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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정리/ 이한기 이성규 기자
사진/ 이종호 기자
동영상/ 오마이TV 김정훈 기자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 만든 지 한 달도 채 안된 정치칼럼 사이트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다. '진짜칼럼주의'의 표방하고 나선 이 사이트에는 사이버 정치 논객을 자처하는 8명의 검객들이 동거하고 있다. 이들은 현역 기자에서부터 대학원생까지, 20대부터 50대까지 층위가 다양하다. 이들의 정치칼럼 또한 제각각 컬러가 분명하다. 회색과 중도를 지양하고, 명확한 자기 논리를 내세우는 <서프라이즈>의 사이버 논객들과 저녁을 함께 하며 '난상토론'을 벌였다.

▲ <서프라이즈>의 사이버 정치 논객들이 '아햏햏한' 정치판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치칼럼 사이트 <서프라이즈(seoprise)>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사이트의 좌장인 서영석 기자의 성(Seo)과 '놀라게 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서프라이즈(surprise)를 결합시킨 조어다. 그러나 독자들에게는 '서프라이즈(seoprise)'보다는 '서프라이즈(surprise)'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노무현의 성패는 호남에 달렸다" / 김정훈 기자

정치적으로 서프라이즈(surprise)는 YS류의 '깜짝쇼'에 가까운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돼, 제도권에서는 대개 '노 서프라이즈(No surprise)' 정책을 선호한다. 그런 점에서 <서프라이즈>는 주류에 대한 일탈과 제도권에 대한 저항의 정신을 담고 있다.

이같은 저항의 깃발을 높이 지켜세운 이들은 '서영석 기자와 7인의 검객'들. 그들은 본인들이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를 무대삼아 '진검승부를 펼치는 드림팀'이라고 자부한다.

▲ <서프라이즈> 좌장인 서영석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드림팀의 면면은 제각각이다. 이들의 우두머리인 서영석(45)씨는 오랫동안 정치부를 출입했던 중견 기자로 현재 <국민일보> 심의위원이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과 <서프라이즈>에 '삐딱하게 본 정치'를 연재하고 있다.

PC통신 때부터 논객으로 이름을 날린 김동렬(38)씨는 채팅포털 '카페24'를 만든 심플렉스인터넷에서 일하고 있다. 안티조선 사이트 '우리모두'에서 활약했던 '이름쟁이' 최기수(32)씨는 그의 아이디에서 엿볼 수 있듯이 상품이나 회사 이름을 지어주는 일을 한다.

<대자보> <딴지일보>에서 활동했던 공희준씨, <대자보>의 대표 논객 민경진(34)·변희재(29)씨, 현재 대학원에 재학중인 장신기(29)씨 등은 30대를 전후한 젊은 칼럼니스트다. 이들은 <테크노 폴리틱스>(민경진), <우리들의 비밀 암호 - 노무현을 부탁해>(공희준), <노무현, 반DJ 신드롬을 넘어서>(장신기) 등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이밖에 경제칼럼을 집필하는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최용식(51)씨도 <서프라이즈>의 고정 칼럼니스트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는 오래 전부터 서로를 알았던 '구면'이었지만, 오프라인상에서는 지난 10월 15일 <서프라이즈> 사이트를 만들며 '초면'을 갓 벗어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아주 오래된 지인처럼 스스럼없이 뒤섞였다. 이들에게 온-오프(On-Off)는 자웅동체였던 셈이다.

내 이름을 걸고 '조진다'

11월 8일 저녁 6시, 최근 '정치철새 도래지'로 소문난 여의도의 한 지하 음식점에 <서프라이즈> 논객들이 모였다. 서영석·김동렬·최기수·공희준·변희재·장신기씨 등 6명이 그 주인공들. 현재 외국에 나가 있는 민경진씨와 최용식씨만 빠졌다. 이들은 전날에도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탓에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다시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댔다.

▲ <서프라이즈> 편집장 공희준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서프라이즈> 편집장을 맡고 있는 공희준씨는 초반부터 '아햏햏한 정치판'을 꼬집었다. "요즘 정치판이나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딱 하나 떠오르는 말, 아햏햏 그 자체야." 그러자 다른 논객이 말을 받는다. "그건 아햏햏에 대한 모독이야."

한때 네티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엽기'라는 말처럼, '아햏햏'도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 1위인 신조어다. 아햏햏는 100명이면 100가지 뜻으로 해석될 정도로 '만병통치약'이다. 고로 그 용어를 쓰는 사람의 앞뒤 문맥과 뉘앙스를 잘 파악해야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공씨가 쓴 아햏햏는 '아햏햏한 정치판=후단협과 정치철새들' '아햏햏한 정치인=김민석·김근태'라는 씁쓸한 말투로 들렸다.

그렇게 <서프라이즈> 논객들은 아햏햏한 토론을 시작했고, 아햏햏한 정치판에 대해 아햏햏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난상토론은 자연스럽게 '저녁 식사'를 기준으로 1·2부로 나뉘어졌다. 밥 먹기 전 한 시간은 <서프라이즈>에 대한 이야기, 밥 먹은 뒤에는 정치판에 대한 이야기로. 요즘 정치판을 '씹으려면'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었을까.

- 서프라이즈? 도대체 뭘 놀라게 하겠다는 건가.

최기수 "하나마나한 양비양시론의 글쓰기를 하지 말자는 뜻이다. 또한 내 이름을 걸고 쓰자는 것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인데도, 그렇게 글을 쓰면 사람들이 놀란다."

최씨는 <서프라이즈> 사이트를 디자인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사이트의 구성을 아햏햏하게 만들어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혹자는 '딴지일보'류의 형식이라고 하기도 한다.

- <서프라이즈>의 논객들은 모두 '친(親)노무현' 성향으로 보인다.

▲ 이름쟁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최기수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최기수 "부정해도 (친노라는 건) 어쩔 수 없다."

서영석 "김동렬·최기수씨는 노골적인 친노(親盧)다. 장신기씨는 친DJ라서 친노가 됐다. 만약 DJ가 이인제씨를 낙점했으면 아마 친IJ가 됐을 것이다(웃음)."

장신기씨의 얼굴이 일순 빨개졌다. 그리고는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인했다.

장신기 "내가 친DJ, 친민주당이라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친IJ는 결코 아니다."

김동렬·최기수씨는 <서프라이즈>와 더불어 노무현의 홈페이지 <노하우>에도 네티즌 칼럼을 올리고 있어서인지 웃으며 순순히 '친노'임을 시인한다.

칼럼니스트의 정치적 중립? 그것은 이들에게 '화장발'에 불과하다. 이들은 단연코 성형미인식의 칼럼을 거부한다. 그리고 당당히 반문한다. "그래, 나 못생겼다. 나 못생기는데 너가 보태준 거 있어." 원판불변의 법칙을 넘어 원판보존의 법칙을 '칼럼니스트의 자존심'으로 여기는 듯하다.

언론이나 칼럼은 불편부당해야 하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등식을 깨고 '정치적 커밍아웃'을 당당히 선언하는 이들은 역시 사람을 서프라이즈하게 만든다.

당당하게 정치적 커밍아웃

화제는 자연스레 '정치적 커밍아웃'으로 옮겨졌다.

- 정치적 커밍아웃이 자유뿐만 아니라 구속을 가져다 주기도 했을텐데.

최기수 "처음 마케팅 정치칼럼을 쓸 때는 양비론을 의식했는데 역시 꺼림직했다. 정치적 커밍아웃을 한 뒤는 마음도 편하고, 본업인 브랜드 마케팅에도 지장이 없었다."

▲ '친DJ'라고 자신있게 밝히는 장신기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동렬 "한때 DJ를 비판하다가 DJ를 옹호하는 글을 쓰니까 나를 스토킹하는 사람이 생겼다. 스토킹은 상대방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주로 한다. 부담스럽지만, 정치인은 안될 거니까 상관없다(웃음)."

장신기 "내 성향이 그래서인지 한 번은 보수 논객으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교수님이 '노무현, 이리 와봐'라고 하더라. 주위를 둘러봤더니 나밖에 없었다. 내가 어느새 '노무현'이 돼버린 것이다."

최기수 "<서프라이즈>에서도 이회창이나 정몽준을 지지하는 논객을 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최근에는 이회창 지지 논객 한 명을 발견해 커밍아웃시키려고 조심스레 '포섭'중이다."

서영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네티즌들의 대다수가 노무현 지지 성향이다. 네티즌들의 성향이 그렇다보니 정치칼럼의 시각도 그 추세를 좇아갈 수밖에 없다. 그건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네티즌들의 열망이 노무현 코드와 맞았을 뿐이다."

- 이회창·정몽준은 심하게 비판하면서, 노무현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는 것 같다.

공희준 "이회창은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과 어용 교수 등 지켜주는 참모들이 많다. 그러나 노무현은 방호막이 없다. 이회창에게 대포를 쏘면 외벽이 막아준다. 하지만 노무현에게 칼을 던지면 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

▲ <대자보> 편집위원 변희재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변희재 "한 번 포용력 부족에 대해 비판 글을 쓰려고 했는데, 때마침 후단협 의원들이 줄줄이 탈당해 쓸 타이밍을 놓쳤다."

서영석 "이회창은 주류의 대표이고, 노무현은 비주류의 대표다. 노무현에 대해 양비론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건 주류언론이 잘 쓰는 수법이다. 몸무게 100kg 나가는 사람과 10kg 나가는 사람에게 똑같은 쇠망치로 때리는 건 공정한 게 아니다."

<서프라이즈>는 현재 언론보도, 특히 조중동의 보도태도를 못마땅해 한다. 공정한 듯 포장하지만 의도된 비수를 특정인에 꽂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런 관행에서의 일탈이야말로 정직한 칼럼니스트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정몽준이 투표 전 해외로 튄다?

자연스레 저녁식사와 함께 현실정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밥은 씹지 않고 넘기더라도 아햏햏한 정치현실에 대해서는 반드시 꼭꼭 씹는 게 <서프라이즈> 논객들의 공통점이다. 단연 압축되는 주제는 '노무현-정몽준의 후보 단일화'였다.

- 노무현-정몽준의 후보단일화가 최대 관심사다.

공희준 "단일화는 안될 것이다. 정몽준이 지지율이 하락하면 선거 며칠 전에 외국으로 뜰 수도 있다. 정몽준은 그런 스타일이다."

뜻보다 이미지…폭 넓은 감탄사
- '엽기'를 밀어낸 '아햏햏'

올해 인기 1위의 네티즌 언어를 꼽자면 단연 '아햏햏'다. 이 요상한 단어의 탄생지는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안의 엽기갤러리. 지난 2월 이 곳에 여자 동상을 끌어안고 좋아하는 표정의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자신 속 인물 머리 위에 '아햏햏'라는 그림같은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금세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아햏햏'는 뜻도 발음도 명확하지 않다. 감탄사에 가까운 이 단어는 희노애락이나 호평·악평할 때 모두 쓰인다. 주로 어정쩡한 상태나, 좀 덜 떨어진 사람을 묘사할 때 쓰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긍·부정의 의미를 다 담고 있었던 '엽기'라는 단어보다도 쓰이는 폭이 넓다. 그런 점에서 '아햏햏'는 뜻보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사이버 공간의 신조어다. / 이한기 기자
서영석 "국민통합21은 정몽준에 의해 모든 결정이 이뤄진다. 정몽준을 둘러싼 세력 가운데도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정몽준을 설득해 후보단일화를 이뤄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단일화가 깨졌을 때 정몽준이 후보를 그만 두고 이회창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동렬 "단일화는 안될 것이다. 정몽준은 정치혐오증이 있다. 대부분의 정치인을 이익치류로 본다. 나중에 안되면 패를 집어 던질 것이다. 정몽준 스타일로 보면 투표 4∼5일을 앞두고도 사퇴할 수 있다."

- 노무현이 없다고 가정하고, 이회창과 정몽준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서영석 "이회창의 정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황태연 교수같은 이는 이회창을 '악의 축'으로 보지 않는가."

공희준 "'반듯한 나라'라는 한나라당 슬로건은 호소력이 있다. DJ집권 동안 국민들이 혼란을 많이 겪어 질서나 규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 이회창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개 <조선일보>가 만든 대통령이란 생각 때문이다."

서영석 "이회창이 집권하면 <조선일보>를 칠 것이다. 이회창 주위의 맨파워와 DJ의 그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회창이 집권하면 <조선일보>가 힘들어질 것이다. <조선일보>가 사는 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노무현이 집권하는 것이다."

▲ PC통신 때부터 스타 논객이었던 김동렬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장세동이 대선출마를 선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지율이 권영길을 넘어섰다. 뜻밖의 결과인데.

공희준 "'야인시대' 효과이고, 권영길의 수치다."

서영석 "여론조사 오차범위가 주로 ±3%다.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서 20명과 26명의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장세동의 지지는 극우 가운데도 이회창을 못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반증이다. 반창(反昌)정서도 무시 못한다."

김동렬 "우리나라 정치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뭔가 남들이 지지하지 않는 희소성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희준 "이회창은 영남의 대리모다. 이회창 비판보다는 영남 민정계를 '정치 혐오식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프라이즈> 사이트에 소개된 '서프라이즈 이념'은 "대한민국을 깜찍하게 깜쪽같이 놀라게 해주는 것"이다. 그 옆에 기록된 '서프라이즈를 創site 하며'의 9가지 원칙은 아햏햏한 정치현실에 과감히 메스를 대는 사이버 논객들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첫째, <서프라이즈>는 다른 인간들은 쉽게 쓰기 힘든 '진짜 칼럼'을 지향하며, 다른 인간들도 쉽게 쓸 수 있는 칼럼, 하나마나한 이야기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시키는 '가짜 칼럼'으로 승부하려는 필자는 서프라이즈의 명예에 누가 되므로 가차없이 재까닥 짤라 버린다.

둘째, <서프라이즈>의 칼럼 또는 기사는 물보다 흡수가 빠른 게토레이보다 더 빨리 독자에게 흡수되어야 한다. 셋째, 혹여 돈버는 일이 발생하면 '잘난 필자'들을 섭외하는 비용으로 탕진한다. 넷째, 탕진하기 전 고깃집에 가서 회식을 반드시 해야 한다. 다섯째, 우두머리인 서영석이 서프라이즈의 위세를 업고 대통령 선거에 나올시, 정에 얽매이지 않고 가차없이 까고 발리고 벗겨 버린다.

… 여덟째, <서프라이즈>의 독자들은 토론방에서 바른말 고운말을 자주 사용하는 착한 글쓴이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 또는 권장사항을 무시한다고 하여 개 패듯이 패는 일은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아홉째, 나중에 생각나는 것이 있을 때마다 항목을 추가한다."


▲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 메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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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