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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로 시작하는 가곡 '선구자'. 이를 작곡한 석호 조두남(1912~1984) 선생이 일제 때 친일행적을 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어 마산시가 10억여원을 들여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기념관과 테마공원 조성을 중단하고, 사실 규명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희망연대'(상임대표 김영만) 등 마산지역 시민단체는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마산시는 지난해 11월부터 10억4000여만원을 들여 마산시 신포동 3550평 터에 조두남의 이름을 딴 기념관과 야외공연장, 정자(일송정), 우물 등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마산시는 당초 "선생은 고향이 평양이지만, 한국전쟁 때 마산으로 내려와 마산사람으로 살아온 예술인"이라면서, "기념관과 공원을 지어 지역의 새로운 명물로 키워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희망연대'는 최근 조두남 선생의 친일 행적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그대로 진행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준공식을 갖기 이전에 이 문제에 대한 사실 규명부터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깨끗하게 밝혀진 가운데 준공식을 하더라도 모든 시민의 호응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산시 관계자는 "조두남 선생의 친일 행적 의혹이 불거진 사실에 대해 모른다"면서, 12월부터 부분적인 운영에 들어간 뒤 내년 봄에 개관식을 열 예정이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선생의 행적 중에 친일과 관련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전시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만약에 그런 사실이 있다면 의혹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양 출신 연변 작가 류연산씨 추적 끝에 <말>지에 보도

조두남은 누구 조두남 선생은 1912년 평양에서, 가톨릭 집안의 3대 독자로 태어났다. 그는 21살인 1933년 '선구자'를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시대 때 '그리움' '농촌' '산' '제비' 등을 작곡했고, 1951년 1.4후퇴 때 부산으로 피난했다가 그 해 6월 마산으로 옮겨 눌러 앉았다.

조두남 선생은 가곡집 <분수> <산도화> <조두남가곡집>과 수상집 <선구자> <구리움> 등을 출간했다. 1984년 세상을 떠났으며,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추서받았다.

조두남의 친일의혹 몇 해전 '선구자' 작사자 윤해영의 친일 증거가 밝혀지면서, 조두남도 친일 행적이 있지 않느냐는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묻혀들고 말았다. 그런데 월간 <말>(2002년 11월호)에서 조두남의 친일 의혹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나온 것이다. 연변 작가 류연산씨가 추적해 밝혀놓았다.

류씨는 생전에 조두남 선생과 친분이 있었던 연변 음악계의 원로 김종화(81)옹을 1995년 5월에 만나, "조두남도 '징병제 만세'와 '황국의 어머니'라는 친일노래를 작곡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종화 선생은 1944년 조선 청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양 골목에 나붙은 무슨 악극단의 포스터를 보았는데, 조두남 작곡으로 된 '간첩은 날뛴다'였다. 이를 보고 공연을 관람하게 됐는데 내용은 '간첩'들이 경찰서를 치는 것을 주의하고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말한 간첩이란 항일세력이었으니 '징병제 만세'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룡정의 노래'를 '선구자'로 뜯어 고쳤다는 사실까지 제시한 류연산씨는 "윤해영과 조두남은 독립운동가가 아니었다"면서, "오히려 윤해영은 일제의 '협화회'에 근무한 사람이고, '선구자' 아니 '룡정의 노래'는 애수의 노래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두남은 한때 '약침쟁이'(마약중독자)로 타락했던 사람이고 만주 신안진에서 식객으로 있으면서 애수의 노래를 짓거나 일제의 침략을 위한 선전으로 극단을 조직하여 전국을 다니면서 독립운동가들을 소탕하는 것을 찬양한 가극을 연출하고 다녔던 사람이다. 이런 작사자와 작곡가의 신상을 돌이킨다면 우리의 가슴에 '선구자' 노래가 장엄하게 안겨올 수 없다."

"개관 보류, 친일행적 진상조사부터"

시민단체 문제 제기 조두남 기념관 건립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단체는 '희망연대'다. 김영만 회장은 "조두남 기념관 건립을 보류하고, 친일 관련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제식민지와 군사독재시대를 거치면서 부당한 권력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지역의 반민족적, 반민주적 기념물을 제거하고,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 반민주적 기회주의 인사에 대한 잘못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희망연대'는 그동안 5.16혁명찬양비 철거, 진해와 마산에 있는 10월 유신 기념물 철거 촉구, 이은상 재평가 작업과 노산문학관 건립 반대운동 등을 벌여오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조두남 선생의 친일문제를 거론하면서, 개관기념식을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두남기념관이란 명칭을 하고 나서, 선생의 친일 문제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조명된다면 고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마산시와 시민 전체가 전 국민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가칭)조두남 선생 친일의혹 조사특별위원회'를 결성해 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영만 회장은 "조두남기념관과 테마공원이 들어선 곳은 4.19 때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떠오른 마산 앞바다와 바로 인접해 있다"면서, "마산시가 '김주열 열사 거리' 명명을 요구한 시민단체의 주장도 묵살하면서 친일 의혹이 불거진 인사의 기념관을 시민의 세금을 들여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조두남 친일 행적 진상조사를"
희망연대 성명, 기자회견 4일

희망연대는 4일 오전 마산 신포동 조두남기념관 공사 현장에서 "'조두남기념관' 개관준비 중단과 조두남 선생 친일행적 진상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갖는다. 아래는 미리 배포된 성명서 전문이다.

오늘 우리는 참담한 심경으로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기념관' 개관준비와 관련된 일체의 사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해 줄 것을 마산시에 강력하게 촉구하고자 한다.

우리가 '조두남기념관'의 준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뒤늦게 이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 동안 진행된 '조두남기념관' 건립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조두남선생의 친일, 친독제 등의 반민족, 반민주 행적이 뚜렷이 밝혀진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마산시에서 '조두남기념관 건립계획'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가곡 '선구자'의 작사자로 알려진 윤해영의 친일 행적과 관련해 작곡가 조두남의 증언에 문제가 있다는 세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민단체가 그 정도의 의혹만으로는 조두남기념관 건립을 문제삼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두남선생의 친일행적에 대한 증언이 최근에 나왔다. 우리 나라의 권위 있는 시사월간지 ‘말’의 2002년 11월호에서 현재 연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류연산씨가 생전에 조두남씨와 친분이 있던 연변 음악계의 원로 김종화(金種華 1921년 12월 3일 화룡현 룡문향 태생) 씨를 1995년 5월에 만나 “조두남 선생도 「징병제 만세」 「황국의 어머니」라는 친일노래를 작곡했다.

김종화 선생은 1944년 조선 청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양 골목에 나붙은 무슨 악극단의 포스터를 보았는데 조두남 작곡으로 된 「간첩은 날뛴다」였다. 이를 보고 공연을 관람하게 됐는데 내용은 ‘간첩’들이 경찰서를 치는 것을 주의하고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말한 간첩이란 항일세력이었으니 「징병제 만세」와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라는 증언을 들었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단순한 의혹이라고 무시해 버리기는 어렵다. 증인이 실존하며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위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시민의 혈세로 건립되고 있는 '조두남기념관'은 그 이름과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마산시가 조두남선생의 친일 행적여부를 확인 조사하는 일에 즉각 나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조두남선생의 친일여부를 가리는 문제는 한 인물의 기념관을 짓느냐 마느냐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잡고, 민족의 정기를 지키는 일이며, 상식과 원칙이 무너진 우리 사회의 각종 사회적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치유하는 단초가 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이제, 뒤늦기는 했지만 조두남선생의 친일 행적에 대한 증인과 증언들이 나왔으니 사실여부를 확인, 조사하는 일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마산시는 조두남선생의 친일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가칭) 조두남 친일의혹 조사특별위원회’를 즉시 구성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특위의 구성은 조사의 공정성논란을 막기 위해 마산시 담당공무원, 조두남 선생의 유족 또는 제자, 시민단체관계자, 근현대사 전공연구원들로 구성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마산시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기념관 공사가 이미 완공되었다는 이유로 기념관 개관을 밀어붙인다면 전국민의 비난과 마산시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칠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마산시의 기념사업과 관련하여 한가지 덧붙이자면, 현재 조두남 기념관이 건립된 장소 인근에 마산 3.15의거의 희생자 김주열 시신인양지점이 있다. 그 동안 본단체에서 조두남 기념관과 인접한 거리를 김주열거리로 제정해 줄 것을 2년 연속 건의한 바 있으나 마산시와 시의회로부터 간단하게 묵살 당해 왔다.

마산시와 마산시민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3.15의거이다. 3.15가 우리 현대사에서 더욱 찬란히 빛나는 것은 3.15가 4.19혁명을 촉발시킨 기폭제가 되었다는 사실이며 그 역사의 한가운데 바로 김주열이 있었던 것이다. 1960년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이 증인이 될 수 있는 김주열의 역사적 죽음은 그렇게 간단히 무시하면서 일제시대의 행적이 모호했던 조두남의 생애에 더 깊은 연구 없이 10억4000여 만원이라는 시민의 혈세로 서둘러 기념관을 지은 마산시의 행위는 조두남의 친일행적 진위와 관계없이 시민들의 이해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조두남기념관과 관련해 마산시의 신속하고 현명한 조치를 기대한다. / 희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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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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