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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육군본부가 대전의 유명한 산자락내에 군 골프장을 건립하는 것을 놓고 많은 논란을 벌이고 있다.

논란의 요지를 들여다보니 군 골프장이 '체력단련용이냐 아니냐'에 모아져 있는 것 같다. 마침 나는 군 생활을 하면서 많은 골프병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따라서 실제 경험을 토대로 이 논쟁에 참고할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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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채 들고 훈련하는 장군.
ⓒ 대전환경운동연합
역설적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군 생활 경험으로 볼 때 군 골프장은 사병들의 체력단련에 큰 효과가 있다.

우선 나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군 생활을 했다. 따라서 지금의 군 실정과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많은 사람들은 '골프병'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데 골프병은 분명히 존재한다. 골프병이란 골프장 관리나 골프 레슨을 하는 사병이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젊음을 국가를 위해 불태우는 훌륭한 군인이다. 따라서 그들이 편하게 군생활 한다고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높은신 분들, 그리고 그 사모님들 수발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일과시간에는 군인들이 골프를 많이 안치니까 일과 시간동안의 군 골프장은 사모님들 차지이기에 사모님들 수발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나는 골프와 전혀 관련이 없는 병과에 일했다. 하지만 부대내에 9홀 규모(수 만평)의 골프장이 있어 골프장과의 인연(?)이 참 많았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많은 체력단련을 해야 했다.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군 골프장은 사병 체력단련에 그만'이다.

첫 번째 근거는 골프장 관리를 위한 잔디관리에 있다.

골프장이 얼마나 넓은가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한 홀이면 축구장을 몇 개씩 만들 수 있다. 그 넓은 골프장의 잡풀은 누가 뽑을까? 잡초제 등 농약을 치니까 오염이 될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주장은 틀리다. 군 골프장은 농약을 쓰지 않는다. 돈 안드는 공짜 인력(사병들)이 널렸기 때문이다.

골프장 잡초제거 사역에 나가면 아주 죽여준다. 뽑아도 뽑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인내심을 길러주는데 그만이다. 보통체력으로는 임무 완수하기 힘들다. 그러니 사병들 체력단련에 그만이다.

또 '디보트'도 해줘야 한다. '디보트'는 골프를 치고 난 후 생긴 푹 패인 잔디에 모래나 흙 등을 채워주는 일이다. 그래야 잔디가 다시 살 수 있는데 일반 골프장에서는 골프치는 사람이 직접 하거나 캐디 등이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군부대에서는 이것도 사병 몫이다. 매일은 아니지만 심심찮게 디보트 사역도 나간다. 골프장이 넓다보니 이것도 꽤 큰 일이다.

둘째로 골프장에 있는 저수지는 1년에 한 번씩 퍼내야 한다.

알다시피 골프장에는 물 웅덩이 내지는 저수지가 꼭 있다. TV에 나오는 선수들이야 웅덩이를 잘 피해 치지만 아마추어들은 저수지 마다 공 몇 개씩은 꼭 집어넣는다. 그러다 보니 1년이 지나면 저수지속이 물 반 골프공 반이 될 수밖에 없다.

골프공을 찾기 위해 물을 뿜어 낸다. 한번 뿜을 때마다 골프공 몇 자루는 기본이다. 이 공은 잘 씻어서 말리는데 보통 '짜웅용(군대용어, 아부용) 연습공'으로 쓰인다. 짜웅용이라고 한 것은 이 공이 윗 선에 보내지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부대장도 '짬밥'이 안돼 필드에 나가지 못하자 그 윗선에 보냈다. 사병들은 물 퍼내며 체력단련 하고, 골프공은 재활용 하고... 얼마나 좋은가(?).

셋째로 눈이 오면 체력단련에는 더욱 그만이다.

눈이 와서 눈이 골프장에 쌓이면 골프장은 쥐약이다. 일반 골프장은 눈이 녹거나 치우기 전에는 골프를 치기가 어렵다. 그러나 군 골프장은 예외다.

눈이 쌓이기 무섭게 치우기 때문이다. 그 넓은 골프장 눈을 누가 치우냐고? 당연히 체력단련이 필요한 사병들이다. 각 홀의 그린(용어 맞나? 퍼팅하는 곳)은 눈이 올 듯하면 미리 포장을 씌워 덮어놓는다. 수만평 골프장을 뛰어다니며 그린마다 포장을 쳐야 하니 미리 조를 짜서 조직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워낙 넓기 때문에 열심히 뛰지 않으면 금세 눈이 쌓이기에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포장을 덮지 않은 곳에 쌓인 눈은 직접 치워야 한다. 눈이 조금 오면 녹을 때까지 기다리지만 눈이 많이 쌓이면 꼭 치워줘야 한다. 그 이유는 눈이 녹으면서 질퍽거리면 윗분들 골프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윗분들은 성미가 급해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지를 못한다. 눈 치우는 동안에도 눈 위에서 골프를 치는 분들이 꽤 있다. 당연 그 발자국 위의 눈은 잘 치워지지 않는다.

넷째로 사병들은 골프장 근처를 지나다니려면 항상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

마치 전장에 나간 병사처럼 말이다. 혹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 지 몰라 동정을 살피듯 긴장해야 예고 없이 날아오는 골프공으로 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골프장을 지나갈 때는 뛰어다는게 신병에 이롭다. 함께 근무하던 한 고참은 날아온 골프공 피하는 임무를 소홀히 하다 맞아 한참을 고생하기도 했다.

또한 골프장은 경사진 곳이 많아 태풍이 오거나 2월경에 땅이 녹았다가 풀릴 때가 되면 곳곳이 무너져 내리기 일쑤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사병들의 체력단련이 이어진다.

총 대신 '우로 어깨 삽'을 하고 다른 손에는 마대자루를 들고 현장에 투입된다. 한순간에 현장을 복구해야 하니 며칠 하다보면 사병들의 팔뚝이 단련돼 구릿빛으로 빛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골프장은 사병사기 진작에도 그만이다.

내가 있던 부대는 화요일이 되면 사병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매주 화요일마다 민간인에게 개방돼 많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골프를 즐기기 때문이다. 곱게 차려입은 아줌마 또는 사모님들이 미니스커트나 짧은 반바지를 입고 골프를 치기 위해 부대를 활보하신다.

군대에 다녀온 예비역들은 알 일이다. 아가씨가 아니더라도 부대 내에서 미니스커트 입은 아줌마들을 보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할머니라도 휘파람 분다'는 전방 같지는 않지만 후방이라도 부내 안에서 매주 보여지는 풍경은 꽤 산뜻(?)하다고 할 수 있다. 군 부대 또한 대민 봉사활동을 한다고 홍보할 수 있고, 동시에 돈벌이도 되니 일거양득이다.


이 외에도 더 많은 일들이 군부대 골프장에서는 벌어진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젊음을 불태우기 위해 강제 차출된 청춘과 국민의 혈세가 이렇게 사용되고 쓰여지는 줄 아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 대전에서는 육군본부가 군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애쓰고 돈쓰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더군다나 그 부지에는 환경적인 보호가치가 높은 습지가 존재하고 법정 희귀보호종인 고란초가 자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와 함께.

얼마 전에는 예정부지내에서 보존가치가 높은 선사시대 유적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게다가 애초 이곳은 원주민들이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였다고 한다. 주민들은 국방부가 신성한 군사보호시설이 들어온다며 이주하라고 해 평당 수 천원의 돈을 받고 고향을 등져야 했단다.

국방부가 원주민들의 문전옥답을 헐값에 사들여 골프장으로 바꾼다는 소식에 옛 기억을 더듬어 몇 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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