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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8일) 시사평론가 유시민씨의 신당 창당 관련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열화와 같은 독자들의 성원이 있었습니다. 기사를 올린지 채 하루도 안돼 무려 2500건에 달하는 '독자의견'이 올라왔습니다. 그 가운데는 유씨의 주장, 바람에 동의하는 글이 대부분이었으며, 더러는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 씨의 신당구상에 대해 반론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래 글은 '민주노동당원'이라는 ID를 사용하는 네티즌이 올린 글입니다. 독자의견 가운데 정연한 논리와 함께 비판적 시각, 주관성이 강한 글을 골라 [오늘의 독자의견]을 선정, 게재해오고 있는 <오마이뉴스>는 이 글을 [오늘의 독자의견]으로 뽑아 소개합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관심과 고견 제시를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유시민이 신당 만들어도 유지못하는 이유
-'순진한'(?) 이상주의자 유시민의 개혁적 국민정당 실험

민주노동당원, 2002/08/29 오전 7:45:38

유시민이 '당비내는 당원'들 10만명을 모아서 정강정책은 민주당의 것을, 조직의 민주주의적 시스템은 민주노동당의 것을 종합하는 새로운 개혁적 국민정당을 창당하겠다고 한다.

나는 이러한 유시민의 실험을 반대하지 않으며, 유시민의 이러한 실험이 성공한다면 '엄청나게' 대환영이다. 그리고 덧붙여 유시민의 이러한 실험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한국정치에 대해서 우리가 가졌던 기존의 모든 관념을 전면재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유시민의 정치실험은 내가 가지고 있던 <정세분석틀>에 입각해서 볼때, 뜻은 갸륵하나,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실험이기 때문이다.

한국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아니 자본주의사회에서 정치를 움직이는 요소는 4가지이다. [돈], [조직], [명망성], [대의명분](이데올로기)가 바로 그것이다.

정당이 성립하려면 법정 지구당이 23개인데 23개의 지구당을 '잠깐'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진짜로 힘든 것은 이것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독자정당을 만들어서 민주노동당과 합당하거나 민주당과 통합하거나 둘중의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는 이유도 지구당을 <유지>하는 것에 그야말로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엄청난 비용에는 지구당을 유지하는 경상비도 포함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정치에 '뜻'을 두고 정치를 위해서 활동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정치적 활동가]도 포함한다.

한국노총이 재정적 측면에서 민주노총에 꿀릴 것이 전혀 없지만 독자정당을 만들지 못하고 민주노동당과 합당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민주노동당에는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최소 1.000명이 넘는 (소위 열성당원이라 불리는) 좌파정치조직의 경험과 열정과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1만원씩 10만명이 내면, 10억이다. 유시민이 만들고자 하는 10만명이 당원이 확보되는 개혁적 국민정당이 만들어진다면, <창당>까지는 가능할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정치인들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당의 <유지>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볼때, 유시민의 실험은 둘중 하나이다.

첫째, 높은 수준의 정치적 뻥이거나, 둘째, <엄청나게> 순진(순수?)한 것이다.
10만명을 목표로 창당운동을 하면 그럭저럭 1~5천명은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의 실험은 애초부터 주요한 목적이 이러한 '열기'를 모아서 노무현을 보위하는 것일 경우, 이러한 전술은 상당히 세련된 정치적 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일, 유시민이 정말로 <당비내는 당원들에 의해서 일상적으로 유지되는> 민주노동당식의 민주당을 꿈꾸고 있다면, 유시민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답지 않게 '엄청나게' 순진하다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트로 돌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힐정도의 유시민이라면, 나는 후자일 가능성도 배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후자일 경우여도 노무현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손해볼 것 없는 장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시민이 착각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민주노동당식]의 조직민주주의를 가진다면, 필연적으로 [민주노동당식의] 정강정책을 추구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반대 혹은 미온적인 정당이 도대체 어떤 정당이었는가? 바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민주당과 한나라당이었다.

'국민'들을 위한 [이자제한법]을 반대하는 정당은 도대체 어떤 정당이었는가? 바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었다.

그리고 [돈세탁방지법]과 [부패방지법]을 개판으로 통과시킨 정당이 도대체 어떤 정당이었는가? 바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었다.

재벌에 대한 총액출자제한제도를 완화하겠다고 떠든 놈들이 누구이며, 제2금융권의 재벌독식을 조장한 놈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유시민은 애써 눈을 감으며 '우연'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유시민은 민주당의 '정강정책'을 추구하겠다고 하는데, 민주당의 정강정책이란 것이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당의 정강정책일 수 없으며, 민주노동당의 정강정책이다.

여전히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규정한다"

조직의 [존재적 시스템]이 조직의 [정강정책]을 규정하게 되어 있다.

노동자 서민이라는 표현을 중산층과 서민이라고 표현하더라도, 아무튼 [서민]이 정당의 주인으로 '참여'하면서 [의사결정권]의 핵심을 쥐고 있다면 그 정당은 필연적으로 서민의 정당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모순'이기 때문이다.

부패한 놈들은 부패한 정강정책을 주장하게 되며, 재벌친화적인 놈들은 재벌친화적인 정강정책을 주장하게 되며, 가난한 자들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정강정책을 주장하게 되며, 노동자 서민이 당원의 대부분인 당은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강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규정하고", "조직의 존재적 시스템이 정강정책을 규정"한다는 맑스의 유물론적 진리를 유시민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유시민은 소비에트식 중앙집중 계획경제와 이론적으로 결별하면서 안타깝께도 여전히 유효한 [유물론적 인식론]과 [유물론적 정치조직론]마저도 결별하였나 보다.

물론, 만에 하나라도 유시민이 로버트 오웬보다 더 진지하게, 로버트 오웬보다 더 "순수한 공상주의"적 자세를 가지고 개혁적 국민정당을 실험하는 것이라면 그 '정신'만큼은 높이 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유시민의 '정신'이 진실된다면, 언제인가 결국 [진리]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는 나는 진리에 '근접'하는 것만을 인정하는데, 2002년 현재, 민주노동당은 정치적 진리에, 그리고 정치적 정의에 가장 [근접한] 정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 생각에 유시민의 '진짜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별로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내 판단이 옳은지, 유시민의 판단이 옳은지 검증되는데는 길어야 두 달이면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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