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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정부에서 여성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공무원 채용시 일정 비율의 여성을 의무적으로 채용하는 '여성 고용 할당제'나 여성에게 일정 점수의 가산점을 주는 '여성 가산점제'의 실시 여부를 신중히 고려한 바 있습니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농어촌 출신 자녀를 특별 전형 제도를 통해 입학시키고 있기도 하죠. 이러한 제도는 기존의 차별을 철폐하여 불평등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일종의 '적극적 차별철폐조치(affirmative action)'에 해당합니다.

최근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내놓은 서울대 입시개선안이나 박찬석 경북대 총장이 주장한 인재의 지역할당제 역시 서울과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불균형현상을 개선코자 한다는 의미에서 적극적 차별철폐조치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적극적 차별철폐조치(Affirmative Action)란?

미국에서 차별의 구제와 예방을 목적으로 인종, 성별, 국적을 고려하는 적극적 노력.

1964년에 제정된 획기적인 민권법(Civil Rights Act)과 그에 따른 행정명령 및 법원의 판결 등에 기초하여, 연방정부는 연방의 보조금을 수령하는 일정한 사업체와 교육기관에 대해 적극적 차별철폐조치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요구했다.

연방계약이행국(Federal Contract Compliance Office)과 평등고용기회보장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 Commission/EEOC)가 그 프로그램들을 감독한다.

적극적 차별철폐조치는 대개 백인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연방민권위원회는 1983년까지도 사회가 공정하게 돌아가고 있을 때만 종교, 성별, 국적을 고려하는 조치들을 '우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983년말 민권위원회가 재조직된 후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즉 1984년 1월 동 위원회는 "인종적 우대는 단지 정당화되지 않는 또다른 형태의 차별을 구성할 뿐"이라는 성명을 승인했다.

적극적 차별철폐조치의 요소들에는 문서로 된 정책, 결함을 확인하기 위한 자기평가, 그 결함들을 일정에 따라 교정하는 조치, 상급관의 책임이 포함된다. / 이수열
이러한 적극적 차별철폐조치는 미국에서 처음 논의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존의 만연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불평등한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에서 나온 것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여름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월드컵 때를 돌이켜 봅시다. 제가 응원하러 갔던 대구 시민운동장은 응원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서 관중석은 물론이고, 계단과 통로 모두 시민들의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응원하다가 전반을 마치고 휴식시간, 그 붉은 물결이 출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지요.

사람들을 비집고 도착한 화장실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몇 백명으로 가득찬 화장실입니다만, 그래도 남자화장실은 잠시 볼일보고 나오면 되는 생리구조상 어느 정도 줄이 쉽게 줄어드는 편입니다. 하지만 여자화장실의 경우, 아무래도 남자들보다 볼일을 보는데 드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훨씬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하죠.

그래서 어떤 여성분들은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하고 응원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공공화장실에서 남녀 화장실의 변기수를 똑같이 설치하는 것이 외견상으로는 같지만, 실제로는 엄연히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설치되어 있음을 의미하지요.

이렇듯 얼핏 보면 공정한 룰인 듯 하지만 실제로는 엄연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적극적 차별철폐조치입니다. 이는 특히 교육이나 취업 혹은 승진시에 많이 적용됩니다. 왜냐 하면 교육이나 취업이 개인의 자아 실현 및 평등의 이념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지요. 장애인고용할당제, 고령자고용할당제, 교육대학 남학생입학 할당제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의 실시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것이 역차별로써 평등의 이념에 어긋나는 제도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군가산점제도에 관한 위헌 소송에서 1, 2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공무원 시험에서 군복무자에게 5점의 혜택을 주어 만점을 받은 여성도 떨어지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헌재의 위헌 결정을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였던 것을 상기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누가 사회적 약자인가"나 "역차별이라는 주장" 등 평등과 관련한 문제들은 모두 사회적 상황에 관한 판단과 선택의 문제를 동반하는 개념들입니다. 그렇기에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는 사회 구성원들 내에서 갈등을 야기하기 십상이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공론의 장인 언론이 '조중동'이라는 보수극단주의라는 동일한 논조를 가진 세 개의 신문들에 의해 독과점되어 있어 여론이 왜곡되어 있는 현실임을 감안하면 적극적 차별철폐조치를 우리의 현실에서 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걸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차별철폐조치와 불평등한 상황에 대한 우리의 고민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바로 평등하고 정의로운 인간다운 사회는 우리모두의 꿈이기 때문이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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