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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태음료의 '썬키스트 NFC' ⓒ 오마이뉴스 유창재
"슈퍼나 마트에 가보면 다양한 오렌지주스가 있습니다. 어떤 것을 마실까 고민하다 보통 제품의 겉 표면에 적힌 제품명과 원재료명을 보고 구입하게 되죠. 기왕이면 조금 더 비싼 값을 주더라도 100% 과일에 가까운 신선한 오렌지주스를 찾게 됩니다. 'NFC'이라고 표기된 제품명을 보고 마셔봤는데, 일반 오렌지주스 맛과 비슷하더군요. 그렇다면 비싼 돈을 주고 마실 이유도 없고, 이것은 소비자를 우습게 알고 제품을 생산한 기업의 횡포가 아닐까요."

지난 5월 28일 김상범(36·회사원·서울 송파구 문정동) 씨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쉽게 알지 못하는 부분을 강조하고, 마치 진품인양 선전해 구매를 높이고 있는 기업의 얄팍한 상술을 고발해왔다.

"과일주스에 관심이 있어 주의 깊게 겉포장을 살펴본 사람이라면 NFC가 어떤 뜻인지를 알 것입니다. NFC는 'Not From Concentrate'의 약자로 '비농축과즙'을 뜻합니다. 다른 제품에도 표기돼 있죠. '썬키스트 NFC'는 일반 오렌지주스와 마찬가지로 농축과즙으로 만들었으면서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품 한 면에 적혀 있는 원재료명을 보면 '오렌지 과즙 농축액'이라 적혀 있고, 괄호 안에 '오렌지과즙으로 100% : 브라질산, 미국산'이라 적혀 있죠.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다는 겁니까?"

김 씨가 문제를 제기한 제품은 냉장유통주스인 해태음료의 '썬키스트 NFC' 주스로 제품명의 'NFC'가 애매모호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해태음료가 광고를 통해 비농축과즙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제품은 농축과즙 100%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허위광고·허위표시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썬키스트 NFC'의 제품을 살펴보면 제품명 하단에 작은 글씨로 'New Fresh Chilled Orange(새로운 신선한 냉장 오렌지)'라는 표기와 함께 'A Delicious Blend Of "From Concentrate" and "Not From Concentrate" Orange Juice(농축과즙과 비농축과즙이 맛있게 섞인 혼합물)'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원재료명에도 '오렌지과즙 농축액'이란 표기만 돼 있다. 100% 오렌지농축 과즙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표시를 해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해태음료 '썬키스트 NFC' 신문광고 ⓒ 해태음료 홈페이지(www.htb.co.kr)
'오렌지주스가 아닙니다/썬키스트 NFC입니다//이제 우리나라에서도 NFC/주스의 본고장 미국에서는/이미 주스하면 NFC로 통합니다/생과즙이 함유된 냉장 유통 주스 썬키스트 NFC-/그 맛의 차이를 직접 느껴보세요' - 해태음료 썬키스트 NFC 신문광고

해태음료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htb.co.kr)에서도 제품 소개로 올려져 있는 2개의 TV광고를 통해 '비농축과즙 2.5%' 함유됐다는 문구가 나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썬키스트 NFC' 신문광고 카피에도 "주스의 본고장에서 이미 NFC하면 통하는 생과즙이 함유된 썬키스트 NFC"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태음료 홍보팀 김창욱 씨는 "썬키스트 NFC의 상표를 등록하고 국내에서 처음 NFC라는 말을 사용했으며, NFC는 금방 짜낸 듯한 의미를 담은 'New Fresh Chillied'로 알리고 있다"며, "일반 명사처럼 제품명으로 사용되는 것이지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되며, 분명히 원재료명에 '오렌지과즙 농축액'이라고 큼지막하게 밝혔기 때문에 비농축과즙으로 혼돈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는 한국땅, NFC를 뭘로 쓰든 우리 맘인데 웬 시비냐?

그러나 김상범 씨가 제품에 표기된 썬키스트 소비자 상담실로 전화를 걸어 "NFC는 생과즙을 뜻하는 약자가 아니냐. 제품에 생과즙이 없는데, 어떻게 NFC라고 겉에 쓸 수 있냐?"고 묻자 해태음료의 한 관계자는 "NFC는 New Fresh Chilled(새로 신선하게 냉장한)의 의미이다. 그리고 여기는 미국이 아니지 않느냐, NFC를 무슨 약자로 쓰든 우리 맘인데 왜 시비냐"고 따졌다고 한다.

한편 해태음료의 인터넷 공식홈페이지에 게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냉장유통주스, "썬키스트 NFC"는 농축하지 않은(Not From Concentrate) 최고급 캘리포니아産, 오렌지 생 과즙이 함유된 고급 주스로>라고 돼 있었다. 'New Fresh Chilled(새로운 신선한 냉장한)'에 대한 언급은 전연 없었다.

▲ 지난 5월28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썬키스트 'NFC' 보도자료에는'Not From Concentrate'란 문구와 '생 과즙'이란 단어가 있었다. 얼마 후 해태음료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 해태음료 홈페이지

그러나 지난 28일 해태음료가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보도자료에는 '(Not From Concentrat)'와 '생'이란 단어가 빠져 있었다. 이틀 뒤인 30일 해태음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사라졌다. 해태음료의 다른 제품들에 대한 보도자료는 직접 클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으나 <오마이뉴스>의 문제제기 이후 '썬키스트 NFC'의 보도자료는 삭제되었다.

이에 대해 해태음료 홍보실 김창욱 씨는 "지금 홈페이지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고 기존 홈페이지에 대한 새로운 리뉴얼작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전의 보도자료에 대해 명쾌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비농축과즙이 함유된 제품이란 것을 밝힌 것은 맞다"고 해명했다.

특허청에 썬키스트 NFC가 등록될 당시 어떤 의미로 등록됐는지를 문의한 결과, 특허청에는 단지 'NFC'로만 상표가 등록돼 있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은 기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청 상표2심사담당관실 이영수 사무관은 "출원하는 사람이 어떤 의미로 이름을 등록했는지는 알 수가 없으며, 처음 심사할 시점에 판단하기 때문에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기록돼 있지 않다"면서 "'NFC'란 상표는 해태음료가 1996년 5월 22일 특허청에 처음 출원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썬키스트가 소비자를 우롱해?

한국능률협회 컨설팅팀 이재형 연구원은 "제품의 이름을 지으면서 문자나 숫자 등을 넣을 경우 다른 제품보다 더 좋아 보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음료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몸에 좋은 건강음료라는 느낌을 줬을 때 구매에 결정적인 차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문제제기를 했던 김상범 씨는 "해태음료는 비농축과즙이 아니면서 NFC로 표기한 것에 대해 더 이상 소비자들을 혼란시키지 말고 시정하길 바란다"며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태음료뿐만 아니라 모든 오렌지 쥬스 음료는 농축과즙과 비농축과즙의 함량 표시를 명확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제대로 알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썬키스트 NFC'의 제품명과 원재료명 표시. ⓒ 오마이뉴스 유창재
김 씨의 주장대로 해태음료 '썬키스트 NFC'의 제품명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혼란을 유발시키고, 제품에 대해 정확한 표기를 하지 않은 허위광고로 밝혀진 경우 비판과 시행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시광고과 강신민 사무관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행위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시정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썬키스트 NFC'의 광고내용이 허위·과장, 기만, 부당한 비교, 비방 등의 표시·광고에 해당될 경우 소비자 피해에 대해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시민권리국 박원석 국장도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썬키스트가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라며 "이 같은 일은 상품의 질이나 안전성에 대한 감독이 허술해서 발생하고 있을 뿐더러 단순히 부당한 광고처분이 아니라 민형사적인 측면에 있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안전과 김수창 씨는 "제품 이름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어 해태음료 측에서 NFC의 의미를 'New Flesh Chilled Orange'라 주장한다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글로벌화로 인해 용어가 공통적으로 쓰여지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제품 겉면에 쓰여진 표기가 소비자로 하여금 혼돈을 준다면 이에 대한 시정조치는 가능하다"며 "즉시 제품표기에 대한 심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생과즙 주스 생산법 및 국내 주스업계 현황

국내로 들어오는 오렌지 주스는 대부분이 100% 오렌지주스 원액이 아니다. 주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농축'은 과일을 과즙을 내서 '가열'을 하거나 제품에 문제가 안되는 범위 내에서 낮은 온도로 '진공'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미국이나 브라질 오렌지 생산현장에서 과즙을 내 바로 들어올 경우 부피 문제로 물류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5∼6배로 농축한 농축과즙을 들여온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스(일반 페트병 제품 포함)는 전부 농축과즙을 원료로 만든다. 해외 오렌지 원산지에서 착즙, 농축한 것을 국내에서 가공할 때 성분비율 기준에 맞게 물을 타서 일반 상온 100% 주스로 만들고 있다.

'NFC'란 용어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전문적인 약어이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말. 비농축과즙이 들어 있다고 하는 것은 좀더 신선하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과 일본에서는 비농축과즙을 원료로 생산되는 제품이 실지로 있으나, 국내에서는 비농축과즙만으로 된 제품을 생산할 경우 가격이 비싸 수요가 맞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2001년 국내 주스시장은 약 9200억원 규모였으며, 이중 냉장유통주스는 전체 주스시장 비중의 10% 수준인 약 900억원대에 달했다. 전체 주스시장 내 비중이 아직 10% 수준이지만 냉장유통주스는 2000년 7백억원대 규모에서 2001년에는 약 20% 이상 신장하는 등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추세다.

이런 성장 배경에는 소비심리 회복과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조금씩 나아짐에 따라 건강에 좋은 고품질, 고급과즙주스를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2002년에도 계속될 것이며, 프리미엄 주스가 고급음료 시장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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