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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감사에서 중고등학생용 교과서가 맞춤법이 틀리는 등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된 데 이어 교육인적자원부가 간행한 고등학교 1학년 공통교재인 <고등학교 국어(상)>이 '오점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같은 사실을 밝혀낸 주인공은 현직 고교 국어교사로, <고등학교 국어(상)·이하 고교 국어>의 59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 <고등학교 국어(상)>
ⓒ 교육인적자원부
서울 성남고등학교 국어교사인 김배균(37)씨는 지날 달 '7차 교육과정 고교 국어 교과서에서 부딪힌 59가지 문제점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고교 국어>의 내용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을 주장했다.

김 교사는 보고서를 낸 배경과 관련, "2002년 1학기 동안 <고교 국어>를 교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느꼈고, 그 문제점에 대한 시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히고 <고교 국어>를 '제재 선정의 적합성'과 '지식의 정확성' '질문의 정확성'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검증했다.

김 교사가 <고교 국어> 문제점의 핵심으로 파악한 대목은 "게재된 글과 예시문이 그 단원의 학습목표와 부합하지 못하는 것이 많았고,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 경우도 흔했다"는 것. 그는 또 "학습활동과 관련된 질문이 불명확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김 교사가 지적한 문제점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1.
<고교 국어> 68쪽 '짜임새 있는 말과 글' 단원에 인용된 글은 학습목표인 '짜임새 있는 글을 쓴다'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는 짜임새 없는 글이다. 일단 '주부들'과 '주부들도'의 쓰임이 적절치 못하고, 글의 흐름에 통일성도 없다. 거기에다 글의 초점까지 흐리고, 비문도 발견된다.

2.
같은 책 104쪽 '다양한 표현과 이해'라는 단원에 소설 <봄봄>의 등장인물 성격을 설명하는 글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된다. 예컨대 점순이에 대한 설명 중 '장인과 나의 싸움에서는 엉뚱하게 장인편을 든다'는 부분은 <봄봄>의 등장인물인 '나'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성립될 수 있는 말이지만, 독자나 장인, 점순이 등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점순이가 장인편을 드는 것이 전혀 '엉뚱하지' 않은 것이다.

3.
같은 책 196쪽에 등장하는 '시골에 살면서 과수원이나 남새밭을 가꾸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버림 받는 일이 될 것이다'는 문장은 어색하다. '않는다면'과 '버림받는 일이 될 것이다'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시골에서 살면서 과수원이나 남새밭을 가꾸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버림받게 될 것이다'로 바꾸는 것이 좋을 듯하다.

4.
같은 책 315쪽에 나오는 '남북한 언어의 차이는 각각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해 보자'는 문장은 의미가 불분명하다. 문장의 의미를 파악해보면 남북한의 언어 차이가 남한과 북한 사회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이 질문은 성립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언어에 의한 차이가 그 사회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는 남한 사회와 북한 사회가 서로 교류를 하거나, 통일이 되었을 때 가능한 질문이다.

5.
같은 책에 수록된 서울대 최재천 교수의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은 '우리말과 글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단원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글이다. 영어공용화론자로 알려진 최 교수의 글을 어떤 부분은 삭제하고, 어떤 부분은 수정해 '우리말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글로 바꾸어 수록한 것은 대한민국의 언어 정책이 영어공용화로 바뀐 것아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글이 <고교 국어>에 실린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김 교사는 위에서 열거한 문제점 외에도 비문 사용과 적절치 못한 비유, 학습목표에 부합되지 않는 인용문 사용 등 <고교 국어>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A4용지 40매가 넘는 분량으로 정리해 인터넷 사이트, '즐거운 학교(www.njoyschool.co.kr)'에 올려 공개했다.

김 교사는 "나라에서 만든 국어교과서라면 어떤 교과서보다 모범적인 글들이 실려야 하고, 학생들이 습득해야할 지식들도 모범적인 문장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교 국어>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이런 부분을 여러 교사들,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고 거듭 밝혔다.

특히 김 교사는 "교과서가 한번 개발되면 통상 5년을 사용한다. 5년간 <고교 국어>로 공부할 학생의 숫자는 자그마치 300만 명이다. 이 많은 학생들이 오점 투성이의 교과서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학생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고교 국어>의 전면적인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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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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