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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추자 '신중현 작품집 : 늦기 전에'
ⓒ 배성록
수록곡
1. 늦기 전에
2.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3. 나뭇잎이 떨어져서
4. 가버린 사랑아
5. 나를 버리지 말아요
6. 알 수 없네
7. 잃어버린 친구 - 소윤석
8. 떠나야 할 그 사람 - 김선
9. 소야 어서 가자 - 소윤석
10. 웬일일까 - 소윤석


음반 쇼핑몰의 소개 문구는 ‘김추자의 역사적인 데뷔 음반’이다. 아마 김추자를 무슨 트로트 가수로 생각하는 20대 청춘이라면 무엇이 역사적이고 무엇이 대단한지에 대해 심한 존재론적 고민을 시작할지 모르겠다. (다 조관우 탓이다…) 하지만 분명 역사적인 음반임에는 틀림없다.

69년이라는 발매 연도부터가 매우 의미심장하고, 본작을 기점으로 해서 신중현의 ‘스타 제조기’로서의 명성에 불이 붙었다는 점 역시 생각할 만하며, 본격적으로 ‘소울’ 음악의 붐을 일으킨 음반이란 점에서도 이 음반이 갖는 의미는 크다.

우선 음반을 보고 많은 이들이 가졌음직한 의문부터 해소하도록 하자. 음반의 7번 트랙부터 10번까지는 김추자가 아닌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데, 이는 당시의 보편적인 제작 방식으로 이해하면 수긍이 갈 것이다.

‘당시 신인 가수가 독집 음반을 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겠는가?’하고 이해한다면 그대는 기특한 사람, 더 나아가 ‘앞면은 대중성, 뒷면은 실험성을 담은 신중현 작품집의 특성 그대로’라고 생각했다면 그대는 영특한 사람.

말 그대로 본작은 ‘신중현 작품집’이며, 그래서 앞면의 대중적 취향 가요와 뒷면의 실험적 음악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예상할 수 있듯이 앞면의 수록곡들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히트를 기록했고, 이후 소울-싸이키델릭 음악의 짧은 ‘영광의 순간’이 찾아왔다.

김추자는 분명 당시 가요계에서는 파격적인 존재였을 것이다. 한 지인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육감적인 몸매로 섹시한 율동과 함께 압도적인 노래 실력을 선보인’ 거의 최초의 여가수였다. 물론 그녀의 인기는 탁월한 노래 실력과 신중현의 음악에 기반한 것이었다.

베트남 전과 맞물린 시대상을 보여주는 곡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퍼즈 기타의 이지러짐이 김추자의 상큼한 가창에 맞물려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곡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당대에 미국에서 유행하던 소울의 영향과,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류의 공간감 넘치는 싸이키델릭이 묘하게 얽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두텁고 시원시원한 김추자의 보컬이나 유달리 강조된 베이스 음 등은 소울의 흔적을, 어딘가로 데려가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와 이채로운 기타 톤에서는 싸이키델릭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특징들은 시원한 보컬이 부각되는 <늦기 전에>나 고풍스런 선율이 인상적인 <나뭇잎이 떨어져서>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김추자는 이런 곡들을 부르며 터질 듯한(!) 몸매로 춤사위를 선보였던 것이다. 여기서 다시 지인의 증언 한번.

“김추자가 무대에 서면 기묘한 느낌을 받곤 했지. 앳된 얼굴에 성숙한 체격으로 도발적인 율동을 선보이곤 하는데, 이상한 느낌 받지 않는 남자가 없었지. 그렇기에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고, ‘그 사건’만 아니었으면 오래 가수 생활 했을텐데 말이야…”

여기서 ‘그 사건’이란? 그건 잠시 뒤로 미루고, 결론이나 내 보자. 김추자의 이름을 만방에 떨친 본작은, 직업적 작곡가로서 신중현의 야누스적 면모를 ‘대표’할 만한 음반이다. 뒷면의 긴긴 실험적 싸이키델릭 사운드를 듣다 보면, 앞면 곡이 없었다면 과연 팔리기나 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이니까. 그러나 상대적으로 대중적이라는 앞면 노래들조차도, 앞서 살펴봤듯이 당대의 소울 음악과 사이키델릭 록의 양분을 흡수하고 있다. 그래서 본작은 소개 문구처럼 ‘역사적인 데뷔 음반’이자 ‘소울 음악의 붐을 일으킨 음반’이다. 그에 더해 ‘스타 제조기’ 신중현에 ‘발동’이 걸렸음을 알리는 역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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