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강이종행 박예준 기자
영상 : 이혜준 기자
사진 : 김진석 기자
진행 : 이정환 기자


"균등 지급하는 걸로 결론 났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느냐 하면, 내가 균등지급을 3억씩 하자고 했던 것은 그렇게 되면 나도 받는 게 좀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으로 그 얘기를 했다는 거야."

이용수 교수가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계속 할 의향이 있었으나, 일부 인사와의 오해와 불신으로 위원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대학교 이용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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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 전 기술위원장 이용수(44·세종대) 교수가 18일 오후 세종대에서 가진 <스포츠피플>과의 '열린인터뷰'에서, 정몽준 회장에게 대표팀 보너스 균등지급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을 설명하고 "'진짜 이건 아니구나. 이 사람들하고 더 이상은 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결국 그만두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 '축구협회가 외국 감독에 비해 국내 감독에게 소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자신이 해야 될 일과 안 해야 될 일을 구분해서 해야 되는데, 자신이 해서는 안될 일까지도 막 간섭하려고 그러니까"라며 축구협회 일부 인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술위원회는 감독 등을 선임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으며, 또한 (협회 내에) 5년 후, 10년 후를 바라보는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드물다"고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2006년까지는 딴 일 안하고 KBS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향후 거취를 밝혔다.

이 교수는 폴란드와의 월드컵 1차전 전날 새벽, 붉은악마들이 폴란드 대표팀 숙소 앞에서 꽹과리 등을 가지고 밤새 응원했던 것을 회상하며 지난 1월 한 대담 프로그램에서 만난 붉은악마 김정연 팀장에게 "경기 전날은 가서 좀 떠들면 어떻겠느냐"고 한 제안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때 좀 페어플레이에 벗어난다 하더라도 아마 무엇이든 했을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교수는 히딩크 감독과의 재계약 실패에 대한 과정과 관련해서도 두 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오기 전 월드컵 뒤 팀의 후계자를 키우기 위해서 아인트 호벤에 가기로 약속했던 것 같다"고 말하고, "다른 하나는 집안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애인 엘리자베스를 참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 여자에게 뭘 해주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모양"이라며 "한 1년 정도 있으면서 집안 문제(이혼 등)를 정리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교수는 "히딩크 감독도 나이를 고려했을 때, 감독으로서 오랜 시간이 남아 있는 사람은 아니다"며 "돈과 노후 보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만약 협회에서 충분한 계약금과 장기계약을 제시했다면 한국에 남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히딩크 감독의 대표팀 복귀와 관련, 이 교수는 "통일축구 때 만나서 얘기해 보니 '우리가 또 해서 이것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겠느냐'"는 히딩크 감독의 말을 전한 뒤 "2년 후에 다시 올 확률도 있지만 이제 다른 일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걸로 받아들였다"고 조심스럽게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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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축구대회 히딩크 감독 벤치 착석에 대해 이 교수는 "박항서 감독에게 맡겼어야 했다"며 "히딩크 감독도 굳이 벤치에 앉겠다고 고집부릴 스타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면 꼭 그렇게 해야 되는가"라고 반문한 뒤 "답답하다. 생각을 전혀 안하는 거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몽준 회장의 대선 출마가 축구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큰 영향은 안 받을 것 같다"며 "협회는 협회고 대선 자체는 정 회장이 선거 전략을 짜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밖에서 볼 때 축구협회가 정 회장의 사조직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지적에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유발된 것 같지 않다"며 "정 회장이 선거한다고 축구협회 사람들이 선거 운동하지 않을 것 같고 반대편 입장에서 보면 정 회장이 축구협회를 이용한다고 공격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1년 반 동안 일하면서 정 회장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축구인들이 그의 열정을 활용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국내 지도자의 국가대표 선임에 대해 그는 "히딩크와 박항서 감독을 비교해서 협회 지원에 있어서는 비교가 안 된다"고 전제한 뒤 "국내 지도자의 자질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계약기간동안에는 최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히딩크 감독 선임과 관련해 "11명의 감독 후보 리스트 중 1순위는 에매 자케, 2순위는 히딩크 감독이었다"며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두 감독을 동시에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유명 감독을 1, 2순위 후보에 넣었던 까닭에 대해 "우리 언론이나 축구계에서 웬만한 네임밸류로는 (언론의 감독) 흔들기를 버티지 못한다"며 "그래서 누구라도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준비하며 늘 히딩크 감독과 함께 했던 그는 히딩크 감독의 장점을 16강전에서 이탈리아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를 예상하고 대응할 수 있는 작전을 펴는 등 "풍부한 경험과 선수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던 점" 등으로 꼽았다. 반면 히딩크 감독의 단점에 대해 "성질이 급하고 괴팍해서 주변에서 비위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인터뷰는 약 1시간 40분동안 세종대학교에서 15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용수 교수는 '프로축구의 문제점', '여자축구' 등 축구계 전반에 걸쳐 폭넓은 이야기를 풀어 냈고, 특유의 제스춰와 함께 논리 정연하고 차분한 답변으로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열린 인터뷰에는 7명이 패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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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본 인터뷰는 A4 용지 약 20장 분량에 해당하는 장문입니다. 감안하시고 읽으시기 바랍니다...편집자 주)

사회자 먼저 어떻게 불러드려야 하나 호칭 문제로 고민했습니다.

이용수 "나는 '교수'가 제일 좋아요(웃음)."

금상섭 서울대 축구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서울대에서도 체육 특기자를 받지 않았습니까. 지금 선배들이 가끔 이용수 교수님 얘기를 합니다. 혹시 기억에 남는 일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용수 "예전 서울대에 동일계 진학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농고, 공고, 체고 이런 학교 학생들이 각 계열로 갈 때(예를 들어 상고 학생이 상대 계열로 갈 때)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경쟁을 하면 불리하니까, 일정 비율을 뽑도록 하는 제도였죠. 제가 77년도 고등학교 졸업할 때 처음 시행됐는데, 당시 축구쪽에서는 우리 학교에서 2명이 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갈 사람은 3명이었거든요. 저하고 이강석, 김광택이라는 친구였어요. 한참 고민하는데 학교에서 '네가 공부를 좀 하니까 시험을 봐서 가면 어떻겠느냐'라고 하는 거예요. 내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잖아요. 그러다 떨어지면 어떡하라고. 그래서 저는 고려대로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두 사람을 보내려고 했어요.

제가 이강석이라는 친구와 아주 친해요. 그때 이 친구가 '나랑 꼭 같은 학교에 가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네가 그런 마음이면 나랑 같이 시험을 보자. 그래서 나란히 서울대에 합격했어요. 동일계 진학으로 간 게 아니었죠.

대학에 와서 제대로 축구부 훈련하기가 어려웠어요. 수업도 빨라야 5시에 끝나고, 각자 수업 시간이 다 다르니까. 교수님들도 무슨 축구부라고 특별하게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고. 한번은 시합시간하고 시험시간이 딱 겹쳤어요. 교수님 찾아가니까 '야, 서울대학교 축구부도 시합 나가고 그러냐?'고 그러시더니(웃음), '그럼 아침 6시에 와라. 먼저 시험 보고 그리고 시합 가라' 그렇게 시험을 치른 적도 있었어요.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축구와 관계된 선후배 뿐만 아니라, 다른 학과나 대학에 있는 선배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았어요. 인생의 폭이 많이 넓어졌던 것 같습니다."

사회자 서울대 축구부가 우리 학원 스포츠 풍토에서는 상당히 특수한 위치였던 것 같습니다. 페어 플레이 같은 것에 대해서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이용수 "그랬죠. 경기 결과보다는 학생으로서의 자세 뭐 이런 것을 많이 강조했으니까요."

열린 인터뷰에 참가한 <스플>가족

열린 인터뷰에 참석한 기자회원과 독자들은 모두 날카로웠다. 이날 열린 인터뷰에 패널로 참석한 사람은 모두 7명. 이들은 인터뷰가 끝난 후 넉넉치 못한 시간과 턱없이 부족한 질문 횟수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고, 간단한 뒤풀이 자리에서는 다음 열린 인터뷰에도 꼭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양광모씨는 축구에 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월드컵 때 <스플>에서 사안을 꿰뚫는 분석으로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날카로운 질문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서울대 기숙사 축구부를 침체기에서 성공으로 이끌었던 금상섭씨는 아직 학생이다. 평소에는 얌전한 듯 하지만 '축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헐크'로 돌변하곤 한다. 이날 조금 늦게 도착해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바로 질문을 해야 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내 평상심을 되찾아 좋은 질문들을 내놓았다.

"온라인 상에서만 보던 <스플>을 오프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는 건대 97학번인 양진영씨는 앞으로도 <스플> 가족으로서 열심히 활동하려고 한단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양진영씨는 "<스플>이 특유의 색을 유지한 채 빨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월간 사커뱅크>의 기자 겸 대학생인 남장현씨는 종종 좋은 기사를 올려 본사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던 독자이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깜짝 놀랄 질문을 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신애씨는 이대 체육과 98학번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동시에 스포츠 언론에 관심이 많단다. 이번 만남에서 풍부한 스포츠관련 지식을 자랑하며 미래의 언론인이 될 것임을 다짐했다.

한신애씨와 같은 과 친구인 박주희씨 역시 언론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신애씨와 함께 이번 인터뷰 체험기를 쓰기도 했던 주희씨는 이번 인터뷰에서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이날 열린 인터뷰는 <딴지일보>도 함께 했다.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딴지일보> 최내현 편집장은 인터뷰 내내 사진 촬영에 분주했고, 인터뷰 패널로 참석한 허남웅 기자는 시종일관 차분한 태도로 히딩크 감독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강이종행 기자


사회자 그럼 죄송스런 질문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얼마 전 출간된 '월드컵 4강 신화의 비밀'이란 책에 재미있는 내용이 있던데요. 폴란드전 전날 상대팀 숙소 앞에서 꽹과리 좀 많이 쳐달라고 붉은악마 김정연 팀장에게 부탁했다는데. 사실인가요?

이용수 "네. 축구문화가 잘 발달된 유럽에서는 원정팀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실제로 그래요. 그러니까 클럽 챔피언전이 열린다 하면, 경기가 열리는 지역에서는 난리가 나거든요. 가까운 예로 호주하고 우루과이하고 홈 앤드 어웨이 경기할 때도, 오죽하면 '음식을 못 믿겠다'고 음식이나 조리사를 모두 데려갔겠어요.

그런데 월드컵 전 우리 응원 문화로는 홈팀으로서 갖는 이점이 전혀 없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게다가 우린 축구 전용 구장이 아닌 곳에서 예선을 치르니까 더욱 염려가 됐죠.

올 1월에 <조선일보>에서 월드컵을 앞두고 특집 대담 프로그램을 했는데, 그때 붉은악마 김정연 팀장이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제안했어요. 뭐 처음부터 꽹과리 치는 걸 얘기한 건 아니고(웃음)...응원을 간단하게 하자, 노래도 다섯 곡 이내로 다 알 수 있는 노래로 하고. 구호나 박자 이런 것도 자꾸 반복해서 알려주자. 붉은악마가 하면 운동장에 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게끔 해야 홈팀으로서 이득을 보지 않겠느냐.

그리고 경기 전날은 가서 좀 떠들면 어떻겠느냐(웃음). 그래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붉은악마에서 무슨 지시를 내려서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후 저는 그 얘기한 것을 잊어버렸었어요. 그런데 부산에서 폴란드 경기를 하러 가려고 버스에 타려는데, 붉은악마 회원 한 분이 오더니 얘기를 하는 거예요.

자기가 어제 몇 사람과 함께 폴란드 팀 숙소에 가서 새벽 3시까지 막 떠들고 그랬다고요. 그랬더니 엥겔 감독이 나와서 '정말 좋고, 적극적인 팬들인데 이제 그만큼 했으면 됐으니까 가라'고(웃음) 그랬대요. 그래서 사인까지 받아 왔다고 그러는 겁니다(웃음). 그러면서 오늘 꼭 이기라구. 그래서 고맙다고 했죠. 물론 실제로 가서 했는지 안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저도 그때 아마 무엇이든 했을 거예요. 그것보다 더한 거라도. 좀 페어플레이에 벗어난다 하더라도(웃음)..."

사회자 기술위원장으로 그런 제안을 한 것은 최초가 아닐까 싶네요(웃음). 협회에 계시는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텐데요. 그중에서 일반인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협회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어려움에 대해 느낀 바가 있다면.

이용수 "어떤 제도를 바꾼다는 게 너무너무 힘든거예요. 저는 지금 4강 제도가 제일 맘에 안 들어요. 우리 축구의 문제점으로 지적 받는 부분인데, 바꿀 수가 없는 거예요.

가장 큰 문제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가는 겁니다. 워낙 축구가 팀이 많다 보니까, 다른 종목과 많이 다르더라구요. 특히 서울 경기 지역이 문제예요. 어느 지역은 팀이 적어 시도대항에서 4강에 들기가 쉬운데, 서울 경기 지역은 워낙 팀이 많으니까 4강에 못 들어가는 팀들이 많아요.

그래서 서울시 교육 담당하시는 분들과 얘기했는데, 그분들도 안 움직여. 그 분들 욕하는 건 아니지만, 우선 일을 안할려고 그래요. 하다 하다 안 돼 가지고, 정(몽준) 회장님한테 그랬어요. '회장님이 교육감님을 한번 만나서 얘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교육감을 만난다고 하니까 밑에 있는 분들도 움직여요. 그래서 얘기가 됐어요. 그것도 가장 일을 덜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 이런 식으로 하다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가는 게 8강으로 완화가 된 겁니다.

그런 부분이에요. 옛날 체육부가 있을 때는 그나마 한 곳에서 통합돼서 학교 체육 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교육부도 있고 문화관광부도 있고, 뭐 어떤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에도 걸리고. 이렇게 다 나눠져 있어서 통합적으로 일을 하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축구협회라는 것은 문화단체 아니에요. 물론 협회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지만, 문화단체에서 무슨 얘기를 해봐야 어떤 힘이 실리는 것도 아니고. 비전을 갖고 조금씩 일들을 제대로 바꿔 나가야 하는데, 참 한계가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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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광모 처음 취임하시면서 TV출연하실 때 '축구협회에 기록들이 전혀 없다'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용수 "좌우지간 제가 맡은 모든 일들은 어떤 형태로든 서류화하거나 컴퓨터를 이용해 저장했어요. 3월부터는 히딩크 감독의 훈련을 매일 매일 쫓아다니면서 기록을 해서 축구협회에 줬구요.

그랬더니 무슨 책자 얘기가 나오길래, '그런 소리 하지 말고 협회 사이트에 그림하고 해서 다 올려놔라. 요즘 컴퓨터 안 쓰는 사람이 어디 있냐. 축구지도자든 일반인이든 누구든 원하면 와서 볼 수 있게 해놓자. 보고 좋으면 따라 할 거 아니냐'그랬죠.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도 현장 경험을 좀 더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문자화해서 여러 사람이 나눠 봐야 되는데. 협회나 그런데서 자꾸 그런 노력들을 해야죠. 그런데 이런 작업이 아직 우리에게는 익숙치 않아요."

양광모 결국 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거네요.

이용수 "그렇죠. 일손도 일손이지만, 우선 제가 볼 때는 생각이에요. 지금은 힘들어도 5년 후 10년 후를 바라볼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인데. 그런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좀 많아져야 돼요. 그런 게 좀 안타까워요."

허남웅 문서화 얘기가 나왔는데요. 히딩크 감독이 와서 성적에 대한 기대는 만족시켜줬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꼭 성적만을 바라보고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시스템을 변화시키길 바란 것이 아닐까 하는데, 그래서 국내 지도자들의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용수 "히딩크 감독을 얘기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우리 지도자들을 비하하는 형태가 되요. 왜냐하면 결과가 좋은 사람이 하던 것만 얘기하다 보면, 그럼 그 전에 우리 지도자들은 뭐했냐 이렇게 되는데. 어쨌든 우리 지도자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장현 히딩크 감독의 장점과 단점을 말씀해주신다면.

이용수 "단점은 뭐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장점부터 먼저 말한다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 경험이 많은 지도자다. 월드컵을 어떻게 준비해서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거예요. 기자들은 어떻게 다뤄야 하고... 이 경험이 우리한테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됐다는 생각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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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탈리아전 하기 전에 선수들한테 이런 주문을 했어요. 이탈리아 애들이 반칙을 워낙 지저분하게 해서 관중들은 잘 보지 못한다. 그러니까 근처에서 반칙 장면을 본 선수가 심판한테 달려가서 항의해라. 그럼 관중들은 뭔가 경기장 안에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느낄 거고, 야유가 시작되면서 심판은 압박될 거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비에리가 태영이 코뼈 부러뜨리고 토티가 김남일 얼굴 치고 그랬어요. 그럼 명보가 쪼르르 달려가서 심판에게 항의하고, 관중들은 야유를 시작하고, 옐로우 카드 나오고. 토티가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겁나는 선수였거든요. 그런데 그 옐로우 카드 하나가 연장 초반 시뮬레이션 동작까지 연결돼서 퇴장을 당했잖아요.

야- 참... 경기가 끝난 후에 이탈리아나 스페인 선수들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 반칙까지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니까 경험이 많은 지도자라는 생각이고.

둘째, 선의의 경쟁을 잘 유도시켰어요. 또 한가지 장점은 스포츠 과학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 월드컵이 개최되는 6월에 초점을 맞춘다면, 1-2월달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되는 시점입니다. 그런데 골드컵 때 왜 시합날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냐구 그랬잖아요. 하지만 5월 2일 제주도 훈련을 시작한 이후 한번도 공식적으로 웨이트를 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언제 웨이트를 해야 하고, 훈련을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더라구요.

단점이라고 얘기하기는 뭐...성질이 좀 급해요. 좀 괴팍하죠. 주변에서 그 사람을 맞춰주기가 사실 상당히 좀...(웃음) 굉장히 지혜로운 사람이에요. 참 좋은 감독을 영입해서 좋은 결과를 낳지 않았나 생각해요.

한가지 역으로 본다면, 제 자랑이 아니라 '이용수 기술위원장'을 만난 게 히딩크 감독에게는 행운이라고 볼 수도 있죠. 다른 분들도 잘 하셨겠지만, 그전처럼 기술위원장과 대표팀 감독이 견제하는 분위기였다면... 제가 딩크 형님 딩크 형님 하거든요. 그 얘길 듣더니 선배중 한 사람이 이번에는 뭔가 잘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역대로 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장이 맨날 티격태격했는데, 이번에는 뭔가 협조적으로 잘 될 것 같다고..."

사회자 히딩크 감독이 한국 사람과 잘 맞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히딩크 감독 영입 당시 이런 점들까지 고려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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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아닙니다. 너무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11월 1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 욕심은 12월 20일 동경 한일전 때 벤치에는 못 앉게 하더라도, 관중석이나 본부석에 감독을 앉힌다는 것이었거든요.

빠듯한 일정이었어요. 먼저 가삼현 국제국장을 유럽으로 보냈죠. 당시 11명의 감독 후보 리스트를 뽑았는데, 그중에서 1순위가 자케 감독, 2순위가 히딩크 감독이었거든요. 그리고 두 사람을 동시에 접촉하라고 그랬어요. 1순위 협의 진행중에 불발이 돼서 다시 히딩크 감독으로 가기에도 너무 시간이 없으니까.

그때 가 국장에게 그랬어요. 다른 선택이 없다. 1년반 밖에 안 남았는데 누굴 또 불러다 테스트하고 검증하냐. 그럴 시간이 없다. 일단 월드컵이나 유럽무대에서 검증된 감독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다리를 끄집고라도 와라.

그 밑(2순위 이하)에 있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별로 맘에 안 들었습니다. 그때 3순위는 나이지리아 감독이었던 봄프레다, 4순위는 블라제비치 감독이었죠."

사회자 혹시 3, 4순위 감독들이 맘에 안 들었던 이유가 '감독 흔들기'와 연관 있는지...

이용수 "네. 솔직히 저는 1년 반이란 기간동안 여러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 언론이나 축구계에서 왠만한 네임밸류로는 흔들기를 버티지 못해요. 일순간에 가 버린다구요. 그래서 그런 것에서 버티려면 누구라도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야 한다는 판단을 했던거죠."

사회자 히딩크 재계약 문제에 대한 얘기를 해보도록 할까요?

양광모 얼마전 사커로에 쓰신 칼럼을 보면 히딩크 감독이 8강전이 끝난 후 축구협회에서 액션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는데, 그렇다면 히딩크 감독이 재계약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교수님! 교수님! 이용수 교수님>

이용수 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세종대학교 체육대학(스포츠 생리학) 교수다. 그는 올 2학기부터 '연구년'이라 쉬고 있지만 평소 체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2학년부터 3학년까지 학기별로 한 과목씩 필수로 들어야 한다. 이 교수는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축구 때문에 인지도가 있기도 하지만 스포츠 생리학 분야에서는 독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종대 체육과 조교인 최영문(94학번) 씨는 이 교수에 대해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수업을 빼먹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라며 “이번 학기에 이 교수의 수업을 못 듣는 학생들은 손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수업방식은 다르다

스포츠 생리학계의 독보적 존재인 이 교수의 수업 방식은 타 교수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교수들이 직접 쓴 저서나 내용이 좋은 교재를 강의 교재로 쓰는데 비해 이 교수는 자신이 요약해 놓은 자료로 수업을 한다.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2년간 빼놓지 않고 이 교수의 수업을 듣는다고. 최 조교는 “타 학교 학생들과 생리학 과목에 대해 얘기해보면 우리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자기 뿐 아니라 동기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성적은 냉정하게

월드컵에서 학연과 지연을 배제한 선수 선발에 한몫 한 이용수 교수는 학생들의 점수를 주는데도 철저하다. 시험 성적, 리포트, 실험 결과를 합산해 매겨진 성적은 중간,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번순으로 복도에 쫙 붙는다. 교수와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경우는 절대 없다.

수업 외의 것은 사절!

야외 수업은 생각도 못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강의는 하고야 마는 딱딱한 원칙주의자. 축구협회에 기술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다음날 큰 국제 경기가 있어도 수업을 강행(?)했다고. 이러니 수업 시간에 축구를 비롯한 딴 이야기는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 교수의 바쁜 일정 탓에 학생들과의 술자리도 갖기 힘든 형편이라고 한다.

박예준 기자

이용수" 그렇지는 않아요. 그냥 단순하게 조크 비슷하게 물어 본 겁니다. 저를 보고 '닥터 리, 축구협회는 도대체 뭘 하는거냐. 왜 여태 말이 없냐' 그래서 제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솔직히 우리는 여태까지 성적이 좋아서 대표팀 감독 계약을 연장한 적이 한번도 없다. 잘라만 봤지.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대회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다. 네 눈치만 바라보고 있는거다. (대회) 끝나면 나랑 다시 얘기하자.'

저는 두 가지 이유로 히딩크 감독과 계약이 안됐다고 생각해요. 먼저 히딩크 감독이 아인트호벤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아인트호벤과 얘기가 돼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것도 아인트호벤이 히딩크 감독에게 '감독의 역할'뿐만 아니라, 쿠만이라는 어시스턴트 코치를 '감독'으로 키우는 것까지 부탁한 모양이에요.

또 한가지는 집안 문제. 원래 본처가 있잖아요. 엘리자베스를 참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 여자에게 뭘 해주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모양이더라구. 아직 이혼이 안된 상황이니까. 저는 히딩크 감독이 고향에 한 1년 정도 있으면서 집안 문제를 정리하고 싶어하는 걸로 봤어요.

그래서 저는 회장님이나 협회에 계속 말씀드렸어요. 히딩크 감독을 붙잡을 수 있는 포인트는 두 가지다. 이제 히딩크 감독도 감독으로서 나이로 보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남아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럼 결국 노후를 생각해야 돼요. 그럼 하나는 돈이고 또 하나는 계약 기간이죠. 그래서 2006년까지 맡기고 이후 2년간 기술 자문 역할로 장기 계약을 하면, 히딩크 감독도 절대 노(No)를 안 할 거다. 이런 얘기를 협회에 해줬는데, 그 다음 접촉은 제가 맡아서 안했으니까. 일단, 히딩크 감독은 좀 전에 말한 두 가지 이유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양광모 그럼 어떤가요. 히딩크 감독은 돌아올까요?

이용수 "모르겠어요. 돈 주고 오라면 안 오겠습니까? 오긴 올텐데... 이번 통일축구 때 만나서 얘기를 해보니까 말로는 "우리가 또 해서 이것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겠느냐"고 그러더라구요. 그 의미를 저는 뭐 별로...이제 다른 일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걸로 받아들였는데. 물론 2년 후에 다시 올 확률도 있죠."

허남웅 2006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히딩크가 다시 맡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이용수 "괜찮을 것 같아요. 저는 히딩크 감독을 어떤 대회 특히 월드컵 대회를 준비해서 치르는 지도자로는 아주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준비를 다 해놨었어요. 16강에 올라갔을 경우, 그렇지 않을 경우, 8강 갔을 경우...단계별로 우리 축구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놨었는데... 그 얘기를 지금 하기는..."

양광모 지금 그 말씀은 기술위원장을 계속 맡을 의향이 있었다는...

이용수 "있었죠."

양광모 그런데 왜...?

 열린 인터뷰 취재 모습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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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1년 반동안 너무 너무 힘들었고, 우선 좀 쉬고 싶었어요. 또 한가지 가장...이런 얘기 하기는 좀 그런데...솔직하게 말씀드리면...뭐 얘기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보너스 문제. 차등지급이냐 균등지급이냐 얘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정 회장님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아니 왜 지난 7-8년동안 회장님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고, 또 우리 국민들이 성원을 해서 이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얼마 차이인지 난 모르겠다. 내 생각 같아서는 돈이 얼마 차이가 나든 마무리를 멋지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한다 하더라도, 이사회를 비난하겠냐. 축구협회를 비난하고 회장을 욕하게 되는 건데, 왜 굳이 그런 비난을 뒤집어쓰냐'고 말씀드렸어요.

그래서 균등지급하는 걸로 결론이 났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중간에 무슨 얘기를 하느냐 하면, 내가 균등지급을 3억씩 하자고 했던 것은 그렇게 되면 나도 받는 게 좀 올라갈 거라는 판단으로 그 얘기를 했다는 거야.

(하- 한숨) 진짜 이건 아니구나. 내가 1년 반동안 막말로 어떤 마음으로 이걸 했는데, 아- 이 사람들하고 더 이상은 일 못하겠다. 제가 결국 딱...안하겠다."

사회자 애초 기술위원장직을 수락할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 아닌가요.

이용수 "아니 반대죠. 완벽하게 반대죠. 저를 기술위원장 시켰을 때는 어땠어요. 그런데 끝나고 나니깐...뭐 좀 그래요. 조금 더 정중하게 저를 대우해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광모 그래도 가장 권한을 많이 가졌던 기술위원장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지금 김진국 기술위원장님의 권한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더군다나 김 위원장님은 은행장을 겸직하고 계신데, 그 점에 대해서는...

이용수 "그건 이제 본인이 알아서 하시겠죠(웃음).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사회자 그럼 축구협회에서 기술위원장의 책임과 권한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입니까.

이용수 "기술위원회의 한계, 이게 협회의 큰 문제입니다. 위원회는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고 선수를 선발하는 권한이 있죠. 그런데 실질적으로 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예를 들면 축구협회 기구 조직도에 위원회는 포함돼 있지 않아요. 결재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일을 못해요. 만약 계속 (기술위원장을) 한다고 그랬다면, 저는 좀 다른 방법으로 바꾸려고 생각했어요.

유럽은 기술위원장을 테크니컬 다이렉터라고 얘기하는데, 유럽의 조직은 사무국장과 기술위원장 두 사람이 있고 그 다음에 회장이 있는 체제에요. 그러니까 기술위원장도 협회 기구 조직도에 들어가서, 연봉 계약을 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런데 우리 위원회, 한달에 한번 모여서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실질적으로 위원회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무 것도 없다고 보면 되요. 길게 봐서는 협회 조직 문제가 개선되야 할 것 같아요."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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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실제로 언론에 제일 많이 드러나는 것은 기술위원장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좋은 상황이었을 때는 좋은 결과를 누리기에는 조금 애매한 위치고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때는 책임만 혼자 덮어쓰는...

이용수 "아뇨. 저는 그러한 위치를 잘 알고 처음부터 한다는 얘기를 했었고. 1년 반동안 우리 대표팀 경기가 잘될 때, 저는 한번도 나선 적이 없어요. 안됐을 때, 그래서 자꾸 뭐 얘기를 하면 그때는 제가 나서서 어떻게든 정리를 해주고 그랬죠. 그건 기술위원장이 당연히 해야 될 일이죠. 어떤 결과가 좋았을 때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 기술위원장을 한다면 문제가 계속 커지죠. 그럴 때는 선수나 감독 코칭 스탭에게 (영광이) 가게 하고, 우리는 안됐을 때 책임을 지는...그건 너무 당연한거죠."

양광모 실질적인 권한이 전혀 없다는...

이용수 "없죠. 네. 무슨 권한이 있겠습니까. 한번 살펴보세요. 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축구협회 위원회를 통해 일어난 일이 뭐가 있나..."

사회자 월드컵 전과 후로 나눠 봤을 때, 이런 상황이 변한 것이 없나요.

이용수 "없죠."

허남웅 히딩크 감독의 자서전 '마이웨이'를 보니까 선수 선발에 대해 말이 굉장히 많다고 나와있더라구요. 기술위원장 재임 시절, 주위에서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들었나요. 선수 선발에 대해서.

이용수 "저한테는 안 그랬던 것 같아요. 역대로 기술위원장들이 그런 것들 때문에 힘들었던 모양인데. 제 스타일이 알려져서 그런지, 한번도 나한테 그런 얘기한 적 없어요. 얘기해 준 사람도 없고."

사회자 교수님 스타일은 어떻게 알려져 있나요.

이용수 "쉽게 얘기하면, 이제 저놈한테는 그런 얘길 해봐야 도저히 안 먹힐 것 같으니까(웃음). 아예 얘기를 안 한만 못하다는 얘기죠. 저는 선발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나한테 그런 압력이 오면, 해당되는 사람을 일단 제외해버려요."

양광모 개인적으로 추천한 선수는 있나요? 뭐 윤정환 선수...


이용수 교수의 한숨

이용수 교수의 한숨은 모두 축구협회 얘기를 할 때 흘러 나왔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숨의 횟수는 세 번.

첫번째 한숨은 기술위원장을 그만두려고 마음먹었던 기억을 회상했을 때 새어 나왔다. 균등 지급과 관련 협회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았던 얘기에 이어진 한숨 소리 "하-- 진짜 이건 아니구나...."

이번에는 협회의 기구 조직 구성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던 중에 한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교수는 "협회 기구 조직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축구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위원회를 통해 축구인들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어 사회자가 기술위원장을 그만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자, 이 교수는 "그 얘기는 그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 한숨 역시 '더 이상 얘기하기 괴로운 분위기'에서 새어 나왔다. 어느 정도 골치 아픈 얘기들이 모두 흘러나온 인터뷰 말미. 이 교수는 '새로운 국가대표팀 구성'과 관련한 얘기가 나오자 스스로 발등을 찍고 만다.

"그것도 좀 이해가 안가요...(중략)...올림픽을 준비해야 되잖아요. 안 그래요...(중략)...누가 국가대표팀 검사하러 와요? 아니잖아요."

답답해 하는 이 교수에게 사회자는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가려 시도했다. 그러자 그는 허- 라는 한숨을 내뱉더니, "그 정도 하시죠"라며 마무리.

이정환 기자

이용수 "많죠. 하지만 누구라고 얘기하기는 뭐합니다. 이유는 그래요.

히딩크 감독 스타일이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선수나 팀에 대한 정보를 회의할 때 많이 얘기해줬어요. 그런데 사람이 많을 때 얘기하면, 그게 어떤 카리스마가 손상을 입는다고 생각을 했는지 감독이 잘 안들어. 한두 번 얘기하다 방법을 바꿨어요. 둘이 있을 때 얘기를 해보자. 그랬는데 그럼 얘기가 반영이 돼서 발표가 딱 돼요. 이 사람은 이런 스타일이구나.

그래서 둘이 얘기를 자주 했고, 거의 모든 결정도 둘이 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모르죠. 대표팀 안에 있는 사람들이나 선수들까지도. 대표팀 안에서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사실 월드컵 끝나고 이런 얘기 해달라 저런 얘기 해달라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내가 거기다 대고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그러면 결국 내 자랑 밖에 안된다구. '저 자식 지가 한 것도 아닌데 떠들고 다닌다구'. 그런 바보짓을 왜 해요. 저는 얘기 안 합니다. 특히 선수 선발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면, 어떤 선수는 뽑혔지만 그 선수 때문에 빠진 선수도 있잖아요. 그럼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어요."

양광모 외국인 선수 귀화 문제를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이용수 "예. 얘기 했었어요. 몇몇 선수를 거론했었는데. 감독이 보더니 귀화시킬 정도의 기량은 아니라고. 늘 베스트11에 포함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선수보다 한 단계 확실하게 뛰어나야 된다는 거죠."

한신애 얼마전 박항서 감독 파문이 있었는데, 단순히 돈 때문에 생긴 문제 같지 않습니다.

이용수 "글쎄요. 제가 월드컵 대회 끝나고 대표팀 해단한 이후에는 협회에 안가서 요 근래 일은 잘 모릅니다. 박항서 감독과는 굉장히 친한 친구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제가 전화하는 것 자체가 부담을 줄 것 같아 전화도 잘 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저도 잘 몰라요. 답답합니다."

사회자 그래도 대표팀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는 히딩크 감독 시절과 지금의 차이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이용수 "이렇게 보시면 돼요. 제가 기술위원장일 때는 거의 정 회장님과 직접 얘기를 했고, 히딩크 감독과 제가 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요청하면 100% 반영이 됐죠. 물론 결재라인은 결재라인대로 따랐지만. 그런데 요즘은 그때와는 좀 다르지 않나. 어떻게 일을 하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사회자 히딩크 감독 시절에는 스탭이 많지 않았나요.

이용수 "진짜 많았죠. 스물 다섯명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어요. 박 감독도 그런 것을 요청한 모양인데, 잘 안되는 것 같아요. "

사회자 그럼 적어도 대표팀이라면 반드시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하는 스탭 구성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용수 "세 가지는 필요하죠. 물리치료사야 이미 포함돼 있으니까, 체력 담당코치 그리고 비디오 분석관은 꼭 필요합니다. 이들이 이번 대표팀 전력 향상에 굉장히 많은 보탬이 됐거든요. 그래서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동안에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광모 그럼 박항서 감독 문제의 본질은 현재 기술위원장이 정 회장과 핫라인을 구성할 수 없는 등의 시스템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용수 "그것은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가...여러분들이 판단을 하셔야 될 것 같네요(웃음). 저도 얼마 전까지 협회 임원이었는데..."

사회자 국내 축구계에서 '차범근'이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위치는 상당하잖아요. 그런데 차범근 감독도 실패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성공했죠. 이번 박항서 감독 파문을 보면서, 과연 국내 지도자가 히딩크 감독 정도의 리더십을 가질만한 조건이 돼 있는 것이냐...

이용수 "두 가지죠. 우리 지도자들이 갖는 한계가 있을 것 같고, 또 협회에서 우리 지도자들을 얼만큼 지원해 주느냐. 히딩크 감독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거죠. 그럼 왜 외국 사람만 지원 해주느냐. 일단 뽑아놨으면 계약 기간동안, 올림픽이면 올림픽 적어도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까지는 비전을 갖고 우리 지도자들도 최대한 밀어줄 수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안되니까 서로 문제가 되는 거죠."

사회자 그렇게 안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용수 "모르겠어요. 제가 볼 때는 자신이 해야 될 일과 안해야 될 일을 구분해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해서는 안될 일까지도 막 간섭하려고 그러니까."

사회자 교수님이 기술위원장으로 일할 때와 지금의 축구계를 각각 계절로 비유해 본다면...

이용수 "글쎄요. 정말 앞으로 백년 안에 우리나라가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을까. 그만큼 제가 일했던 시기는 특수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던 거죠. 하지만 또 앞으로 이제까지 해왔던 식으로 할 수 있을 것이냐, 저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황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자 그럼 백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봄은 끝났고, 이제는 겨울로 들어가는 단계인가요?

이용수 "아니, 이제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정리하면 되죠. 사실 제가 대표팀 관계된 것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기본적인 것들을 정리했어요. 그 일들만 계속 추진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회장님한테 '매년 유소년 5명만 1년 정도씩 브라질이든 유럽에 보내자'고 그랬더니 '5명만 보내냐, 더 보내라'고. '더 보내면 좋은데 돈 때문에 그렇죠' 하니까 '어떻게든 할 테니까 더 보내라구' 그래서 10명 보내기로 결정됐거든요. 협회에서 할 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해 나가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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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그럼 교수님은 월드컵을 개최하기 전보다는, 축구 시스템에서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하시나요.

이용수 "그럼요. 많이. 협회, 축구인 그리고 일반인 모두 한 단계씩은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히딩크 감독이 벤치에 앉은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금상섭 크게 두 가지 의견인 것 같아요. 하나는 박항서 감독을 뽑아 놨으면, 현재 감독 입장도 있는데 히딩크 감독을 벤치에 앉혀도 되느냐. 또 하나는 현재 박항서 감독이 정식 계약 하지 않은 상태라면, 벤치와는 히딩크 감독이 더 가까운 것 아니냐. 그래서 벤치에 앉아도 괜찮다는 의견인데. 거기에 대해선...

이용수 "아까도 얘기했지만 박항서 감독에게 맡겼으면 맡겨줘야죠. 그리고 히딩크 감독도 본인이 굳이 벤치에 앉겠다고 고집을 부릴 스타일이 아닌데...왜 굳이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안돼요."

양광모 혹시 정치적인 의도가...

이용수 "모르죠. 뭐 딴 목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왜 그걸 앉히려고 그러느냐. 그리고 그렇게 안하고도 히딩크 감독을 활용 못하냐는 거죠. 아니 막말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면 꼭 그렇게 해야 정치적으로 활용이 되느냐. 솔직히 이해가 안되요. 좀 답답하죠. 생각을 전혀 안하는거지(웃음)."

사회자 교수님이 계속 기술위원장으로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이용수 "제가 했다면 그렇게 하지도 않았겠지만, 감독이 안된다고 그러면 관중석으로 올라가자고 그랬을 거예요."

양진영 정몽준 회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축구 발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이용수 "큰 영향은 안 받을 것 같습니다. 협회는 협회고, 대선 자체는 정 회장이 선거 전략을 짜서 할 거고. 선거 지원팀들은 따로 구성이 될 거고. 협회는 협회대로 또 운영이 되겠죠."

양광모 정치 보복설이 나돌고 있거든요. 만약에 (정 회장이) 선거에 떨어졌을 때는 정치적으로 축구협회에 보복이 가해질 것이다...

이용수 "떨어졌는데 왜 보복해요?"

양광모 그러니까 정치판에 왜 끼어들었느냐.

이용수 "축구협회가요?"

양진영 바깥에서 보기에는 축구협회가 정몽준 회장의 사조직처럼 많이 보인다는 거죠. 그런 성향이 없지 않거든요.

이용수 "글쎄요. 그거는 뭐. 제가 볼 때는 축구협회는 문화단체입니다. 뭐 정몽준 회장 선거한다고 축구협회 있는 사람들이 쫓아다니면서 선거 운동하지 않을 것 같고. 하나의 기우죠. 그러니까 특히 반대편 입장에서 보면 정 회장이 축구협회를 이용한다고 자꾸 공격을 하는 그런 부분. 제가 볼 때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유발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남장현 그런데 대선에 나가려면 한 가지를 버리고 나는 정치적으로만 나가겠다 이런 식으로 나가야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애매모호한 입장에서 '이거 안되면 저거' 이런 식으로 나간다는 것은...

이용수 "그거는 뭐 제가 뭐라고 그럴 상황이 아니죠. 회장님이 알아서 판단할 거고, 제가 얘기할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열린 인터뷰 진행을 맡은 이정환 기자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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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조금전에 '굳이 왜 그러는지'에 대한 모습들이 정치와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용수 "그러니까 스포츠가 좋은 이유가 있잖아요. 똑같은 조건과 규칙 아래 서로 경쟁한다는.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서로 즐거움을 나눈다는 건데. 스포츠에까지 정치가 끼어든다면 스포츠 자체를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아요."

사회자 정몽준씨를 대선주자로, 그리고 축구협회 회장으로 놓고 봤을 때 축구 사랑을 점수 매긴다면.

이용수 "제가 회장님과 많은 얘기를 나눈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대선 출마는 제가 뭐 언급할 상황은 아니고. 다만 1년 반동안 축구협회에서 일하면서 정 회장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아쉬운 부분은 우리 축구인들이 정 회장의 열정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 열정을 잘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안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양광모 다른 좋은 생각을 가진 의견이 정 회장에게 반영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막혀 있는 것은 아닌지요.

이용수 "그럴 수도 있겠죠."

사회자 그럼 현재 축구협회에서 가장 급한 문제는 인적 쇄신이 될 수도 있겠네요.

이용수 "글쎄요. 딱 단정적으로 그렇게 얘기하기는..."

사회자 정몽준 회장의 축구 열정을 이용할만한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는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이용수 "협회 기구 조직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축구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어떻게 보면 직원들이라구. 축구인 출신들은 거의 없죠. 정말 조 전무 이외에는 없는데. 그렇다면 위원회를 통해서 축구인들의 생각이 반영되야 하는데, 거의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거죠. 그런 문제점이 있는거죠."

사회자 그래서 교수님이 기술위원장직을 그만 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 같습니다.

이용수 "아-(한숨), 그 얘기는 그만(웃음)..."

박주희 지금 K리그에 대한 열기가 많이 식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다시 K리그가 활성화될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요.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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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월드컵 이후 많은 관중들이 K리그를 찾아 줄 때도 '이게 끝까지 갈 수 없구나'는 생각을 했어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최근 심판 문제, 우수 선수들의 해외 진출 그리고 프로팀의 숫자가 악재로 비춰졌는데요.

우선 심판 문제는 심판한테만 맡겨 둬서는 절대 해결이 안됩니다. 연맹 차원에서 심판 위원회 안에 심판의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수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문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선수를 위해서나 우리 축구를 위해서도 가야 한다, 더 많이 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선수를 키워야죠. 프로구단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프로구단의 유소년팀 보유를 의무화했습니다. 15세 이하는 올해까지, 18세 이하는 내년까지 만들도록 돼 있습니다.

세 번째는 팀 창단 문제. 욕심 같아서는 월드컵 붐이 일었을 때 창단되면 좋을 것 같았는데, 올해 아니면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대선하고 맞물리면서 기업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대구 시민 구단은 잘 추진되는 것 같고, 강릉쪽에서도 얘기가 일어났었는데 이번 수해 때문에 다시...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관중이 다양해졌다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98년 때도 하반기 시즌에는 관중이 폭발적으로 이어졌었죠. 다음 시즌에는 이어지지 못했는데. 아직 우리가 계속해서 경기장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축구 문화 저변은 아닌 것 같아요."

양광모 현재 프로구단들의 경기력 자체가 월드컵 직후보다 굉장히 많이 떨어진 측면도 있지 않나요?

이용수 "그 부분도 있죠."

양광모 왜 경기력이 떨어질까요. 선수 구성원은 변화가 없는데.

이용수 "글쎄요. 선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경기가 계속될수록 조금씩 경기력은 떨어진다고 봅니다. 월드컵 직후에는 선수들도 영향을 받아 그런지 굉장히 박진감 있는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쭉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은 선수의 숫자와 각팀 스타팅 라인업과 후보선수와의 차이 그리고 부상이나 체력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자 아시안게임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용수 "아시안게임은 23세 미만이니까요. 뭐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8강, 4강에서 어느 팀을 만나느냐가 제일 문제일 거예요. 이란 쿠웨이트 사우디나 이쪽 팀만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 의외로 복병도 예상됩니다. 특히 첫 경기 상대인 몰디브와 경기를 잘하면 그 다음부터는 잘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에요. 한번 정도는 고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 박항서 감독 파문이 수습된 후, 협회에서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그랬는데.

이용수 "하겠죠. 근데 굳이...그것도 좀 이해가 안가요(웃음). 자꾸 협회를 욕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맘이 그런데. 어차피 내년하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에요. 이번 아시안게임 끝나면 내년 봄부터 올림픽 예선이 시작됩니다. 2004년까지는 국가대표팀의 경기도 올림픽팀 위주로 할 수밖에 없어요.

굳이 또 국대(국가대표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1년에 국대가 A매치를 몇 경기나 하겠느냐는 말이에요. 그 A매치를 할 것이 있으면 이 팀을 시켜야지. 올림픽을 준비해야 되잖아요. 안 그래요. 올림픽팀에 국가대표 와일드카드 2-3명 넣고 국대라고 해도 되잖아요. 경기 하면 되지. 누가 국가대표팀 검사하러 와요? 아니잖아요.

지금 선수들의 경기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구. 17세나 19세도 마찬가지거든요. 아시안게임은 또 23세 미만이니까, 21세 애들은 내년 올림픽 지역 예선을 위해 준비시켜야 되는데... "

사회자 약간 뭐라고 그럴까,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용수 "(허- 한숨) 그 정도 하시죠(웃음)."

사회자 나중에 언제쯤 어떻게 축구협회에 복귀하실 건가요?

이용수 "저는 뭐 다시...모르겠어요. 당분간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이제 KBS하고 계약이 돼 있으니까. 그전에 갈 때는 흔쾌히 보내줘서 갔는데, KBS 입장에서도 이제 뭐 또 간다고 그러면 그 다음에 안 부를 거 아니예요(웃음). KBS하고 4년 계약을 했어요. 2006년까지는 딴 일 안하고 KBS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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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오늘 너무 질문이 무거웠는데요. 교수님 죄송합니다만, 조금 가벼운 얘기를 나눌 시간을 한 10분 정도만 더...

이용수 "(쾌히) 예"

양광모 따님만 세 분을 두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만약에 축구 선수를 하겠다 그러면 어떻게 하실 건지...

이용수 "우리 둘째 애가 축구를 한다고 그랬어요. 축구를 하고 싶다고 그러더라구. 그래서 내가 웬만하면 딴 거 해라(웃음)..."

박주희 우리나라 여자 축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용수 "두가지 면이 있습니다. 우리 여자들이 여러 스포츠에 마음 먹고 덤벼들면 남자보다 더 잘하잖아요. 축구도 그럴 것이라는. 긍정적이구요. 부정적인 부분은 주변 나라들이 너무 잘해요. 중국 북한 일본이 세계 8강권안에 드는 팀들인데, 세계 대회 예선에서 늘 이 팀들에 치이게 된다구. 우리 여자 축구가 세계 대회 나간다고 그러면 저변이 늘어날 것 같은데. 일선 지도자들이 제일 아쉬워하는 부분이 축구 잘하는 여학생들 부모를 설득하기가 너무너무 힘이 든다고 그러더라구요. 결국은 저변이에요. 이번 월드컵이 부모님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조금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자 교수님께서도 이번 월드컵 때문에 영향을 받은 부모에 포함이 되시는지?(웃음)

이용수 "아니 뭐, 저는 원칙적으로 애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막고 그러지는 않습니다(웃음)..."

금상섭 축구 행정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용수 "축구 행정이라고 해서 다른 것과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우선 꼭 뭐 선수는 아니더라도, 축구를 좀 경험하는 게 좋죠. 축구라는 것은 팀 스포츠로서 그안에서의 분위기가 또 좀 다르거든요. 그 다음에 언어 특히 외국어 구사 능력이 있어야 될 것 같구.

그 다음에는 '비전'. 현재에 급급하다 보면 늘 한달 뒤 6개월 뒤에는 늘 실망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힘들어도 비전을 갖고 5년 뒤 10년 뒤를 바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가 있죠. 그게 제일 행정가로서 가져야 할 것이 아닌가."

사회자 처음 만난 자리에서 여러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만족스러울지 잘 모르겠네요. 처음이니까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박수)

덧붙이는 글 '이용수 교수 열린 인터뷰' 영상은 스포츠피플(www.sple.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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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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