를 제시한 보도가 필요하다. 12월 10일자 5면 'IJ 한나라냐 민주냐' 기사도 각종 해석이 난무한 기사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보도를 했다.

대선을 앞두고 자민련과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의 행보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오락가락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을 지원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의원총회에서 중립을 결의하고 이인제 권한대행도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놓고 이인제 의원은 한나라당 지원유세를 다녔다. 반면 김종필 명예총재는 이번 대선에서 어디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러한 갈지자 행태에 대해 언론에서는 비판은커녕 추측성 기사로 일관하고 특히 김종필 총재의 발언에 대해 자의적으로 추측해 보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구체적인 보도로 대전매일 12월 11일자 5면 '한-자연대 막판변수 노-정연대' / 12일자 4면 '치밀하게 준비된 공약 아니다' / 13일자 4면 '자민련, 사실상 대선 중립' / 14일자 4면 'IJ 급진세력 경계해야' / 16일자 4면 'IJ 지지후보 금명 표명'이 있다. 중도일보는 12월 13일자 1면 '자민련 사실상 이회창지지' / 14일자 2면 '급진세력 등장은 막아야'가 있다.

대전일보는 12월 12일자 4면 '대선입장 금주내 결정' / 14일자 4면 '자민련 개별적 李지지 잇따라' '급진세력 국정혼란만 초래' / 16일자 4면 'JP, 이후보지지 밝힐까?' / 17일자 4면 '선거 내 판단대로 선택' 등의 기사를 통해 은근히 자민련과 이인제, 김종필씨의 이회창 후보 지지선언을 기대하는 기사를 썼다. 특히 대전일보 12월 11일자 2면 대일만평 JP에게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구애를 하는 장면을 그리고 "JP는 살아있다"고 그렸다. 사실관계를 왜곡해도 큰 왜곡이다.

대전매일도 같은 날짜 3면 '누구편도 안들겠다, JP 대선중립 표명'에서 JP가 노무현 후보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음에도 '이회창, 노무현 후보에 대한 양비론'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4면 '得失계산 아직도…'라는 기사를 통해 '노무현 끌어안기'라고 분석하면서도 여전히 양비론이라고 규정했고 게다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대선 직전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지지표명을 할 것이라고 여전히 추측하고 있다.

반면 중도일보 12월 17일 3면 'JP 중립 거듭 확인' 기사에서 이인제 대행의 최근 행보에 대해 주의를 환기했고 충청권 판세 노무현 우세론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고 제목을 뽑아 비교적 공정한 보도를 하려고 했다.

한편 지역 언론들은 판세분석 기사를 통해 추리소설을 썼는데, 특히 대전매일의 판세분석은 자의적이고 예단, 추측으로 흘렀다. 특히 지역 정치인들의 탈당과 입당 등 철새 행태를 띤 것과 관련해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표가 움직일 것이라든지, 자치단체장이나 기초, 광역의원들의 당소속에 따라 유권자들이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은 유권자를 철저히 무시한 분석태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예를 들면 12월 5일자에서는 "이인제 의원의 자민련 입당이 지역표심에 일정부분 심리적 영향을 끼칠 것" "전통적인 지역정서를 살펴볼 때 외연적 판세는 자민련 소속 정치인들의 합류로 한나라당에 매우 유리" 12월 6일자 "김원웅 의원이∼노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 상당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여론이 지배적" 12월 7일자 "전용학 의원마저 한나라당에 입당 비교적 안정적 추세" "이회창 후보의지지 기반이 한층 더 확대된 것으로" "자민련 지지자들의 보수성향∼이후보 쪽에 다소 유리한 전망을 가능케" "노후보가 안정적 이미지∼확실히 우위에 선 것으로" "지지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등 추측성 기사가 남발됐다.

특히 12월 9일자의 경우 '자민련 고향…안개표심'의 제목으로 부여, 보령, 서천을 판세분석하면서 "김종필 명예총재의 손에 달려있다"는 식으로 분석해 유권자들을 모독했다. 소제목에서도 'IJP 공식지지쪽으로 표 쏠릴 가능성' '퇴색한 인기 예상밖 결과 나올 수도' '한나라 김용환 의원 영향력 과시' 등으로 유권자를 무시하고 추측으로 일관했다. 10일자에서도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영향력이 표심에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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