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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미8군사령부가 가까운 용산 전쟁기념관앞에서 열린 2차 청소년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중고등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교복을 입은채 연단에 올라 미군 2명에 대한 무죄 평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는 여학생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한민국! 청소년의 이름으로" / 김용남 기자


<13신: 23일 오후 11시 30분>

"오는 27일 전국 모든 단체에 '비상시국회의' 제안…
12월 초 미국 백악관에 대표단 파견 농성 벌일 것"

청소년 집회에 이어 시민·사회·학생단체의 규탄대회 이어져


'제2차 청소년 반미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오후 5시 10분부터는 같은 자리에서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 대책위(이하 범대위)가 주최하는 '오만한 살인미군 무죄판결 무효선언 및 주한미군 규탄대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 민주노총, 서총련(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반미 여성회, 민주노동당,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자통협) 등 시민·사회·학생단체 관계자 4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오종열 범대위 상임 공동대표 (전국연합 상임의장)는 "내 나라 내 땅에서 우리 딸들이 죽었는데 그 살인범이 무죄판결을 받았다"며 "민중의 이름으로 이 재판이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 대표는 "우리는 방금 우리 아이들의 집회 모습을 보았다"며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 이 땅을 잠시 빌려쓰고 있는 처지이다. 이 자리는 그 아이들에게 제대로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결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노무현·이회창·정몽준 후보 등에게 미군재판을 반대하는 대선후보 공동대응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권 후보는 "그동안 보수정당들이 가만히 있다가 온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이제서야 성명을 발표했다"며 "그러나 성명만 발표할 게 아니라 이 자리에 나와 여중생 사건을 규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권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나머지 대선후보 3명에게 대선후보 차원의 공동대응을 공식 제안한다"며 △후보 4명이 공개 토론회를 갖고 미국의 사과를 촉구할 것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후보공동 명의로 SOFA 개정 촉구 성명을 발표할 것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오후 5시 40분께부터 용산미군기지로 항의 행진을 하려했으나 이들을 막아선 경찰에 의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대는 경찰들에게 "이 투쟁은 막아서는 안되는 투쟁"이라고 항의하며 "경찰들도 생각이 있다면 우리를 막지 말라"고 주장했다.

항의 행진이 무산된 이후인 오후 6시 5분부터는 대형 성조기 화형식이 진행됐다.

▲ 23일 저녁 여중생 범국민대책위 주최 집회에 참가했던 학생들과 시민들이 미8군으로 행진을 벌이려다 이를 가로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범국민 대책위 대표자가 대형 성조기를 태우고 있다. 경찰은 이전과 달리 성조기 화형식을 직접 저지하지는 않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국비상시국회의' 소집된다

여중생 사건 해결과 SOFA(한미 주둔군 지위협정) 개정을 위한 전국 차원의 연대기구가 결성될 전망이다.

이날 참석한 김정일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여중생 범대위 이름으로 전국 모든 계급·계층·단체에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하고 오는 27일 오전 11시 민주노총에서 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에 미군 무죄 평결을 항의 하는 대표단도 파견된다.

범대위 측은 "12월 10일경에 10명의 대표단을 미국 워싱턴에 보내 백악관에 120만명의 항의 서명을 전달하고 SOFA 개정 및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겠다"고 전했다. / 김지은 기자
이들은 <주한미군철거가>를 부르며 '미국의 핵전쟁 결사반대'라고 쓰인 대형 성조기를 불태웠다.

한편 전쟁기념관 앞에서의 집회 후에는 서총련 학생들이 국방부 앞 도로를 점거하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국방부 앞 도로 1차선에 길게 늘어서 국방부를 바라보며 "조지부시 사과하고 살인미군 처벌하라" "무죄판결 분노한다 우리손으로 처벌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이들의 시위가 시작된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경찰들이 이들을 둘러싼 채 진압, 인도로 밀어내 이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12신: 23일 오후 10시>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 이 땅은 청소년이 지킨다, 주한미군 떠나라!"


23일 오후 3시부터 두시간 동안 서울 용산 미군기지 옆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열린 '미군재판 반대 및 반미 집회'는 '청소년'이 주인이었다.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과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청소년 대책위'가 주최하는 '살인미군 재판 무효 제2차 청소년 행동의 날' 집회에는 청소년들을 비롯한 시민·사회·학생단체 관계자 1천여명이 참여했다. 이중 대다수인 600여명이 중·고생 등 청소년이었다.

이들은 교복을 입은 채로 "살인미군 처벌하라" "학생회가 앞장서 미선·효순 문제 해결하자" 등의 피켓을 들고 "청소년이 이나라를 지킨다, 주한미군 떠나라" "양키고우홈"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석한 각 중·고등학교 학생회 대표들은 연단에 올라 학생회 차원의 대응 및 그동안의 활동을 발표했다.

성심여고·중앙고·영광여자정보고·간디학교·통영여고 등 학생회 간부들은 연단 위에 올라가 "미군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현 성심여고 학생회장은 "미군재판 결과에 대해 학교 친구들은 '말도 안된다'며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한 친구들도 '대한민국 청소년으로서 양심에 찔린다'고 전했다"며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미국을 비난하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만들어온 여학생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도 나섰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이형빈 이화여고 교사는 눈물을 흘리며 <두 여중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보는 이들을 숙연케 만들었다.

이 교사는 "이 나라 모든 선생님들의 제자인 미선아, 효순아"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통해 "너희를 지키지 못한 내가 부끄럽다. 너희는 미군 장갑차에 피와 살이 찢겨졌고, 너희를 죽인 미군은 무죄평결을 받았으나 너희의 두 눈동자는 살아 우리를 보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 교사는 "너희는 이 땅 모든 청소년의 친구이자 동생이며 이 나라 모든 선생님들의 제자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교사가 편지를 낭독하는 동안 이를 듣는 청소년들도 눈물을 흘리며 "청소년이 앞장서서 미선이·효순이의 한을 풀자"고 구호를 외쳤다.

즉석 '청소년 자유발언대' 자리도 마련됐다. 무대 아래서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던 학생들은 줄지어 무대 위로 올라가 미군 무죄평결과 SOFA(한·미 주둔군 지위협정) 개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자유발언대에 선 정수경(가명, 덕원여고·2) 학생은 "여중사건 당시 월드컵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내가 부끄럽다"며 "미군에 대한 무죄평결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역시 연단에 올라선 김재근(가명, 언남고·1) 학생도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은 과연 주권국가인가"라며 "미군에게 억울한 일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대한민국은 도대체 주권이 있는 국가라고 할 수 있나"라고 분노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21일 동두천에서 있었던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에 대한 항의도 거세게 일었다.

"정당한 일 하는데 징계가 웬 말"
학교처벌 무릅쓰고 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

이날 참석한 중·고생들은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이나 '여중생 압사사건 청소년 대책위' 소속 학생들 말고도 집회 당일인 23일에서야 소식을 듣고 찾아온 학생들도 많았다.

이들은 즉석에서 마련된 '자유발언대'에서도 줄지어 서서 연단에 올라가 자기의 주장을 확실하게 말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도 집회에 참석한 사실을 학교에서 알게되면 '징계'나 '처벌'을 받아야할지도 모르는 처지다.

실제로 기자와 인터뷰를 하거나 연단 위에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했던 학생들도 "가명으로 해달라"며 "집이나 학교에서 알면 어떤 제재조치가 이뤄질지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이날 자유발언대에 섰던 정수경 (가명, 덕원여고·2) 학생은 "이 자리에 나온 걸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모른다"며 "집에서는 알면 걱정, 학교에서는 징계조치가 취해질 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정양은 "그렇지만 다음 3차 집회 때도 나올 것"이라며 "우리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김지은 기자
이날 연단에 올라선 한 청소년은 국방부를 바라보며 "내가 미군을 죽이고 재판에서도 무죄를 받겠는가"라며 "그런데도 미국은 무죄를 받은 이 땅이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러고도 국방부는 가만히 있는가"라고 분노를 표했다.

역시 연단에 선 이재연(이화여고·1) 학생도 주위를 둘러싼 경찰들을 가리키며 "왜 우리를 막는가. 우리가 그렇게 잘못하고 있나"라며 "우리는 정당한 일을 하고 있으니 경찰이 우리를 막을 이유가 없다. 경찰도 우리도 같은 한민족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가 시작된 지 1시간 30분여가 지나 갑자기 경찰이 시위대 주변으로 모여들자 청소년들은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들이 보고 있다"며 일제히 "꺼져라. 꺼져라"를 연호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하며 청소년들을 지켜본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공동대표는 "자식같은 학생들이 두 여중생을 우리 동생이라 부르며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니 '나라가 이제 바로서려고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어린 학생들의 열망과 젊은 피를 지켜보면서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장 주위에 배치된 9개 중대 1천여명의 경찰과 학생들이 한때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찰 일부가 연단 위에 올라선 학생들의 명단을 적고 이들의 얼굴을 카메라로 담는 것을 본 시민단체 및 학생들이 이를 빼앗으려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11신: 23일 오후 4시10분> 청소년들 "대한민국 자존심 찾자"

▲ 미국의 행위를 풍자하는 노래에 맞춰 수기를 흔드는 남학생.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동안 우리를 폭행하고 강간한 미군을 우리 세금으로 먹여살렸다. 게다가 F-15기까지 구입하고, 금메달까지 빼앗겼다. 그런 미국이 이제는 이라크에게 보낼 군인까지 보내달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자존심이 없는가. 우리는 땅에 떨어진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금천고 학생회 간부인 박선애 양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23일 오후 3시에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살인미군 재판 무효 제2차 청소년 행동의 날' 집회 참석자들은 박 양의 연설이 끝나자 일제히 박수를 쳤다.

두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미군 군사재판에서 장갑차 관제병과 운전병이 무죄평결을 받자, 이제는 청소년들도 나서 '반미'를 외쳤다.

이날 행사도 금천고, 중앙고, 성심여고, 영광정보고 학생회 등 청소년들이 주최했고, 중고생 300여명이 참석했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400여명이 가세했다.

학생들은 앞으로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장갑차 사망사건의 경과를 알리고, 항의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까지 중고등학생 서명자는 50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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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10분경 시작된 이날 행사에서 민노당 권영길 대선 후보는 "한솥밥 먹고 같은 막사에서 지내던 미군 동료를 배심원으로 세운 미군재판이었기에 우리 법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면서 "결과가 이렇게 나온 이상 끝까지 힘차게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청소년들은 "청소년이 앞장서서 살인자를 처벌하자"라고 적힌 주황색 깃발을 흔들면서 <주한미군철거가>를 따라불렀다.

한편 집회장 주변에는 경찰 9개중대 1000여명이 배치돼 있다. 경찰은 도로 주변에 앉아서 시위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10신:23일 오후 3시10분>

여중생사건 미군 무죄평결 반발 확산
23일 용산 미군기지앞 시민사회단체 대규모 시위


여중생 장갑차(궤도차량) 압사사건으로 기소된 미군 2명이 모두 '무죄 평결'을 받음에 따라 시민·사회·학생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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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중생 압사사건 ' 미군 관제병 재판 시작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오후 3시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23일은 당초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이 주최하는 '청소년 반미 행동의 날'이 예정됐으나, 미군 병사들에게 무죄평결이 결정됨에 따라 여중생 범대위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속속 결합 의사를 밝혀 대규모 시위가 예상된다.

채희병 여중생 범대위 사무국장은 "어제 무죄평결 직후 범대위 회원 뿐 아니라 서울 중심의 시민·사회단체들이 23일 용산 기지 앞 시위에 참가할 의사를 밝혔다"며 "단체들 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를 문의하는 시민들의 전화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여중생 압사사건 범대위 측은 "23일 오후 용산 미군기지를 시작으로 전국의 미군기지를 돌며 항의규탄 및 살인미군 처벌을 위한 시위를 벌이겠다"며 "또한 대표단을 파견, 미국 백악관에 120만명의 항의 서명을 전달하고 SOFA 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대위·시민단체·정치권이 결합한 '비상시국대책회의'도 열릴 전망이다. 채희병 사무국장은 "민주노동당 내 '미군없는 나라만들기 운동본부'에 여중생 사건 대책위가 마련됨에 따라 오는 27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비상시국회의'를 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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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여중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과실치사)로 기소된 미군 궤도차량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에게도 22일 무죄 평결이 내려짐에 따라 여중생 미군 장갑차(궤도차량) 압사 사건과 관련, 기소된 미군 2명에 대한 평결은 모두 끝났다.

22일 평결이 발표된 직후 한국여성단체연합·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 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연합 성명을 발표했고, 다른 시민사회단체들도 미군 무죄 평결에 반발하는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다음은 22일 8개 시민단체들이 발표한 '미군재판항의성명' 전문.

주한미군 여중생 압사사건 피고인 무죄판결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소파(SOFA) 재개정으로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아야 한다

이대로는 한미 관계를 정상적인 주권국 사이의 관계라 할 수가 없다.

어제(20일) 미군 군사법정은 지난 6월 경기도 양주에서 신효순, 심미선 두 학생을 장갑차로 압사시킨 미군 2명중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에 대한 재판이 남아있긴 하지만, 어제의 결과를 볼 때 온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이번 사건은 어처구니없게도 단 한 사람의 책임자도 없이 끝날 듯하다.

우리 사법부가 마땅히 행사해야 할 재판권이 미군 측에 넘겨진 상황에서 엄중한 책임 추궁이 어려울 것으로 예견되긴 했지만 아예 ‘무죄’라는 평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다. 어린 학생 둘이 장갑차에 치어 목숨을 잃었는데 사병도 지휘관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면, 도대체 장갑차 바퀴더러 책임을 지란 말인가?

이번 재판 결과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미군의 성추행사건에 대해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것과 비교되어 더욱 참담한 심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일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 주한미군의 존재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가뜩이나 고조되어 있는 미국에 대한 비판적 감정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

이번 재판은 애당초 공정할 수 없는 재판이었다. 재판부와 검찰은 죄를 엄중히 물으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고 그저 재판을 연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급급했다. 핵심적인 논란거리였던 통신장비의 이상 유무와 관련하여 사전 점검에서 고장이 없었다는 증언은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언이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부대 중대장 증인 신청도 거부되었다.

무엇보다 배심원단이 모두 현역 미국군인인 상황에서 공정하고 엄격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배심원들과 피고인이 직업적인 동질성과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는 재판은 미국식 사법제도의 기준에 비추어서도 말이 되지 않는다.

주한미군 당국은 이번 사건 이외에도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한 미군 군무원에 대한 한국 사법부의 재판을 거부하고 피고인을 사실상 도피하게 하는 등 끊임없이 명백한 중범죄자를 옹호하고 빼돌린 과거를 갖고 있다. 우리는 한국 국민의 안전과 최소한의 자존심조차 무시하는 미군당국의 오만함에 분노하는 것은 물론, 그 근저에 있는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지 않고 있는 우리 정부의 무책임을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소파)의 철저한 재개정만이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을 방법이라고 믿는다. 소파는 과연 주권국간의 조약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으로 온갖 불평등한 요소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형사재판권관할 문제의 불평등성이 이번 사건을 통해 극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소파 개정의 필요성은 그동안 미국 군무원의 한강 독극물 투입사건의 재판과정, 연이은 주한미군부대의 기름 유출 오염사건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소파 전면 개정에 나서야 한다. 소파의 개정은 본협정, 합의의사록, 양해사항 전체에 걸쳐서 이뤄져야 하며, 우리 국내법에 의해 재판절차가 진행되도록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물론 주한미군에 의해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한 원상복구 및 배상 의무 등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선유권자연대> 명의로 각 당 후보들에게 제안한 “100대 정책과제”를 통해 소파의 개정방향을 상세하게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태도는 한심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외교부는 소파 개정협상 때부터 개정안의 명백한 불평등성을 변명하는데 급급하더니,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재판을 투명하게 진행하려는 미군당국의 노력을 평가하며 이와 같은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개정은 이미 완료된 만큼 운용을 개선하는 식으로 대처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외교당국인가? 한 나라의 주권을 유린하는 주한미군의 행태에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와 외교 당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소파의 재개정을 통해 정당한 주권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각 당 및 각 당 대통령 후보들에게 촉구한다. 민주당, 한나라당, 국민통합21, 민주노동당은 무죄 판결 이후 즉시 소파를 재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제에 각 당 후보들은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소파의 전면 재개정을 국민 앞에 서약할 것을 촉구한다.

2002년 11월 21일

녹색연합·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평화네트워크·평화를만드는여성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연합·환경운동연합


▲ 시위대들이 부대 밖에서 '미군재판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안 미군부대내에서 미군들이 시위대 채증 촬영을 하다가 시위대를 내려보며 웃고 있다.
ⓒ 통일뉴스 김치관

'혈맹 미국'의 오만한 군사재판은 '유죄'?
지루한 재판 진행, 긴 기다림 끝에 뻔한 결과
미군재판 취재기②-워커 병장 편

이번 취재에서는 증인이나 피고인, 검찰 등 재판 관련자들을 인터뷰할 수 없었다. 군법재판이고 미군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취재는 기자실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법정 안의 논쟁을 받아적고 정리하는 게 거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영어를 듣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생활영어라 해도 쉽지 않았겠지만 법률용어가 많아 더욱 생소했다. 게다가 증인들의 증언은 대부분 모호했다. "통신장비에 이상이 있었다"가 아니라 "사고 이튿날에 했더니 안 되더라. 다시 연결하니 됐다"는 식의 증언이 대부분이었다.

기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그래서 이상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라며 심문과 증언의 맥락을 정리하곤 했다. 증인들의 말을 종합한 그림이나 표를 그려가며 상황을 정리했고 통신장비 체계를 이해하지 못해 공보관실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행히 재판을 기록하는 카투사와 주한미군 측에서 나온 한국인 고문변호사 덕분에 언어장벽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워커 병장의 평결이 내려지던 마지막 날 재판은 허무하게 끝났다. 이날 재판은 전체 일정 중에서 기자들의 진을 뺀 재판이 아니었나 싶다. 일찍 끝나겠다 싶으면 길어지고 내일까지 가겠다 싶으면 진행 속도가 빨라졌다.

검찰 측 증인심문에서는 검찰의 심문이 짧고 간단한 반면 배심원들의 질문이 예상외로 길었다. 증인의 경력이나 사건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묻는, 평결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질문들이 많았다. 반면, 아예 증인이 출두하지 않았던 변호사 측 증인심문은 순식간에 끝났다. 바깥에서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하고 기자실로 돌아온 기자들 몇몇이 "벌써 끝났냐"며 놀라워했다.

최후논고와 최후변론은 짧으니까 금방 평결이 나오겠다 싶었는데 웬걸, 1시간이 지나서야 최후논고와 변론이 끝나고 평결로 넘어갔다. 그리고는 긴 기다림. 4시간 동안 기자들은 지금까지 재판에서 궁금했던 점을 서로 질문하고 잘못 이해했던 내용을 바로잡기도 했다. 오후 4시 반이 마감인 신문기자들은 본사에 전화를 해 기사내용을 송고하고 오후 8시부터 편집에 들어가는 방송기자들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부대 밖으로 나가 평결 소식을 기다렸다.

설마 6시에는 나오겠지, 7시에는 나오겠지…. 여러 가지 예측-평결 결과가 아닌 평결 시간에 대한-이 나왔지만 배심원들은 밥도 안 먹는지 8시가 지나도 평결을 내지 않았다. 기자들은 저녁 약속을 취소했고 야근하고 있는 사무실 기자들에 전화를 걸어 "아직 안 나왔습니다"라는 보고를 반복했다.

8시가 넘어가자 재판에 대한 이야기는 줄어들었다. 몇몇은 선잠을 자고 있었고 몇몇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미군이 곧 평결이 나온다고 알려주자 기자실에는 갑자기 긴장감이 돌았다. 유죄가 나오리라고 예상은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뻔한 결과'가 늦게 발표되자 "그래도 여러 가지로 토론하는 모양인데 혹시 유죄?"라는 기대로 없지 않았다. '무죄 거의 확실시'라고 보도한 기사를 다시 쓰고 내일 하루 더 법정에 나와 형량 판결을 지켜봐야 하지만 상관없다는 분위기였다.

전체 문장은 정확히 듣지 못했지만, "Not guilty"는 똑똑히 들렸다. 평결이 나오기 무섭게 기자들은 모두 일어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이를 알렸다. 전화를 끊자마자 기자실 바로 옆 사무실에서 방금 인쇄된 따끈따끈한 보도자료를 나누어줬다. 이미 준비됐던 자료에서 미8군사령관 캠벨 중장은 "이 사고는 형사적 과실을 물을 수 없는 불행한 사고"라고 논평했다.

동두천에서의 한 주는 이렇게 끝났다. 바깥에 나와보니 이미 시위대는 해산한 뒤였다. 기자들과 공보관실 관계자들은 서로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봅시다"라는 인사를 나누었다.

미국측에서 재판권 이양에 대한 한국민의 폭발적인 요구를 거부한 뒤부터 이미 예고된 재판 결과. 하지만 한국인들은 그동안 숨죽이며 소위 '혈맹 미국'의 양심을 지켜보았다. 그후 '미군에 의한, 미군 병사들을 위한 1주일 재판'. 그 결론 앞에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을 가던 두 여중생을 무참하게 사망케하고도 아무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미군의 오만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전국민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정서와 법논리상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을 내린 미군재판이야 말로 '유죄'가 아닐까. 시민사회단체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소파 개정을 외친 이유이기도 하다.

/ 권박효원 기자

▲ 22일 저녁 7시경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세종로네거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해골이 그려진 대형 성조기를 불태우며 '미군재판 반대'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9신 대체:22일 밤 11시> 마크워커 병장 무죄 평결
“정말 기쁘다. 주한미군임이 자랑스럽다”


여중생 사망 사건 당시 미군 장갑차 운전병 마크워커 병장에게 무죄가 평결됐다.

경기도 동두천시에 위치한 미 2사단 캠프 케이시 군사법원은 11월 22일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최후진술을 청취한 후 밤 9시경 배심원 평결에서 무죄(not guilty)를 선고했다.

배심원들은 오후 4시 40분부터 4시간 넘게 ‘마라톤 심의’를 거친 뒤 워커 병장의 무죄를 평결했다. 때마침 오전 9시부터 부대 앞에서 재판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해산한 오후 8시 40분 직후였다.

마크 워커 병장은 평결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담담한 표정으로 “정말로 기쁘다(happy).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답했으며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와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한국인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다”라고 덧붙였다. 워커 병장은 또한 “여중생들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너무나도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쟁점없이 긴장감없는 재판
변호인 증인 출두 없이 평결


오전 9시 속개된 이날 재판은 검찰 측 증인심문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검찰 측은 새로운 증언이나 증거를 내놓지 못했고 변호인 측은 검찰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증인들 “사고 책임은 메이슨에게”
중대장 추가 기소는 없을 듯

이 날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두 명의 병사는 사고 당시 차량행렬 앞 호송차에 탑승했던 메이슨 중대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클리벡은 “이 사고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배심원 질문에 대해 “메이슨 중대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그랜디네티 분대장 역시 ”메이슨 중대장이 훈련 전에 교육을 시켰어야 하지 않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대해 ”교육이나 브리핑, 위험상황을 알리는 통신교신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재판을 지켜보던 한국의 한 법무관은 "재판도중 다른 사람의 책임이 드러난 경우 우리나라 법정에서는 추가 기소를 할 수 있는데, 미국 사법절차에서는 알 수 없다"면서 메이슨 중대장의 기소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 권박효원 기자
이 날 첫 증인으로 나선 클리벡 미군 수사대 특별수사관은 “워커 병장의 진술에 따르면 사고 차량이 사고 전까지 25분 정도 운행했는데 이 때 워커병장이 니노 병장과 통신을 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전날 “통신 장비에 이상이 생기면 운전병이 차를 멈추고 도움을 요청해야 하다”며 워커 병장의 책임을 지적한 검찰 측을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어 변호인 측은 클리벡씨 증인심문에서 "니노 병장은 왜 손으로 쳐서 워커 병장에게 사고 위험을 알리지 않았냐"며 니노 병장의 책임을 물었다. 이에 클리벡은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 니노는 처음에 ‘워커가 놀라서 핸들에세 손을 뗄까봐 그랬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긴장해서 그런 것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두번째 검찰 측 증인인 워커 병장과 니노 병장의 분대장 그랜디네티의 심문에서도 지루한 질의응답이 길게 이어졌다. 이 심문에서는 위험상황을 전하고 교신을 해야하는 책임자가 누구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변호인은 그랜디네티 분대장에게 “커브가 있는 언덕길에서 장갑차를 운전하려면, 기어와 핸들을 모두 잡고 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 헬맷 스위치를 작동시켜 교신을 시도할 수 있냐”고 질문했고 그랜디네티 분대장은 “쉽지는 않다”고 답했다.

뒤늦게 점심시간을 가진 뒤 오후 2시 30분 경 재판이 속개되고 변호인 측 증인 심문이 시작됐다. 그러나 변호인은 아예 증인을 단 한 명도 출두시키지 않았다. 더 이상 변론할 것도 없이 워커 병장의 무죄가 확실시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변호인 측은 대신 니노 병장 재판에서 제출했던 윌리엄스 중사(안전조사반 조사관)의 서면 증언을 증거로 제출했다.

윌리엄스 중사는 서면증언을 통해 “사고 이튿날 헬멧을 쓰고 통신을 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다시 연결했더니 그 때는 통신이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통신상태가 고르지 않기 때문에 니노 병사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또 워커 병장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증언이기도 하다. 검찰 측은 이 증언에 대해 인정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지난 19일 니노 병장 재판 때 증인으로 나선 미군 통신정비반 듀란씨는 "사고 전 문제가 있어 마이크를 교환했다. 사고 직후 확인해 보니 통신장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통신장비가 고장됐다가 다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워커 병장에 대한 검찰의 최후 논고와 변호인 최후 변론은 오후 4시 20분경 모두 끝났다.

검찰은 “마크 워커 병장은 운전병과 관제병으로서의 경험이 풍부하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니노 병장을 이끌어가면서 교신을 계속했어야 하나, 그렇지 않았다”며 “경험이 많다고 자만해서 오른쪽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증인심문에서는 묵과했던 새로운 주장이 뒤늦게 나온 셈이다.

이어 변호인측은 지금까지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설명하며 “사고가 일어나기 전 25분 동안 워커 병장은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운행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브래들리 장갑차가 마주 오는 상황에서 여중생들이 바로 앞에 보이는 니노 병장이 위험을 경고할 수밖에 없었다. 할 일을 다 한 워커 병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최후논고와 변론이 끝난 뒤 배심원들은 심의실로 들어가 유무죄에 대한 토론을 장시간 진행했다.

“공정한 절차 거친 평결
사고는 형사적 과실 없어”


한편, 미8군 사령관 캠벨 중장은 평결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각각 다른 두 재판에 대해 배심원들이 공정한 절차에 의해 합의한 평결은 이 사고가 형사적 과실을 물을 수 없는 불행한 사고였음을 말해준다”고 입장을 밝혔다.

캠벨 중장은 또한 “사고차량과 같은 차종은 더 이상 대한민국 공로상에서 운행하지 않는다. 또한 훈련시 군 차량의 대량 이동 사실을 해당지역민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통보할 수 있도록 통지 체계를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워커 병장의 무죄가 평결됨에 따라 여중생들 압사사건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캠벨 중장의 말처럼 ‘불행한 사고’로 남겨졌다. 그리고 이 사건의 쟁점이었던 ▲관제병이나 운전병이 여중생들을 보고 피할 수 있는 시간과 거리가 있었는가 ▲사고 당시 통신장비에는 이상이 있었는가 ▲사고의 궁극적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등의 의문 역시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겨졌다.

"밟지 마! 밟지 마! 제발 내보내 줘"
[기자의 눈]민중의 지팡이 경찰의 과잉진압

▲ 테두리에 안전띠도 없이 날이 선 방패를 들어 시위자의 상반신을 공격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두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미군군사재판이 벌어지던 21일 동두천시 미2사단 캠프 케이시 부대 앞에선 격렬한 시위는 없었다. 격렬한 진압만이 있었을 뿐이다.

비명 소리가 곳곳에 들렸고, 피를 흘리는 시위대가 목격됐다. 시위대의 절반 가량이 여성이었고, 그 나머지 절반도 머리가 희긋희긋한 50∼60대 노인들이었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은 기껏해야 100여명 정도였고 반면 이를 막고있는 경찰은 800여명이었다.

경찰의 강경진압 과정에서 10여명의 시민이 심한 부상을 입어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나머지 시위대도 곳곳에 상처를 입은 채 미군부대 앞을 지키고 서있는 경찰과 맞섰다.

이날 시위대는 맨손이었다. 화염병은 물론 각목 한자루 들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구호를 외치거나, 조여오는 경찰의 진압에 맞서 800여명의 경찰들이 만들어낸 4-5중의 벽을 밀어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경찰의 과잉진압은 도가 지나쳐 살벌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곤봉과 방패로 이들을 내리 찍었고, 심지어 이미 넘어져 있는 여학생을 발로 짓밟고 방패로 머리를 내리 찍는 경찰도 목격됐다. 피가 나고 다리가 절뚝거리고 실신한 상태로 119 응급차에 실려가는 것을 보고도 그들의 입에선 심한 욕설이 나왔고, 폭력은 계속되었다.

민주노동당 자주통일국장 이승헌씨는 이날 집회에서 경찰들의 폭력을 보며 "정말 양심있는 국민의 경찰이라면 그들의 방패와 곤봉은 대한민국 시민이 아닌 뒤를 돌아 미군부대를 향해있어야 할 것이다"라며 "불평등한 한미 소파협정, 니노 병장의 무죄판결, 거기에 이어 자주권을 외치는 국민에게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 이 모두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미국의 식민지임을, 미국의 노예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 분통을 터트렸다.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은 과연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 유진선 기자


* 21일까지의 상황(제8신까지)은 아래 '이어진 이전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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