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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기자가 쓴 박노자 교수의 책 <당신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비판글을 읽으며, 황망한 느낌과 동시에 박 교수에 대한 인신공격(?)이 노골적이라는 것에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같은 텍스트를 그 저자를 오해하거나, 악의적으로 읽게 되면 얼마나 다른 해석이 가능한가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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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는 비판 대상을 혼동하고 있다

사실 나 역시 박노자 교수의 책을 읽으며 한국사회의 민족주의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을 발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저자의 의도와 진의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실재(實載)에 상관없이 "한국사회의 민족주의는 제국의 지배이데올로기로서의 민족주의가 아니다"라고 스스로 되뇌이는 것은 무의미하며 자폐적인 짓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요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서 드러나듯이 다른 민족, 다른 인종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과 혐오, 그리고 이로부터 배태되는 착취와 인권유린이 한국사회의 특수하지 않은 현상이 되었다는 것이며, 이로부터 '민족'에 대한 우선시를 당위적인 전제로 성립되는 '민족주의'가 끊임없이 보편적 인권가치와 상충될 가능성이 폭넓게 제기되는 현실을 인정하느냐부터 시작될 것이다.

또한 한국의 민족주의에 대한 특정한 규정 - '저항적 민족주의'니 '해방적 민족주의'니 등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다양한 층위와 양태로 전개되는 민족주의의 양상과 그 사회심리적 기제에 대한 분석과 대안제시를 공허하게 만든다.

실제로 조중동과 자유총연맹같은 수구기득권세력의 전매특허가 된 용어 역시 '민족'이며 '민족주의'라는 것을 돌이켜보건대, 언표로서의 '민족'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의 다양한 용해처럼 한국사회에서 굴곡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이 통용되었듯이, '민족주의'는 지금도 수구세력과 일반대중뿐만이 아니라 상당한 진보세력에게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추인되고 있다.

이처럼 '저항적(해방적) 민족주의'로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민족주의의 범례는 좌우와 일반대중에게 폭넓은 미래적 대안으로 수용되고 있고, 몇 가지 양태로써 성격을 특정하기 어렵다.

박 교수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민족주의'가 민족공동체로서의 우리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폐쇄적 개념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시민사회의 성숙과 함께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민족주의의 순기능과 적극적 역할을 부정하기보다는 '보편적 인권의 실현'이라는 너른 바다로 가는 도정에 포섭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범수 기자는 시종 악의적 해석을 행하는 듯하다.

"박노자의 사상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이름하여 사회주의와 동양사상이 가미된 정체불명의 공상적 무정부주의라고 해야 하나?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폭력과 전쟁을 연상하는 그의 과민한 반응은 국가 사회주의의 모순과 분열된 민족주의로 점철되었던 러시아에서의 삶에서 형성되었을 것이다."

김범수 기자는 한 사람에 대해 임의적인 딱지붙이기를 하고 있다. '사회주의와 동양사상이 가미된 정체불명의 공상적 무정부주의?' 최대한 악의적인 텍스트 독해를 해야만 가능한 주석을 달아놓았다. 박노자는 한국사회의 패거리주의와 연고주의의 폐해에 오히려 상식적 수준의 보편윤리와 불편부당한 권위의 해체를 주장하는 평범한 논리를 편 것이 아니던가?

김 기자는 무정부주의적 성향에 내재한 해방적 논리를 왜 이렇게 폄하하는가? 아니면 무정부주의에 대한 대중일반의 편견에 편승하려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그의 성장환경과 그의 주장을 직접적인 연관으로 몰고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인신공격을 범하는 것임을 모르는가?

"그러나 그의 정치사회화가 어떤 과정을 거쳤든지간에 한국 민족주의의 역사적 기능과 역할마저 부정하는 박노자의 비판은 그의 민족사에 대한 몰이해를 탓할 수밖에 없다. 그는 자유와 독립을 위한 민족주의와 지배와 착취를 위한 민족주의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주장과 달리 박 교수는 한국민족주의의 역사적 기능과 역할을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그의 논증의 주제가 현재적 민족주의에 내재한 폐쇄성, 공격성 그리고 보편적 인권과의 상충가능성과 그에 대한 경계를 요청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고 받아들였지, 역사적 기능과 역할을 부정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김 기자는 박 교수의 선의를 왜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김 기자가 지적한 자유와 독립 대 지배와 착취의 민족주의처럼, 박 교수가 민족주의에 대한 그러한 초보적 개념을 도외시했다고 행간을 읽으셨다면 다시 한번 책을 정독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반백년 동안 서로 다른 이념에 의해 단절되었던 우리의 민족의식은 지금 현재, 미래의 민족 통일을 위한 사상적 토대가 되어야 한다. 박노자는 민족주의를 배제하고 통일운동의 축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노동자 계급, 소외받는 자? 그렇다면 자본가와 기득권층은 통일 과정에서 배제되어야 하나? 그런 분할의 과정에서는 과거 역사에서 반복해왔던 다툼과 반목만이 있을 뿐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아우를 수 있는 민족 공동체의 통일 이념을 필요로 한다."

한마디로 김 기자의 논리는 즉자적이고 감정적이다. 사실 박노자는 책에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주의 부정성 지양=민족통일의 대의훼손"이라는 단순 경쾌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견실하지 못하다.

김 기자는 통일운동에 대한 고전적 논쟁의 재판을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욱한 내 판단엔 적어도 박 교수의 통일론의 일단은 이러할 것이다. "보편적 인권이 실현되는 방향으로 통일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기조는 가장 상식적 차원의 인간해방논리이며, 이 책의 미덕은 대한민국 사람이기에 공기처럼 인식하고 있던 일상의 무관심과 관성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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