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즐기는 기쁨 중에서 현지의 독특한 요리들을
즐기는 것 이상이 없습니다. 발트3국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찌고 튀긴 요리가 주를 이루다 보니 굉장히 특별한 요리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라트비아의 경우에도 라트비아 전통음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발트독일인들이 먹던 것이 전통음식인지, 아니면 라트비아계 농민들이 먹던 음식이 전통음식인지 혼동이 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라트비아 농민들은 발효된 우유, 빵, 생선, 햄 등을 주식으로 먹었다고 합니다. 발트독일인들이 먹던 음식은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유럽음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라트비아 음식으로 불리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은, 콩과 햄, 시큼한 절인 배추 등으로 만든 솔랸카(Solanka) 스프, 우리에게 익숙한 돈까스를 닮은 카르보나데(Karbonade)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샤슬릭(Sasliks)이라는 꼬치요리는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해서 동유럽 전체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요리입니다.

그러나 정말 라트비아적인, 그러니까 라트비아에만 있고 다른 나라에 없는 것을 고르라면 그 중 하나가 '마이제스 주파(Maizes Zupa-번역하자면 빵 스프)'인데, 발트3국에서 주로 먹는, 딱딱해진 시루떡 같이 생긴 빵으로 만든 후식용 요리입니다. 아이스크림 대신으로 먹기 좋은 부드러운 음식인데, 라트비아에 가게 되면 꼭 드셔야 하는 요리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라트비아만의 요리는 바로 '한국당근(korejiesu burkans 코레예슈 부르칸스)'이라는 요리입니다. 우리나라 비엔나 커피가 정작 비엔나에 없는 것처럼 이 요리 역시 한국에는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겼는가 하면 우리나라 무생채처럼 당근을 길게 썰어서 소금에 숙성시킨 맛이 나는 음식입니다. 물론 이 음식이 아주 대중화된 것은 아니지만, 주요 음식점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음식을 아는 라트비아 사람들은 정말 이 음식이 한국에서 즐겨먹는 음식이라고 알고 있더군요. 이런 명칭이 어디에서 나왔는가 알아보니, 중앙아시아에 이주한 한인들이 조국의 김치맛을 보고 싶어서 주변에 구할 수 있는 당근으로 무생채 비슷한 것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발트3국에까지 전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배추도 무도 고추가루도 시베리아에서는 얻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별 맛은 없기 때문에 드셔보시거나 말거나, 전부 독자님의 선택에 맡깁니다.

영양을 보충하셨으면 이제 리가에서 좀 먼 곳으로 나가 보시죠.

시굴다(Sigulda)는 리가에서 기차로 약 한 시간 15분 정도 걸리는 마을입니다. 라트비아에서 가장 긴 강인 가우야(Gauja) 강변에 자리잡은 시굴다는 '라트비아의 스위스'(?!)라고 불립니다(이 말을 한 사람이 정말 스위스에 가보았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라트비아에서는 유일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고, 세계적인 수준의 봅슬레이 경기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 라트비아에서는 유일한 케이블카도 있고, 산이 없는 라트비아에서 마치 산에 오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번지점프, 가우야강을 따라 카누 타기, 뗏목 타기, 기구타기 등등 사계절동안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죠.

그러나 시굴다는 휴양지로 건설된 도시가 아니라, 역사가 라트비아 건국 초기까지 이어집니다. 시굴다는 발트인이 아닌 리브인들이 살던 곳으로, 그 리브인들과 독일인들이 서로 대립하던 장소입니다(라트비아 역사면을 참조하세요).

▲ 체시스 성 ⓒ 서진석
여름마다 시굴다에는 오페라축제가 열려 무너진 성벽을 무대로 오페라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그 외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열립니다. 시굴다에는 역사적 전설이 담긴 다양한 동굴들을 비롯해 성 폐허 등을 볼 수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투라이다(Turaida) 성입니다. 이것은 독일인들이 리브인들을 경계하기 위하여 13세기에 지은 건물로, 현재 내부는 리브인들의 역사에 관한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 성 주변으로는 라트비아의 민속을 모티브로 한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는 '노래의 언덕'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리가에서 버스로 오려면 고속도로 한가운데 내려주기 때문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이용이 쉽지 않고, 기차가 가장 좋습니다. 기차에서 내려서 투라이다 성까지는 가시려면 걸어서 한 시간 이상 걸립니다. 꼭 물 준비하고 오세요!

체시스(Cesis)는 시굴다에서 30km 정도 북동쪽으로 떨어진 곳인데, 과거 한자동맹의 도시이자 리보니아 기사단의 주요거점도시이기도 했습니다. 라트비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이기는 한데, 규모는 아주 작습니다. 광장과 리가 대로(Rigas iela)를 따라 구시가지가 조성되어 있고, 리보니아 기사단이 1209년 지은 체시스성 주변으로 아담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공원의 호수에서 사진을 찍으면 뒤쪽의 성을 배경으로 해서 사진이 아주 잘 나옵니다.

바우스카(Bauska)와 룬달레(Rundale)는 비옥한 토양으로 인해 역사 내내 비교적 발전된 지역이었던 젬갈레에 위치한 도시로 그 당시 귀족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리가에서 남쪽으로 65km 떨어져 있으면서 리투아니아 국경과도 인접해 있어, 버스를 타고 리투아니아로 가는 길에 지나가게 되는 도시입니다. 자가용으로 라트비아 여행을 하시는 분이라면 리가로 오는 중간에 들러보시면 되지만, 리가에서도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우스카에는 리보니아 기사단이 1443년부터 1456년 사이에 건설한 성이 지금은 토대만 남아 있지만, 그 당시 성의 규모가 어떠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중심지에는 18, 19세기 집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룬달레는 바우스카에서 서쪽으로 12km 떨어져 있는데, 쿠제메의 공작이었던 바론 에른스트 요한 폰 뷔렌(Baron Ernst Johann von Buhren)을 위해 지어진 바로크식 궁전이 있습니다. 이태리 태생의 바로크 건물 전문가 바톨로메오 라스트렐리가 설계한 건물로 유명합니다. 정확히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이 건물은 파손도가 심하여 계속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138개의 방과 온통 금으로 장식된 '금실', 무도회장인 '하얀 방', 가구, 화려한 벽장식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룬달레는 자가용이 없으면 바로 가기는 힘들지만 리가에서 바우스카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 구경한 후 바우스카에서 룬달레로 오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됩니다. 룬달레성은 룬달레시 안에 있는 게, 아니라 2,5km 정도 더 가야 합니다. 물론 걸어서도 이동이 가능하지만 룬달레 성까지 다니는 버스도 있습니다.

▲ 라트비아의 전통가옥 ⓒ 서진석
다우가우필스(Daugavpils)와 레제크네(Rezekne) 이 두 도시는 라트비아의 주요 관광도시는 아니지만 문화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라트갈레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이므로 소개합니다. 이전기사에서 라트갈레에 관한 기사를 열어 보세요.

다우가우필스는 무엇보다 라트비아의 제2의 도시로 이 도시 역시 독일인들에 의해 건설되었으나 러시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연합국 등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리가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는 도시입니다(라트비아어에서 자모 V 뒤에 자음이 올 경우 U처럼 발음하므로 이 도시의 이름은 '다우가우필스'가 맞습니다).

리가에서의 러시아인 문제도 심각하지만 이 도시는 라트비아 현지인들이 총인구의 20%도 안 되는 전형적인 소비에트식 도시입니다. 상점이건 어디건 들리는 것은 정말 러시아어 뿐인 이 도시는 특별히 구시가라 부를만한 거리도 없고, 성 폐허들과 칙칙한 공원들이 있는 곳으로, 중심가엔 아직도 레닌대로라고 불리는 도로가 있습니다. '특별한 볼거리'보다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레제크네는 라트갈레지역의 중심도시입니다. '만약' 라트갈레가 독립을 한다면 라트갈레 공화국(?)의 수도로 물망에 오를만한 도시입니다. 라트갈레어 교육 등 라트갈레 문화를 홍보하기 위한 활동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라트갈레어로 방송을 하는 방송국도 있습니다. 그 가치에 비해 도시는 아담한 전원도시 같은 분위기로, 극장도 하나고 나이트도 하나이며 그것도 시내 한가운데 극장, 나이트, 당구장, 카지노가 한 건물 안에 들어서 있습니다, 흔한 바나 커피숍도 많지 않은 도시입니다.

해방로(Atbrivosanas aleja)를 중심으로 볼거리들이 몰려 있고 가운데 있는 '라트비아를 위하여 모인 이들'라는 글이 새겨진 '마라의 여신상'은 라트비아 전국에서도 꽤 알려진 동상입니다. 라트갈레의 문화와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이 그 동상 옆으로 위치해 있으니 한 번 가보세요. 도시 남쪽의 라트갈레로(Latgales Aleja)에는 쇼핑가가 약간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우가우필스는 라트비아 제2의 도시이니만큼 전국 각지에서 버스나 기차연결이 잘 되어 있습니다. 레제크네는 리가에서 약 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 코스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호텔은 해방로 마라의 여신상 바로 앞에 있는 라트갈레 호텔이 유일한 숙박시설이지만 여행자의 수준에 맞게 방이 종류별로 있으며, 시설도 괜찮습니다. 2층엔 인터넷 카페도 있습니다.

이곳은 일자리가 별로 없는 러시아인들이 많이 살고 있으므로, 실업과 범죄문제가 심각한 곳입니다. 바나 커피숍에서 누군가가 같이 앉아 이야기하기를 권하더라도 일단 낯선 사람이라면 피하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해가 진 이후에는 묵고 있는 호텔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지 않는 것이 최선책입니다.

위에 이야기한 도시 외에도 해안가에 위치한 여러 항구도시들 중 벤츠필스(Ventspils), 리에파야(Liepaja)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며, 내륙의 옐가바(Jelgava), 쿨디가(Kuldiga), 옐갑필스(Jelgavpils)도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럼, 이제 에스토니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발트정보 홈페이지에 들러보세요. http://baltic.netian.com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